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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스포츠에 열광하는 순간들 - 만화에서 우리를 열광케 하는 순간들

슬램덩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스포츠와 만화 팬들의 이야기

2023-07-03 성인수

렉섬AFC와 데드풀

최근 웨일스의 작은 축구 클럽인 렉섬AFC(Wrexham Association Football Club)가 매우 재밌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1864년 창단되어 웨일스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전 세계에서 3번째로 오래된 이 구단은 그동안 추락과 추락을 거듭해 현재 EFL League Two(EPL 4부리그)에서 활동 중이다. 그런데 평소라면 웨일스를 벗어난 지역에선 관심도 없을 것 같은 이 렉섬AFC가 이번 프리시즌을 미국에서 치룰 예정이다. 그리고 매치 상대들이 어마어마하다. 바로 영국 1부 리그 클럽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FC 그리고 미국의 인기 클럽팀인 LA GALAXY와 필라델피아 유니온이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티켓이 팔리지 않는다면 아무리 프랜들리 매치라고 해도 성사될 수 없는데 어떻게 5부 리그에 재정위기를 겪던 렉섬AFC가 4부 리그로 승격한 것을 넘어 이런 이벤트들을, 그것도 미국에서 할 수 있게 되었을까? 웨일스에 사는 렉섬AFC의 팬들이 모두 미국으로 건너가 렉섬AFC를 원정 응원하는 것일까? 아니다. 현재 렉섬AFC의 팬은 신기하게도 미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는 내막에는 흥미롭게도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데드풀이 있다.


[ 그림 1, 렉섬 다큐멘토리 포스터와 이번 프리시즌 일정 ]


웨일스의 렉섬AFC의 구단주는 현재 롭 매킬헤니와 우리에게 데드풀로 유명한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이다. 미국에서 프로듀서 겸 배우로 활동하고 있던 롭 맥켈헤니는 코로나 시즌 집에서 휴식을 취하다 영국에서 건너온 직원 험 프리커의 추천으로 넷플릭스에서 <죽어도 선더랜드>라는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게 된다. 미국식 엔터테인먼트 스포츠에 너무 익숙한 롭은 처음에 승강제(한 시즌 성적을 통해 승점을 가장 적게 획득한 3개의 팀이 아래의 리그로 강등되고, 아래의 리그에서 1~3위를 한 팀이 상위 리그로 올라오는 시스템으로 리그마다 중계료 및 티켓 파워, 성과금 등이 너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정말 목숨을 걸고 다들 경기에 임한다)의 개념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의 노력과 팬들이 즐거웠으면 된 거지 뭘 저렇게까지 죽기 살기로 할까 싶은 마음으로 흥미를 잃어 다큐 감상의 중도 하차를 몇 번 했다고 한다. 그런데, 코로나 시즌이라 일도 없고 따로 할 일도 너무 없어 다시 꾹 참고 <죽어도 선더랜드>를 보던 중, 유럽식 스포츠 비즈니스에 큰 흥미를 느끼게 된다. 쉽게 말해 미국으로 치면 메이저리그 최고의 팀인 뉴욕 양키즈도 못 하면 5부 리그까지 떨어질 수 있고, 반대로 5부 리그에서 출발하더라도 열심히 승리한다면 1부 리그에서 우승까지 할 수 있는 승강 플레이오프가 주는 유럽식 비즈니스 드라마가 몰고 오는 가능성에 큰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이다. 그러자 곧바로 롭 맥켈헤니는 하위 리그에 있는 클럽 축구팀들을 물색함과 동시에 이 드라마를 같이 만들어 볼 공동 구단주를 찾게 되는데, 이때 이 제안을 승낙했던 사람이 바로 우리에게 데드풀로 유명한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였다. 그리고 이 둘은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지만, 현재 힘든 시기를 겪고 있고 또 잘만 키워낸다면 세계 최고의 리그인 EPL에서도 우승할 수 있는 팀을 물색했고 그때 발견한 팀이 바로 웨일스 축구 클럽 렉섬AFC였다. 그리고 2021년 2월, 롭과 라이언은 코로나가 한창이고 5부 리그에서 어렵게 지내고 있던 렉섬AFC의 시민 구단주들을 줌 미팅으로 설득해 정식 구단주에 취임하게 된다. 참고로 롭과 라이언은 동종 업계인으로는 평소 알고는 지낸 사이였지만 실제로 만난 것은 구단주로 취임한 뒤 처음이었다고 한다.


[ 그림 2, 2021년부터 구단주로 활동 중인 롭과 라이언 ]


이때부터 롭과 라이언은 자신들이 미국에선 유명한 인플루언서라는 점을 십분 활용하고 또 경영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미국 기업들의 후원을 유치했다. 그리고 마케팅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현재 은퇴 후, 유튜버로 활동 중인 영국 전 국가대표 출신 골키퍼 벤 포스터를 선수로 영입하고 실제 경기장 골대에 미니 캠을 설치하도록 허락을 받고, 그가 유튜브를 통해 경기를 송출하게 만들었다. 축구를 볼 때 그 누구도 본적 없는 골키퍼의 시점으로 경기를 볼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한 것이다. 또 구단주 본인들도 직접 경기장을 찾아 승강을 하지 못할 때 함께 울고, 또 컵 대회에서 우승을 하지 못하는 과정, 또 다음 시즌 승강에 성공해 4부 리그에 진출 및 카퍼레이드를 BBC에 내보내고 또 그 과정에 구단 내 재밌는 이야기들은 밈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국 사람들이 이 5부 리그의 팀을 사랑하고 팬이 되도록 만들기 위한 ‘모방 심리’과 ‘간극의 드라마’를 선사를 위해 이 모든 과정을 다큐멘터리 <WELCOME TO WREXHAM>로 제작한 뒤, OTT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3년 만에 렉섬AFC의 팬들은 웨일스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데드풀과 함께 미국 전 지역에 팬을 보유한 팀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스폰서로 틱톡과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익스피디아를 유니폼에 달고 뛰고 심지어 훈련 때 착용하는 트레이닝 킷의 스폰서는 따로 받고 있다. 그리고 2023년부터는 미국에서 유명한 커피 브랜드인 ‘스톡 콜드 브루 커피’에 렉섬AFC의 스타디움 지명권(일정한 돈을 주면 기간 동안 축구 경기장의 이름을 명명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스폰서) 판매를 성공시켰으며 이제 7월이면 앞서 나열한 쟁쟁한 팀들과 미국에서 친선 경기를 가지게 된다. 고작 4부 리그의 팀이.


그럼, 미국의 렉섬AFC 팬들은 왜 연고도 없고 같은 대륙도 다르며, 그동안 즐겨온 방식과 다른 유럽식 승강제 스포츠에 매료되어 팬이 되었을까? 마케팅에서 소비자가 실제 돈이든, 감정이든, 시간이든 우리의 콘텐츠를 소비하도록 만드는 과정엔 총 5단계가 있다. 그것은 ‘관심 – 고려 – 구매 – 재구매 – 팬’으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 렉섬AFC의 관심을 끌게 만든 것은 그 누가 뭐라고 해도 롭과 라이언이라는 인플루언서 영향이 컸을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 유명한 배우들이고 그들은 다양한 형태의 재미를 통해 소비자를 즐겁게 해왔기 때문에 그들이 재밌는 무엇가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충분히 ‘뭐지? 저 미친 짓은?’ 하며 이 축구 클럽을 팔로잉할 가벼운 관심은 생겨났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났다면 그냥 재밌는 미친 짓 정도로만 기억되었겠만, 그들은 전직 국대출신 골키퍼 유튜버를 선수로 데려오고 또 4부 리그 승격이 확정된 기자회견장에 구단주인 라이온 레이놀즈가 난입해 자신도 메달을 달라고 떼를 쓰며 선수들과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밈으로 만들어 관심 및 고려 단계 정도에서 렉섬AFC를 가볍게 팔로잉하던 사람들에게 한 단계 더 친숙하게 걸어들어올 수 밖에 없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런 재미는 일상으로 SNS를 통해 이루어졌다. 그러다보니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자신이 바랐던 이익보다 더 큰 재미를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또 그 과정에서 생기는 간극과 재미 그리고 그걸 주도하는 데드풀과 나도 함께 하고 싶고, 팀은 자꾸 발전해 미래로 나아간다면 한번 빠져든 사람들은 쉽게 렉섬AFC를 향한 마음을 거둬드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이클이 몇 번 반복되면 렉섬AFC가 겪는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고 팀이 겪는 불행이 곧 나의 불행인 감정 동기화가 유지되고 그것이 곧 우리가 말하는 팬이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3년 만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지만 현재 4부 리그에 있는 렉섬AFC는 축구판에서 가장 흥미로운 팀 중에 하나가 되었다.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팬덤과 함께.


[ 그림 3, 유튜브로 중계중인 골키퍼 벤 포스터 ]


렉섬AFC의 사례가 꽤 인상적인 이유는 기존의 스포츠 팬덤이 만들어지는 것과 다른 방식인데 그것에 재미를 느낀다는 것이다. 기존의 방식이란 부모님을 따라 혹은 친구를 따라 아니면 국제적 행사에서 어떤 선수를 보거나, 유독 재밌었던 경기에서 유독 잘했던 어떤 선수에게 호감이 생기는 방식정도로 정의한다면 이번 경우는 하나의 기획된 움직임 속에 웨일스 현지 팬들도 즐거울 수 있고 새롭고 유입되는 팬들도 즐거울 수 있는, 진지하지만 유쾌하고 다양한 접근 방식을 통해 다가갔다는 점이고 이는 21세기에 팬덤을 모으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한번은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는 지점이다. 앞으로 렉섬AFC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까지는 역사와 낭만 그리고 갑자기 찾아온 구단주 찬스가 드라마를 만들어 전세계적인 팬덤을 만들기위해 노력 중이지만, 더 이상 성적이 나오지 않아 몇 년동안 4부리그에 멈춰있게 된다면 웨일즈를 벗어난 지역에서의 팬덤은 갑자기 생겨난 그 속도만큼 빠르게 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장 오래된 구기 스포츠이기 때문에 가장 클래식하기도 한 축구가 21세이 트렌드에 맞춘 마케팅을 만나 보여준 다양한 운영 방식은 우리가 성적을 제외하고도 왜 스포츠에, 왜 그 팀에 열광하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명 꼽을만하다. 


슬램덩크 더 퍼스트가 보여준 것

만화 시장에서도 이런 팬덤 현상은 재밌는 형태로 발현되기도 한다. 최근 한국에 개봉해 의미있는 팬덤 문화의 재미를 보여주고 서서히 착륙 중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이하 ‘슬램덩크’)가 콘텐츠 분야에서 등장할 수 있는 재밌는 팬덤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슬램덩크>의 로그라인은 풋내기 농구 선수 강백호와 북산고교 선수들의 전국재패를 향한 성장 드라마‘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이 작품의 경우 최근 <슬램덩크>가 극장에 개봉했을 때 ’아저씨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 될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다. 말 그대로 출판만화 <슬램덩크>가 연재될 당시에 10대, 20대를 보낸 지금의 40대, 50대들만 극장을 찾을 것이라고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서 극장판 애니메이션 성적이 신카이 마코토나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이 아닌 경우, 일반 영화보다 그렇게까지 성적이 나온다고 볼 수 없고, 관 배정도 많지는 않기에 큰 관심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역대 일본영화 한국 흥행기록 2위를 달성하며 468만 명의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관객들의 n차 관람은 기본이고 TV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불렀던 가수 박상민씨는 극장으로 소환되어 ’너에게로 가는 길‘을 다시 불렀다. 또한 이 과정에서 다시 농구 코트를 찾아 취미로 농구를 시작하는 10대, 20대들도 많아지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별을 따지지 않고 하고 싶은 사람들이 코트로 모여들었다는 점이다. 그뿐만 아니다. 극장에 다녀온 10대들이 부모님에게 정대만의 과거나 송태섭의 과거, 슬램덩크 당시의 이야기로 부모와 소통할 수 있는 이야기거리가 생기기도 했고 어떤 부모는 “우리 때 권준호는 인기없다.”는 것으로 딸과 오랜만에 대화를 나눴는데 시간이 1시간 가까지 지나서 크게 놀랐다는 분도 계셨다. 그리고 이런 영향 때문인지 만화책은 다시 불티나게 팔렸고, 인터넷 서점 판매 순위 1위부터 20위까지를 <슬램덩크> 1권에서 20권까지를 차지했다. 그리고 각종 행사장에선 슬램덩크 마케팅이 붐을 이뤘고 키링과 포스터를 받고자 줄을 섰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독특했던 이벤트로는 출판 만화의 주인공인 강백호나 극장판의 주인공인 송태섭이 속해있는 북산을 응원하는 상영회가 아닌 상대팀인 산왕과 정우성이 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산왕응원 상영회‘같은 행사도 반대로 이루어지며 앞서 설명한 완벽하게 감정이 동기화된 상태로 콘텐츠를 즐기는 이벤트들도 생겨났고, 성우들이 직접 응원 상영회에 참여해 함께하기도 했다.


[ 그림 4, 슬램덩크 응원 상영회 ]


이런 재밌는 현상들이 일어난 근본에는 소비자가 감정 이입할 수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인물의 성장에 감정 이입하며 볼 수 있는 스토리라인을 동반한 콘텐츠 자체의 훌륭함도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함께 중요하게 체크해봐야 할 지점은 바로 소비자를 디테일하게 관찰이고 다양한 이벤트와 밈의 자유도를 보장하고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줬다는 점이었다. 흔히 말하는 마음껏 덕질하고 여러 SNS에서 자신의 북산, 산왕 혹은 인물과 관계없이 호감이 갔고 감정이입이 되었던 캐릭터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또한 만화책과 비교 해고며 다양한 밈을 만들어 내고 또 ‘안감독 무능력설’, ‘송태섭이 오키나와 태생인 이유?’ 등 다양한 생각을 피력하며 웃고 즐기며 대화의 자리에 아무렇지 않게 꺼내놓을 수 있는 주제로 활용되었다. 덕분에 요즘 한 달이면 작품이 내려가는 극장가에서 긴 시간 동안 다양한 관점과 형태로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즐기는 사람들이 생겨날 수 있었고 이는 우리가 꼭 작품과 더불어 다양한 관점에서 독자들과 소통의 디테일을 더해야 하는 시대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좋은 현상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웹툰 시장을 포함한 만화 시장 전반에도 분명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결국 작품을 만들어 판다는 것은 무거운 주제를 다뤄도, 가벼운 주제를 다뤄도 결국 타인에게 우리의 콘텐츠를 봐달라고 말을 거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이 그 작품을 즐거워할 수 있고 작품을 좀 더 재미있게 그리고 오래 깊이 팔로잉할 수 있도록 만들 기회가 보인다면 다양한 방식의 이벤트를 통해 독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연재의 압박이 너무 심한 타이밍이 아니라면 작가의 신비주의가 매우 중요한 공포 만화를 선보이면서도 넷플릭스 유튜브에 등장해 피식하며 웃고 있는 이토 준지 아저씨처럼 작가들도 전면에서 홍보하고 조금은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도 함께 즐거울 수 있는 이벤트를 해나갈 필요성이 있다. 그리고 또 다양한 방식의 협력도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렉섬AFC와 같이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을 통한 프로모션도 만들어볼 수 있다. 만화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인플루언서 과학자, 철학가, 아이돌, 유튜버 혹은 이상하리만큼 만화랑 관계없을 것 같은 분들과 작가가 함께 앉아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고 그걸 잘 편집해 업로드만 해도 서로가 이 작품을 통해 타인의 입에서 듣고 싶었던 말을 들으며 공감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이는 좀 더 많은 사람이 해당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유명 패션 브랜드나 식품, 제품들과의 협업도 작품의 가치를 올리고 다양한 노출 기회를 잡는다는 점에서 재밌는 효과를 보게 될 수도 있다. 이는 작품의 이미지를 활용한 단순한 제품의 판매를 넘어 독자가 어떤 지점에서 이 작품을 즐겁게 보고 있고, 혼자 보는 만화지만 어떤 마음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지 등의 디테일을 더하는 작업으로 좀 더 세련된 콘텐츠 시장 조성을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현자 만화 시장은 작품을 먼저 감상하며 시장에 유입되거나, 미디어 믹스를 통해 제작된 만화 원작의 드라마, 영화를 통해 대부분 유입된다. 하지만 좀 더 다변화된 유입 경로를 고민하고 독자들이 열광케 할 지점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과정에서 어떤 유입 경로를 통해 오더라도 작품의 감상이 꼭 먼저여야 할 필요도 없다. 전혀 상관없는 인플루언서를 통해 작품을 알게 되고 뒤늦게 작품을 감상해서 다양해진 유입 환경만큼 시장은 재밌어지고 또 다른 경로를 통해 작품의 존재를 알고 뒤늦게 와서 시장에 유입되어도 산업 전반은 분명 재밌어진다. 중요한 것은 이제는 다양한 유입경로를 고민하고 어떤 디테일을 더하여 독자들이 작품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울 것인지도 함께 생각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는 점이다. 


필진이미지

성인수

웹툰작가, 독립만화서점 ‘SideB’  대표
독립만화전문 팟캐스트 <성인수의 만화클래식> 진행, 서울웹툰아카데미(SWA) 출강
『만화 읽고 쓰다 1, 2권』 공저
<정신과 시간의 만화방 2호점, SideB>, <홍콩, 봄 초 단편 만화 온라인 전시회>, <독립에서 독립하기>, <하고 싶은 만화전> 전시 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