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만화의 부재가 불러올 웹툰 시장의 위축을 진단한다
2022년 현재, 코로나 시대를 지나오면서 웹툰 산업의 경우 급격하게 그 덩치를 키워 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웹툰 매출은 2017년 3억 달러 미만에서 2020년 약 8억 달러로 성장하였다. 이러한 양적 팽창은 실질적으로 투자사들이 웹툰 제작사에 투자로 이어졌는데 가장 가까운 예로는 12월 5일 6억 달러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는 해지펀드 GVA자산운용이 비상장 웹툰 제작사 케나즈에 1500만 달러를 투자하여 최대 주주가 되었다는 소식이 해외 매체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이처럼 현재 한국의 웹툰 시장은 IP의 가치를 해외에서 충분히 인정받고 있으며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속한 한국의 웹툰 작품은 대다수 스튜디오를 통해 집단 창작된 작품이거나, 혹은 OTT 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진 기획 제작 작품이 대다수라 할 수 있다.
△ 네이버웹툰 <신과함께> / 네이버웹툰 <패션왕>
이는 과거 웹툰의 제작 시스템과는 무척이나 차별되는 시스템이다. 과거의 웹툰은 대다수 작가 개인이 홀로 제작하는 소규모 제작 방식을 취해 왔다. 따라서 작가 개인의 개성이 자연스레 묻어나올 수밖에 없었고 이는 만화의 다양성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이들 중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 기안84 작가의 <패션왕>, <복학왕>, 이말년 작가의 <이말년 시리즈>, 조석 작가의 <마음의 소리> 등이 존재한다.
△ 카카오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 / 네이버웹툰 <화산귀환>
하지만 이는 과거의 현상이며 현재는 작가 개인이 혼자 웹툰을 제작하던 시대는 종막을 고했다고 봐도 될 만큼 현재 웹툰 시장의 작품들은 대다수 스튜디오 제작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재 웹툰 시장의 작품들은 과거와 크게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다면 대부분 원작이 존재하며,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창작된 2차 저작물이라는 사실이다. 이에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장성락 작가의 <나 혼자만 레벨업>, 슬리피 C 작가의 <전지적 독자 시점>, LICO가 제작한 <화산귀환> 등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 스튜디오 제작의 작품들은 과거 개인이 제작하던 시스템과 비교해 연재 기간이 길며, 또 작품의 회차 역시 장편화되었다. 즉, 철저한 기획 아래 자본이 충분히 투입된 제작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형태를 취함에 있어 기존의 만화적 문법이 주가 아닌 원작 소설의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가다 보니 작가 개인의 유명세나 인기와 상관없이 원작 작품의 인기가 해당 작품의 흥행을 좌우하는 가장 주요한 요소가 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스튜디오 제작의 경우 기존 웹툰 제작의 방식을 탈피해 모든 것이 분업화되어 철저히 산업의 문법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금까지의 현상을 볼 때 이러한 방식의 산업화는 분명 현재 웹툰 시장이 성장함에 있어서는 효과적인 방식이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산업화의 경우 필연적으로 모든 것이 산업의 논리로 움직일 수밖에 없고, 이는 다양성의 말살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즉, 돈이 되지 않는 장르나, 혹은 그림체는 자연스레 도태되었으며 새로운 방식의 도전을 전혀 반기지 않게 되었다.
일례로 현재 대다수 웹툰 제작사에서 주력으로 제작하는 장르를 살펴보면 웹소설 원작을 기반으로 한 로맨스 판타지 장르나 혹은 소년/액션 만화 장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카카오페이지의 경우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데, 주 독자층이 웹소설 독자이다 보니 이들이 찾는 작품 역시 해당 장르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최근 몇 년간 이어져 오면서 생기는 독자들의 지독한 피로감이다. 기본적으로 특정 장르의 웹소설 성공작을 대상으로 웹툰화를 진행하다 보니 작품 개개별 차별성이 시간이 지날수록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즉, 이른바 장르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서 독자들은 무수히 많은 비슷한 작품을 지속해서 소비해야만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스튜디오 창작이라는 집단 창작 시스템의 경우 신선한 신인이 거의 등장할 수 없는 구조라 할 수 있다.
과거의 웹툰 시장에서는 각자 작가 개인의 개성이 강점이 되고 거기에 열광하는 팬덤이 자연스레 생성되어 왔다면 현재 스튜디오 창작 웹툰의 경우 작품의 제작사를 보거나 혹은 원작의 유명도를 따져 작품을 선택하다 보니 작가 개인의 팬덤은 전혀 생성되지 않고 있다.
또 철저히 분업화하여 작품을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작가 개개인의 개성이 강하게 작품에서 표출되기도 어렵다. 이는 소위 말해 인기 작가의 탄생이 점점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과거 대중에게 충분한 인지도를 가졌던 조석, 이말년, 주호민, 기안84와 같은 작가들이 현재에 들어서는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만 봐도 이러한 현상은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고 봐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특정 장르로 쏠림 현상이 만들어지고 있는 현상, 즉 독자에게 선택권을 박탈한 상태가 지속되는 현재 상황과 신인 작가의 등장이 불가능해진 제작 시스템의 조합은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지금, 점차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과거 개인 작가의 순수 창작에만 기댈 수밖에 없던 시장과 비교해 작품 수가 확 늘어난 부분이나 시장이 커진 부분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점차 새로움이 사라지는 시장은 필연적으로 흥미를 잃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런 현상이 지속될수록 현 사업에 종사하는, 혹은 종사하길 바라는 지망생들 역시 작가라는 타이틀 보다는 작업자에 점점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개성이 거세된 채, 시스템으로만 움직이는, 언제든 교체가 가능해진 시스템은 작가 개개인의 창의성이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그리고 그것은 작가 개개인의 질적 하락을 만들어내는 절대적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튜디오 창작 시스템을 터부시하거나 문제라고 할 수도 없다. 분명 스튜디오 창작 시스템이 이러한 문제점들을 만들어 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시스템이 존재하였기 때문에 현재 웹툰 산업에 종사하길 바라는 많은 사람이 안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스타가 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이러한 시스템 역시 웹툰 사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다만 현재의 웹툰 산업이 너무 일방적인 형태로 계속 진행되는 현상은 분명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창작자와 사업체를 운영하는 주체 둘 다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웹툰을 소비하는 독자들은 더는 공짜가 아닌 구매를 위해 충분히 돈을 쓸 준비가 되었고 학습이 된 상태다. 즉, 플랫폼의 고료에만 의지해야 했던 시점에서 벗어나 이제는 좀 더 산업적으로 성숙된 콘텐츠 시장이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이러한 시장을 바탕으로 보다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신인 작가가 탄생하고, 새로운 인기 작가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특정 장르의 쏠림 현상이 아닌 다양한 장르를 보다 개척해 나갈 시기라는 이야기다. 또한 이러한 신인 작가의 등장을 위해 기존의 스튜디오 창작 시스템을 구축해온 제작사의 경우에도 원작 소설의 인기에 기댄 작품의 개발만이 아닌 자체 개발을 통해 다양한 IP를 확보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제작사가 충분히 투자하고 기다려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과평가되고 계속 상승해 온 제작비의 절감을 위해 작가의 경우에도 현실적인 인세 지급을 요구하여야 하며, 또 그들 역시 온전히 스스로 작품을 창작하기 위한 질적 향상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즉, 다양한 만화, 웹툰이 등장하고 지속적으로 새로움이 생산되기 위해서는 산업체, 창작자, 그리고 유통 플랫폼 전부 지금부터 이를 위해 각자의 영역에서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