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메뉴
아카이브
웹진
이용안내

칼럼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23년 1분기 만화 유통 시장 톺아보기 '산업 임계점를 인식하고 대비하자'

지속적인 통계 분석과 시장 조사를 통해 산업 임계점을 인식하고 대비하자

2023-08-18 백종성


1. 2023년 1분기 만화·웹툰 유통 통계 자료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2023년 1분기 만화·웹툰 유통 통계 자료를 발표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총괄한 최초의 만화·웹툰 산업 관련 아카이빙 통계자료인 만큼 그 의미가 크다. 오랜 기간 동안 구축하고자 노력했던 만화규장각 아카이브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된 것으로 향후 한국 만화·웹툰 산업의 신뢰성 있는 통계자료와 객관적 지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꾸준히 우상향 하던 웹툰 산업은 2010년대 중후반을 기점으로 기다리면 무료 등의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안착과 노블코믹스의 성공, 코로나 비대면 수혜 등을 통해 가파르게 성장했다. 2020년을 전후로 웹툰 투자 열풍이 불며 웹툰 제작 스튜디오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웹소설 시장의 성장에 맞춰 노블코믹스의 수요가 크게 증가했으며 그에 따라 플랫폼 게재 작품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일부 작품이 신작 서비스와 동시에 하루 만에 1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달콤한 과실을 맛본 제작사들도 다수 있었다. 그러나 2022년을 기점으로 다수의 제작사에서 매출의 한계와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플랫폼 전체 매출은 늘었지만 전체 작품 수가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작품 당 매출이 분산되어감으로써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는 작품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동안 명확한 통계가 부재하여 일정 부분 추측만 가능하던 상황에서 이번 만화·웹툰 유통 통계자료를 통해 웹툰 시장의 산업 흐름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2. 통계 자료 개요

2023년 1분기 만화·웹툰 유통 통계 자료는 만화·웹툰·전자책 관련 동향 파악과 산업 규모를 추이하는 형태의 통계자료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3년 1월 1일부터 2023년 3월 31일까지 34개 웹툰 플랫폼, 3개의 출판만화 수집 플랫폼, 4개의 전자책 수집 플랫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분기별 유통 작품을 신작, 기성, 중복 연재로 구분하여 독점과 비독점 연재 작품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으며 전분기, 전년 동분기 대비 등록 작품 수를 비교하여 연별, 분기별 비교를 명확히 할 수 있도록 조사되었다. 



3. 웹툰, 전자책 작품의 폭발적 증가

불과 몇 년 전에 비해 플랫폼에서 연재하는 작품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4년에 네이버 웹툰을 서비스하면서부터 이후 10년 간 총 520편의 작품이 연재되었는데, 현재는 같은 플랫폼인 네이버 웹툰에서 하루에 90여 편의 작품이 연재될 만큼 작품 수가 늘어났다. 네이버 웹툰뿐만 아니라 2010년대 초중반 레진코믹스, 봄툰, 투믹스, 탑툰 등 웹툰전문플랫폼들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일부 플랫폼은 포털사이트보다 더 많은 수의 작품을 유통하기 시작했다. 이후 카카오페이지의 플랫폼 개선과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으로 다시 한번 변곡점을 만들며 2020년을 전후로 대다수 플랫폼에서 서비스하는 작품 수가 크게 증가했다. 이번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전체 플랫폼 1분기 신작 작품 수가 4,034개로 2018년에 신규 등록된 웹툰 수가 2,254편인 것에 비추어 볼 때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분기별 등록 작품의 비교를 통해 보다 명확하게 변화되는 상황을 추이할 수 있는데 2023년 1분기 등록 작품 5,034개(기성 작품 포함), 2022년 4분기 등록 작품 2,810개, 2022년 1분기 등록 작품 3,256개임을 비교해 봤을 때 불과 1년 만에 등록 작품 수가 전분기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상술했던 것처럼 플랫폼 자체 매출은 작품이 늘어남에 따라 점진적으로 우상향하고 있지만 작품별 매출은 하락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늘어난 작품 수와 비례하게 플랫폼 매출이 증가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전반적인 작품별 매출의 하락 양상으로 본다면 정비례하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플랫폼 및 작품별 매출액이 공개되지 않아 제한적인 유추만 가능하다는 것이 아쉽다. 웹툰 유통 상세 통계를 살펴보면 34개의 플랫폼 중 1분기 등록 작품 수가 많은 곳은 네이버시리즈 531개, 카카오페이지 433개, 봄툰 411개, 조아라 359개, 네이트앤북 349개, 레진코믹스 335개 순으로 나타났다. 2023년 1분기 연재 중인 작품 수는 레진코믹스 793개, 네이버시리즈 770개, 카카오페이지 746개, 리디북스 609개, 봄툰 566개, 네이버웹툰 511개로 네이버, 카카오페이지를 제외한 리디북스와 키다리스튜디오의 산하 브랜드인 봄툰과 레진코믹스등 자주 언급되는 웹툰 전문 플랫폼들이 눈에 띈다. 웹툰 신작 작품 수는 네이버시리즈 456개, 카카오페이지 384개, 조아라 335개, 봄툰 333개, 네이트앤북 279개, 원스토리 279개로 네이버시리즈와 카카오페이지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비독점 신작의 비중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트앤북과 원스토리는 대다수의 작품이 신작으로 서비스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2020년대 초반 웹툰 붐에 편입하여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서로 제휴하여 사실상 원스토리의 작품을 네이트앤북에서 동일하게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플랫폼이라 봐도 무방하다. 마찬가지로 비독점 작품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웹툰 시장에 비해 출판만화 시장은 지속적으로 하락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23년 1분기 1,088개, 2022년 1분기 1,099개로 근소하지만 점차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 확인된다. 이에 반해 전자책은 두 배 이상의 작품 증가 추이를 보여준다. 2023년 1분기 1,906개, 2022년 1분기 994개로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만화·웹툰 시장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독서 문화의 변화로 읽힌다. 종이책 독서율은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전자책 독서율은 증가하고 있으며 젊은 세대일수록 전자책 독서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대 전자책 독서율은 2019년 39%에서 2020년 50.5%로 크게 뛰었다. 인쇄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종이책에 비해 큰 비용 없이 제작할 수 있는 전자책 제작 수요가 늘고 있으며 텀블벅 등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정식 연재 없이도 구매자들을 모집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4. 독점과 비독점 연재

현재 웹툰 서비스는 특정 플랫폼에서만 연재하는 독점 연재 방식과 같은 작품을 다양한 플랫폼에 연재하는 비독점 연재 방식이 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 웹툰의 경우 100% 독점 방식으로만 연재하고 있으며 네이버 시리즈, 카카오페이지, 봄툰, 레진코믹스 등 대다수 플랫폼들은 독점과 비독점 방식을 겸하고 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미리보기, 기다리면 무료 등을 통해 유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독점 방식을 선호하고 있으며 비독점 방식의 연재는 사실상 매출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간혹 BL 등 특정 장르에서 비독점 연재가 수익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예외적이기에 대다수가 독점방식을 선호하며 그만큼 독점 연재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2023년 1분기 웹툰 신작 수는 4,034개, 중복 연재 제외 작품은 1,662개로 2,372개의 작품이 비독점 연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다수 작가나 제작사들은 독점 연재를 원하지만 플랫폼의 독점 연재 기준을 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비독점 연재를 하거나 이미 서비스된 작품의 추가 수익을 목적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한 개의 작품이 10개 내외의 플랫폼에서 연재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현재 통계자료를 통해 비독점 작품의 수를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다소 아쉽다. 


5. 전분기, 전년 동분기 대비 웹툰 유통 상세 통계

전분기 대비 웹툰 유통 상세 통계를 통해 플랫폼의 동향을 유추해 볼 수 있다. 2022년 4분기 대비 2023년 1분기 작품 수 증가율이 높은 플랫폼은 조아라 754%, 원스토리 560%, 마녀코믹스 423.1%, 봄툰 411%, 네이버시리즈 314.8%으로 비교적 신생플랫폼들인 조아라, 원스토리의 약진이 눈에 띈다. 두 플랫폼 모두 2022년 4분기 작품 수가 40~50개 내외로 적었으나 2023년 1분기에 350개 내외의 작품을 서비스하고 있으며 웹소설 기반의 플랫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증가율이 높은 플랫폼들은 대부분 웹소설 기반이거나 비독점 작품들을 주로 서비스하는 플랫폼들임을 확인할 수 있다. 감소율이 높은 플랫폼은 왓챠 -50%, 이만배 -50%, 네이버웹툰 -40%로 외면받고 있던 생활툰 장르나 오리지널 작품들을 위주로 서비스를 시도했던 왓챠와 이걸 만화로 배워?라는 슬로건으로 학습 관련 웹툰을 서비스하던 이만배 등 노블코믹스 이외 플랫폼들의 부진이 눈에 띈다. 전년 동분기 대비 증가율이 높은 플랫폼은 디아툰 1000%, 조아라 266.3%, 카카오페이지 183%, 케이툰 169% 순으로 나타났으며 디아툰의 경우 2022년 1개, 2023년 10개 작품으로 전년도 작품 수가 너무 적었기 때문에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나머지 플랫폼들은 전분기 대비 높은 증가율을 보여줘 지속적으로 작품 수를 늘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분기 대비 감소율이 높았던 왓챠와 이만배는 2022년 0개 작품으로 증감률 조사에서 미표기 되었는데 1년 만에 등록 작품 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 플랫폼의 부진이 아쉽게 느껴진다. 네이버 웹툰의 경우 전분기, 전년 동분기 모두 40.4%의 감소율을 보이는데 현재 작품 수를 임계점으로 보고 있는 것인지 웹툰 산업의 중심점에 있는 플랫폼인 만큼 향후 행보를 주목해야 하겠다. 


6. 연령등급별 작품 추이

2023년 1분기 등록 작품의 연령등급을 살펴보면 전체 연령 31.2%, 12세 이상 0.8%, 15세 이상 11.8%, 19세 이상 56.2%로 나타났다. 12세 이상이 1% 미만이라는 점, 19세 이상의 성인 독자층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 50%를 넘는다는 점을 주목할만하다. 가능한 많은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체 연령이나 구매력이 높은 성인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 전략을 취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애매한 12세 이상의 표현 수위를 두는 것을 지양하고 있다. 네이버웹툰, 카카오페이지 등 대기업 기반의 플랫폼은 19세 이상 비율이 10% 미만, 전체 연령 비율이 40~50% 내외로 나타나며 웹툰전문플랫폼들은 투믹스 86.7%, 코미코 84%, 짱만화 84.4%, 조아라 79.4%, 봄툰 73% 등 대부분 19세 이상 독자를 대상으로 서비스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전분기 대비 연령등급별 신작 작품 증감률을 살펴보면 전체 연령 101.7% 증가, 12세 이상 16.7% 감소, 15세 이상 2.4% 감소, 19세 이상 159.8% 증가로 나타나며 12세, 15세 등 애매한 독자층보다는 구매력이 높은 성인 중심의 작품이 증가하거나 제한이 없는 전체 연령 작품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년 동분기 대비 연령등급별 신작 증감률을 살펴보면 12세 이상이 –40.3%로 감소율이 가장 높고 19세 이상이 105.2%로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데 애매한 청소년 대상 장르보다는 성인 중심의 수위 높은 성인물이나 BL 장르 등 지속적으로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특정 장르 제작 선호도가 높음을 예측해 볼 수 있겠다.  


7. 웹툰 전성기 경신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2023년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웹툰 산업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한계점을 시험해 보는 해가 될 것처럼 보인다. 국내 웹툰 독자들은 한정되어 있고, 작품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노블코믹스를 중심으로 성장한 스튜디오형 제작사들은 <나 혼자만 레벨업>, <부자집 막내아들>, <내가 키운 S급들>처럼 유명 작품의 위상을 꿈꾸고 있지만 하루에 몇 백 편씩 연재되는 독점, 비독점 작품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원작 웹소설의 조회수와 매출 규모 등을 통해 노블코믹스의 매출을 대략적으로 예측하여 제작비를 투자했으나 만화·웹툰 유통 통계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 신작의 범람 수위가 예사롭지 않아 제작비를 회수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찍이 많은 제작사들과 플랫폼들은 국내 수요의 한계를 인지하고 해외시장을 개척하여 성공적으로 서비스를 안착시키고 있지만 국내에서 매출 성과를 내지 못하고 해외시장만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작품이 활발하게 제작되며 웹툰의 르네상스 시대를 계속해서 경신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웹툰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긴장하는 제작사들이 많다. 웹툰 생태계가 팽창하면서 대다수의 관련자들이 웹툰 산업이 계속해서 안정적으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범람하는 웹툰 작품들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통계 분석과 시장 조사를 통해 산업 임계점을 인식하고 대비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2023년 1분기 만화·웹툰 유통 통계 자료




필진이미지

백종성

현) 배재대학교 아트앤웹툰학부 교수
전) 호남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