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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주세요 관람객(×), 즐기세요 팬덤(○) 축제에서 즐길꺼리를 기획하는 방향성

만화 축제를 위한 다양한 제언들

2024-01-29 김민태

축제는 끝났다. 생명을 다한 축제란, 무작정 판만 벌인 축제를 말한다. 축제에 콘텐츠를 모아놓고 와보시면 재미있을 거라고 홍보하며 관람객을 기다리는 시대는 막을 내렸다. 

동서고금에 사람들은 축제를 즐겨왔고 앞으로도 영원히 이어질 것을 부정 할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축제는 인류 보편적 정서이자 문화이기 때문이다.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평소와 다른 일탈이 축제의 현장에서 행해진다. 갈라, 제사, 페스티벌, 카니발이라고 불리는 세계의 대표적인 의식은 한 곳에 모인 사람들이 먹고 마시는 행위로 허기를 채우면서 내일을 기약하는 것이 근간이다. 현대의 축제에도 전통은 유구하게 전승되어 축제 중 가장 많은 테마는 특산물 중심의 식도락 행사이다. 이것을 콘텐츠적 관점에서 전환해 생각하면 콘텐츠 축제 관람객 역시 콘텐츠를 직접 산지에서 씹고 뜯고 맛보기 위해 축제 공간으로 모인다로 생각해 볼 수 있다. 



| 어제의 소비가 오늘의 나를 만드는 시대

미닝아웃(Meaning Out), 자신만의 취향이나 정치, 사회적 이슈에 대한 신념을 소비로 드러내는 현상을 뜻한다. 내가 먹고, 입고, 쓰고, 즐기는 모든 것들이 나를 드러내는 수단이 되었다. SNS의 발전과 확산으로 사회전반의 모든 영역에서 스스로를 표출하고자 하는 개인의 욕구와 비슷한 가치관의 사람들끼리 연대의식을 갖기 위함이다. ‘해시태그’로 시작되어 ‘크라우드 펀딩’의 영역을 지나 지금은 ‘팝업스토어’까지 진화하고 있다.

최근 성수동 일대에는 팝업스토어가 100개가 있고 매주 60개가 새로 오픈한다는 말이 나온다. 팝업스토어는 며칠에서 몇 주 정도 짧게 운영되는 임시매장을 뜻한다. 브랜드의 가치와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방문자에게 알리는 방식의 마케팅으로 중요한 키워드는 ‘직접’과 ‘방문자’에 있다. 즉 방문객이 이용할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과 시간’이 존재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일주일 동안 10시간을 오픈하는 팝업스토어 공간에 1시간 수용인원을 50명으로 가정한다면, 하루에 500명, 총 3,500명만 입장과 체험을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팝업스토어는 한정판인 셈이다. 모두가 아닌 나만 선택받은 소비를 할 수 있는 경험과 차별화 된 안목을 내세우는 기회를 제공한다. 후속으로 따라오는 인증 샷과 이용후기는 체험자를 간접적 브랜드 홍보전사로 활동하게 만든다.


| 열광하는 팬덤, 팬덤 비즈니스의 등장

이제는 팬덤 (Fandom)의 시대라고 한다. 팬덤은 무언가를 좋아하는 팬들이 모인 집단 또는 그들이 표현하는 팬 문화전반을 통칭한다. 팬덤은 흔히 정치인, 연예인, 스포츠 선수 등 유명인에게 투영되는데 요즘에는 특정 브랜드나 제품, 기업에도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 팬덤이 소비하는 경제활동을 팬덤 비즈니스(Fandom Business) 라고 한다.

팬덤 비즈니스는 팬덤의 소비와 홍보를 근간으로 한다. 팬덤은 좋아하는 대상을 위해 시간과 자원, 재원을 아낌없이 쏟는 특징이 있어 경제효과도 일으킨다. 가장 대표 사례는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K-POP이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당당히 K-POP 산업으로 부를 수 있게 됐다. 

만화,웹툰으로 치환해보면 웹툰 독자는 특정 작품과 작가를 좋아할 때 그 대상의 팬이 된다. 즉 팬은 콘텐츠를 소비하고 창작 및 제작자는 콘텐츠를 지속 생산해 서비스 한다. 여기서 한 발 나아가 작품 및 아티스트 관련 굿즈 등을 소비하는 단계면 팬덤이 작동되고 있는 것이다. 클라우드 펀딩 등으로 기획되거나 직접 상품을 제작-판매-소비되는 과정도 포함된다. 

그렇다면 팬은 어떻게 팬덤이 되는가. 두 요소를 매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본은 콘텐츠 가진 본연의 힘 또는 매력을 전제로 이미지메이킹, 브랜딩, 스토리텔링 등이 결합하여 팬덤이 형성된다. 이제 팬덤은 비즈니스의 대상으로 소비의 주체이자 충성스러운 콘텐츠 소비자로서 다양한 방면에서 각광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산업 주체들은 자신만의 팬덤을 키우고, 다른 팬덤들과 연합하여 팬덤의 규모를 확대하고자 한다. 최근 12월 3일 프랑스 프로축구 최강팀 ‘파리 생제르맹(PSG)’팀이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한글로 선수명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다. 이유는 이강인 선수의 입단 이후 한국인 입장객 및 SNS팔로워가 급격히 증가한 데 따른 구단의 팬 서비스이다. 해외축구 팬 중 이강인 선수의 팬은 경기를 챙겨보다가 ‘이. 강. 인’ 이라는 한글 이름이 적힌 한정판 유니폼이 팬덤을 결성해 구매를 촉진시키는 것이다. 열광적인 한국인 팬덤의 화력이 축구 클럽의 정책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 팬덤의 소비력과 시장규모가 콘텐츠의 저력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 팬덤으로 가는 길을 입덕에서 시작한다.

연예인, 스포츠선수, 정치인 등의 사람을 따르는 팬덤은 대상의 상품에만 국한되지 않고 정체성까지 소비한다. 연예인 이름으로 기부하는 팬덤 문화가 대표적이다. 가수 임영웅의 팬클럽 ‘영웅시대’는 지난 한 달 동안 기사 검색 사례만 봐도 ‘소아암 어린이 치료비’, ‘중증 환아 치료비’, ‘척수장애인협회’, ‘대한적십자사’등 셀 수 없을 정도로 전국에서 기부를 진행하며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정말 물밀듯한 연쇄 기부이다. 팬덤의 소비력은 구매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례이다.

웹툰 역시 팬덤 콘텐츠의 대표사례 중 하나이다. ‘노블 코믹스’가 바로 그것이다. 노블코믹스는 내용적으로 원작 웹소설의 탄탄한 서사를 각색해 웹툰화 하는 것을 말한다. 마케팅적으로는 원작 웹소설의 팬덤을 활용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첫째 웹툰 런칭 시 원작 웹소설 독자들을 유입시켜 작품의 소비를 촉진하고, 둘째 팬덤을 통한 홍보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셋째 웹툰과 웹소설에서 각자의 팬덤이 형성되어 시너지를 일으킨다. 

이렇듯, 콘텐츠는 새로운 팬을 입덕 시켜 팬덤으로 키워 나가게 된다. 비단 콘텐츠 뿐 아니라 IT기기, 명품, 가전제품, 소비재상품 등에도 팬덤이 존재한다. 제품과 브랜드 간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팬덤을 공유, 확장하는 전략도 일상화 되었다. 결국 ‘입덕’이라는 불리는 유인책을 그물처럼 엮어 적재적소에 치거나 팬덤이 따라올 이입요소를 개척하는 것이 필요하다.



| 지금은 팝업 스토어, 그때는 기업부스

이번 원고의 주제는 축제의 혁신에 관해서이다. 앞서 설명했든 팬덤은 ‘와주세요’에 반응하지 않는다. ‘즐기세요’에는 무한한 사랑을 보내준다. 결국 이제 만화축제의 방향성은 팬덤을 향해야 하고, 팬덤의 방문이 축제 모객의 목표여야 한다. 팬덤은 작가와 작품에도 있고, 웹툰 관계 기업에도 깃들며, 캐릭터에게도 스며들어 있다. 

축제의 즐길 거리를 구성하는 시점에서 중요한건 부스이다. 축제란 참가한 부스 그 자체가 활력이고 콘텐츠이다. 최고의 콘텐츠회사는 양적 질적 많은 팬덤을 보유할 팬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팬덤을 보유한 콘텐츠 제작사, 작가들을 모으는 운영이 필요하다. 기업부스를 채우는데 급급해 무상 유상으로 제공하는 구습의 해결책으로 시선을 성수동으로 돌려보면 좋겠다.  축제 현장을 기업부스 모델은 이제 변화의 시점임을 인지하고 팝업스토어로의 변신 할 수 있다면, 만화축제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팬덤의 에너지가 가장 높고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은 핫 한 성수동이다. 최근 한국경제신문에서 특집으로 다룬 ‘성수동은 365일 ’팝업성수기‘ 기사 내용을 인용하면 글로벌 부동산 기업 쿠시먼&웨이크필드 김성순 임차전문본부장은 “서울 성수동 매장은 더 이상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에요 ‘경험’을 파는 곳”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성수동 팝업스토어의 전략은 첫째 기존 공식을 뒤집는 ‘파격’, 오직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차별화’, 방문할 때마다 새로움을 주는 ‘빠른 변화’로 꼽았다. 또 “성수에선 누구에게나 기회의 문이 열려있다. 요즘 말로 ‘힙’한 브랜드는 성수의 낡음으로부터 레거시(유산)을 얻는다. 변신을 꾀하는 ‘올드보이’도 성수에서 노력 여하에 따라 젊은 세대들의 놀이터로 변할 수 있다.


| 1년에 한 번 열리는 진정한 웹툰 팝업 스토어의 성지가 축제가 되다.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은 전문 만화 축제는 ‘부천국제만화축제’뿐이다. 콘텐츠 축제에 웹툰과 만화가 담기긴 하지만 매우 제한적 참여에 국한된다. 진짜 웹툰 축제가 필요한 시점이며, 본고의 주제처럼 새로운 독자와 만나는 방법을 새롭게 고민해야할 시기이다.

과거의 만화축제에 참여하는 만화회사는 대부분 자사의 책 판매 또는 작가 사인회류 이벤트를 진행해왔다. 지금은 웹툰 시대에 웹툰회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당대 최고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업이 되었다. 한국에서 나오는 웹툰 굿즈를 세계의 독자들이 구매하려 한다. 한국의 텀블벅 웹툰 굿즈 펀딩 사이트를 번역해서 해외에서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할 정도이다. 축제의 기획과 콘텐츠 구성을 웹툰 팝업 스토어로 가져가길 제언해본다. 서두에 말했듯 팝업스토어의 매력은 한정된 기간, 제한된 품목, 선택받은 경험이다. 


예전에는 축제를 열었으니 와주세요~였다면, ‘좋아하는 웹툰 팝업스토어에 갔는데 그 곳이 축제 현장이었다.’의 수준까지 인식과 실천이 전환되어야 한다. 추가제언을 하면 축제의 모든 콘텐츠 구성비용을 콘텐츠 팝업부스 지원에 쓰는 것을 고려해보자, 수많은 전시, 이벤트, 각종 마케팅비 등을 최소화하고 예산의 대부분을 팝업부스에 일임하고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지원하는 쪽으로 획기적 대혁신을 추진해보면 좋겠다. 설명한 것처럼 축제에는 팬덤이 없고 콘텐츠에는 팬덤이 있으며, 팬덤이 없는 콘텐츠만 늘어놓은 행사에는 관심이 1도 없는 관람객들이 우리의 모객 대상이기 때문이다. 당대 최고 인기작품 <나혼자만레벨업>, <화산귀환> 같은 작품들이 모여서 미공개 콘텐츠를 선보이고, 신상 굿즈를 내세울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제공해주고, 물적, 재정적 지원도 해보자. 과거 기업부스 판매비가 축제수익의 일부 였다면, 차라리 시스템을 갖추어 팝업스토어 매출의 최소한을 수수료로 책정해 해보는 것도 가능하다.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은 “K-팝이라고 하면 K에 더 주목하게 되는데, 정말 주목해야 하는 건 K가 아니라 ‘팬’이다”라고 했다. 우리 만화축제 개최문화의 대변신에는 ‘만화와 웹툰 진심으로 사랑하는 팬덤’을 상수로 놓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 출처 >

* 백성한, 소비자들을 열광하게 하는 팬덤 비즈니스, 한국무역협회 뉴욕 시장정보, 2021

* 이장주, ‘페스티벌 심리학’과 전략적 마케팅, DBR ,2023

* 최지희, ‘성수동 365일,  ’팝업 성수기‘, 한국경제,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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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태

만화평론가 및 기획자, 씨엔씨레볼루션 이사
前 한국영상대학교 만화웹툰콘텐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