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작사와 작가 그리고 독자들이 함께 모인 공간으로 꾸며졌던 지난 25회 부천국제만화축제 ]
90년대에 가장 큰 만화 축제는 1995년부터 시작한 SICAF Seoul International Cartoon & Animation Festival(서울 국제 만화 &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이었다.
1995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주도하에 시작된 시카프는 그 당시 가장 큰 전시장 중 하나인 코엑스 컨벤션센터 태평양관에서 진행이 되었다. 당시에는 만화를 주제로 한 축제가 6일 동안이나 진행된다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놀라운 일이었다.
해당 축제는 1997년에는 금강기획이 기획대행사로 선정되어서 8일간 진행 되었다가 1998년 (사)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조직위원회 및 상설 사무국이 설립이 되면서 2000년대에는 본격적인 전성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특히나 2001년 제5회 SICAF 부터는 영화제가 분리 확대 되면서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작가주의적인 애니메이션들을 볼 수 있는 행사가 되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해당 축제는 만화 애니메이션 산업에도 도움을 주었다. 2001년 창설된 SPP(SICAF Promotion Plan) 프로그램은 만화 애니메이션 산업을 위한최신 정보 및 전문 비즈니스 매칭 컨퍼런스 진행 등 다양한 비즈니스 활동을 돕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게 발전해간 SICAF는 2007년 최근 국내에서 큰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속 5CM>를 개막작으로 진행하는 등 아시아 최대 만화 애니메이션 축제로서 자리를 잡게 된다.
하지만 최근 몇 년사이 조금씩 축소되었던 이 행사는 안타깝게도 결국 작년 2022년 진행을 하지 못했고 올해역시 진행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실상 폐지라고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규모가 작아지다가 결국은 폐지수순이 된 SICAF와는 반대로 2002년에 시작한 캐릭터 라이선싱페어는 이제는 국내 최대의 만화, 애니메이션 축제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성장을 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는 SICAF와 동시에 진행해서 같이 관람할 수 있었으나 그 이후 따로 분리 되면서 점점 캐릭터 라이센싱페이가 더 커지게 된 것이다.
해당 축제도 비니지스를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초기에는 비즈니스데이, 퍼블릭 데이로 분할 개최했다가 2012년부터는 아에 비즈니스존과 퍼블릭 존으로 구분해서 진행하기 시작했다.
SICAF 최전성기때 있었던 여러 만화 관련한 기업부스들도 대부분 캐릭터 라이센싱 페어쪽으로 이동한 것을 보면 해당 행사가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알 수 있는 근거 중 하나이다.
위 두 가지 만화 행사를 제외하고 1999년부터 시작한 코믹월드나 2019년부터 시작한 경기웹툰페어 등 또다른 만화 관련 행사들도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SICAF가 진행되지 못한 지금 현재 진행되는 만화 축제 중에서 가장 오래된 축제는 바로 바로 BICOF (BUCHEON INTERNATIONAL COMICS FESTIVAL) 부천국제만화축제이다.
해당 행사는 1997년 부천만화축제라는 이름으로 시작해서 2004년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변경 되었으며 2005년부터 매년 여름쯤에 한국만화박물관 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경기도 공인 경기도 10대 축제 중 하나로 올해도 9월 14일부터 17일까지 한국만화박물관 일대에서 진행이 확정되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만화관련 행사 및 축제가 열리는 것을 보면 만화라는 콘텐츠의 인기는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어느 정도 이상 꾸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세대를 넘어서도 만화라는 콘텐츠의 인기는 그대로 라는 것이다. 하지만 만화 연재 방식은 그때와 지금은 큰 차이점이 있다.
90년대에는 만화 잡지 전성 시대였고 만화 잡지에 연재 후 잡지사에서 단행본을 내주는 형태 외에는 다른 데뷔 방법을 거의 없었다. 그 당시 만화가 들은 지금의 웹툰 플랫폼 연재를 들어가려는 것처럼 만화 잡지에 자신의 만화를 연재하는 것을 목표로 투고를 했다.
즉 만화 제작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90년대에는 개인 작가들과 출판사 중심으로 제작이 이루어졌던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작가 및 출판사 중심의 제작이 아닌 만화 제작사를 중심으로 한 제작 시스템이 기본적이다. 이러한 흐름은 근 몇 년 동안 빠르게 바뀐 상황이다.
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웹툰 제작사가 이렇게 많지 않았다. 상위권 인기 작품들도 대부분 작가의 이름이 보였지 제작사의 이름이 이렇게 까지 전면적으로 드러나게 된 것은 정말 몇 년 만에 급격하게 변화된 것 중에 하나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유는 단순하게 출판만화에서 웹툰으로 만화 유통 흐름이 넘어가서 생긴일은 아니다.
이유는 사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선 로맨스 판타지를 중심으로 하는 판타지 장르 특히 노블 코믹 제작이 늘어간 것이 가장 우선적인 이유이다. 노블 코믹 과 판타지 장르의 특성상 개인 작가 혼자의 힘으로 퀄리티를 내면서 만들기가 어려워 지면서 공동 창작이 점점 더 늘어났고, 여러명의 작가가 파트를 나누어서 작업을 하는 형태인 스튜디오 시스템이 자리가 잡힌 것이다.
거기에 이런 웹툰 스튜디오 시스템으로 제작된 웹툰들이 많은 성공을 거두면서 수많은 제작사들이 생겨나면서 현재의 제작사 중심의 웹툰 제작 환경이 형성이 된 것이다.
물론 이유는 이것뿐 만이 아니다.
웹툰 플랫폼 입장에서는 직접 작품을 찾아서 계약하고 제작에 관여 하는 것 보다 제작사를 통해 관리된 작품을 계약해서 진행하는 것이 효율성 면에서 훨씬 좋기 때문에 당연하게 제작사 작품을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기성이 아닌 신입 작가님들의 경우 제작사를 통해서 데뷔하는 것이 더 쉽기에 작가님들도 제작사와 계약하는 수가 늘어나버린 것이다.
물론 아직도 개인 작가 제작하는 웹툰들 다수가 존재한다. 하지만 인기 작품을 한 연재 작가님들도 실제로 제작사를 끼고 제작을 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는 이렇게 제작사 웹툰 제작 체계가 자리 잡은 지금 만화 축제에는 어떤 변화와 영향이 있었냐는 점이다.
결과적으로는 아직까지는 아주 큰 변화나 영향을 주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 작가가 진행하기 어려운 신작발표회나 현장 특별판 등의 프로모션 진행은 상식선으로 봤을 때 제작사에서 나서서 만화 축제때 진행하기 정말 좋은 행사이다.
하지만 실제로 진행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 이유는 너무나 명확하다.
독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기존 연재 작품에 더 관심이 많지 신규 작품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현장 특별판 역시 마찬가지다. 독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의 한정판에 관심이 있지 신규로 진행하는 작품의 한정 굿즈에 관심이 있을 수가 없다.
거기에 한정판 굿즈들은 이미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온라인으로 많이 활성화 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오프라인으로 진행을 할 필요가 없어진 까닭도 있다.
해당 부분을 실제로 경험한 적이 있다. 지금은 자리잡은 제작사지만 그 당시 웹툰을 막 시작했던 회사였을 때 그 회사 소속 피디로서 신규 웹툰 작품 홍보 행사를 진행해 본 적이 있다. 결과는 노블 코믹스였기에 원작을 읽어본 독자 몇 명이 관심을 보였을 뿐 정말 반응없이 행사를 마무리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최근에는 여성향 중심으로 제작을 주로 하는 만화 제작사들은 만화 축제에 참여해서 큰 부스를 내고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회사 및 작품 홍보에 공을 쏟고 있다. 물론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그 회사들이 대부분 대기업 자회사 혹은 상장사이며 작품들이 이미 대중적으로 유명하고 작품수가 많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신규 혹은 기존 웹툰 제작사에서는 만화 축제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큰 부수를 구매 혹은 지원을 받아서 제작사 작품 소개 책자를 만들고 판넬을 만들고 홍보 굿즈를 만들어서 이벤트를 하거나 저가로 판매 하는 것이 최선일까? 아니면 축제 주최측과 사전에 이야기를 해서 제대로 된 신작 발표회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좋을까?
중소 제작사 소속 웹툰 PD 관점에서 봤을 때는 두 가지다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제일 우선적인 문제는 비용과 인력의 문제이다.
자본에 여유가 있는 대기업 라인의 회사 혹은 자회사 등을 제외하곤 비용적인 부분 및 인력 적인 부분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나 연재를 시작 하게 되면 워낙 타이트하게 스케줄이 진행되기 때문에 정말 세이브 원고가 넉넉하지 않는한 주 1회 원고 제작이 제일 중요하기에 다른 행사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
축제를 준비 하는 쪽과 사전에 이야기를 해본다고 해도 축제 자체가 신규 회사 신규 작품의 홍보를 굳이 해줄 이유도 없고 축제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기 작품을 홍보하는 것이 사실 축제 흥행에 더 도움이 되기에 굳이 꼭 해줄 이유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축제 행사 프로그램은 사전에 미리 준비해야 하는데 축제가 시작하는 시기에 맞춰서 신작을 연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위에 상황을 고려한다면 현재 진행되는 만화 축제에 어떠한 부분이 필요한지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무엇인지는 명확해 진다.
가장 필요한 부분은 만화 축제를 기획 준비하는 부서에서 중소 제작사의 부수 무료 지원 및 신작 및 홍보 이벤트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포함시켜 주는 것이다.
물론 해결해야 할 부분이 더 많다. 만화 축제에 이러한 프로그램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예산 문제 제작사 간의 형평성 문제 그리고 만화 축제 참여에 적극적이지 않은 제작사의 분위기 등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그 중에서 제일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홍보 효과 부분이다. 과연 만화 축제 참여가 회사와 작품에 홍보가 될 것인지에 대한 근거 및 확신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홍보 효과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인력 및 비용을 쓰더라도 홍보 행사를 진행할 제작사들은 당연하게 많아 질 것이다.
현재 기준으로 봤을때 만화 축제가 제작사들의 ‘자기자랑’의 무대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축제에 참여 가능한 큰 제작사에만 해당된다.
물론 축제 성공을 위해서는 대중적인 작품의 전시 및 큰 제작사의 참여가 필요하다. 하지만 장기적인 만화 산업의 발전이라는 측면으로 봤을 때는 중소 제작사에 대한 축제 참여 지원이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참여가 유의미한 홍보의 장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만화 축제가 진정한 의미의 제작사들의 자기 자랑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만화인들이 기다리는 축제, 부천국제만화축제가 9월 14일(목)부터 17일(일) 한국만화박물관에서 개최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