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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K-웹툰 브랜딩의 필요성

전 세계적으로 웹툰의 인기가 뻗어 나가면서, 웹툰을 주목하는 해외 시장들이 늘고 있습니다. 앞으로 지속적인 웹툰의 발전을 위하여 무엇이 중요한지 살펴봅니다.

2023-03-03 이훈영

글로벌 K-웹툰 브랜딩의 필요성

 

불과 몇 년 전까지 세계 만화시장을 이끌었던 곳은 단연코 디즈니와 픽사를 앞세운 미국의 헐리우드 자본이었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세계 시장에서 미국이 독점적 위치를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마블과 DC로 대변되는 미국 코믹스 시장의 작품들이 줄줄이 영상화되면서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고, 특히 이중 마블의 히어로물 시리즈는 영화 시장을 마블 이전과 이후로 구분해야 한다는 평을 만들 정도로 큰 영향력을 일으켰다.

이후 IP 란 단어는 콘텐츠 시장 전체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매김했다. 이제는 어디가나 IP라는 말을 쉽게 듣는다. 한동안 OSMU란 단어가 콘텐츠 시장에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던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다.

현재 대한민국 웹툰은 K-comix라 명명되어 세계적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카카오와 네이버가 2021년 무려 2조 원의 자본을 미국에 투자한 것을 들 수 있다. 더군다나 <나 혼자만 레벨업>이란 작품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매출을 기록하며 한국 웹툰의 세계 시장 진출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니, 수많은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웹을 주목하는 것도 당연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호재만 놓고 보자면 또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종이책 만화 시장을 가진 일본의 경우 한국의 네이버와 카카오가 진출해 시장 점유율 1, 2위를 석권했으며 지난 해 기준 온라인 시장의 크기가 오프라인 시장을 초월하는 엄청난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런 전적과 경험을 가진 대한민국 최고의 플랫폼 기업 두 곳이 경쟁적으로 미국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감행한 것이다. 여기에 넷플릭스가 선점했던 OTT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든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애플, 아마존, 디즈니 등)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검증된 IP가 절실히 필요로 한 시기다. 디즈니가 스타워즈를 만들기 위해 루카스 필름을 인수하고 마블은 스파이더맨을 시리즈물에 출연시키기 위해 엄청난 자본을 써야만 했다. 한국의 오징어게임은 전 세계적 이슈를 불러일으켰고 한국 드라마의 리메이크작 굿 닥터는 미드시장 시청률 1위를 찍는 기염을 토하며 K-콘텐츠라는 말을 유행시키고 있다. 이 모든 것이 IP 사업이라 불리는 비즈니스 모델이니 그 중요성을 더 설명할 필요가 없는 시기를 살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상황과 조건들이 대한민국 웹툰의 세계 진출에 긍정적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가 이 흐름을 타고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절대로 간과해선 안 되는 것들이 있다.

바로 K-웹툰의 Originality 확립이다.

우리의 웹툰이 분명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냉정하게 평하자면 이제 겨우 시작단계라고 봐야만 한다.

앞서 한국 웹툰이 일본 시장을 석권했다는 것을 말한 바 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를 몇 가지 들 수 있는데 첫째 일본 만화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5대 출판사가 온라인과 모바일 시장으로의 전환을 주저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수조 원이 넘는 시장을 이미 수십 년간 독점하고 있는 그들로서는 불확실한 사업에 굳이 투자할 필요가 없었고 그 빈틈을 비집고 한국 웹툰이 시장의 지위를 꿰찰 수 있었던 것이다. 둘째 요인은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한국 웹툰의 연출 때문이라고 본다. 기존 일본 온라인 만화 시장은 종이책 만화를 리사이징한 수준의 편집이 전부였지만 한국의 웹툰은 그야말로 스마트폰 환경에 최적화 되어 있고 이는 종이책으로 보던 만화의 재미를 훨씬 더 쉽고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고 이 부분이 일본 독자들에게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셋째 이유를 꼽으면서 나는 우리 웹툰의 아쉽고 부족한 부분 하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우리 웹툰의 그림체이다. 우리의 웹툰은 아쉽게도 훨씬 더 오랜 시간 동안 발전해 온 일본 종이 만화의 그림체와 유사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 많은 한국의 웹툰 작가들과 지망생들이 일본 종이만화를 보며 작화를 공부했고 캐릭터를 연구했으며 그렇게 안착한 한국의 웹툰 작화는 일본 독자들에게 전혀 거부감 없이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외에도 몇 가지 요인들이 있으나 이후 미국이나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우리가 반면 교사로 삼아야 하는 것들에 크게 해당되지 않는다.

필자가 말한 세 가지 일본 진출의 성공 요인을 중심으로 K-웹툰의 세계 시장 진출의 긍정적인 부분과 위험요소를 말하고자 한다.

첫 번째 미국 시장은 일본 시장처럼 온라인과 모바일 시장으로의 전환을 두려워하거나 거부하지 않는다. 마블과 DC가 수십 명의 직원들을 보내 한국 웹툰을 공부하고 간 것이 벌써 몇 년 전이다. 그들은 이미 네이버와 카카오에 자국의 코믹스를 연재 중이란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들은 미국 내 압도적인 종이책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디지털 전환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는 점이 일본과 전혀 다른 점이다.

두 번째 일본에서의 성공 요인도 미국 시장의 성공 요인이 될 수 없다. 미국은 이미 모바일용 작화와 편집 시스템을 준비했고 적용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에 연재되고 있는 작품들을 보면 확인할 수 있으니 이 또한 우리만의 강점이라고 볼 수 없다.

세 번째 일본에서 강점으로 작용했던 작화의 문제가 미국 시장 진출에선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본 만화에 익숙한 우리 독자들이 미국식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캐릭터들을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미국인들 역시 오랫동안 익숙해진 자신들의 그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일본에서 강점이었던 우리 웹툰의 그림체가 미국 독자들에게는 이미 겪어 봤던 일본식 만화와 전혀 차별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듯 일본에서의 성공 요인 세 가지가 미국 시장 진출의 방해 요인인 이 시점에 필자가 제시하고 싶은 대안이 바로 Originality.

디즈니의 미키마우스는 아이들도 좋아하고 어른도 좋아한다. 디즈니랜드에 가고 미키마우스나 도널드 덕이 그려진 옷을 입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아이와 어른 구분 없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캐릭터인 것이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슈퍼마리오는 어린아이들이나 하는 게임이 아니다. 수십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랑받고 있고, 망해가는 소니를 살린 것이 캐릭터 소닉이란 말이 있다. 소니는 이때부터 자신들만의 Originality를 확립하기 위해 끝없이 영상을 만들고 IP를 쌓아가고 있다.

우리도 세계적인 캐릭터가 있다. 전 세계 아이들이 봤다는 <뽀로로>, <로보카 폴리> 등은 엄청난 사랑을 받았지만 초등학생으로만 성장해도 유치하게 취급받는 캐릭터가 된다. 나는 여기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비등한 예로 서유기의 손오공은 중국을 대표하는 캐릭터지만 한국이 만든 <날아라 슈퍼보드>가 세계 아이들의 사랑을 더 받았고, 일본의 <드래곤볼>이야말로 손오공을 세계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Originality를 갖지 못하면 벌어지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중국 손오공의 예일 것이다. 중국이 끊임없이 손오공을 내세워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만들어 내는 이유도 나는 여기에서 찾고 있다. 자신들의 것을 되찾아 오고 싶다는 욕망,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성공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내젓게 된다. 고착화된 사고방식으로 세계인의 마음을 열 수는 없다. 이미 빼앗겨버린 Originality를 되찾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인 것이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포스터 (출처_넷플릭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K-웹툰의 Originality를 확보해야 할까란 질문이 남게 된다.

나는 그 답을 넷플릭스 영상 <오징어 게임>에서 찾고 싶다. 배틀로얄 생존물이란 장르는 이미 수십 년전부터 일본에선 익숙한 장르다. 그 장르에 익숙한 사람은 오징어 게임이 정말로 지루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어떤가? 세계인들은 오징어 게임에 열광했다. 우리만의 정서, 혹자는 신파라고도 하지만 각각 캐릭터들의 깊은 사연들이 만들어 낸 한국적 이야기가 전 세계적인 공감대를 형성해 낸 것이다. , 이제 배틀로얄 생존물의 세계적 Originality는 누구에게 있는지 답은 명확해졌을 것이다.

K-웹툰이 자리잡아야 할 Originality의 시작이 어디인지 오징어 게임의 예에서 찾아내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한다.

필진이미지

이훈영

툰플러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