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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원작 게임은 왜 잘 안될까

'고래 유저'와 '원작 팬' 사이에서 고민하는 게임 제작사들

2024-01-11 남경화

바야흐로 IP확장 전성시대이다. 마치 채소와 과일 이름을 대고 김치를 찾는 것처럼, 웹툰과 콜라보하지 않은 카테고리를 찾는게 오히려 어렵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웹툰 원작과의 콜라보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화장품, 문구용품은 물론이고 맥주나 와인, 막걸리와 같은 주류부터 시작해서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용 리모컨까지. 정말 별의별 것이 다 웹툰과 콜라보를 하고 있다.

모두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주목받는데는 적어도 성공했거나,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유통 웹툰 IP 확장에 일단 의심(?)부터 받거나 독자들의 우려를 받는 카테고리가 있다. 바로 '게임(GAME)'이다. 웹툰 원작 게임은 도대체 왜 이런 평가를 받게 된 걸까요? 사례들이야 여러분이 차고 넘치게 아실 테니까, 한번 그 이유에 살펴보았다.


[ 그림 1, 웹툰에 비해 개발비가 많이 들어가는 게임 제작, 결국 안전한 길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 ]


| 생각보다 더 많이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웹툰과 게임

웹툰 독자의 입장에선 웹툰과 게임의 시너지를 기대하게 된다. 내가 직접 캐릭터를 움직여서 이야기를 ‘체험하는’ 경험을 원한다. 그런데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그걸 기대하기 어렵다. 이유는 간단하다. 계약에서 ‘웹툰 제작’에 필요한 리소스를 사용하는 권한만 허락하지, 스토리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물리적 결합’이 아니라, ‘화학적 결합’까지 이루어져야 스토리를 논의하면서 게임을 위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 이게 아주 어렵다는 것이다. 일본처럼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출판사가 모두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아예 출판사에 담당 부서가 있거나, 담당 직원이 게임 개발에 직접 참여하거나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기본적으로 웹툰과 게임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너무 다르다. 한국 웹툰의 비즈니스 모델은 기본적으로 돈과 시간을 모두 써서 락인(Lock-In)되도록 한다. 일주일에 한 편, 또는 반나절, 세시간에 한 편을 ‘기다려서’ 보거나, 아니면 아예 돈으로 해결해서 ‘미리’ 볼 수 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효과적인 광고 수단으로 웹툰이 활용되기도 하고, 광고 플랫폼 중 하나로 웹툰 플랫폼이 활용되기도 한다. 그리고 IP 판매와 확장은 다양한 성공적인 웹툰 원작 드라마를 통해 그 효과를 증명하였고, 그 폭을 넓히고 있다. 

반면 게임은 ‘시간을 돈으로 사는’ 것에 가깝다. 아무도 돈을 쓰지 않으면 모두가 똑 같은 속도로 성장하지만, 재화를 구매해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뽑으면 남들보다 빨리 성장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단 0.15% 유저가 전체 매출의 41%를 차지하는 일명 ‘고래 유저(1)’가 등장한다. 고래 유저는 아주 많은 돈을 들여서 아주 높은 곳에 이르는 게이머를 지칭한다. 이런 유저들의 존재가 한국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이고, 그걸 위해서 순위 경쟁과 아주 치열한 랭킹전을 게임 내 주요 시스템으로 구현하고 있다.

이 처럼 비즈니스 모델의 차이점은 주요 이용자들의 성향 차이로 볼 수 있다. 실제 웹툰 IP 확장성이 증명된 '웹툰 IP의 영상화/드라마화' 콘텐츠의 주요 성향은 웹툰의 그것과 비슷하게 순차적으로 공개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 매칭이 어렵다 보니 시너지를 내기가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웹툰을 보았을 때 게임에서 어드밴티지가 있다면, 그건 일종의 프로모션 행사지, 게임에 상시적으로 적용되는 시스템으로 적용하는 건 어려운 점이 있다. 또한, 기본적으로 ‘체험’ 콘텐츠인 게임과 ‘감상’ 콘텐츠인 웹툰의 태생적 차이도 있다. 게임에서는 ‘내’가 주인공이 되어 캐릭터를 움직이지만, 웹툰에서는 주인공 캐릭터의 고군분투를 감상하는 ‘내’는 인칭적으로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다.


| 게임 개발사의 사정: ‘제작비 부담’ 줄이는 방향의 협업

이렇게 게임과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려운데, 왜 웹툰 원작 게임은 계속 나오는 걸까요? 해답은 간단하다. 게임 개발사의 니즈와 웹툰의 니즈가 맞기 때문이다. 모바일 게임을 기준으로 게임 하나를 개발할 때 최소 수십억원의 개발 비용이 들어간다. 커보이는 예산이지만 실제 개발 중에 개발비가 증가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개발비 측면에서 웹툰은 캐릭터, 세계관 그리고 시나리오 부분에서 많은 부분 그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결국 예산 문제로 게임계는 웹툰 IP를 주목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긴 시간을 잡아먹고 비용도 늘어나는 캐릭터 디자인과 세계관 개발을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과 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웹툰과의 협업을 들수 있다. 단순히 들어가는 돈도 돈이지만,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 역시 비용이다보니 이 지점은 게임 개발사의 입장에선 제작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웹툰의 입장에서도 이건 해볼 만한 협업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게임 제작의 권리만 제공하는 대신 일정 비용을 지급받거나, 이후 게임이 대박 나면 인센티브를 기대해 볼 수도 있는 계약이기 때문이다. 


| 웹툰 팬에는 관심 없는 게임 개발

하지만 이런 사업적인 과정 속에 정작 중요한 '웹툰 원작 팬'은 빠져 있었다. 0.15% 유저가 전체 매출의 41% 차지하는 고래 유저가 중요한 게임 시장 속에서 1인당 소비 금액이 평균 월 5천원에서 1만원 사이로 집계되는 웹툰 팬들을 중요 대상에서 넣기 힘든 부분이 있을 것이다. 게임사의 입장에선 웹툰 원작 팬보다 ‘고래 유저’를 잡을 수 있음이 확실히 증명되는, 즉 빠르게 제작비를 회수하고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대부분 기획 단계에서 이런 게임을 만들겠다고 정해지고 나서 IP를 물색하다 보니, 소위 알맹이는 채워져 있고 껍데기를 맡을 웹툰이 필요해지게 된다. 그러니 웹툰 독자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읽었고, 이 작품은 어떤 감동을 전했는지를 고려하기보다 ‘게임 시스템에 웹툰을 맞추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웹툰 독자들은 게임 발매 소식을 보면 먼저 우려를 표하는 '좋지 못한 순환'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독자들은 웹툰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다. 애정을 가진 사람들을 잡을 수 있다면, 그 무엇보다 강력한 락인(Lock-in)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게임에서도 이와 같은 케이스는 분명 존재한다. 원신(Genshin Impact)이나 블루 아카이브와 같은 게임이 대표적이다. 오리지널 게임 말고도, 일본 만화 원작의 게임들 중에는 글로벌에서 상당한 규모의 매출을 보여주는 게임들도 있다. 라이트노벨이 원작이긴 하지만 ‘페이트 그랜드 오더’나 출시 후 3개월만에 1천만 달러(한화 약 134억원) 매출을 달성한 ‘블랙 클로버’, 2021년 한국 제외 매출액 7억 2천만 달러(한화 약 9,600억원)매출을 올린 ‘일곱개의 대죄’ 등 굵직한 게임들로 확인해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상황 때문에 ‘일본은 되는데 한국은 안된다’거나, ‘웹툰 IP의 인지도가 일본 IP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그런 우려는 심심찮게 보이고, 들린다. 게임계의 입장에선 ‘웹툰 IP의 파워가 약해서 시너지가 어렵다’고 탓할 수 있고, 웹툰의 입장에서도 ‘게임이 천편일률적이라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고 탓할 수 있는 환경 속에 있다. 

이 가운데 '일본 시장을 봐야한다'라고 주장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발 게임 중에 ‘성공한’ 게임들의 매출액 대부분은 일본에서 발생한다. 일본을 제외한 매출 비중은 대략 3~40% 정도로 파악된다. 특히 한중일을 제외한 글로벌 매출액은 아주 낮은 편이다. 중국 허들을 뚫는데 성공한 게임들은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경우가 심심찮다는 이야기도 들리는데, 여기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결국, 단일 시장이 아닌 '글로벌 시장'의 중요성이다.


| 게임 <나 혼자만 레벨업>에 거는 기대감


[ 넷마블에서 개발 중인 게임 '나 혼자만 레벨업' ]


게임 업계내에서 발빠른 업체들은 현재 글로벌 시장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글로벌 중심의 웹툰 IP의 게임화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IP 바로, <나 혼자만 레벨업>를 꼽을 수 있다. 게임 <나 혼자만 레벨업> 역시 글로벌 지향임이 분명하고, 이후 개발할 대작 게임들도 글로벌 타깃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응하고 있다. 물론, 라이트한 게임도 계속해서 나오겠지만 일종의 ‘대작’게임들이 등장할 가능성도 아직은 충분해 보인다.

공교롭게도, 한국 웹툰과 게임 모두 같은 '글로벌' 이라는 도전과제를 받다.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고민해야할 점이 분명 존재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물리적 결합 외에 ‘화학적 결합’을 통해 게임을 만들려면,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하고, 개발 단계에서 그걸 적용할 수 있는 정교한 프로세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 게임 개발사의 입장에선 ‘원작료 줄 필요 없이 우리가 오리지널 개발하지 뭐’가 될 가능성이 있고, 웹툰의 입장에서도 ‘그걸로 그냥 우리가 게임 개발하지 뭐’가 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어떻게 시너지를 조율할지가 중요한데, 그래서 지금 개발중인 대작 게임, <나 혼자만 레벨업>의 성공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게임 <나 혼자만 레벨업>의 성공 사례가 나오면, 다른 개발사들도 도전할 이유가 생기니까요. 

게임 <나 혼자만 레벨업>는 21년 4월 제작 발표를 한 이후 지속적인 연기를 거쳐 현재 24년 1분기 출시 예정을 잡고 있다. 최소 약 3년간의 개발 기간이 필요했었다는 점이다. 물론 다른 AAA 게임 개발과 비교하자면 짧을 수 있지만, 웹툰 원작 IP 게임 가운데에서는 긴 개발 기간이라고 볼 수 있다. 게임 <나 혼자만 레벨업>의 성공 사례는 웹툰 원작 게임 개발에 많은 변화점을 줄 것으로 보인다.


<나혼렙>은 웹툰과 웹소설계에서 ‘나 혼자만’ 시리즈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비슷한 양산형의 범람이 아니라, 작품성 있는 작품의 옥석을 가려 ‘제대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게임 <나혼렙>의 성공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한국 웹툰과 게임이 글로벌이라는 키워드를 공유하는 만큼 웹툰 원작 게임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1) 고래유저 https://www.inven.co.kr/webzine/news/?news=163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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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화

프리랜서 웹툰 PD
웹소설 원작 작품 기획 및 각색을 전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