AI가 그린 웹툰의 저작권, 인정해야 하나?
지난 9월 26일 미국 UPI 통신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하여 그린 SF만화 ‘새벽의 자리야’(Zarya of the Dawn)가 현지 저작권청으로부터 저작권을 최종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18페이지 분량의 이 만화는 미국에서 프로그래머 겸 작가로 활동 중인 크리스 카시타노바가 그렸는데 다른 만화와 다른 점이 바로 ‘미드저니’(Midjourney)라는 이미지 생성AI를 통해 만들었다는 점이다.
최근 미드저니 뿐만 아니라 달리2(Dall-E2),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노벨AI(NovelAI), 구글 이마겐(Imagen) 등의 이미지 생성AI들이 속속 개발되며 큰 이슈가 되고 있는데, 오늘 생각해 볼 부분은 바로 이렇게 AI를 통해 웹툰과 같은 창작물이나 콘텐츠를 만들었을 때, 과연 저작권은 누구에게 귀속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점이다.
위의 AI로 만든 만화 ‘새벽의 자리야’는 최종 저작권이 작가에게 돌아갔다. 미 저작권청은 작품을 직접 그린 AI보다는 작품을 기획하고 설계한 작가에게 저작권이 있다고 봤다. 지난 9월 28일 국내에서도 유사한 결정이 있었다. 특허청은 미국의 AI 개발자 스티븐 테일러가 '다부스'(DABUS)라는 이름의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표시하여 출원한 국제특허를 무효 처분한 바 있다. 즉 아직 AI 자체는 저작권자가 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 건에 대해 미국, 영국, 독일, 호주 등의 특허청들도 동일한 결론을 낸 바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다수 국가들의 현재 특허법과 판례가 ‘자연인’만을 발명자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은 시대의 흐름과 인간의 결정에 의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만약 향후에 AI기술이 더욱 발전하여 인간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의 자율성과 능력을 갖춘 안드로이드로봇과 같은 AI가 나온다면 그러한 AI가 만든 웹툰이나 창작물의 저작권을 AI에게 인정하게 될 수도 있다. 즉 AI에게 법인격을 부여하게 되는 시점이 온다면, AI가 저작권을 소유하게 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해진다.
또 하나 우리가 같이 고민해 보아야 할 점이 있는데, 바로 이러한 이미지 생성AI의 학습에 기반이 되는 데이터를 제공한 사람들에 대한 저작권 인정 여부다. 인공지능은 반드시 학습을 해야 하고 학습에는 데이터가 필수적인데, 이러한 이미지 생성AI들도 퀄리티 높은 결과물을 내려면 반드시 수많은 기존 이미지 데이터들의 학습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이미지 생성AI인 노벨AI에서 ‘픽시브’, ‘단부루’라는 일러스트 커뮤니티 사이트의 사진들을 무단으로 가져와 AI에게 학습시키는 일이 일어나면서 저작권 침해 논란이 크게 일었다. 만약 기존의 저작권이 있는 이미지와 데이터들을 원저작권자의 동의나 계약 없이 AI가 무단으로 가져와 학습한다면 원소유자권의 저작권 침해는 물론,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든 콘텐츠가 표절당하는 경제적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법 규정이 존재하지 않아, 무고한 피해나 다툼이 벌어질 여지가 매우 크다. 명확한 법적 제도화가 시급히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이미지 서비스 기업인 셔터스톡(ShutterStock)은 이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을 내 놓았다. 셔터스톡은 AI연구기관인 Open AI와 제휴를 맺고, Open AI의 이미지 생성AI인 '달리(DALL-E)'가 생성한 이미지들을 유료로 판매하기로 했다. 이 때 셔터스톡은 ‘달리’ 학습에 사용된 이미지와 데이터를 만든 원제작자들에게 금전적으로 보상하고, AI가 이미지를 사용할 때마다 역시 제작자들에게 로열티를 지급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역사적으로 카메라가 처음 발명됐을 때도 지금과 같은 논란이 있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인간이 직접 여러 시간을 들여 그린 그림만을 예술품으로 인정했지, 카메라로 간단히 찍은 사진은 예술품으로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도 엄연한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으며 사진작가도 예술가로서 활약하고 있다.
AI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AI로 자동으로 생성해 낸 창작물들이 예술품으로서나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향후에는 인간이 AI라는 도구를 이용해 만들어 낸 새로운 분야의 창작물, 콘텐츠로서 당당히 저작권까지 인정받게 되는 시점이 올 것이다.
또한 AI 기술을 통해 콘텐츠 창작의 대중화 시대가 활짝 열릴 것이다. 이제 그림이나 웹툰을 그리는 실력이 없어도 AI를 이용하여 누구나 그림이나 웹툰을 멋지게 만들 수 있게 되면, 누구나 좋은 아이디어와 시나리오만 있으면 웹툰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되고 지금보다 훨씬 재밌고 다양한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이렇게 기술의 진보로 인간은 잠재된 능력을 더욱 쉽게 발휘할 수 있게 되고, 보다 풍부하고 다양해진 콘텐츠 세상 속에서 인간은 더욱 편리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