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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예능의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을까?

23년 큰 관심 속에 웹툰 연관 예능들이 공개되었습니다.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며 지속 가능한 모델에 대해 고민해 봅니다

2024-01-18 최기현

새로운 포맷의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다. 바로 웹툰 예능이다. 기존에 유행하던 예능 포맷을 살펴보면 출연자들이 실제 상황에서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리얼 버라이어티(1박 2일, 무한도전, 런닝맨)나 대화를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라디오 스타, 무릎팍도사, 힐링 캠프), 노래나 연주를 선보이는 음악 예능(복면가왕, 불후의 명곡, 너의 목소리가 보여), 여행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여행 예능(꽃보다 할배, 윤식당), 요리를 소재로 한 요리 예능(냉장고를 부탁해, 집밥 백선생, 편스토랑), 게임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게임 예능(신서유기, 대탈출) 등이었다. 반면 웹툰 예능은 웹툰을 원작으로 하거나, 웹툰의 요소를 활용한 예능 프로그램을 뜻한다. 웹툰의 줄거리와 설정, 주요 장치 등을 예능 프로그램에 녹여내거나 웹툰 그 자체를 예능으로 만든 것이다. 이미 대중에게 검증된 콘텐츠를 가지고 대중의 취향을 저격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최근 인기를 얻었던 웹툰 예능 프로그램으로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 ‘플레이유’, ‘머니게임’, ‘웹툰싱어’, ‘만찢남’ 등을 들 수 있다. 

웹툰은 이미 많은 독자에게 재미와 인기를 제공하였다. 웹툰을 기반으로 만든 예능은 기존에 웹툰 작품을 읽었던 독자는 물론 예능을 좋아하는 시청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웹툰이 가진 다양한 소재와 스토리는 기존 예능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함을 던져줄 뿐만 아니라 관찰자 시점으로만 볼 수 있었던 예능 포맷에서 시청자의 참여를 더욱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모습을 보인다. 시청자는 예능 프로그램의 캐릭터에게 실시간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참여형 예능 프로그램에 더욱 몰입된다. 또한 웹툰 예능은 지상파나 공중파 방송 플랫폼이 아닌 유튜브를 비롯한 다양한 OTT 플랫폼에서 공개되어 요즘 시청자에게 여러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을 가졌다. 웹툰 예능이 가진 다양한 콘텐츠 특징을 앞세워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 그동안 인기 있었던 웹툰 예능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 좋아하는 마음은 감출 수 없고 보통은 그렇게 사랑이 시작된다 :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

OTT 플랫폼 Wavve(웨이브)에서 공개한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이하 좋알람)은 천계영 작가의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을 원작으로 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웹툰의 세계관을 연애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에 현실적으로 적용했다는 점이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다. 8인의 출연자가 휴대폰에 좋알람 앱을 설치한 상태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10m 반경에 들어오면 알람이 울리며 하트를 받는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가장 많이 하트를 모은 커플이 우승을 한다. 좋알람 역시 <나는 솔로>, <하트 시그널> 등 다른 연애 리얼리티 예능과 마찬가지로 커플이 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MC와 패널들이 출연진의 연애 과정을 분석하고 감정을 이해하면서 시청자에게 재미를 제공하는 것이 비슷하다. 연애 예능 프로그램의 본질인 커플 매칭을 기본으로 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들키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더 많은 하트를 얻기 위한 심리전을 펼친다. 좋알람은 더 나아가 웹툰 원작의 설정을 충실하게 재현하면서도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느낄 수 있는 설렘을 시청자에게 제공한다. 특히 다른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었던 방식으로 출연자의 속마음을 표현한 방식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제작진은 출연자들이 다른 출연자에게 호감을 느꼈는지 직접 물어보지 않고 거짓말 탐지기를 활용하여 출연자의 속마음을 확인한다. 떄로는 자기 자신도 모르는 마음속 감정을 원작 웹툰과 같이 휴대전화의 앱이 알려준다. 만약에 단순히 휴대전화 앱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고르는 것으로 서사가 진행되었다면 다른 연애 예능 프로그램과 차별점이 없어 재미가 반감되었을지도 모른다. 이외에도 웹툰 원작에 나왔던 맥주병 돌리기나 외판원에게 데이트와 관련된 카드를 구매하여 자신의 상황에 맞게 사용하는 등 웹툰의 설정을 충실하게 재현했다. 기존 연애 프로그램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동성애 코드를 프로그램 곳곳에 심어놓았다. 이러한 요소 덕분에 좋알람은 한중일 합쳐 64억 회 이상 누적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 유재석이 게임 속 캐릭터가 되었다 : 플레이유

인기 연예인 유재석이 게임 속 캐릭터가 되었다! 카카오TV와 유튜브 실시간 라이브를 통해 공개된 <플레이유>는 시청자가 유재석을 플레이하는 게임 예능 프로그램이다. 현실 속 공간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 예를 들어 방 탈출하기, 주차장 탈출하기, 열차 탈출하기 등 미션을 시청자 플레이어들의 전략과 제안, 투표를 활용하여 주어진 시간 내 완수해야 한다. 실시간 채팅창에서 전달되는 시청자의 요구를 게임 속 캐릭터 유재석이 충실히 구현한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집단 지성의 힘을 사용하여 유재석과 함께 직접 미션을 해결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프로그램에 몰입한다. 특히 시즌2 <플레이유 레벨업 : 빌런들이 사는 세상>은 카카오의 인기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의 세계관을 담았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글로벌 누적 조회수 143억 회를 기록한 인기 웹툰으로 인류 최약체로 불리는 주인공이 레벨업을 하여 지구를 구하는 헌터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 첫 회에서 E급 고등학생으로 등장한 유재석은 빌런들을 처단하며 A급으로 레벨업한다. 현실 세계에 숨은 빌런을 찾아내 검거한 후 특정 스테이지에서 아군으로 소환하기도 하는 등 <나 혼자만 레벨업> 주인공의 주요 능력을 예능에 담았다.



| 밀폐된 환경에서 살아남기 : 머니게임

웹툰 예능 '머니게임'은 유튜버 진용진이 기획한 웹예능으로 참가자들이 거액의 돈을 놓고 서바이벌 생존 게임을 벌인다는 설정이다. 4억 8천만 원 상금 앞에서 숨겨진 인간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콘텐츠다. 출연자들은 밀폐된 공간에서 약 4억 8천만 원의 돈을 가지고 14일간 최소한의 생활비를 사용하면서 버텨야 한다. 최종적으로 우승한 출연자가 상금을 모두 갖는다. 첫째 날 8명의 출연자는 최대한 많은 상금을 획득하기 위해 함께 룰을 정하고 표면적으로나마 서로를 배려하고 룰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인간이 가진 본능적인 욕심 때문에 좋은 분위기는 오래가기 어렵다. 누가 얼마를 썼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누군가 많은 돈을 사용해 버린다. 최대한 많은 상금을 획득하기 위해 불편하지만 룰을 지키고 자신의 욕구를 최대한 절제하던 다수의 출연자는 소수의 일탈 행동 때문에 서로를 불신하며 이들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간다. 머니게임은 일정 기간 자신의 욕구가 제한된 참가자들의 갈등을 통해 인간이 어디까지 비참해질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들은 과연 최종적으로 얼마의 상금을 획득할 수 있을까? 원작 <머니게임>에서는 폭력마저 허용되면서 참여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다. 절도와 거짓말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예능의 설정에서 알 수 있듯이 웹툰의 세계관이 적용된 머니게임은 기존의 서바이벌 게임과 다른 시도를 통해 시청자는 예능을 통해 출연자 간 숨 막히는 심리전을 경험할 수 있다. 웹툰 예능 머니게임은 미국에서 예능으로도 제작되었다. 미국판 웹예능 '머니게임'은 구독자 700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쥬빌리(Jubilee)'에서 공개되었다. 총상금 30만 달러를 두고 8명의 참가자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에 별도로 마련된 세트에서 10일 동안 생활하는 것을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 웹툰과 K-POP이 만났다 : 웹툰싱어

웹툰싱어는 TVING의 음악 예능 프로그램으로 K-웹툰과 K-POP이 만나 새로운 무대를 선보인다. 팀 유세윤과 팀 장도연으로 나뉘어 매화마다 웹툰 두 작품을 소개하고, 아티스트들이 주제 웹툰과 어울리는 노래를 부르며 웹툰 무대를 만들어 간다. 총 8화로 구성된 웹툰싱어는 <지금 우리 학교는>(주동근), <바른연애 길잡이>(남수), <닥터 프로스트>(이종범), <윈드브레이커>(조용석), <연애혁명>(232), <내일>(라마), <고래별>(나윤희), <모퉁이 뜨개방>(소영), <갓 오브 하이스쿨>(박용제), <별이삼샵>(혀노), <정년이>(서이레&나몬), <아홉수 우리들>(수박양), <화이트 블러드>(임리나), <이두나!>(민송아), <하이브>(김규삼), <급식아빠>(김재한) 등 총 16개 작품과 32개 팀 싱어가 참여했다. 여기에 MC와 패널, 출연가수들의 토크를 통해 웹툰과 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했다. 웹툰 속 주요 장면을 요약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웹툰을 보지 않은 시청자라도 이질감 없이 웹툰 싱어의 무대 안에 몰입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해당 웹툰의 작가가 패널로 출연하여 작품 속 이야기와 캐릭터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하며 웹툰 IP의 새로운 확장을 이끈다.



| 만화를 찢고 들어간 남자들 : 만찢남

만찢남은 웹툰 작가의 무인도 생존기를 다룬 예능 프로그램이다. 3인의 웹툰 작가 이말년, 주호민, 기안84 그리고 모델 주우재는 어느 날 갑자기 무인도에 들어가 자신들이 만화의 주인공이 되어 그려진 만화 그대로 살아가야 한다. 웹툰 작가 또는 섬 밖에 있는 누군가 그린 웹툰 속 한 장면을 구현한 후 ‘마감’을 외쳐야 한다. 웹툰에 그려진 대로 불을 피우거나 아궁이 만들기, 수호상 만들기, 총무선거 등 여러 미션을 수행하면서 생존해야 한다. 이들은 과연 무인도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웹툰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을 관찰하는 시청자의 재미 역시 제법 쏠쏠하다.


| 웹툰 예능의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을까?

웹툰 예능은 대중에게 검증된 콘텐츠를 기반으로 기존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을 벗어난 새로운 시도를 통해 시청자에게 신선한 재미를 제공한다. 자신이 재미있게 본 웹툰이 실사판으로 제작되는 데 따른 팬심과 재미는 기존의 웹툰 독자를 예능 프로그램으로 유입시킬 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본 시청자가 다시 웹툰의 독자로 유입되는 선순환 효과도 이끌어낸다. 또한 단순히 관찰자 시점에서 관람했던 기존의 예능과 달리 실시간으로 자신의 의견을 예능 캐릭터에 전달하는 요소도 웹툰 예능의 인기몰이에 한몫했다. 

반면 웹툰의 스토리와 설정을 예능 프로그램에 적용하는 데 일정한 한계도 여전히 존재한다. 실사화하기 위해서는 예능 프로그램에 맞게 그래픽이나 설정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요소를 추가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좋알람은 웹툰 <좋아하는 울리는>의 세계관을 현실에서 표현하기 위해 여러 장치를 마련하여 성공을 거두었다. 만약 그래픽 효과가 뛰어난 웹툰을 예능으로 실사화한다면 제작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웹툰 예능 제작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제작 기간이 길어질수록 시청자의 관심 역시 떨어질 수 있다. 시청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시청자의 요구와 취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데 이것 역시 부담 요소로 작용한다. 웹툰 예능은 웹툰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웹툰의 인기와 인지도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웹툰의 인기가 식으면 웹툰 예능의 인기도 따라서 함께 떨어질질 우려도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웹툰 예능은 아직 다양한 플랫폼에서 방영되기가 어렵다. 따라서 시청자층이 기존 예능 프로그램보다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웹툰 예능이 앞으로도 계속 인기를 끌 수 있을지 아니면 웹툰 예능의 인기가 일회성으로 끝날지 현재 시점에서 섣부르게 예상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툰이 대중적인 콘텐츠로 자리 잡은 만큼 앞으로도 웹툰 예능이 계속 인기를 끌 가능성이 높은 것 역시 사실이다. 시청자들의 요구와 취향을 고려한 콘텐츠 제작, 웹툰의 세계관과 설정을 어떤 포맷으로 담을 것인지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웹툰 예능을 아직 한 번도 시청하지 않은 독자가 있다면 이번 주말 OTT 플랫폼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포맷의 웹툰 예능을 정주행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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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현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하며 퇴근 후에 만화를 읽고 글을 씁니다. 공연, 전시를 관람하는 것과 만화 정책에 관심이 많습니다. 최근 글로는 <만화산업 중장기 계획(5차)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과제들>(2022 대한민국 만화평론공모전 우수상),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