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너스 성장 이후에서 출발한 2023년 웹툰 시장
올해 초까지만 해도 금년도 웹툰 산업의 전망은 어두웠다. 이훈영 툰플러스 대표는 23년 1월 디지털만화규장각 칼럼 「2023년 웹툰 산업 전망 – 성장률 둔화와 침체기의 시작」를 통해 2022년 웹툰 시장의 성장이 마이너스가 되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훈영 대표는 2021년까지 웹툰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던 소비자들이 2022년을 기점으로 무더기 이탈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2021년 말까지만 해도 △웹툰 시장 규모의 1조 원 돌파 △OTT 영상 플랫폼들의 경쟁 구도에 따른 IP 시장의 호조 △웹툰 리딩그룹 일명 ‘네카오’의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공격적 투자 등으로 2022년의 웹툰 산업의 전망은 호전적이었다고 회고했다.
이훈영 대표는 호전적이었던 당시의 전망과 달리 2022년 웹툰 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에 대해서는 두 가지 요인을 뽑았다. 그는 △웹툰 콘텐츠 공급량의 폭증과 △소비자들의 콘텐츠 피로도 누적이 엔드 유저를 시장에서 빠르게 이탈시켰다고 주장하며, 두 가지 현상의 중심에 그래픽노블(웹소설을 원작으로 둔 웹툰)이 있다고 보았다. 그는 웹소설에서 이미 원작의 이야기를 소비한 소비자가 웹툰에서 동일한 이야기를 다시 순환 소비할 가능성이 작을뿐더러, 텍스트를 통해 이미지를 상상시키는 웹소설과 달리 웹툰은 소비자의 상상력을 크게 자극하지 않기 때문에 웹툰 소비자는 콘텐츠에 대한 피로도가 빠르게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폈다.
이어 그는 <나 혼자만 레벨업>(카카오웹툰, 2018~2021)의 성공신화가 모든 웹툰 스튜디오들이 그래픽노블로 뛰어드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글을 닫으며 이제 소비자들은 가볍고 빠르며 전형화된 스낵컬쳐의 특성을 염두한다 하더라도 콘텐츠 공급량 폭증은 이야기의 소구를 빠르게 마모시켜 반복되는 이야기를 식상하게 만들 것이며, 이러한 시장의 흐름은 소비자가 지갑을 닫는 계기를 마련하기만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불어 2023년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보다 신선한 기획과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되짚어볼 포인트가 분명해진다. 일단 기획의 신선도와 같은 정성적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이훈영대표가 지적한 ‘콘텐츠 공급량의 폭증’은 가라앉았나? 우선 1분기까지는 콘텐츠 공급량의 폭증이 잠잠해지지는 않았다. 백종성 배재대학교 아트앤웹툰학부 교수는 디지털만화규장각 칼럼 「23년 1분기 만화 유통 시장 돞아보기: ‘산업 인계점을 인식하고 대비하자」에서 기성 작품 포함하여 웹툰 시장에 유통된 콘텐츠의 수가 [4Q22 등록 작품 2,810개 → 1Q23 등록 작품 5,034개]으로 QoQ가 100% 가깝게 증가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플랫폼 자체 매출은 작품이 늘어남에 따라 점진적으로 우상향하고 있지만 작품별 매출은 하락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백종성 교수의 지적은 모두가 어려운 웹툰 시장에서 이익은 본 것은 플랫폼 밖에 없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그렇다고 플랫폼이 이익을 본 것도 아니었다. 가령, 오직 웹툰 기업으로만 볼 수는 없지만 웹툰플랫폼 ’레진코믹스‘ ’봄툰‘ ’벨리툰‘을 운영하며 2023년 1분기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87.8%를 웹툰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창출하고 있는 키다리스튜디오의 경우, 2022년 3분기부터 2023년 3분기를 통틀어 마이너스 영업이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웹툰을 주업으로 하는 기업으로써 시장의 혹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 그림 1, 키다리스튜디오 분기별 재무실적 추이 - 출처: 한경 컨센선스 ’키다리스튜디오‘(020120) >
| 2024년, 상장은 봄을 줄 수 있을 것인가
2023년도 어느덧 과거의 시간이 되어가고 있다. 2023년 내내 부진을 면치 못했던 키다리스튜디오와 같이, 다른 기업들도 2023년 내내 부진을 면치 못했을까? 아니면 길었던 겨울을 끊어내고 다시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을까? 여기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웹툰 시장의 리딩 그룹인 ’네카오‘의 웹툰 사업 실적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물론, 공개된 자료를 기준으로 생각해본다면 완벽히 투명한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일단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웹툰 사업을 단일 카테고리의 사업으로 두지 않고, ’콘텐츠‘라는 커다란 카테고리 안에 넣어두기 때문이다.
< 그림 2 - 네이버 콘텐츠부문 분기별 손익 추이 - 출처: 네이버 3Q23 Earning Call(네이버IR자료실) >
그럼에도 IR자료를 기준으로 추산해본다면, 최소한 네이버의 상황은 키다리스튜디오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네이버는 2023년 3분기 콘텐츠 부문에서 4996억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621억의 부문별손실을 기록하며,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수익을 창출하지 못했다. IR자료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웹툰 부문의 손실 규모는 175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0억 원의 손실을 축소했다고 하나 뒤짚어서 생각해보면 네이버웹툰은 기업의 관점에서 매력적인 실적을 창출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 그림 3, 카카오의 분기별 실적 추이(스토리 부문) - 출처: 카카오 3Q23 Earning Call(카카오IR자료실) >
반면 카카오는 콘텐츠 부문에서 흑자를 “본 것처럼” 보인다. 이는 부문별 실적 보고가 플랫폼 부문과 콘텐츠 부문이 묶여있기 때문인데, 그나마도 웹소설과 함께 스토리 부문으로 묶여있어 카카오가 웹툰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역량을 펼치고 있는지 정확한 분석이 어렵다. 그러나 Earnig Call에서 픽코마 부문을 따로 떼어내서 발표한 것만 본다면, 카카오도 글로벌 시장에서 나름의 가능성을 찾았다고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도 반론의 여지는 많다. 글로벌 시장에서 명성을 얻었던 NHN의 경우 올해 7월 Comico의 태국 시장에서 철수했고, 네이버와 마찬가지고 콘텐츠 부문에서 마땅한 이익을 내는 데 고전 중이다.
이렇게 본다면 최근 웹툰 업계에서 가장 큰 뉴스 중 하나가 되고 있는 네이버의 미국 상장 도전을 마냥 좋게만 생각할 수는 없다. 얼핏 생각한다면 네이버 웹툰의 미국 상장은 국내의 웹툰 기업이 국제 무대에서 그 건실함과 미래가치를 인정받는 일일 수도 있으나, 다르게 생각한다면 네이버웹툰은 단순하게 꾸준하게 안정적으로 유동성을 공급받을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지 않고는 영업을 영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물론, 마냥 비관적으로만 볼 수 없기도 하다. 네이버웹툰은 올해 4분기까지 흑자전환에 나서겠다는 목표를 밝혔으며, 미국 상장의 시점을 그 이후로 잡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곱씹어봐야 할 구석은 분명히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3분기 어닝콜에서 "웹툰 사업은 유료 콘텐츠 외에도 일본과 북미 지역 내 보상형 광고 상품을 도입하며 광고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IP 사업 확대로 관련 매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네이버가 비즈니스 모델로 꾸준히 활용해온 PPS(Page Profit Share, 현재는 Patners Profit Share로 바뀌었다)만으로는 흑자 전환이 어렵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언급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네이버웹툰은 보다 더 복잡한 구조의 실적 부스팅을 유지해야만 한다는 말이 된다.
| 겨울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그렇다면 겨울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여기에 대한 힌트는 글의 초두에 언급한 키다리스튜디오에 대한 연초 시장의 기대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23년 1월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는 「키다리스튜디오: 곳간에서 이익난다」는 보고서를 통해 키다리스튜디오의 활약을 기대한 바 있다. 보고서의 초두에 나오는 하이라이트에는 “2023년 매출액 2,214억원(+27%YoY), 영업이익 155억원(+42%YoY) 전망”이라는 언급이 있다. 2023 예상 주가수익비율은 31.9배로 다소 높아 우려가 없지 않지만, “가파른 매출성장률, 높은 글로벌 매출 비중, 영상화 역량 등을 감안 시 이는 부분적으로 설명 가능”이라는 후술이 붙어 있다.
보고서의 본문에는 시장의 긍정적 신호로 웹툰 작가 지망생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 글로벌 웹툰 시장의 연평균 20% 고성장, IP 산업 확대에 따른 사업 기회의 확장과 같은 요소들이 언급되었지만 잠시 이것이 어떤 이야기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요소를 하나로 엵어 정리한다면, 현재 웹툰에 거는 기대란 시장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기회를 노리고 들어오는 수많은 노동자들로 인해 원작이라는 원자재 값이 떨어질 것이며, 이를 가공하여 비싼 값에 팔수도 있다는 기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에는 중대한 오류가 하나 있다. 만약 웹툰이라는 원자재가 노동자의 손에 의해 공급되는 것이라면, 웹툰 노동자는 사업체와 웹툰 시장에 대한 기여와 봉사에 대한 꿈을 안고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경쟁한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이미 자본시장에 대한 영향력에 대해 기대를 안고 경쟁에 돌입했다면, 그들의 동기는 이미 기여와 봉사에 대한 꿈보다는 이윤 창출에 동기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원자재를 공급하는 노동자에게 마땅한 이윤이 떨어지지 않다면, 위와 같은 논리는 모래 위에 쌓은 성처럼 무너지게 된다.
그렇다고 원자재에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 보상을 높이게 된다면, 이는 원자재 인플레와 똑같은 구조로 산업을 초토화할 수 있는 맹아를 심는 행위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여기에 시장을 재패하려는 사업자와 이윤 창출이라는 노동자의 꿈 사이에 해결되지 않는 갈등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도 쉽진 않을 것이다. 다만, 글을 마무리하는 와중에 버크셔 해서웨이의 부회장이자 워렌 버핏의 멘토였던 찰리 멍거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과거의 지혜가 오늘의 갈등을 해결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아래에 그가 남긴 말을 적어둔다.
"Forget what you know about buying fair businesses at wonderful prices; instead, buy wonderful businesses at fair prices" (정직한 사업을 환상적인 가격에 사야한다는 당신의 앎을 잊고, 환상적인 사업을 정직한 가격에 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