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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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작품들: 대중화되는 성애물

성인 로맨스 웹툰의 의미를 살펴보자

2024-05-08 한유희

| ‘으른’의 매운맛 연애

우리가 흔히 말하는 꾸금, 즉 성인용 웹툰이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그야말로 “으른들의 찐한 사랑” 이야기다. 사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구 다음웹툰)에서 성인용 웹툰은 간간히 연재되고 있었다. 특히 네이버웹툰의 경우 2016년에 이미 성인용 웹툰이 연재된 바 있다. <스퍼맨>의 경우 연재 5회 만에 일요웹툰 순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독신으로 살겠다>, <헬퍼2: 킬베로스>, <상중하>, <한 번 더 해요> 가 연재되었다. 이중 성적인 표현이 적극적으로 드러나는 작품인 <스퍼맨>과 <한 번 더 해요>는 성인물로서 입지를 굳혔다. 그 후 지속적으로 성인용 웹툰은 연재되었지만, 활발한 수준은 아니었다. 

2021년 <1을 줄게>의 연재 이후 로맨스 장르에서 성인용 웹툰 작품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현재 네이버웹툰에 연재되고 있는 성인 로맨스 웹툰은 총 5작품으로 <왕과의 야행>, <앞집나리>, <성스러운 작가 생활>, <남편을 죽여줘요>, <포 더 퀸덤>이 있다. 카카오웹툰의 경우는 네이버웹툰보다 월등히 많은 수의 성인 로맨스 웹툰이 연재 중이다. 총 19작품이 연재되고 있으며 대표작으로 <구애, 여우를 홀리다>, <이 결혼은 어차피 망하게 되어있다>, <베아트리체>, <나쁜 X>, <결혼 장사> 등이 있다. 두 플랫폼 모두 성인 로맨스 웹툰은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을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카카오웹툰의 경우 19세 완전판과 일반판이 동시에 연재되고 있는데, 순위로 인기를 확연하게 가늠할 수 있다. 실시간 랭킹을 살펴보면 19세 완전판은 100위 안에 위치하고 있지만, 동일한 작품인 일반 연재판은 순위에서 찾아볼 수 없다. 19세 완전판, 즉 성인용 로맨스 웹툰이 명확하게 자리를 잡은 것이다.


[ 그림 1, <이 결혼은 어차피 망하게 되어 있다[19세 완전판]> ]


사실 성인용 웹툰의 역사는 짧지 않다. 기본적으로 ‘결제하는’ 성인용 웹툰 플랫폼의 시작은 ‘레진코믹스’라고 할 수 있다. ‘재미있는 만화를 쉽게 결제해서 편하게 보게 하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필두로 “성숙한 독자를 위한 어른의 만화 서비스”를 표방한 레진코믹스는 2013년 유료만화 시스템을 완벽하게 정착시킨다. 레진코믹스가 주목받았던 것은 다양한 장르의 웹툰을 연재하였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웹툰 작품 외에도 비주류·비상업적인 웹툰을 연재했고, 특히나 성인 웹툰 연재에 공을 들였다. 성인 웹툰의 장르를 특화시켜 흔히 언급하는 ‘남성향’, ‘여성향’의 독자의 각각의 취향에 알맞게 시장을 세분화하였다. 따라서 미소녀물, BL/GL(백합) 등의 성인용 장르에 특화된 플랫폼으로 성장한다. 레진코믹스의 성공으로 ‘탑툰’, ‘봄툰’ 등 다양한 플랫폼이 성장할 수 있었고, 각각의 특화된 장르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행하는 <2023 만화산업백서>의 웹툰 유료 결제 관련 조사를 살펴보면 유료 결제 경험은 평균 45.6퍼센트이다. 그중 20대는 56.6%, 30대는 50.6%, 40대의 경우에도 46.1%로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보여준다. 또한 유료 결제 의향 조사에서도 20대는 41.4%, 30대는 32.5%, 40대는 35.5%로 평균인 33.6%보다 높은 결과가 나타났다. 직접적으로 결제를 할 수 있는 독자층의 충분한 수요를 알 수 있다. 또한 웹툰 이용 시 고려 기준을 살펴보았을 때 20대 이상의 연령에서 ‘소재/줄거리’의 요소를 중시한다는 점을 볼 수 있다. 결국 ‘재미’가 있는 작품이라면 충분히 결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미 전연령층을 대상으로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인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은 오랫동안 웹툰 서비스가 이루어졌기에 충성도가 높고,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작품도 많다. 동시에 다양한 작품들을 접할 수 있다. 이러한 대형 플랫폼에 대항할 수 있는 작품, 장르가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존에 없던 ‘새로움’이 필요하다. 중소형 플랫폼에서 성인물 웹툰을 지속적으로 제작하는 것은 웹툰 시장의 주류인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에서 다루지 못하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극적인 노출과 성적 판타지를 전면적으로 내세우는 작품들을 포진하여 플랫폼의 강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이때의 성인물은 보통 육체의 쾌락에 집중하는 작품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포르노적 이미지를 통하여 성적 욕구와 욕망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흔히 남성향 성인 웹툰이라고 말하는 작품들의 특성은 남성의 시선으로 여성을 바라본다는 점에 있다. 흥미로운 것은 남성향 성인 웹툰의 장르에도 ‘로맨스’로 표기되어 있으나, ‘로맨스’라고 생각하는 대중이 많지 않다는 점에 있다. ‘야한’ 웹툰으로 인지하는 것이다. 이는 곧 성인 웹툰 자체가 하나의 장르처럼 수용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칭 ‘남성향’ 성인 웹툰의 기조가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구조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 여성을 위한 섹슈얼리티

‘성인물’에는 당연히 여성을 타겟으로 하는 작품들도 많다. ‘여성향’ 성인 웹툰이 전면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성향 성인 웹툰은 야하지 않느냐? 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물론 여성향 성인 웹툰 또한 충분히 ‘야하다’. 금기시되는 성행위 장면을 노골적이고 집요할 정도로 좇는 작품이 ‘여성향’ 성인 웹툰에도 분명히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쾌락의 주체가 ‘여성’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나타낸다. 성적인 환상이 낭만적이고 감정적인 내용이 더 많이 드러난다. 수위가 높은 선정적인 장면들 속에서 금단의 사랑 혹은 낭만적인 사랑을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러한 특성으로 여성향 성인 웹툰에서는 ‘로맨스’라는 장르적 특질이 조금 더 명확히 드러난다. 이는 BL, GL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결국 성애물이 대중화되는 현상은 결국 섹슈얼리티를 다루는 표현 방식이 점차 공개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섹슈얼리티는 성적인 욕망들, 성적인 정체성 및 성적 실천을 의미하는 것으로 성적인 감정과 성적으로 맺게 되는 관계들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단순히 선정적이고 욕망을 표출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만 사랑에 대한 장면을 섹슈얼리티하게 표현하는 것은 창작자와 독자 모두의 욕망을 표출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수 있다. 물론 매회 자극적인 성애 장면이 등장하는 웹툰은 오픈플랫폼에 등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보수적인 플랫폼에서 성인 로맨스를 표방한 작품들이 인기를 얻고 지속적으로 연재 작품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대중적인 관심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적으로 보수적이었던 여성의 성적 욕망을 용인하고 있으며, 성인물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경계해야 할 부분은 존재한다. 성행위의 묘사가 너무 노골적이라서가 아니라, 그런 묘사를 통해 그것이 궁극적으로 인간에 대한 혐오나 인간 관계의 단절에 이바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성적 만족을 추구할 수 있을 정도의 마지노선을 지켜야 한다. 그렇지만 그 한계선을 누가 어떻게 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등장한다. 이미 높아진 기준을 따라가기 위해서 더욱 더 자극적인 장면들이 필요해진다. 대중이 원하기에, 대중을 위해서 라는 이유로 성애의 장면이 맥락없이, 너무 자주 노출될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자극을 위한 폭력적인 관계가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점 또한 경계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애초에 ‘성애물’이 왜 주목을 받는지에 대한 고민을 다시금 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에서 ‘성’에 관한 이야기를 공적인 자리에서 언급하기란 쉽지 않다. 사회의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 담론은 속도에 따르지 못하고 있기에 지속적으로 충돌한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성을 다루는 담론을 음지에서만 나눌 수는 없다. 대중적인 매체에서 대중적인 방식으로 담론을 생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웹툰 또한 대중매체로서 성에 관한 담론을 다양한 작품을 통해서 논의할 수 있다. ‘야한’ 웹툰에서부터 이게 19금이야? 하는 작품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꾸금’ 웹툰에서도 단순히 성적 욕망만을 채우는 작품보다 ‘좋은’ 작품이 인기를 얻는다. 개연성이 떨어지고, ‘씬’만 가득한 작품은 오래가지 못한다. 결국 흥미롭고 재미있는 서사를 기본으로 한 작품이 기본이 되어야한다. 

초기 레진코믹스에서 연재된 작품 중 <나쁜 상사>, <괜찮은 관계>와 같은 작품은 성인 웹툰으로 자극적인 성애 장면을 포함하고 있지만 인간의 본성과 성장에 관한 이야기를 펼쳐나가며 인기를 얻었다. 또한 <새디스틱 뷰티>의 경우 BDSM의 요소를 가감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어디까지 해봤어?>는 성인 일상 웹툰이지만 부부 사이의 성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외에도 성인 로맨스 웹툰은 다양한 모습의 사랑 이야기를 ‘성애’를 포함하는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


[ 그림 2, <새디스틱 뷰티> ]



| 성애물의 대중화, 비판만 할 수 있을까? 

시장의 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플랫폼이 과연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점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네이버웹툰, 카카오웹툰 모두 오픈 플랫폼이지만, 동시에 이윤을 추구해야만 한다. 구매 의향이 높은 20-40대의 흥미를 끄는 작품을 연재할 때 플랫폼은 성장 동인을 얻게 된다. 단순히 접근이 쉽다는 이유로 ‘윤리’와 ‘도덕’을 요구할 수는 없다. 물론 청소년을 위한 작품의 연재공간이 필요하며,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플랫폼이라는 점은 문제점으로 꼽힐 수밖에 없다. 동시에 독과점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이미 80퍼센트의 지분율을 지닌 네이버웹툰에서 중소 플랫폼에서만 볼 수 있던 장르까지 넘볼 경우, 중소 플랫폼이 살아남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대중의 요구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늘상 비슷한 모습의 사랑 이야기만으로는 대중의 만족을 이끌어낼 수 없다. ‘성인 웹툰’이란 노골적인 성애 장면이 등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성인’이기에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주제라는 점에서 다양한 작품을 창작할 수 있도록 만든다. 로맨스 장르가 ‘사랑’에 대한 여러 가지 모양을 이야기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성인’들의 사랑 이야기는 당연히 필수불가결이라는 부분을 고려해야만 한다. 

‘야한’ 웹툰을 보는 것이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에서 그냥 플레저(Pleasure)가 되고 있는 과도기이지 않을까.


필진이미지

한유희

문화평론가. 제 15회 <쿨투라> 웹툰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2021년 만화평론 공모전 우수상 수상.
경희대 K-컬처 스토리콘텐츠 연구원으로 웹툰과 팬덤을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