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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귀환>을 통해 보는 오리지널리티 창작 환경에서 스튜디오 창작 환경으로의 변화

웹툰 산업의 규모가 확대되고 수요와 공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 되면서 스튜디오 시스템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습니다. 웹툰 산업에서 웹툰 제작 전문 스튜디오가 가지는 의미와 이유를 살펴봅니다.

2022-12-09 서범강

<화산귀환>을 통해 보는 오리지널리티 창작 환경에서 스튜디오 창작 환경으로의 변화

웹툰 플랫폼 무툰


여러 웹툰 플랫폼들 사이에서 무협 전문 웹툰 플랫폼 무툰이 일찌감치 시장에 안착하면서 무협 장르의 독자들이 충분히 존재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 또한 예측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대표적인 웹툰 플랫폼인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에서도 무협 웹툰은 어색하지 않게 상위권을 차지하기 시작했으며 작품 수의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40대 중반에서 50대 후반 남성이 주요 독자층이던 무협 장르는 30대에서 40대 남성층으로 연령층을 낮추더니 퓨전 무협장르라는 새로운 스타일을 내세우면서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을 통해 점차 10대에서 20대까지 독자층의 문턱을 낮추고 이제는 여성 독자들에게도 거부감 없이 수용되고 있다. 여기에는 퓨전 무협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기존 무협과는 차별화된 날렵하고 깔끔한 작화와 등장인물들, 웹툰 스크롤 연출의 장점을 살린 다이나믹한 액션 그리고 사이다급 전개와 먼치킨급 설정도 한몫한다. 당연히 요즘 유행인 회귀, 빙의, 환생의 3요소도 양념처럼 감칠맛을 더한다.

<화산귀환>, LICO&비가 (출처_네이버웹툰)

 

이런 가운데 새롭게 부상하며 유독 눈에 띄는 작품이 있으니 네이버웹툰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무협 웹툰 화산귀환이다. 이 작품은 네이버 시리즈에서 연재되고 있는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미 웹소설 누적 매출 300억 원 이상을 넘어서고 있고, 웹툰은 연재를 시작한 지 1년여 만에 글로벌 누적 조회 2500만 뷰를 돌파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네이버의 자회사로 알려진 스튜디오 리코라는 웹툰 제작 스튜디오가 있다. 이렇듯 최근에 제작되는 작품들의 상당수가 웹소설과 웹툰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으며, 웹툰 전문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활발한 제작이 되고 있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할 점은 최근 들어 스튜디오 중심의 작품들이 대거 상위권에 진입하는 성과들을 이끌고 있고 그만큼 웹툰 제작 스튜디오들도 점차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웹툰 서비스를 메인 사업으로 하며 플랫폼으로만 인식되어 오던 네이버웹툰이 100% 자회사인 스튜디오 리코를 통해 웹툰에 대한 자체 제작의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웹툰 산업의 규모가 확대되고 수요와 공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 되면서 고퀄리티의 빠른 결과물을 효율적으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소위 분업화, 전문화에 대한 스튜디오 시스템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여러 의미를 지닌다. 게다가 과거 웹툰 플랫폼, 에이전시, 스튜디오의 세 가지로 분류되던 웹툰 산업은 어느 순간 웹툰 업체의 비중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던 에이전시의 영역이 거의 사라지고, 유통과 서비스를 담당하는 플랫폼과 제작과 공급을 담당하는 스튜디오로 양분화되는 현상이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 그렇다면 이제 웹툰 산업에서 웹툰 제작 전문 스튜디오가 가지는 의미와 이유를 본격적으로 살펴보지 않을 수 없겠다.

 

가장 대표적인 이유로는 노블툰의 등장과 확대를 들 수 있다. 주로 오리지널 창작 IP를 중심으로 OSMU의 대표적인 예로서 회자되며 모든 콘텐츠의 원작으로 대표되던 웹툰은 어느 순간부터 웹소설을 원작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확실한 몇 가지만 들어 보자면 리스크는 줄이되 안정성을 확보하고 평균 이상의 흥행을 보장받는 팬덤 효과의 활용, 빠르고 많아지는 수요량을 따라가기 위한 설정과 스토리 단계의 공정 단축, 노블툰의 대표적인 장르인 현대 로맨스와 로맨스 판타지 등을 대상으로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는 배경 및 소스의 활용, 웹소설과 웹툰의 시너지로 인한 독자 유입과 수익의 선순환 구조 등을 들 수 있겠다. 이러한 노블툰의 특성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바로 분업화되고 전문화되어 있는 시스템을 바탕으로 하는 스튜디오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콘텐츠 비즈니스의 핵심인 ‘IP’의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이유이다. 콘텐츠 산업에서는 조물주 위에 건물주, 건물주 위에 콘텐주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면서 ‘IP’를 소유하지 못하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어 결국, ‘빛 좋은 개살구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웹툰 산업에서는 다른 콘텐츠 산업과 다르게 뚜렷한 특징이 있는데 개인과 작품 계약을 하는 경우, 기업이 기획을 제공하고 제작비를 전부 투자해도 IP는 작가인 개인에게 소유된다. 그렇다 보니 IP로 다양한 비즈니스의 확장과 활용을 해야 하는 기업이 IP를 소유하기 위해서는 내부 인원을 통해 자체 제작을 해야 하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기존의 웹툰 IP가 슈퍼 IP의 형태로 진화하게 되면서 웹툰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도 그 규모가 엄청나게 커지게 되었다. 초기에 웹툰을 제작하고 해당 작품이 흥행하면 2차 콘텐츠로 확장하던 방식에서 이제는 기획 단계에 아예 2차 콘텐츠는 물론 확장된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들을 구성하게 되므로 제작비와 투자 규모가 방대하게 커지면서 기업 단위의 운영이 필수적으로 요구되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일단 스튜디오 창작 환경의 긍정적 측면을 살펴보면 웹툰 제작의 공정이 각 파트별로 분화되고 전문화되면서 웹툰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의 양만큼 일자리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또 정해 놓은 계획과 시간 안에서 체계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자주 언급되는 건강이나 제작 환경 개선에 있어 또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부정적 측면으로 소위 공장제 시스템이라는 오해가 있기도 한데 과거 질보다는 양에 목적을 두고 무작정 찍어 내던 공장식 구조와 현재의 스튜디오는 그 운영 방식은 물론 목적도 확연히 다르다. 물론 작품을 좀 더 빨리 효율적으로 제작하는 것에 방향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무조건 많이 찍어 내는 것에 집중하지는 않는다. 각 제작 공정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살려 작품의 퀄리티가 최상으로 높아지는 것을 가장 우선으로 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스튜디오 제작에 가장 적합한 노블툰의 제작이 상대적으로 늘어난다거나 개인의 개성보다는 특정 스타일로 획일화될 수 있는 부작용이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할 사항이다.

스튜디오의 출현은 웹툰 산업의 확장과 성장에 있어 불가피한 진화의 과정이고, 그 변화에 대해서는 이제 다양한 제작 방식의 하나로서 인정을 해야 한다. 개인 창작은 작가의 개성과 작품성을 바탕으로 하는 오리지널 창작 IP의 영역을 위주로 주도하고, 스튜디오는 독창적이거나 개성 있는 작품보다는 스타일이 표준화되어 있는 원작이 있는 IP를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 경계가 물과 기름처럼 뚜렷하게 분리된 것은 아니어서 교차 영역이 존재할 수밖에 없겠으나 웹툰 시장에서 차지하는 영역과 결은 기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이제 앞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 창작 환경스튜디오 제작 환경이 각각의 필요와 목적에 맞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꾸준히 관리하고, 오리지널 창작 IP와 원작 기반의 IP가 고른 균형을 이루어서 다양성 장르의 활성화를 전제로 지속성장 가능한 선순환의 생태계를 완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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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 아이나무 이사, 만화가
前 스토리숲 대표, 前 만화잡지 코믹테크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