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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네되>가 <이두나!>와 같은 로맨스 장르인가?

해시태그vs장르: 장르는 마케팅을 위한 틀거리인가?

2024-04-01 한유희

웹툰 메인페이지에서 웹툰만큼이나 중요한 건 무엇일까. 바로 웹툰의 장르 분류 체계다. 웹툰 플랫폼에서 장르별로 작품을 분류하는 것은 익숙하다. 웹툰의 장르는 다양하며, 지속적으로 바뀌고 있다. 웹툰의 분류 기준도, 장르 자체도. 웹툰의 장르 구분의 기본 잣대라고 할 수 있는 <2023 만화산업백서>에 따르면 웹툰의 장르는 총 17개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각각의 플랫폼은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장르’ 분류 체계를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판타지, 무협, 액션, 일상, 드라마, 공포(스릴러), 개그(코믹)의 장르를 기본으로 플랫폼마다 저마다의 기준을 지니고 장르를 나누고 있다. 


[ 그림 1, 만화산업백서 및 주요 플랫폼들의 장르구분체계 ]


장르의 분류 체계는 다르지만 독자들은 각각의 플랫폼에서 어렵지 않게 자신이 선호하는 ‘장르’를 찾아서 읽을 수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네이버웹툰에서는 로맨스 판타지를 장르로 구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로맨스 판타지의 경우 ‘로맨스’라는 장르로 분류되고 있다. <재혼황후>, <언니, 이번 생엔 내가 왕비야>, <시월드가 내게 집착한다>등 로맨스 판타지 장르의 대표적인 작품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로맨스 판타지’로 호명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 장르의 장르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장르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선행되어야 한다. 장르(genre)는 종류, 유형, 양식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문학, 예술 분야에서 공통된 특징으로 나눌 수 있는 이야기 양식(1)를 말한다. 장르는 이미 여러 매체에서 사용되는 개념으로, 문학에서 장르는 문학의 기본 형식이 문학의 구체적 유형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대중문화에서의 장르는 문학에서의 엄격한 장르 구분과는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 흥행에 성공한 이야기는 반복되며 유사한 서사 구조를 확정한다. 익숙한 서사 구조가 장르가 되는 것이다. 곧 장르를 이루는 것은 일련의 관습을 뜻한다. 하지만 장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해지면서 속성 또한 모호해진다. 장르가 서로 교섭하고 결합하며 복합적인 성격을 지닌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킨다. 혼종적인 장르가 지속적으로 탄생하는 이유다. 결국 장르란 작품의 형식과 내용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느냐에 관한 정의를 뜻한다. 중요한 것은 결국 대중들이 ‘익숙한 관습’, ‘숙달된 플롯’을 어떤 이름을 통해 수용하느냐다. 

결국 작품을 설명할 때 수식어를 찾아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문제는 작품이 마스터플롯을 ‘많이’ 벗어날 때, 관습에 익숙한 독자들의 반발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미 장르에 익숙한 독자들은 관습을 따르지 않은 작품을 ‘대항서사’로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대항서사 또한 하나의 ‘장르화’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로맨스 판타지’다. 2013~2018년 기간 동안 주요 플랫폼에서 가장 많이 연재된 작품은 드라마, 판타지 등 복합장르와 기존 인기 장르였다. 하지만 2019년 이후로 들어서면서는 로맨스 장르, 그 중에서도 로맨스 판타지 장르 집중현상이 나타난다(2)

장르는 생성되었다가 발전하고 절정에 도달한 후 소멸했다 다시 재생성된다. 이것을 ‘장르 사이클’이라고 하는데, 이때 재생성되거나 변형된 장르는 이전 장르와는 다른 내용이나 스타일로 포장된다(3). 로맨스 판타지 장르의 생성이 로맨스 장르와 판타지 장르의 혼종을 통한 분화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로맨스 판타지 장르만의 특성이 명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로맨스 판타지’의 성격을 지닌 작품들은 로맨스 장르에서도, 판타지 장르에서도 배제했던 작품군이었다. 웹소설·웹툰과 같은 서브컬처에서 장르의 분화는 초미의 관심사다. 이전의 장르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분화되기 때문이다. 다수의 독자들이 ‘보고’, ‘참여’하기 때문에 장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따라서 마스터플롯에 도전하는 대항서사로 반감을 지닌, 원장르 독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로맨스 판타지 작품이 점차 인기를 얻게 되면서 반복되고 결국 장르로 호명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 것이다.

네이버웹툰에서 굳이 ‘로맨스 판타지’ 장르로 분화하지 않은 것은 충분히 ‘로맨스’ 장르 안에서 작품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다. 작품을 하나의 장르로 호명할 때, 장르는 작품의 가장 우세한 장르적인 성격을 나타내는 지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로맨스 서사는 기본적으로 ‘장애가 많은 연애 이야기(4)’로 사랑의 확인이라는 결말에 이르는 기본적인 틀을 지니고 있다. 대중문학연구회에서는 로맨스 소설의 필요충분조건을 네 가지로 제시한다. 첫째, 남녀간의 사랑이 이야기의 핵심이자 소설 전개의 중심축을 이루어야 한다. 둘째, 연애소설에서는 사랑을 방해하는 요소나 인물들이 반드시 등장해야 한다. 이때 방해 요소는 인격적 요소, 비인격적 요소 모두를 포함한다. 셋째, 사랑의 목표나 지향점, 연애의 과정이 행동발전의 중심축을 이루며 목표가 인간 간의 깊은 이해나 화합에 있어야 한다. 넷째, 사랑에 관한 작가의 생각이 분명하고 진지하게 표명되어야 한다(5)고 규정하고 있다. 


[ 그림 2, <이두나> ]


결국 이 네 가지 조건이 명확하게 드러날 때 우리는 ‘로맨스 장르’라고 칭할 수 있다. <이두나!>의 경우 주인공인 ‘두나’와 ‘원준’이 연인이 되지는 않지만, 사랑을 통해서 성장하는 모습이 드러난다. 방해요소 또한 작품 내내 등장한다. 사랑의 목표와 지향점이 달랐기에 헤어지지만 결국은 다른 사랑을 통해서 사랑 자체가 주목받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 로맨스? 로맨스 판타지?

하지만 ‘로맨스 판타지’에서 이 네 가지 조건이 모두 명확하게 드러나는가의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로맨스 판타지라는 장르로 분화된만큼 로맨스 판타지만의 특성이 명확한가도 주요한 문제점으로 등장한다. 기실 로맨스 장르의 모든 작품이 환상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넒은 의미에서 로맨스 판타지는 로맨스의 완전한 하위 장르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로맨스 판타지는 고유한 장르 특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로맨스와 로맨스 판타지는 같은 의미의 장르라고 볼 수는 없다.

로맨스 판타지 장르에 대한 선행 연구를 살펴보면 안상원은 로맨스 판타지 장르에서 여성 인물 스스로가 자신의 운명을 선택하고 모험을 떠나며 실패와 성공을 경험하는 다양한 이야기가 로맨스 장르에 비해 다양하게 등장(6)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여성의 욕망을 비교적 명확히 다루고 있다고 평가한다. 또한 육아· 및 성장물을 통해 주인공의 귀여움과 사랑스러움, 애교를 반복함으로써 얻는 효과(7)를 검토하기도 하였다.

류수연(8)은 로맨스 판타지 장르의 악녀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인정받고 그것을 통해 사회적 성공에 이르는 것”을 중요시 여긴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율성과 주체성을 표현하고 있다고 로맨스 판타지 장르를 평가한다. 

로맨스 판타지라는 장르가 분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작가’나 ‘플랫폼’이 아닌 독자에서부터다. 로맨스 판타지 장르 자체가 로맨스와 판타지 두 장르의 배제와 소외를 통해 탄생한 장르이기 때문이다. 로맨스 판타지가 여성의 장르로 정착되면서 정통 판타지 장르의 독자들은 ‘연애’만 강조되면서 로맨스만 강조되는 것은 판타지라는 장르를 붙일 수 없다는 것을 내세운다. 즉, 여성만을 위한 장르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비난했다.

로맨스 판타지 장르는 오히려 판타지와 로맨스의 기본적인 설정에서 벗어나면서 로맨스 판타지만의 확고한 장르를 구축해내고 있다. 여성의 욕망과 성취에 집중할 수 있는 배경을 판타지에서 차용하고, ‘낭만적’ 사랑을 통한 행복한 결말을 획득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현대 사회에서의 차별과 억압보다 더 큰 한계를 지닌 ‘중세 유럽’과 같은 환경을 기본적인 배경으로 두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런 배경은 현대 여성이 느끼고 있는 사회적인 차별과 억압을 극대화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계층, 인종, 젠더, 민족, 섹슈얼리티와 같은 사회적 구분에서 특히 여성으로서 요구되는 아름다움, 성공적인 삶과 결혼, 우정과 사랑의 규범은 ‘지금-여기’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강박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로맨스 판타지는 ‘지금-여기’의 여성들이 상상으로만 욕망하던 ‘성취’를 빠르게 획득하게 한다. 

로맨스 판타지의 서사 안에서 여자 주인공들이 주체적으로 행위하고 있으며 높은 위치를 향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이 강조된다. 따라서 로맨스의 목표인 ‘사랑’을 위한 삶보다 나의 성공에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 사랑이 된다. 로맨스 요소가 완전히 부수적이 되는 것이다. 


[ 그림 3,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 ]


특히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의 경우 로맨스는 완전히 부차적인 소재다. 오히려 깨진 로맨스를 통해서 계략을 짜고 복수를 하는 서사가 중심이 된다. 최소한의 ‘선’을 지키고자 하며, 주인공들의 성장 이야기이지만, 네이버웹툰 안에서는 여전히 ‘로맨스’ 장르에 속해있다.


웹툰의 장르는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장르는 서사의 변화 양상을 즉각적으로 포착하기 쉽지 않다. 또한 장르 안에서 마스터플롯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시도하기 때문에 장르의 이름을 바꾸거나 새롭게 생성하는 대신, 해시태그를 통해 하위 장르를 구분하고 있다. 웹툰의 정보는 하위 장르인 해시태그로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작품의 배경, 인물의 성격, 인물 간의 관계 등이 표시된다. 카카오웹툰의 경우 키워드가 형용사까지 활용되기도 한다. 결국 해시태그는 장르가 점차 세분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해시태그로 묶인 작품들은 하나의 군집을 형성하게 된다. 관습화된 이야기가 혼용되고 차용되고 경계를 넘나들면서 웹툰의 시장은 다양한 서사들을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범람하면서 독자들은 ‘무엇’을 ‘어디’에서 읽을지 고민하게 된다. 서브컬처에서 장르는 결국 독자들이 선호하는 이야기를 더욱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길잡이다. 

문제는 마스터플롯에 이어 세분화된 해시태그까지 벗어나지 않는 새로운 작품이 언제까지 창작될 수 있는가다. 해시태그가 점차 세분화된다는 것은 창작할 때 이미 한계점을 설정한 상태에서 연재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새로운’ 이야기보다 ‘양산형’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연재되는 상황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물론 독자가 요구한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독자는 ‘아는 맛’을 선호한다. 재미가 보장되는 플롯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웹툰은 대중적인 산물이자 대중의 반응이 민감한 서브컬처다. 따라서 작가주의가 보장되는 작품의 탄생이 쉽지 않다. 독자 없는 웹툰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관습과 제약이 적을수록 더 자유로운 상상력이 가능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1) 김일태 외 4명, 󰡔만화애니메이션 사전󰡕, 부천만화정보센터, 2008, 88쪽.
(2) 이재민, 「주요 플랫폼 연재작을 통해 본 웹툰 장르 다양성 현황」, 󰡔만화포럼 칸󰡕, 2022, 53쪽.
(3) 강성률, 󰡔영화비평󰡕, 아모르문디, 2014, 55-56쪽.
(4) 대중서사장르연구회, 󰡔대중서사장르의 모든 것󰡕, 이론과실천, 2007, 13쪽.
(5) 대중문학학회, 󰡔연애소설이란 무엇인가?󰡕, 1998, 13-24쪽 참조.
(6) 안상원, 「한국 웹소설 로맨스 판타지의 서사적 특성 연구」, 󰡔인문콘텐츠󰡕 55호, 인문콘텐츠학회, 2018, 219-225쪽.
(7) 안상원, 「모험서사와 여성혐오의 결합과 독서 욕망-웹소설 로맨스판타지 장르에 나타난 성장물의 양가성」, 󰡔이화어문논집󰡕 53호, 이화어문학회, 2021.
(8) 류수연, 「여성인물의 커리어 포부와 웹소설 로맨스 서사의 변화」, 󰡔한국문학과 예술󰡕 제39집, 한국문학과예술연구소,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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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희

문화평론가. 제 15회 <쿨투라> 웹툰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2021년 만화평론 공모전 우수상 수상. 경희대 K-컬처 스토리콘텐츠 연구원으로 웹툰과 팬덤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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