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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이 맞이한 글로벌 플랫폼 시대의 미래

일본, 북미, 동남아시아를 넘어 북미와 유럽으로 글로벌로 서비스가 확장되고 있는 '글로벌 웹툰 시대'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2023-09-25 지식공장장

1990년대 말, ADSL의 보급을 계기로 한국에서 급성장한 웹툰은, 현재는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 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정도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시장이 성장하자 그동안 웹툰 시장에 적극적이지 않던 해외 기업들이 속속들이 진입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이들 기업의 참전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 웹툰의 정의, 성장 그리고 특성?

웹툰(Webtoon)이란 ‘웹(web)’과 ‘카툰(cartoon)’를 합쳐 만든 조어로, 원래 의미대로라면 웹에서 서비스되는 카툰이란 뜻이지만, 현재는 ‘풀 컬러’로 제작된 디지털 만화를 통칭한다. 이 용어는 1999년, 인터넷 만화방송사이트인 애니비에스(AniBS)에서 만화를 서비스할 때 만들어졌으며 2000년에 미국의 검색엔진인 라이코스코리아, 2002년에 야후! 코리아가 ‘야후! 카툰세상’을 만들면서 대중화되었다. 그리고 이후 웹툰 산업은 2003년에 다음이 다음웹툰, 2004년에 네이버가 ‘네이버 웹툰’을 서비스하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한다.

처음에 포털이 웹툰을 제작한 이유는 수익 목적이 아니라 포털로 사람들을 유인하기 위한, 일종의 미끼상품이었다. 하지만 다음웹툰에 연재된 강풀의 「순정만화」가 3,200만 뷰를 기록하면서 화제가 되었고, 조석의 「마음의 소리」가 네이버 웹툰의 대표 작품으로 떠오르면서 웹툰은 본격적인 주류 문화로 떠오른다.

이후 2010년대에 스마트폰의 보급이 본격화되었고 네이버, 다음(현 카카오), NHN이 해외로 진출하면서 ‘웹툰’은 세계인들이 다 아는 용어로 성장한다. 단 해외에서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용어를 쓰는 것보다는 자신들이 주도권을 갖기 위함인지, 애플은 ‘버티컬 코믹스(Vertical Comics)’, 일본은 ‘다테요미망가( み漫 : 세로로 읽는 만화)’라는 용어를 쓰면서 차별화를 꾀하는 실정이다.

웹툰이 웹에서 스마트폰으로 쉽게 진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웹툰이 ‘세로 스크롤’ 기반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초창기 모니터는 4:3의 비율이었지만 이후 16:9, 16:10 와이드 모니터가 등장하면서 게시판의 ‘페이징’은 복잡해지게 된다. 페이징이란 모든 정보를 보여주는 방식을 말하는데 초창기에는 가로, 세로 스크롤이 다 같이 쓰였지만, 사람의 눈은 옆으로 넓게 볼 수 있는지라 모니터의 비율은 가로로만 늘어났고, 가로 길이가 각각 다른 모니터에 맞춰 페이징을 처리하는 것보다는 가로는 통일하고 상대적으로 비율 차이가 없는 세로로 페이징하기가 더 쉬우므로 이후 웹 환경에는 세로 스크롤이 더 주류로 쓰이게 된다.

이후 웹툰을 연재하는 작가들은 이런 웹 환경을 활용한 연출을 고안하면서 세로 스크롤 웹툰이 정착했으며, 훗날 태생적으로 세로가 더 긴 스마트폰이 웹툰을 별다른 가공 없이 활용할 수 있는 요인으로 이어졌다.

또 다른 특성이라면 보급 비용이 있다. 웹툰은 디지털 기반의 플랫폼에서 제공되므로 출판만화보다 제작, 배포 비용이 저렴하므로, 플랫폼에는 큰 비용이 들어가지만 일단 플랫폼만 구축되면 이후 들어가는 비용은 상대적으로 적어진다는 강점이 있다. 이러한 낮은 손익분기점은 다양한 장르가 제공되는 요인이 되었다.

반면 이런 이점에도 불구하고 해외 기업들이 웹툰 시장에 뛰어든 시기는 상대적으로 늦다. 구글, 빙 등의 포털은 서비스 방식이 이용자를 모으는 규모의 경제가 아니었기에, 일본이나 프랑스 등은 출판만화의 입지가 탄탄했기 때문에 서양권에서는 한 컷에서 네 컷 정도의 ‘카툰’이, 일본에서는 기존 출판만화를 웹이나 스마트폰에서 서비스되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2010년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2020년 코로나로 인해 스마트폰의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웹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웹툰 산업의 세계시장 규모는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 스페리컬 인사이트 앤드 컨설팅은 글로벌 웹툰 시장 규모가 지난 2021년 47억 달러(한화 약 6조 2,000억 원)라 밝혔으며 지금과 같이 연평균 40.8%씩 성장한다면 오는 2030년 601억 달러(한화 약 8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해외의 기류도 바뀌고 있다. 출판만화 중심의 일본은 물론, 만화가 주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닌 아마존, 애플 등의 기업이 웹툰 시장에 참가한 것이다.



| 글로벌 강자들이 웹툰에 몰리는 이유?

아마존, 애플 등의 빅테크 기업은 웹툰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코로나 시점을 기점으로 파격적인 조건으로 한국 웹툰 제작사와 접촉해 왔다.

아마존은 2023년 3월, 일본에서 ‘아마존 플립툰’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마존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은 ‘아마존 프라임’이란 정액 요금제로, 고객이 요금제를 계속 사용하게 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OTT, 킨들 북의 일부 무료 콘텐츠 그리고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웹툰 등이 그것이다. 일본에서 서비스되지만, 단순히 일본만이 아니라 한국의 키다리스튜디오, 레진엔터테인먼트가 제공하는 '루시아'. '외과 의사 엘리제', '1 더하기 1은' 등의 한국 웹툰도 서비스하고 있다.

또한 애플은 2023년 4월, 애플 북스로 일본에 진출했다. 애플북스에는 ‘세로로 읽는 만화’(縱讀みマンガ·다테요미만가) 메뉴가 신설되었는데 한국 웹툰 전문 스튜디오인 케나즈(KENAZ) 3년간 애플에 웹툰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하반기에는 북미 시장에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정식 서비스명은 ‘세로 스크롤 웹툰’ 서비스인 ‘버티컬 코믹스’로 현재는 '글래디에이터'의 웹툰 버전과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 3부작'을 웹툰으로 제작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현재 미국에서는 카툰이 아닌 웹툰 시장은 무주공산과 다름이 없으므로 이들은 웹툰(Webtoon)이 아니라 '버티컬 리딩 코믹스(Vertical Reading Comics: 세로로 읽는 만화)'로 새로 용어까지 정의하면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 외에도 프랑스에 디즈니 공식 잡지를 발간해 온 픽소 매거진은 디즈니 만화만 연재되는 디즈니 웹툰 플랫폼을 만들었으니 서양권 콘텐츠 강자들은 웹툰 시장에 다 진출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진1> 아마존의 플립툰, 익숙한 표지의 만화들이 눈에 보인다.


해외에서 빅테크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면, 출판만화 왕국이었던 일본은 산업의 비중이 바뀌는 중이다. 일본에서의 웹툰 서비스는 엄밀히 말하면 출판물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가장 웹툰 산업에 적극적이었던 가도카와 그룹도 출판 만화 전자 서점 스토어 '북워커(BOOK WALKER)’, 웹툰에 특화된 '타테스크코믹(세로 스크롤 코믹)'의 투 트랙 전략을 사용하되 비중을 더 둔 것은 출판만화였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 데 우선 기존의 방대한 자원을 디지털 환경에 적합하게 변환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기존의 출판만화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는 가로 스크롤 방식이지만 웹툰 등의 웹 기반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세로로 만들어지며, 경우에 따라선 모바일과 데스크탑 모두에서 서비스하기 위해 반응형으로 제작된다. 그러므로 기존 출판만화를 웹 환경에 최적화된 환경으로 서비스하는 데는 큰 비용이 들어가는데, 모든 기존 출판만화가 그 비용을 회수할 수 없으므로 재편집되는 작품은 일부에 불과한 상황이다.

또 하나는 기존 출판만화 시장의 규모다. 일본은 세계 1위의 만화시장이며 그 역사도 오래되었기에 출판만화의 규모와 비중이 클 수 밖에 없다. 연재만화가 수록된 잡지를 저렴하게 판매하여 홍보한 후, 실제 매출을 만화 단행본, 애니메이션 등의 부가 상품으로 올리는 탄탄한 수익모델이 있기에 그보다 수익이 낮은 웹툰은 출판 단행본을 홍보하기 위한 홍보 매체의 성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2014년에 일본에서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2017년에 디지털 만화의 매출이 출판만화를 넘어서면서, 2020년 코로나로 인해 스마트폰 사용률이 늘어나는 와중에 웹툰 월평균 사용자(MAU)는 무려 1천만 명에 달하면서 일본의 만화 시장은 시장의 추가 디지털로 옮겨갔다는 것, 미래의 소비자가 될 어린 세대가 웹툰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런 상황인지라 일본의 웹툰 시장 진출은 시장을 보호하는 성격이 강하다. 일본 만화 굴지의 강자인 슈에이샤는 본격적인 웹툰 플랫폼인 ‘점프툰을 런칭했다. 편집장인 아사다 다카노리( 田貴典)는 원피스, 블리치, 아이 방어 등의 초히트작을 이끈 실력파이며, ‘점프 BOOK스토어!(ジャンプBOOKストア!)를 창간하여 디지털 서비스를 판매한 경험도 있다.

또한 고단샤는 한발 더 나아간 행보를 보인다. 고단샤는 2015년에 이미 만화 앱을 출시하여 일본 내 500만 명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를 확보한 강자인데, 2023년 5월에는 미국 현지에 ‘K 망가(K MANGA)(1)’라는 앱을 출시, 이후 웹서비스를 개시했다. 단순히 웹툰만을 게시하는 것이 아니라 라이브, 인터뷰 등의 웹툰 관련 콘텐츠도 제공하며 이후 타 국가로 서비스 범위를 넓힐 것이라고 한다. 즉 고단샤는 무주공산인 북미 시장을 우수한 일본만화로 직접 공략하려고 하는 것이다.


사진2> 일본 시장에서 이미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고단샤는 새롭게 개척되는 북미 웹툰 시장을 공략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보인다.


웹툰 시장에 뛰어든 일본 만화계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작가 풀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는 만화가가 많은 일본에서 이게 무슨 이야기냐 싶겠지만, 일본에서 웹툰 인재풀의 부족은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웹툰을 프로듀스하는 회사인 CyberZ에 근무하고 있으며 20여 년간 고단샤의 편집자, 웹툰 어플 사업을 경험한 무라마츠 미츠히로(村松充)씨는 기존 만화와 웹툰의 제작 방법은 다르다고 말한다. 일반 만화에 대해 분업하는 방식, 기획하는 방식이 다른 데다 색상까지 지정하여 넣어야 하므로 기존 만화가들보다는 게임, 애니메이션 크리에이터가 더 적합하다고 말한다. 또한, 이런 사정 때문에 기존 출판만화보다 제작 시간이 더 걸린다고도 말한다.

필자는 이런 요인 덕분에 웹툰 관련 노하우, 인재들이 있는 한국이 우위에 서 있다고 본다. 하지만 상황이 마냥 한국에 좋은 것은 아니다. 일본만화는 그 자체로 세계 시장 1위이며, 애니메이션이 서비스되고 할리우드 영화, 넷플릭스 드라마 등으로 제작되며 인지도를 쌓고 있기 때문이다. 즉 노하우와 경험을 가진 한국은, 인지도와 잠재력을 가진 일본과 서로 경쟁하는 상황이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콘솔 게임, 온라인 게임(2), OTT 등의 다른 콘텐츠들과는 달리 웹툰은 한국의 인재, 플랫폼, 콘텐츠가 주도하는 특이한 산업이다. 2022년,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월간 이용자(MAU)는 8,560만 명으로 전체 이용자의 76%에 달하며, 카카오의 만화 플랫폼 픽코마의 일본 웹툰 시장 점유율은 50%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듯 한국의 웹툰은 한국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훌륭한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뉴욕타임스의 “웹툰은 Z세대와 여성들을 끌어모으는 새로운 콘텐츠 트렌드”라는 2022년도 보도가 말하듯 만화에 발을 들이는 10~20대 사용자들을 무서운 속도로 흡수하고 있다. 이것이 해외의 강자들이 웹툰에 발을 들이는 한편, 한국 웹툰을 견제하는 이유라 할 수 있다.

필자는 글로벌 기업의 참전이 주는 메시지를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우선 국내 플랫폼 기업들엔 힘든 과제가 주어졌다. 아마존은 국내 웹툰 업체들이 사용 중인 부분 유료화를 도입하듯, 해외 기업들은 철저한 벤치마크를 통해 시행착오를 줄여가며 우수한 콘텐츠와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국기업을 추격하고 있다. 그들이 넷플릭스처럼 한국 시장을 장악할지는 별개의 문제겠지만, 적어도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자임은 확실하다. 

반면 창작자들에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의 플랫폼만이 아니라 해외 플랫폼에 연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며, 기존에는 에이전트를 통해 해외에 진출했다면, 지금은 슈에이샤의 ‘점프툰’등 새로운 인재를 직접 발굴하는 플랫폼도 생기고 있다. 오랜 노하우를 쌓은 일본기업의 매니지먼트를 받아 작품을 연재할 기회도 열린 것이다. 또한 작가, 제작자의 처우가 개선되는 효과도 불러올 수 있으며, 필자는 현재 레드오션인 웹툰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바뀌는 기회라 보고 있다.

웹툰은 해외의 영향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영향을 크게 줄 수 있는 드문 콘텐츠다. 글로벌 기업의 진출은 당장은 힘들 수는 있어도 웹툰 시장이 더욱 커지고, 좋은 작가들이 더 늘어나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1) K는 고단샤(Kodansha)의 K에서 온 것이다.

(2) 한국이 온라인 게임 종주국이라는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2023년 8월 기준으로 해외 발 온라인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의 한국 점유율은 41.93%이며, 그 다음은 EA게임즈가 개발하고 한국의 넥슨이 서비스하는 ‘FIFA 온라인 4’로 9.25%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 참고 및 인용의 출처

* KOTRA 해외시장뉴스: 콘텐츠 해외시장진출 동향과 진출 유망 서비스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SITE_NO=3&MENU_ID=120&CONTENTS_NO=1&bbsGbn=484&bbsSn=484&pNttSn=202963

* 닛케이 비즈니스: 종래의 만화와 차이점은? 세로읽기 만화 ‘웹툰’의 가능성

https://business.nikkei.com/atcl/plus/00037/030100016/

* 디지털데일리: [K-웹툰과 규제上] 아마존·애플도 뛰어드는 웹툰…한국은 규제 발목 우려

https://m.ddaily.co.kr/page/view/2023052211081055581

* 뉴욕타임스: Comics That Read Top to Bottom Are Bringing in New Readers 

https://www.nytimes.com/2022/07/23/arts/digital-comics-new-readers.html

* Tips for Creating Vertical Scrolling Webtoons

https://www.clipstudio.net/how-to-draw/archives/157055

* `스크롤`의 미디어, 웹툰의 스토리텔링 특성 연구 : 출판만화, 영화와의 비교를 중심으로/ 한국디자인학회/ 손현화, 전승규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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