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웹소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현황과 전망
먼저 가까운 일본의 시장을 보자. 일본은 전통적으로 만화와 소설 콘텐츠의 초강대국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만화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수억 부 이상 판매를 기록한 다수의 작품을 지니고 있으며 그들이 세계 종이 만화책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3대 출판사라 불리는 ‘고단샤’, ‘슈에이샤’, ‘쇼가쿠간’ 같은 곳이 완벽하게 일본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그들의 공고한 시장 지배력 때문에 오히려 디지털 전환이 늦어졌다는 것이다.
일본 만화출판사들은 디지털 시장으로 전환을 억지로 늦춰 왔다고 할 정도로 소극적이며 방어적인 모습이었다. 굳이 전환의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미 조 단위의 수익을 달성하고 있는 종이 출판 만화 시장이 변화되기를 바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일본은 디지털 만화 시장을 한국 웹툰계에 넘겨 주게 된다. 네이버의 라인 망가와 NHN이 만든 코미코가 일본 웹툰 시장을 선점했고, 뒤따라 진출한 카카오재팬(픽코마)이 엄청난 속도로 일본 디지털 만화 시장을 장악해 버렸다. 종이책 만화를 스캔본 수준으로 편집해 디지털화한 일본 만화들은 모바일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하도록 연출된 한국 웹툰에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리고 작년 2021년 기준 일본 디지털 만화 시장의 크기가 종이 만화 시장을 추월했다는 통계치가 발표됐다. 뒤늦게 일본 대형 출판사들이 디지털 만화에 막대한 투자를 하기 시작했지만 덩치가 거대한 그들 출판사들은 과거로부터 오래도록 이어 온 인프라와 시스템을 바꾸는 데에 더딜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출판한 소년점프 플러스가 카카오재팬과 네이버 라인을 바짝 추월하며 성적 3위에 랭크되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4년 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한 소년 점프 플러스는 실제로는 유명무실할 정도로 매출 파워가 없던 곳이다. 하지만 <귀멸의 칼날>이라는 대작을 발표해 기존 시장을 뒤흔들어 놓은 ‘슈에이샤’는 모바일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3년 이 소년 점프 플러스 앱을 전 세계 동시 서비스한다는 발표를 해 둔 상태이다. 3대 출판사인 ‘슈에이샤’의 이러한 전략을 오랜 경쟁자이자 동업자라고도 할 수 있는 다른 출판사들이 두고만 보고 있을 리가 만무하다.
카카오재팬과 라인 망가는 앞으로 거센 도전에 직면할 것이 자명한 이유다. 2022년 현재 그들 메이저 출판사들이 이제 역으로 한국 웹툰 콘텐츠에 직접 투자를 시작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최근 한국 웹툰 제작사들에게 콘텐츠 수입을 위한 직접적인 접촉이 진행되고 있다. 일본 출판사의 한국 웹툰 제작 투자는 향후 전혀 새로운 시장의 형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카카오와 네이버로 양분된 현재의 한국 웹툰 시장에까지 충분히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중국 웹툰 시장을 설명하고자 한다. 중국 웹툰 시장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곳이다. 회원 수 7억이 넘는 ‘텐센트’를 비롯해 ‘콰이콴’과 ‘비리비리’가 서로 경쟁 중인 시장이다. 그 아래로 10위권에 걸쳐 있는 웹툰 플랫폼까지 그 회원수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보다 많은 곳이 즐비하다. 중국 내 10위라지만 실질적인 유저는 한국의 네이버와 카카오 유저수를 추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숫자에 속아서는 절대로 안 된다. 아직 중국 웹툰 시장은 시작 단계라고 보는 것이 맞다. 중국 웹툰 시장의 가장 결정적인 문제점은 아직 그들이 디지털 콘텐츠에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는 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돈을 내고 디지털 콘텐츠를 사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고 할 수 있겠다. 마치 우리나라 10년 전쯤 불법 복제 파일이 만연했던 시절을 연상케 하며 실질적인 체감은 그보다 훨씬 전 1990년대 불법 비디오 복제품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돌려보던 한국의 콘텐츠 시장과 더 닮아 있다는 느낌이다.
많은 유저수로 인한 매출 기대감은 엄청 컸지만 실질 수익은 현저히 떨어진다. 이 때문에 유로 모델을 확립한 한국형 플랫폼에 대한 중국 현지 업체의 관심이 대단히 높은 상황으로 카카오는 텐센트와 함께 새로운 유료 플랫폼 텐센트 페이지를 오픈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 중이다. 그럼에도 그 압도적인 잠재시장의 규모는 엄청난 기회의 땅임이 분명하다.
예상하기로 향후 5년을 전후로 중국 웹툰 시장은 전 세계 웹툰 시장의 크기와 엇비슷한 규모로 성장 가능할 것이라 추론해 본다.
마지막으로 미국을 비롯한 기타 해외 시장의 이야기를 가볍게 하고자 한다.
일본에 이어 세계 2위라는 미국 만화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DC와 마블의 코믹스가 한국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연재를 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들은 어떻게 이런 퀄리티의 작품을 매주 단위로 그토록 오래 지속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가에 놀라움을 표했다.
집단 창작 형태의 마블과 DC가 한국의 웹툰을 배우기 위해 수십 명을 파견한 것이 벌써 수년 전의 일이다. 그리고 지금 네이버와 카카오가 미국 시장에 2조 가까운 돈을 들여 자생하고 있던 웹툰과 웹소설 플랫폼들을 인수했다. ‘타파스’, ‘레디쉬’, ‘왓패드’ 등 이미 유저를 확보하고 있던 미국 플랫폼들에 우리 웹툰과 웹소설의 노하우가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디지털 만화와 웹소설 시장 역시 일본과 비슷하게 한국 웹툰 업체들이 장악한 상태다. 하지만 아직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다. 호락호락하게 미국 시장이 이대로 잠식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IP 시장이 얼마나 거대한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미국 자본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거기에 OTT 시장의 무한 경쟁 구도는 원천 IP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웹툰과 웹소설 시장을 결코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한국 웹툰의 기회가 될 수도 있고, 한편으로 성공을 낙관하고 대자본을 투자한 양대 플랫폼에게 독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한국 웹툰이 진출했거나 진출을 모색 중인 국가들은 다양하다. 태국은 이미 자국 웹툰 플랫폼이 안착한 상태이고 한국의 네이버와 카카오가 경쟁적으로 뛰어든 상태이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웹툰 플랫폼이 만들어지고 수많은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는 시장의 선점 효과를 위해서나 아직까지 자생력을 가진 시장은 태국뿐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 외에도 유럽과 남미 시장까지 두루 한 발을 먼저 뻗은 네이버의 전략과 한 곳 한 곳 집중적인 투자를 하는 카카오의 글로벌 경쟁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콘텐츠라는 것은 단순히 자본만으로 경쟁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 나라의 환경과 문화, 정서와 트렌드까지 면밀하게 살피고 사업을 도모할 때 성공 가능성이 열린다는 것을 알아야만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