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애플, 아마존 그리고 일본 대형 기업들 웹툰 서비스 본격 전개, 그런데 이름이 ‘세로읽기 망가(코믹)’?

일본 서비스에서 '웹툰'이 아닌 '세로읽기 망가'로 표현하고 있는 이유들을 살펴봅니다

2023-07-20 김은권

대형 외국기업의 본격적인 웹툰사업 진출

세계 웹툰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 애플과 아마존이 일본에서 웹툰 사업을 시작했고, 슈에이샤, 라쿠텐, 반다이 같은 대형 일본 기업들도 웹툰 서비스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슈에이샤는 대표적 일본 만화 잡지 『주간 소년 점프』를 발행하는 출판사로, <드래곤볼>, <슬램덩크>, <나루토>, <원피스> 같은 작품으로 유명하다. 라쿠텐은 일본 최대 인터넷 쇼핑몰 ‘라쿠텐 이치바’를 비롯해 통신사, 신용카드사 등을 소유한 인터넷 종합 서비스 기업이다. 반다이는 건담 프라모델(건프라) 등으로 잘 알려져 있는 세계적인 캐릭터 상품 제조업체이다. 모두 각 분야를 대표하는 유력 회사들로, 2023년 또는 2024년 중 웹툰 사업 시작을 예고했다. 덧붙여 일본 종합 콘텐츠 기업 카도카와는 이미 웹툰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 표 1, 글로벌 및 일본 기업 사전 진출 현황 요약 ]


현재 일본 웹툰 시장은 한국 업체가 장악했다고 볼 수 있다. 카카오가 소유한 웹툰 플랫폼 『픽코마』와 네이버 소유의 『라인망가』가 매출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특히 『픽코마』는 만화 관련 앱 세계 매출 1등을 겸하고 있다. 그 이유는 출판만화를 소비하던 일본 독자들의 구매력이 디지털 만화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 디지털 만화 매출 1등이 곧 세계 1등이다. 애플과 아마존이 웹툰 서비스를 일본에서 먼저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화 왕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력한 출판만화 산업 역량을 가진 일본이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한국 업체가 일본은 물론 세계 웹툰 시장을 선점하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제 때 대응하지 못한 이유는 웹툰에 대한 저평가와 ‘일본 출판만화가 최고’라는 자신감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우수한 작품을 계속 선보이면 독자들이 당연히 웹툰보다는 출판만화를 선택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생필품이 된 스마트폰으로 인해 콘텐츠 소비 방식이 달라지면서 일본 내 출판만화 시장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고, 웹툰 시장은 급속 성장하고 있다. 보수적인 일본 기업들도 구체적인 데이터로 증명되는 상황 변화를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들어 졌고, 결국 웹툰 사업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 그림 1, 일본만화시장규모 (원자료 출처 : 일본 전국출판협회 출판과학연구소 / 번역자료 출처 : kotra) ]


예전부터 한국 웹툰 산업 종사자들이 사석에서 모이면 “일본 만화계가 아직 웹툰에 관심이 없으니까 한국 웹툰이 활개 치는 거지, 출판만화 강국 일본이 본격적으로 정신 차리고 웹툰을 하려고 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라는 이야기를 종종하곤 했는데, 바로 그 때가 온 것이다.

다행인 점은 그동안 한국 웹툰 산업이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내공을 쌓아 왔다는 점이다. 웹툰을 제작하고 서비스 하는 업체는 세계 여러 나라에 있지만, 그중 한국 웹툰 제작사와 서비스사가 가장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애플과 아마존도 이를 인정해 자사 웹툰 서비스에서 한국 작품들을 앞세우고 있다.

반면 일본 회사들은 일본 현지 작가 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기존 일본 출판만화 산업이 다져놓은 막강한 저력을 웹툰으로 끌어 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웹툰’이 아니라 ‘세로읽기 망가(코믹)’?

그런데 외국 웹툰 서비스 업체 모두 묘한 공통점이 있는데, ‘웹툰’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세로읽기 망가(코믹)’라는 명칭을 내세우는 점이다. 여러 업체의 보도 자료와 해외 관련 기사 등을 통해 수집한 대표적인 표현을 몇 가지 꼽으면 다음과 같다.


[ 표 2. 세로스크롤를 가르키는 다양한 표현들 ]


웹툰은 ‘세로 스크롤 웹 페이지’에 만화가 적응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형식적인 부분만 따지면 ‘세로읽기 망가(코믹)’가 잘못된 표현은 아니다.

그러나 웹툰 종주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서 ‘세로읽기 망가(코믹)’보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고 사용되는 ‘웹툰’이 글로벌 표준 명칭이 되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야 우리나라가 종주국으로서 위상을 분명하게 할 수 있고, 앞으로 더욱 성장할 글로벌 웹툰 시장에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만화’는 아직도 ‘한국식 망가’로 설명되는 경우가 꽤 있다. 일본 ‘망가’의 글로벌 브랜드 파워가 워낙 강하고, ‘만화’라는 명칭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잘 모르는 사람이 듣기에 한국 만화가 일본 망가 하위 분파 또는 아류로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비슷해 보이는 것이 있을 때 본가와 분파 중 기왕이면 본가의 것을 높이 평가하고 선호하는 것이 보편적 심리이다. 그래서 이런 식의 설명과 인식은 한국 만화에 유익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자칫 ‘웹툰’이 글로벌 표준 명칭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점차 ‘웹툰은 한국식 세로읽기 망가(코믹)’라는 식의 설명이 붙게 된다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외국기업이 ‘웹툰’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

외국기업이 웹툰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웹툰’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웹툰’은 우리나라에서는 20여년 넘게 사용되어 온 일반명사이지만, 해외에서는 매우 낯선 명칭이다. 직관적이지도 않다. 웹툰을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이름만 듣고 웹툰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연상하기 어렵다. 그래서 추가 설명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러나 ‘세로읽기 망가(코믹)’는 매우 직관적이다. 말 그대로 ‘세로읽기’ 방식으로 보는 ‘망가(코믹)’이기 때문에 부차적인 설명이 필요치 않다.


둘째, ‘웹툰’은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익숙한 형식의 콘텐츠이지만, 세계 시장에서는 아직 소수 마니아들만 소비한다. 물론 단순 수치적으로 이미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고, 지속적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전체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의 ‘소비 비율’로 따지면 웹툰을 아직 모르는 이들이 훨씬 많다. 

웹툰 시장에 신규로 진입하는 외국기업들은 기존 웹툰을 즐기는 독자 뿐 아니라 아직 웹툰을 모르는 사람들까지 염두하고 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에 앞서 설명한 것처럼 웹툰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세로읽기 망가(코믹)’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비즈니스 측면에서 합리적이다.


셋째, 한국 웹툰이 세계 웹툰 시장에서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래서 이미 강력한 선두 주자가 있는 자리에 동일한 이름으로 진입해 뒤쫓는 모양을 만드는 것 보다 뭔가 다른 이름으로 포장해 ‘기존과 다른 새롭게 등장한 망가(코믹)’라는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것이 후발 주자 입장에서는 더 나은 마케팅 전략일 수 있다.


넷째, ‘웹툰(webtoon)’ 상표권을 『네이버 웹툰』이 미국, 일본, 인도네시아, 대만 등 여러 나라에서 취득했다는 점이다. 웹툰 사업을 새롭게 시작하고자 하는 기업 입장에서 특정 업체가 상표권을 가지고 있는 명칭 사용을 기피하는 것이 당연하다. 소송, 손해 배상, 사업 차질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웹툰’ 명칭 사용 역사

‘웹툰(webtoon)’ 명칭을 처음 사용한 곳은 1999년 개국한 인터넷만화방송 사이트 ‘애니비에스(AniBS)’로 알려져 있다.

이후 2000년 인터넷 포털 사이트 ‘천리안’이 『천리안 웹툰』을 선보였고, 인터넷 비즈니스의 근간이 되는 ‘트래픽’ 유발을 위해 무료 웹툰을 제공함으로서 더 많은 방문객을 유인하는 사업 전략을 선보였다. 참고로 당시 『천리안 웹툰』에서 제공하던 웹툰은 대부분 출판만화 원고를 웹에서 그냥 보여주는 형식이었다.

세로 스크롤 연출 방식은 2003년 강풀 작가의 <일쌍다반사>, 2004년 강풀 작가의 <순정만화>, 강도하 작가의 <위대한 캣츠비>, 양영순 작가의 <1001> 등이 큰 화제를 모으면서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고, 이 작품들의 대성공으로 웹툰이 큰 주목 받게 됐다.

웹툰이 화제성과 트래픽 유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지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들이 너도나도 웹툰 서비스를 시작했다. 2002년 『야후! 카툰세상』, 2003년 『다음 만화 속 세상』, 2004년 『파란 카툰』, 『엠파스 만화 엔진』 등이 대표적이다.

이렇듯 초기에는 업체들이 서비스 타이틀 명칭에 ‘웹툰’이라는 이름을 잘 사용하지 않았지만, 대신 하부 카테고리로 ‘웹툰’을 만들고 세로 스크롤 방식으로 보는 만화를 그곳을 통해 제공했다. ‘인터넷 만화’, ‘웹만화’, ‘인터넷 카툰’ ‘웹카툰’, ‘인터넷 코믹스’, ‘웹코믹스’ 등과 같은 표현이 ‘웹툰’과 더불어 사용되던 시기였는데, 그중 ‘인터넷에서 세로 스크롤 방식으로 보는 만화’는 ‘웹툰’이라는 개념이 점차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가 2004년부터 인터넷 만화 서비스를 제공하던 네이버가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웹툰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담당자가 한 명뿐이었고, 한정된 예산에 작가 섭외도 어려움이 많았지만, 네이버 포털이 점유율을 확대하고 조석 작가의 <마음의 소리> 같은 화제작이 다수 연재되면서 대표적인 웹툰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웹툰’은 국내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일반명사가 된다.

그런데 『네이버 웹툰』이 해외 진출을 하면서 여러 주요 국가에서 ‘웹툰(webtoon)’에 대한 상표권을 취득한 것이다. 당연히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이 문제에 대해 국회에서 지적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웹툰』은 외국기업이 ‘웹툰(webtoon)’ 상표권을 선점하는 것을 막고, 한국기업이 만든 시장을 빼앗아 가지 못하도록 하고자 그랬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한국기업을 상대로 상표권을 주장할 생각은 없지만, 외국기업이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네이버 웹툰』이 해외에서 ‘웹툰(webtoon)’ 상표권을 취득할 수 있었다면, 어느 업체라도 그럴 수 있었다는 이야기이기는 하다. 상표권 소유는 보통 누가 먼저 신청 하느냐로 결정되기 때문에 만약 엉뚱한 외국기업이 ‘웹툰(webtoon)’ 상표권을 먼저 차지해 버렸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이없고 황당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부분에서는 『네이버 웹툰』의 설명이 나름 일리 있다.

또 『네이버 웹툰』이 ‘웹툰(webtoon)’ 상표권 취득하지 않았더라도 외국기업들이 웹툰이 아닌 다른 명칭을 사용했을 수 있다.

이와 같이 여러 이유로 다수의 외국기업이 ‘웹툰’을 서비스하면서 ‘세로읽기 망가(코믹)’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해외에서 ‘웹툰’이 아닌 다른 명칭이 점차 많이 사용되는 것은 웹툰 종주국인 우리나라 위상과 영향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칫 사용하기 좋도록 축약된 ‘버티컬코믹’이나 ‘타테망가’와 같은 식의 표현이 등장하고 세계적으로 더 널리 보편화가 될 우려가 있다.


‘웹툰’을 글로벌 표준 명칭으로 만들기 위한 결단과 노력 필요

래서 ‘웹툰’이 세계에서 널리 사용하는 일반명사가 될 수 있도록 두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먼저 『네이버 웹툰』이 ‘웹툰(webtoon)’ 명칭 사용권을 공식적으로 개방해 주기를 바란다. 전 세계 어느 기업이나 ‘웹툰’이라는 명칭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웹툰’이 보편적 표준 표기이며, ‘한국이 웹툰 종주국’임을 홍보 포인트로 삼는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웹툰의 브랜드 파워를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 게임 기업 일본 닌텐도의 경우 다른 회사가 닌텐도의 특허를 모두 피하고자 할 경우 게임 제작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게임 관련 주요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수많은 게임 업체가 게임 개발 과정 중 닌텐도의 특허를 필연적으로 침해하곤 하는데, 닌텐도는 너무 노골적으로 베끼거나, 특정 회사가 기술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면 특허 기술 무단 사용을 알면서도 묵인해 주거나 사용을 관대하게 허용해 주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사실상 게임 관련 주요 기술을 먼저 개발한 후 발 빠르게 특허를 취득하여 특정 회사가 해당 기술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막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서 게임 산업의 상생 발전을 이끌어 내고 있는 것이다.

전기자동차 제조사 테슬라 경우도 자사가 보유한 전기자동차 관련 특허를 다른 자동차 제조사에게 개방함으로서 이를 통해 전기자동차 산업의 빠른 발전과 확장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를 참고해 ‘웹툰’이 글로벌 표준 명칭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네이버 웹툰』의 대승적인 결단을 기대한다.


두 번째 제안하고 싶은 것은, 국내 웹툰 산업계와 웹툰 지원 기관이 힘을 모아 웹툰을 ‘웹툰’이라고 부르고 표기하는 글로벌 캠페인을 장기 전략으로 전개하는 것이다. 공공기관인 국토지리정보원의 ‘우리 지명 바르게 사용하기 캠페인’ 등이 좋은 참고 사례이다.


과거 ‘김치’가 일본식 발음인 ‘기무치’로 세계에 소개되고 일본 음식으로 잘 못 알려졌던 일이 있었다. 또 최근에는 중국이 김치는 ‘한국식 파오차이(중국 야채 절임 음식)’이고, 중국으로부터 유래한 음식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웹툰과 관련해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웹툰’ 명칭 알리기 글로벌 캠페인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국내 웹툰 산업 종사자 모두의 자부심과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며, 웹툰 종주국으로서 우리나라와 우리 웹툰 산업의 글로벌 브랜드 파워 강화에 분명한 도움이 될 것이다.


필진이미지

김은권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웹툰만화콘텐츠전공 교수 
만화전문교육자, 만화가, 만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