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웹툰 산업 전망 - 성장률 둔화와 침체기의 시작
2021년 대한민국의 웹툰 시장 규모는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다. 2020년 대비 64.6%라는 엄청난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그런 호황 속에서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 지원뿐 아니라 엄청난 투자 자금이 웹툰 산업계 전반으로 흘러들어오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웹툰 원작을 기반으로 한 영상물들이 큰 성공을 거두며, 이를 필요로 하는 OTT 영상 플랫폼들의 경쟁 구도까지 더해져 웹툰 산업의 전망은 매우 밝아 보였다. 여기에 대한민국 웹툰을 대표하는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와 네이버가 엄청난 자금을 미국 시장에 쏟아 부었고 대한민국 웹툰은 곧 세계 시장을 석권하며 끝없이 승승장구할 것 같은 장밋빛 전망으로 가득 차 보였다.
2022년이 시작할 때만 해도 분명 그런 긍정적 평가들로 가득했던 것이 웹툰 시장이었다. 그러나 2022년을 마감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도 과연 그러한 말을 꺼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길이 없다. 아니 2022년 웹툰 시장의 냉정한 성적표를 매기자면 사실상 낙제점을 줄 수밖에 없다.
네이버는 전년 대비 올해 30%의 매출 하락을 발표한 바 있으며 카카오에 작품을 공급하는 웹툰 제작사들은 전년 대비 50% 가까운 매출 하락을 체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양대 웹툰 플랫폼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80%를 상회한다는 것을 참작하면 2022년은 전년도의 성장을 고스란히 까먹었을 뿐만 아니라 실직 적으로 시장 자체가 큰 위기를 맞고 있는 현상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2021년의 호황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특수를 부정하기 어렵고, 2022년의 불황 역시 코로나 사태와 절대 무관할 수는 없다. 거리 두기 해제와 함께 일상으로 돌아온 소비자들의 수요가 줄어들었음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1년과 2022년 웹툰 시장의 호황과 불황의 원인을 코로나 사태로만 국한 시켜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다. 십여 년 동안 꾸준히 성장해 온 대한민국 웹툰 시장이 2022년에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됐다는 사실을 반드시 주목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그 원인이 무엇일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이토록 시장이 급변한 원인 규명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장밋빛으로 가득하던 대한민국 웹툰 산업은 하나의 거대한 부채 덩어리가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으로 그 원인을 찾아 보고자 한다.
사실 웹툰 시장 불황의 본질은 너무나도 단순하다. 바로 소비자의 이탈이다.
2021년까지 웹툰을 소비하며 지갑을 끊임없이 열어 주던 소비자들이 2022년을 기점으로 무더기로 이탈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 원인을 단순히 코로나로 찾는다면 같은 형태의 소비자군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유투브나 OTT 시장 역시 엄청난 쇼크를 받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결과가 그러한가? 유투브와 OTT 시장이 2022년에 불황을 맞았다는 이야기는 어느 기사에서도 들어 본 적이 없다. 이것만 보더라도 웹툰 시장의 불황을 단순히 코로나 사태로만 원인을 국한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유독 웹툰 시장에서만 소비자의 이탈이 가속화 되고 있는 현상이 어디서 비롯되는 것인지 그 원인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다.
필자 역시 이 글을 통해서 짐작하고 있는 몇 가지 소비자 이탈의 중요한 원인을 나름의 논리로 풀어 보고자 함이다.
이 현상의 첫 번째 원인으로 나는 웹툰 절대량의 폭증을 말하고 싶다. 수년간 끝없이 웹툰을 소비해 온 독자들이 일일이 다 찾아보기에 너무나 많은 작품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것이2022년 웹툰 시장의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얼핏 생각하면 더 많은 상품이 쏟아져 나오는데 왜 소비가 위축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콘텐츠는 일반 소비재 상품과는 전혀 다른 특성이 있다. 예전에는 그저 볼 만하다 싶으면 아낌없이 소비해 온 독자들마저 이제는 다 감당하지 못할 만큼 많은 수량의 작품이 쏟아져 나왔고, 이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더욱 신중하게 만든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필자의 짐작이다. 우리가 만약 영화관을 찾았는데 수십 혹은 수백 작품의 영화가 동시에 개봉되어 있다고 가정을 해 보자. 그런 상황이라면 손쉽게 어느 한 작품을 선택할 수 있겠는가? 현재의 웹툰 시장이 이와 다르지 않다. 현재의 소비자는 작품을 구매하는데 훨씬 더 신중해졌고 이는 작품 당 매출을 급격하게 하락시킨 주요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로 콘텐츠 피로도가 한계점에 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 본다. 너무나 많은 작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놀랍도록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현실, 심지어 그림체까지 비슷비슷한 작품들이 플랫폼을 가득 채우고 있다. 소비를 수년간 꾸준히 해 온 소비자들이 그렇듯 유사한 작품들에 또 지갑을 열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한동안 웹툰의 대세라고까지 칭해지던 그래픽노블(원작 웹소설의 웹툰화)이 이 소비자 피로도를 폭증 시켰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웹소설은 비슷한 이야기가 끝없이 쏟아져 나와도 독자들의 소비가 쉽사리 위축되지 않는다. 물론 그 한계점은 있지만 어떤 이야기가 유행을 타면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까지 비슷비슷한 이야기 수백 수천 종이 쏟아져 나온다. 그럼에도 웹소설의 독자들은 거리낌 없이 소비한다. 그렇게 유행했던 웹소설 작품들이 웹툰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웹소설 시장의 데이터로 충분히 대박을 쳤다고 말하는 작품들, 그 작품들이 그래픽노블이 되어 2022년 웹툰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혹했다. <나 혼자만 레벨업> 이후 몇 년간 성공한 웹소설의 웹툰 제작은 실패하지 않는다는 공식이 완전히 무너져 버린 2022년이었다. 이런 결과가 나오리라고 예측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필자 역시 위험성은 어느 정도 짐작했지만 이처럼 처참한 성적을 낼 것이라고는 예견하지 못했다.
원작 웹소설의 성공을 믿고 높은 제작비를 감내하며 만든 많은 작품들이 손익분기점을 돌파하지 못한 상태로 연재되고 있으며, 시즌1 종료 이후 후속 연재를 포기하는 작품들의 숫자는 점점 더 증가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사실 필자가 그래픽노블의 위험성을 예견했던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바로 텍스트와 이미지의 특성 때문이다. 텍스트는 비슷한 이야기라 하더라도 독자들의 상상력에 따라 수많은 종류의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그래픽 노블은 독자들의 상상력을 완전히 제안한다. 당연히 비슷한 이야기를 비슷한 그림으로 보는 독자들이 느끼는 피로도는 급증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2022년 하반기에 론칭된 웹툰들을 보면 이러한 현상이 더욱 가중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분명 최고 수준급 작화에 원작 이야기 또한 소위 말하는 대박을 친 웹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는 작품들이 대부분인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소비자들은 그런 작품들에 지갑을 열지 않는다. 필자는 이런 현상 전체를 피로도의 증가라는 워딩으로 정리한 것뿐이다.
앞서 말한 원인 말고도 시장 둔화의 몇 가지 이유를 더 찾을 수는 있겠으나 지면의 한계상 여기까지 정리하도록 하겠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려스러운 것은 2023년에도 웹툰 시장에는 끝없이 그래픽노블 위주의 웹툰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2023년을 침체기로 바라보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며 어쩌면 웹툰 제작사들은 침체기를 지나 혹한기의 차갑고 서러운 때를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필자의 우려 섞인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는 하나의 희망은 있다. 독자들이 완전히 떠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 그들은 완전히 이탈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으며 잠시 선택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는 무료분의 클릭수가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무엇을 만들어야 그들의 마음을 다시 움직일 수 있을지 제작사도 플랫폼도 더욱 고민해야 하는 시기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