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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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오픈플랫폼의 현재와 미래

대표 오픈플랫폼 '포스타입'과 '딜리헙'의 발전과 현재 그리고 미래 전망

2023-12-28 남경화

웹툰업계가 성장하고 ‘웹툰산업’이라고 불릴 만큼 규모가 커지면서 플랫폼에서 연재되는 웹툰들은 상업성이 더욱 중요해졌다. 특히 트래픽에 따른 광고 수익이 아니라 작품의 유료결제가 수익모델인 유료플랫폼들에서 상업성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그렇기에 요즘의 유행을 좇지 않는, 실험적이고 개성이 강하거나, 호흡이 느리거나, 비주류적인 소재나 장르의 작품들은 주요 플랫폼에서 정식 연재권을 따내기가 어려워졌다.

<며느라기>는 드라마화까지 될 정도로 대성공한 작품이다. 하지만 <며느라기>는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웹툰 플랫폼이 아니라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셔 연재하였다. 수신지 작가는 고료도 MG도 없는 인스타그램 연재를 택한 이유에 대해 ‘여러 플랫폼에서 거절당하고 연재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작품을 접을까 하다가 소셜미디어에 ‘셀프연재’를 결정했기 때문에 <며느라기>가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며느리가>가 연재 기간동안 크게 주목받으면서 완결 후 단행본 판매를 통해 연재료와 맞먹는 수익을 올렸지만, <며느라기> 연재 기간 동안 수입은 한 푼도 없었다고 수신지 작가는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이 될 수 있는 게 바로 오픈플랫폼이다. 플랫폼과 연재 계약을 맺은 작품만 연재되는 기성 플랫폼과 달리 오픈 플랫폼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창작물을 올릴 수 있습있다. 그리고 유료 판매, 후원, 멤버십 등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수신지 작가는 차기작 <곤>을 연재할 때 딜리헙 연재를 병행하며 유료 미리보기를 제공했다. <곤>의 플랫폼 연재 제의를 거절하고 오픈플랫폼과 소셜미디어에서 연재를 하는 이유에 대해 “누군가 허락한 콘텐츠만이 세상이 나오는 시스템에 의문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오픈 플랫폼의 존재는 '대안 플랫폼'으로 꼭 필요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오픈플랫폼의 운영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디. 2014~2016년 즈음 타다코믹스, 조디악코믹스 등 웹툰 오픈플랫폼이 우후죽순 생기던 시기도 있었으나 지금은 전부 다 자취를 감추었다. 2023년 현재 웹툰 오픈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는 플랫폼은 포스타입과 딜리헙 정도이다. 다만, 두 서비스모두 웹툰 만을 서비스하진 않는다. 오픈 플랫폼인 두 서비스를 살펴보며, 사믓 다른 전략들에 대해 확인해 보자.


| 오픈플랫폼의 역사와 운영의 어려움

오픈플랫폼이 잘 유지되려면 창작자와 독자 양측 모두 다 이용자가 많아야 한다. 먼저 창작자쪽부터 살펴보겠다. 웹툰 오픈플랫폼은 웹툰을 보라고 있는 플랫폼이다. 그럼 당연히 볼 만한 콘텐츠가 많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창작자들이다. 창작자 수가 많아야 콘텐츠 수도 늘어날 테니 오픈플랫폼에 많은 창작자가 필요한 것은 너무 당연하다.

그러나 네이버, 카카오 등이 작가와 연재 계약을 맺어 창작자를 유치하는 것과 달리, 오픈플랫폼은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창작자를 유인할 다른 요소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핵심이 바로 독자들이다. 독자들이 많아야 작품을 유료결제하든 멤버십에 가입을 하든지 해서 수익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재계약을 하는 플랫폼에서는 창작자가 플랫폼으로부터 받는 최소 수익이 있지만, 오픈플랫폼은 독자가 없으면 수익이 전무해진다.

그런데 오픈플랫폼에 작품을 보러 온 이용자들이 많이 늘어나려면 해당 플랫폼에 볼 만한 좋은 콘텐츠가 많아야 한다. 근데 그런 콘텐츠들이 많으려면 창작자가 많이 있어야 한다.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순환관계가 형성된다. 유튜브가 잘 되고 있는 이유는 ‘많은 이용자→많은 콘텐츠 창작자→많은 이용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소위 ‘대박’ 콘텐츠가 많아짐→더 많은 이용자와 창작자’의 순환구조가 정착되고 매끄럽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 궤도에 오르면 알아서 유지되지만, 그 궤도에 오르는 것이 매우 어렵다. 

게다가 현재의 웹툰판처럼 이미 확고하게 자리잡은 기성플랫폼이 있다면 더더욱 난이도는 더욱 증가한다. 기성플랫폼을 놔두고 이 오픈플랫폼을 이용해야만 하는 이유가 창작자에게도, 독자에게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작자측에는 이용자가 많다는 것을 증명해 수익이 보장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독자 측에는 조금 더 방문 이유를 설명하기 힘든데, 오픈플랫폼은 누구나 작품을 올릴 수 있는 대신, 퀄리티 컨트롤이 되지 않는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기성플랫폼에 퀄리티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장되는 작품이 수없이 쏟아지는 와중에 굳이 이 오픈플랫폼을 이용해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 방법은 바로 ‘여기서만 볼 수 있는, 가치 있는 작품’을 유치하는 것이다. 소위 ‘대박작’을 터뜨리는 것이다. 이 문제를 포스타입과 딜리헙은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지 살펴보자.



| 포스타입 : 대표 작품 부재의 아쉬움

포스타입은 2015년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창작자가 자신의 콘텐츠에 자유롭게 가격을 매길 수 있으며, 무료 콘텐츠에도 독자가 창작자에게 후원금을 보낼 수 있다(물론 창작자가 후원을 허용한 경우에만). 콘텐츠 전체를 유료로 걸어 놓을 수도 있지만, 콘텐츠의 70%는 무료로 볼 수 있고 나머지 30%는 결제를 해야만 볼 수 있는 등 무료 공개분과 유료분 범위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이후 월 단위로 결제하면 전용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멤버십’ 기능도 도입되었다.

포스타입은 2021년 4월부터 ‘포스타입 오리지널’을 시작하였다. 포스타입 오리지널은 ‘포스타입 파트너스’의 일종으로, 파트너 크리에이터와 계약을 맺고 작품을 함께 기획, 제작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은 포스타입 독점작이 된다. 일종의 연재 계약을 하는 셈인데, 포스타입은 결국 IP를 확보할 수 없는 오픈플랫폼의 한계를 느끼고 여타 웹툰플랫폼처럼 IP 확보에 노력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여진다. 당장의 수익화를 위해서라면 이런 전략이 나아 보일 수 있지만, 오픈플랫폼으로서의 정체성은 조금 흐려질 수 있다.

포스타입이 안고 있는 리스크는 여전히 오리지널 플랫폼보다는 ‘2차 창작’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포스타입의 이용자 수가 늘고 포스타입의 규모가 커질 수 있었던 것은 2차 창작물을 만들고 보는 이용자들 덕분이었지만, IP를 확보하려면 오리지널 작품이 많아야 한다. 서비스 시작 이래로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포스타입’하면 떠오르는 대표작은 희미한 가운데, 오픈플랫폼으로서 포스타입은 장기적으로 이 부분에서 고민꺼리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



| 딜리헙 : 단일 대표작품의 한계성

딜리헙은 어떨까? 딜리헙은 2019년 2월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딜리헙은 오픈 초기부터 ‘딜리헙’이라는 플랫폼의 존재를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한, 개국공신이나 다름없는 초대박작이 있었다. 바로 <극락왕생>이다. <극락왕생>은 3주에 한 번 연재, 흑백, 한 화에 3300원 등 모든 조건에서 당시 웹툰계의 표준을 전부 빗겨갔지만 연재를 시작한 2019년에 대한민국 만화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하고 오픈플랫폼에서 전무후무한 매출을 기록하는 등 작품성과 상업성 모두 인정받았다. 

문제는 <극락왕생>이 2021년 말 카카오웹툰·페이지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이 점 또한 오픈플랫폼의 한계라고 볼 수 있다. 오픈플랫폼 작품은 플랫폼과 연재 계약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픈플랫폼은 연재 작품이 타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그렇게 딜리헙은 <극락왕생>을 떠나보냈고, 현재까지 딜리헙에서 <극락왕생>만큼의 화제성을 가진 작품은 나오지 않고 있다.

플랫폼의 이름을 작품이 알릴 정도로 큰 작품의 탄생은 양날의 검과 같다. 당연히 딜리헙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에는 크게 기여했지만, 딜리헙의 이미지가 ‘<극락왕생> 연재처’ 정도로 강화된 면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극락왕생>이 떠난 후 딜리헙의 화제성은 놀라울 정도로 감소했다. 게다가 <극락왕생>이 딜리헙의 이미지를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극락왕생>과 비슷한 색의 작품만 딜리헙으로 오는 경향성도 생겨났다. 모든 작품에 열려있는 ‘오픈’ 플랫폼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게 된 것이다.

딜리헙은 2.0으로 개편하면서 글로벌 서비스를 좀 더 중심에 두는 형태로 바뀌었다. 그리고 기존에는 웹툰이 주류 콘텐츠였던 것과 달리, 인스타그램 같은 UI에 ‘좋아요’를 누르면 창작자에게 후원이 가는 형식으로 바뀌어 만화보다 이미지의 비중을 더욱 늘리고 있다. 딜리헙은 여전히 확고한 오픈플랫폼이긴 하지만, 웹툰 오픈플랫폼으로서의 존재감은 계속해서 옅어져가고 있다.


| 네이버웹툰 도전만화의 의미 변화

네이버웹툰은 23년 베스트도전·도전만화에 작품을 연재하는 아마추어 창작자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하였다. 도전만화에 수익 창출 기능이 도입되면 지금까지는 정식연재를 위한 등용문이었던 도전만화가 일종의 오픈플랫폼으로서의 연재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기존 오픈플랫폼인 '포스타입'과 '딜리헙'은 기존과 다른 거대 플랫폼과의 경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오픈플랫폼이라는 동일한 카테고리를 가지고 있지만, 발전 방향이 달랐단 '포스타입'과 '딜리헙', 네이버웹툰과의 경쟁과 글로벌이라는 과제 속에서 더욱 중요해진 24년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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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화

프리랜서 웹툰 PD
웹소설 원작 작품 기획 및 각색을 전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