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웹툰 시장 형성에 따른 국내 웹툰 IP 대응 전략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에서 웹툰의 활약과 성장세는 가히 뜨겁다. 그야말로 ‘웹툰의 전성시대’라고는 하지만 웹툰 산업은 여전히 성장 과정에 놓여 있는 단계이며, 글로벌 웹툰 시장의 구조와 형태를 어떻게 완성 시키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미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반드시 염두 해야 하겠다. 이를 위해 필요한 내용들을 짚어 보기로 하자.
여러 조사기관이 진행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30년까지 웹툰 시장은 매년 평균 40%의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잠재적으로는 100조 시장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분석이 나오는 이유도 모두 웹툰 시장이 글로벌 진출을 통한 확장이 될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이다. 지금의 웹툰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글로벌을 대상으로 하는 전략과 실행이 중요한 지점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에 맞춰 네이버는 국내에서도 웹툰 브랜드를 강화하고 결과적으로도 대외적인 인지도를 높이는 데에 큰 효과를 보았던 ‘도전 만화’ 시스템을 해외에 도입하여, 현지화를 목표로 현지 작가들을 발굴하며 현지에서 제작된 IP를 중심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네이버웹툰의 본사를 미국에 두고 프랑스에는 유럽 총괄 법인까지 추진하는 것을 보면 확실한 현지화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에 확실하게 뿌리를 내리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반면 카카오는 자체 경험과 조사를 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확보된 다수의 IP들을 주력으로 해외 시장의 공급 물량과 범위를 적극적으로 키워가겠다는 전략이 강하게 그려진다. 각자의 글로벌 핵심 전략과 더불어 양사는 글로벌 플랫폼의 인수를 통한 공격적 IP 확보와 글로벌 유통 네트워크를 경쟁적으로 구축해 가는 중이다.
이토록 글로벌 웹툰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이유는 산업의 성장 단계로 보면 지극히 당연한 과정이자 필요한 목표이겠지만 누군가는 ‘국내 시장의 포화’를 그 이유로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글로벌 웹툰 시장을 논하기 이전에 국내 웹툰 시장이 정말 포화인 상태인지에 대해 판단이 필요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 역시 누구보다 질문을 많이 받는 편인데 그때마다 ‘포화이기도 하고, 포화가 아니기도 하다’라고 대답을 하곤 한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기도 하겠지만, 실제로 그렇다. 현재의 국내 웹툰 시장은 성장의 과정이기에 여전히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고 커다란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다. 허나 들여다보면 장르의 편중으로 인한 불균형이 심하게 일어나고 있어서 첫 번째로는 독자들에게 충분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이는 결국 해당 장르에 대한 편식으로 이어질 우려를 느끼게 한다.
다른 한편으로 그 외의 장르들은 충분히 날개를 달고 활약할 기회를 얻고 있질 못해 상대적으로 위축이 되고 있어 전체적으로는 국내 웹툰 시장의 범위를 스스로 협소하게 옭아매는 모양새다. 결과적으로 보는 기준에 따라 ‘포화이거나 포화가 아닐 수도 있는 상태’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특정 장르에 대한 편식은 일시적으로 글로벌 웹툰 시장의 형성을 통해 대안이 될 수 있다지만, 그 외 장르들은 당장 위축이 되는 것만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크게 바라보면 국내 웹툰이 글로벌로 진출하여 활약하고 기대할 수 있는 영역이 특정 장르로 국한된다는 의미이기도 함과 동시에 다른 장르의 영역에서는 글로벌 웹툰 시장의 안정적인 진입이 불발로 그치게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려되는 것은 또 한 가지가 있다. ‘문이 열리면 나갈 수도 있지만 들어올 수도 있다’는 말이 있듯이, 웹툰은 머지않아 글로벌 웹툰 시장의 탐스러운 먹거리가 되어 해외의 수많은 공급자를 만들어 내고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될 것은 물론, 그들이 국내 시장으로 들어오려는 계기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때 우리는 그 상황을 억지로 막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 웹툰의 종주국으로서의 높은 경쟁력을 키워 넘어설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자 전략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글로벌 웹툰 시장 형성에 따른 국내 웹툰 IP 대응 전략’의 핵심 키워드는 ‘다양성’이다.
먼저 대한민국 웹툰 중소업체의 글로벌 웹툰 시장의 진입을 위한 직접적인 루트의 다양성 확보가 그 첫 번째이다. 앞에서 언급되었든 이미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네이버나 카카오가 두각을 나타내며 활약을 하고 있고, 커다란 성과를 만들어 갈 것으로 기대가 되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웹툰 산업의 메이저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에 국한되는 이야기이다. 아쉽지만 여전히 글로벌 웹툰 시장의 문턱은 국내에서 활약하는 중소업체나 충분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신생 업체들이 도전하기에는 쳐다보기만 해도 목이 아플 정도로 너무 높기만 하다.
따라서 이를 위한 해결방안이 절실하며 정부는 웹툰 산업을 이끄는 주요 대상과 협력하고 적극적인 지원이 함께 동반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다양성 장르의 활성화이다. 국내에서 이미 탄탄한 입지와 경험을 쌓고 제작의 노하우가 단단하게 쌓인 특정 장르들은 글로벌 웹툰 시장에서도 이미 인정을 받으며 선두를 탈환하고 있다. 다만 해외 시장은 국내와 다르게 다양한 인종이 존재하고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는 만큼 다양한 장르에 대한 요구와 소비 주체들이 존재할 것이다. 이때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메뉴를 갖추고 있지 못하면 그 빈자리는 고스란히 해외에 있는 경쟁자들의 몫으로 남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 두 가지의 가장 대표적인 ‘다양성’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이 우선되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타겟과 번역에 대한 전략이다.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타겟을 정확히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것은 문화에 따른 성향과 이해의 차이가 있기 때문인데, 예를 들면 국내에서는 성공한 작품이지만 해외에서는 실패했다거나, 국내에서는 실패한 작품이지만 해외에서는 성공했던 경우들이 해당한다. 따라서 해외 독자들에게 통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문화와 성향을 철저히 이해해서 주제나 메시지는 물론, 작화 스타일이나 연출 방식, 캐릭터의 형상이나 설정까지도 그들에게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충분히 공감도 되고 생략이 돼서는 안 될 중요한 전략적 항목이지만, 이제 세계는 온라인을 통해 국경 없는 글로벌 서비스와 정보의 시대에 접근하고 있다.
그로 인해 서로 간의 문화적 이해가 넓어지고 경계가 허물어지기도 하며 오히려 상대의 문화를 선호하거나 친근하게 여기는 현상까지 생기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좋은 작품들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는 말이 있다. 온라인 콘텐츠 시대가 오기 이전에도 잘 만들어진 작품들은 이미 그 초월함을 충분히 인정받아 왔다. 문화의 수용성이 확장되고 있는 글로벌 콘텐츠의 시대에서 이제 가장 중요한 장치적 요소는 번역이다. 콘텐츠에서의 번역은 단순히 ‘사실적 혹은 사전적 의미를 해석하고 뜻을 전달’하는 것 외에도 캐릭터의 상태나 사건의 상황에 주어진 복잡한 감정과 은유하는 상징 등을 내포하므로 대사의 내용이 정확히 옮겨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따라서 글로벌 웹툰 시장의 형성에 따른 작품의 현지화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전략이자 필수 준비 요건으로는 완벽에 가까운 번역 시스템 혹은 환경이 시급히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웹툰 시장의 꼭짓점을 차지하고, 흐름을 주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략이자 최우선 과제가 남았는데 ‘웹툰표준식별번호’가 그것이다. 웹툰은 이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콘텐츠로서 문화를 알리는데 앞장서고, 고갈되지 않는 콘텐츠 무한자원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툰 콘텐츠를 유통하거나 보존, 운영하는 과정에 있어 각각의 IP를 체계적으로 식별하고 관리하기 위해 필수적인 ‘웹툰표준식별번호’는 아직이다. 웹툰이 또 한 번의 도약으로 글로벌 웹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지금, 웹툰 불법복제의 사례들을 효과적으로 판별하고 추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무척 중요하지만, 대한민국이 웹툰의 종주국으로서 글로벌 웹툰 산업의 표준이 되는 운영, 관리 체계인 웹툰표준식별번호를 다른 국가가 먼저 도입하여 보급하게 된다면 그것은 그저 안타까운 일로 그칠 수준이 아닌 문화의 주도권을 상실한 것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웹툰에 대한 국제 표준의 근간을 다지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국내에서 사용될 웹툰표준식별번호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