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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독립만화 시장의 현재와 미래

국내 독립만화 시장을 살펴보며, 미래를 전망해 보았습니다

2024-01-08 성인수

0. 공허해진 독립만화 시장

한국의 독립만화 시장은 위기다. 독립 시장의 존재를 어필 할 수 있는 내용들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연출 실험은 찾기 힘들고, 페이지와 스크롤 연출 및 매체에 따른 다양하고 새로운 연출 도구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활용되지 않고 있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발현되었던 여성 서사의 변화와 발전 이후 새로운 키워드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작가들은 하고 싶은 만화를 열심히 하고 있지만 여전히 독자를 포함한 우리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범주에 멈춰있다. 그리고 그리스 시대부터 연극, 희곡에 활용됐던 이야기 구조를 벗어난 도전을 하지만 그 의미를 찾기 힘든 작품이 대부분이고, 무엇보다 근대 국가 발현 및 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 모든 예술이 휴머니즘과 함께 고민하는 존재의 가치, 장소의 가치, 동시대성의 가치를 디테일하게 다루는 작품도 찾기 힘들다. 그리고 그 인기 많은 아이돌도 하루에 스캐줄 2, 3개씩 뛰고도 숙소에 들어와 또다시 브이로그를 촬영하며 어떻게든 팬들과 소통하는 세상인데, 아직도 독자에게 작가가 해낼 수 있는 범주 안에서 자신을 PR하는 것을 당연한 업무라고 생각하지 않는 작가들도 다수다. 또 무언가를 시도해서 어느 정도 성공을 맛본 팀과 작가들은 했던 것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 취미 활동을 넘어 새롭게 진입하는 작가들은 한국의 독립만화 시장을 아닌 척하지만, 결국 웹툰 경쟁을 피해 편하게 작가 소리 들을 수 있는 곳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태도에서 자주 발견되곤 한다. 그리고 각종 외주와 다른 업무를 통해 직접적으로 만화 작업 시간이 줄어들며 그 생산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거기에 국가에서 진행되는 다양성 지원사업이 시대 보정이 되지 못한 채 계속 흘러가고 있고, 여러 오픈 플랫폼들은 돈이 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해 그 다양성도 떨어지고 있다. 모두가 무언가를 해왔지만, 의미가 사라지며 점점 무너져 가는 이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우리는 어떤 고민을 해볼 수 있을까? 오늘은 그중 작가의 관점에서 조속히 해결해야 하는 몇 가지를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1. 새로움은 치열한 토론과 연구에서 나온다

우리 대부분은 만화를 출판만화, 웹툰으로 나눈다. 하지만 이것은 이젠 틀린 말이다. 출판이란 물성이 있는 책을 통해 사람들이 보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제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닌 시장이 되어버렸다. 사회의 관점으로는 부동산 이슈로 더 이상 집에 책을 두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가장 크고, 또 편하게 스마트폰으로 리디북스나 각종 인터넷 서점의 어플을 통해 만화를 e-Book으로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젠 연출 방식에 따라 한 번, 그리고 활용되는 매체에 따라 또 한 번 나눠진 만화들이 존재하고 이것을 연구하고 고민해야 한다. 무슨 의미냐하면 우리가 최근 소비하는 만화를 페이지 방식이냐, 스크롤 방식이냐로 한번 나눠서 이야기해야 하고, 또 페이지 방식은 물성이 있는 책으로 보느냐, e-Book도 PC의 모니터 환경에서 보느냐, 스마트폰에서 보느냐, 그리고 타블렛 패드에서 보느냐 등, 활용 매체에 따라 연출법과 연출 도구가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스크롤 연출은 정말 거의 대부분 다 스마트폰 환경에서 보기는 하지만, PC의 모니터 환경과 타블렛 패드의 환경에 보느냐 등의 활용 매체에 따라 고민해야 할 지점들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오늘은 페이지 만화를 좀 더 디테일하게 다뤄보도록 하겠다.


물성이 있는 책에서 보는 페이지 만화는 다른 매체와 달리 펼침 페이지라는 연출을 활용할 수 있으므로 서사의 방아쇠 효과에 맞춰 큰 펼침 페이지를 통한 퀄리티 높은 그림과 디테일한 묘사가 꽤나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펼침 페이지는 PC 모니터 환경에서도 중요한 연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모니터는 책과 달리 강력한 빛을 뿜어내는 매체라는 점에서 차이점을 보이는데, 그런 의미에서 책에서는 흑백으로 퀄리티 높은 그림을 선보인다면 독자에게 큰 재미를 선사하겠지만, 모니터 환경에서는 흑백 만화보단 뿜어져 나오는 빛을 활용한 컬러 만화를 선보일 때 독자에게 훨씬 더 체감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만약 모니터 환경에서 보는 흑백만화라면 빛을 통한 컬러만화를 보는 것보다 더 높은 재미를 선보일 수 있는 그림의 퀄리티를 흑백으로 표현해야 한다. 또한 모니터보다 훨씬 강력한 빛을 뿜어내는 스마트폰에서 만약 페이지 만화를 감상한다면 이런 빛을 활용한 컬러의 변주는 더더욱 고민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같은 페이지 만화라도 스마트폰에서 페이지 만화를 소비하는 경우 독자들은 한 페이지씩 만화를 넘기면서 보기 때문에 기존의 책이나 PC 모니터 환경에서 쓰이는 펼침 페이지 연출은 작품의 집중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쓸 수 없다. 또한 스마트폰은 사람이 양쪽으로 매체 전체를 크리틱하며 볼 수 있도록 수평, 수직을 유지하고 감상하는 책, PC와는 달리, 양쪽 눈알이 스마폰으로 모이는 방식으로 작품을 감상하기 때문에 기존과 같은 높은 정보량과 밀도로 연출 및 그래픽을 구현하면 사람들은 큰 피로도를 느낀다. 이와 함께, 기존의 출판 만화에서 연출의 기본으로 얘기되던 ‘3단X3컷’ 구조의 만화는 스마트폰 환경에서는 흔히 말하는 그림이 떡져보이는 현상이나, 텍스트의 크기가 너무 작은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최소 ‘3단X2컷’ 구성을 기본으로 놓고 변주를 주는 방식이 적절하다.


[ 이미지 1, 설명: 스마트폰에서 보는 펼침 페이지는 한페이지씩 끊겨서 보이기 때문에 작품의 몰입을 방해하고, ‘3단X3컷’의 구조는 가독성 전달에 큰 고민이 생기고, 명함의 에칭 또한 최소화 시킨 형태로 점점 변화하고 있다. ]


이것 이외에도 페이지 만화의 매체에 따른 연출방식에 다양한 변주가 일어나고 있다. 이는 당연히 소비자가 페이지 만화를 소비하는 방식에 따른 변화로 만화 존재의 가장 중요한 이유인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독자가 의도에 따라 정확히 그리고 편하게 이해시키기 위한 그림 및 기타 형상의 나열’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화두이며 고민인데 전혀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미 굳어져 있는 상업 시장에선 굳이 지금의 판매 작품이 이런 고민을 더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인데, 그럴 땐 이런 도전과 모험을 어디서 이루어져야 할까? 바로 독립만화 시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과연 이런 것이 독립만화 시장에서 활동하는 작가님들 사이에서 치열한 토론과 연구의 주제로 다뤄지고 있을까? 그리고 다뤄지고 있다면 그 결과물이 독자들 앞에 나오고 있을까? 이런 점을 생각해 보면 고민해 봐야 할 분명한 지점이다. 토론과 연구가 없는 독립만화 시장은 작가 개인의 능력으로 영향을 주는 것 이외엔 그 어떤 영향력도 상업 시장에 행사할 수 없고, 이는 존재 이유에 큰 기둥 하나가 빠지게 되는 것과도 같다.


2. 이젠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때

창작의 시작은 대부분 자신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그걸 표현하고 싶은 도구로서 소설, 시, 영상, 만화 등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부터 새로운 작가가 나타나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더라도, 재미를 느낀 다수의 독자는 그런 신인 작가를 팔로잉하며 박수를 쳐줬다. 그런데, 그 작가가 3번째도 4번째도 자신의 아픔, 과거, 후회를 계속 이야기하는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면 독자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여전히 계속 팔로잉하며 박수를 쳐줄까? 일부는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이는 마치 아이돌이 같은 컨셉의 노래를 계속 하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에 대부분은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새로운 작가를 팔로잉하러 떠난다. 그럼 그런 독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의미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작가는 무엇을 해야 할까? 바로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넘어 우리의 동시대성이 담보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것도 아주 디테일하게.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던 미국의 예술이 유럽의 계보에 기반한 예술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근본이 없어도 행위 자체만으로도 예술이라 부릴 수 있다는 시대를 열었고 그것이 20세기 말까지 예술의 틀을 마련했다. 하지만 네트워크 사회가 열리고 행위 자체만으로도 예술가라 불릴 수 있는 인구가 70억이나 사고 있는 21세기에서, 어떤 예술 행위를 했고 짧은 의미 부여를 한다는 것만으로 당대의 명사로서 예술의 지휘까지 획득하는 것은 이젠 아니다. 수요를 훨씬 넘은 공급이 계속되는 지금, 누구라도 원한다면 얼마든지 여러 형태의 표현을 배워 발표할 수 있고, 소비자도 언제든 다량의 콘텐츠를 원하는 만큼 볼 수 있는 시대에선 결국 지금 우리가 이걸 왜 보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지에 관한 디테일한 동시대성이 담보되는 작품만이 오직 명사로서의 예술을 획득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한국의 독립만화 시장은 이런 디테일한 동시대성이 사라지고 있다. 자신의 아픔과 과거의 느낀 것들의 나열까진 그 다채로움을 선사하지만, 그것이 결국 우리 사회와 구성원들을 위한 디테일한 어떤 동시대성을 담고 있는지에 관해선 의문인 상태로 시장이 지속되고 있다. 유튜브만 잘 검색하면 누구나 어떤 표현 방식이라도 기초는 공부하고 표현할 수 있는 시대다. 그래서 할 말이 있고, 표현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땐 이미 누구나 표현할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에 이 작품을 지금 꼭 봐야 하는 디테일한 동시대성을 담는 일은 정말 어렵다. 그래서 작가는 어려운 직업이고 이 과정을 고민하지 않고 본인을 작가라고 생각한다면 가장 중요한 의무를 방관하고 있는 것과도 같다고 볼 수 있다. 우리에겐 지금 열띤 토론과 자극을 통한 디테일한 동시대성이 부여된 독립만화 작품이 나와야 할 시점이다. 

  

3. 뼈대 없는 건축물

작가의 의미가 뭘까? 작가라는 말은 집을 짓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건축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시대마다 언제나 건축법은 존재했고, 시대마다의 그 건축법을 지키지 않은 작품에는 준공 허가가 떨어지지 않거나 사람들이 안정감을 가지고 그 건물에 들어가지 못했다. 작가가 만드는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이야기는 분명한 뼈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대부분 서사는 길가메시 영웅서사에서 영향을 받은 ‘영웅의 12단계 여정’에서 큰 영향을 받아 작업한다. 아무리 소소한 이야기를 다루더라도 이 서사시의 3막 구조를 활용하거나 변주를 통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의 ‘스토리라인’을 만드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 ‘스토리라인’은 분명하게 ‘스토리텔링’과 전혀 다른 것이다. 우리가 건축법에 맞춰 건물의 뼈대를 세팅하고 꼭 필요한 안전이 확보된다면 그 위에 어떤 형태의 건물을 지을 것인가는 클라이언트 및 건축가의 마음이다. 작품도 마찬가지다. ‘스토리라인’이라는 철저한 뼈대만 안정적으로 있다면 그 위에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가 바로 작가에게 주어진 자유로운 창작의 영역이다. 이런 ‘스토리텔링’과 ‘스토리라인’의 구분이 창작자에 있어서 명확히 정리되어 있는 작품이 아니라면, 독자는 작품의 줄기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나중엔 대체 무엇을 본 것인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기까지 한다. 대중 서사 예술을 한다는 것은 그 표현 방식이 당대에 합의를 본 맞춤법과 문법 그리고 스토리라인을 어느 정도 지켜주면서 변주와 신선함을 더하는 작업이 될 때 보는 사람도 재미를 느끼고 작품에 좀 더 몰입하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지금 한국의 독립만화는 이런 ‘스토리라인’의 구조와 독자와 합의가 된 문법, 맞춤법에 관해 고민하며 창작하고 있는가? 를 생각해 본다면 독자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4. 이번 역은 갈라파고스, 갈라파고스 역입니다.

갈라파고스는 찰스 다윈의 항해와 연구로 유명한 태평양의 제도로 혼자 어디 멀리 떨어져 가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창작자는 하룻밤에도 머릿속으로 지구를 수십 번 폭파시킬 정도의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소통 없이 계속 집에서, 방에서만 지내며 주어진 정보를 혼자 결론 내리고 정리하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리고 그런 방식으로 1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나면 그 상상력 높은 창작자의 생각은 어디까지 가 있을까? 작품 창작에 있어선 이런 방식으로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될 지점이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절대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는 창작자가 될 순 없다. 한마디로 혼자 갈라파고스에 가서 모든 걸 결론 내리고 닫고 사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소리다. 솔직히 그리고 이런 현상은 어떤 굳은 의지와 철학이 있어서가 아닌 대부분 귀찮아서 점점 새로운 것을 멀리하다가 벌어지는 현상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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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산업이라고 부를 수 있는 구조를 가지게 된 현재 상황에서 자본의 흐름도 계속 바뀌고 있고, 앞서 나열한 연출 방식, 디테일한 동시대성, 그리고 새로운 사건 사고에 의해서도 많은 것들이 바뀌고 있다. 그리고 이런 것은 전방위적으로 동시다발 일어나고 있고 우린 이것의 전체를 크리틱하며 디테일에 관해서 고민하지 않으면 흐름을 따라갈 수 없는 창작자가 된다. 흐름을 따라가기 힘든 창작자가 되면 가장 먼저 일어나는 일은 자신이 과거에 알고 있던 것의 맹신이 마음에 자리 잡고, 그것 이외의 다른 생각은 대부분 쳐내는 배타적인 마인드로 빠지기 쉽다. 그리고 타인과의 대화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맞는 이야기라고 납득시키기 위해 반복적으로 점점 감정이 겪해지며 말을 하게 되고, 점점 새로운 것을 소화해 내지 못하는, 생각하지 않는 굳어가는 사람이 되어 혼자 생각하고 혼자 내린 결론으로 세상과 소통하려는 태도로 살아가게 된다. 그러므로 이런 과정을 겪고 혼자 갈라파고스에 가 있을 예정이 아니라면, 계속해서 사회면의 뉴스를 소화하고 또 만화 시장에서 새롭게 생겨나고 있는 뉴스들 또한 소화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넘어 새로운 소식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말하며 그때그때 토론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교정되는 생각 또는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얻으며 계속 시대의 흐름에 맞춰 가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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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 한국의 독립만화는 이런 담론의 형성이나, 토론도 결국 평소 서로를 잘 아는 친한 동료 수준에서 끝나고 있다. 또한 이런 토론의 정리가 작품이나, 글 혹은 어떤 미디어 콘텐츠의 형태 아니면 기획의 형태로 형상화되는 경우도 거의 없는 상태에서 모두가 각자의 갈라파고스로 향해가는 분위기이다. 문제는 한국이 이런 각자의 갈라파고스마다 각자의 팬들이 들어찰 만큼 인구가 많은 국가이거나, 다양한 국가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쓰면 좋은데, 한국은 분명한 인구소멸 국가이고, 단일언어국가이기 때문에 각자의 갈라파고스마다 그 작가를 먹여 살릴 만큼의 팬이 넘쳐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작가, 독자, 평론가, 기획자, 미디어 종사자 할 것 없이 서로서로 섞여 계속 토론하고 서로의 작품을 이해하고 서포트할 필요가 있는데 우린 그것이 전혀 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그리고 이것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주선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빠르게 해결될 방법이지만 딱히 관심 있는 공공기관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5. 독립 만화의 본질은 수도원만큼 바쁘다

독립만화 시장은 크다. 취미로 작품을 만드는 사람, 자신의 이야기로 만들어진 작품을 자신이 보고 싶어서 만드는 사람 등을 포함한 정말 많은 사람이 알게 모르게 활동하고 있다. 그런 분들 모두까지 다 이야기하며 앞서 나열한 것들이 문제라고 한 순 없다. 절대. 하지만 만약 본인이 작가라고 스스로 인지하고 있고, 예술가로서 창작 활동을 하고 싶고, 또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전달하고자 하는데 그것이 당대의 상업 시장과 결이 맞지 않기 때문에 이 시장을 선택하고 활동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들에겐 앞서 나열한 4가지 혹은 그 이상의 문제를 분명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독립 시장은 결국 할 수 있지만 만들어지고 있지 않는 만화, 지금 보여줘야 하는데 보여주지 못하는 이야기, 사람들이 원하고 있는데 상업 시장에서 다뤄지고 있지 않는 것들을 지속적으로 찾아내 만들지 않으면 그 의미를 잃게 된다. 그리고 그걸 찾고 깎고 만드는 과정을 중세시대 수도사만큼 부지런하게 하지 않으면, 타인으로부터 존재의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는 새로움을 만들어 낼 수 없다. 하지만 현대 한국의 독립만화 시장은 우려하는 바로 흘러가고 있다. 큰 의미를 전달하지 못하고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곳, 큰 영향력을 상업 시장에 주고받지 못하는, 있으나 마나 한 곳. 웹툰의 경쟁이 싫어 모여드는 곳. 지금 이걸 바꿔내지 않으면 또 수년간 큰 의미 없이 흘러가는 시장으로 전락하거나 흐지부지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필진이미지

성인수

웹툰작가, 독립만화서점 ‘SideB’  대표
독립만화전문 팟캐스트 <성인수의 만화클래식> 진행, 서울웹툰아카데미(SWA) 출강
『만화 읽고 쓰다 1, 2권』 공저
<정신과 시간의 만화방 2호점, SideB>, <홍콩, 봄 초 단편 만화 온라인 전시회>, <독립에서 독립하기>, <하고 싶은 만화전> 전시 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