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만화 속 이세계 음식 : 판타지 만화 속 이세계 음식들을 알아보자.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 세 가지 ‘의식주’, 그리고 이번엔 그중 ‘식’에 대한 이야기이다.
‘음식’. 먹지 못할 경우, 최악에 이르면 죽음에도 이를 수 있는 필수 요소.
하지만 오늘날엔 죽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양적인 면과 유희적인 면이 더 강조된다. 건강을 위해 여러 음식을 골고루 먹거나, 다이어트를 위해 음식 종류와 양을 제한하여 먹는다. 그러나 한편으론 누군가 음식 먹는 걸 보는 거로도 재미를 느끼며, 그게 유행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의’와 ‘주’도 하나의 문화로서 사람들의 다양한 욕구를 해소하는 역할을 하지만, ‘식’만큼 인간 삶에 유희적이고 강력한 문화가 있을까 싶다.
그러니 판타지 만화에 음식이 결합 된 건 당연한 일이다. 인간의 정서를 나타내고, 문화를 느낄 수 있게 해주기에 이보다 좋은 게 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엔 판타지 만화 속에서 이세계 음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먹을 수 있는 건가? ‘몬스터 음식’
음식은 결국 식재료를 조리하여 만들어진다. 어떤 식재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음식이 정해지고, 맛이 결정된다. 이 세계에는 우리가 흔히 아는 돼지고기, 닭고기, 소고기 등의 육류와 감자, 양파, 나물 등의 채소 그 외에도 향신료 등을 포함한 정말 많은 식재료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세계’에선 이색적인 재료 항목이 새로이 추가된다. 바로 ‘몬스터’다.
▲ <실제로 존재하는 음식인 것처럼 묘사되어 생동감을 더한다.>
<던전밥>은 몬스터를 재료로 사용하여 음식 만드는 걸 아주 잘 보여준다. 주인공 일행이 처음으로 먹은 몬스터 음식 ‘거대 전갈과 걷는 버섯 전골’은 세 몬스터가 재료로 들어간다.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거대 전갈’, ‘걷는 버섯’과 거기에 ‘말린 슬라임’ 추가된다. 그런데 겉보기엔 그럴싸해 보이지만, 분명 몬스터가 들어간 음식이기에 일행의 동료이자 엘프인 ‘마르실’도 상당한 거부감을 보인다. 흔히 판타지 만화 속에서 주인공들의 사냥감으로만 여겨졌던 몬스터가 음식이 되었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실제로 ‘거대 전갈’의 꼬리는 먹으면 배탈이 날 정도로 문제가 있다. 그래도 조리를 거쳐 만들어진 음식을 보면 머릿속에 ‘먹을 수 있는 거야?’라는 의문이 들게 만든다. 하지만, 이후에도 사람을 집어삼키는 식인식물을 이용한 ‘식인식물 타르트’, 닭 모습의 몸과 뱀 모습의 꼬리를 한 몬스터 바실리스크로 요리된 ‘로스트 바실리스크’까지 먹는 걸 보면 ‘맛있겠다’, ‘먹어보고 싶다’로 생각이 전환된다. 음식으로 충분한 매력을 드러낸다.
▲ <'자이언트 모스'라는 몬스터로 요리를 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몬스터를 이용한 밀키트가 출시되기에 이른다>
<이세계 강셰프>에도 몬스터로 만든 음식이 등장한다. ‘자이언트 모스’라고 하여 멧돼지처럼 생긴 몬스터가 재료인 음식이다. 몬스터의 뼈와 머리를 끓여서 수프를 만들기도 하고, 다리를 구워서 구이로 먹기도 한다. 재료 상태일 때는 거부감이 들 수 있겠지만, 막상 만들어진 요리를 보면, 일반적인 수프와 구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게다가 몬스터 음식은 대중화에도 성공한다.
현실에 몬스터가 등장하는 세계관인 만큼 작중 세상에선 단순히 몬스터를 무찌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몬스터를 식재료로 사용하는 방법을 고민한다. 그리고 고민 끝에 우리에게 익숙한 ‘밀키트’까지 출시된다. 몬스터 고기는 작중에서도 거부감에 대한 언급이 있었으나, 이후엔 값이 싸면서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 되어 오히려 인기 상품이 되기도 한다.
삶의 질을 올려주는 ‘힐링 음식’
문화와 정서는 음식에 고스란히 담기기 마련이다. 같은 음식이나 식재료라 할 지라도 지역에 따라 가치가 다를 수 있고, 위상도 다를 수 있다. 어떤 나라에서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어떤 나라에서는 유달리 맥주가 싸고, 어떤 나라는 주식이 쌀인데, 어떤 나라는 밀이 주식이기도 하다. 이처럼 지역에 따른 문화 차이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아예 세계가 다른 ‘이세계’ 속에서 그 차이점을 바라보는 것도 음식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각이 될 수 있다.
▲ <'우바'란 이름의 돼지고기 요리와 몬스터로 분류되어 잡기 힘들다는 닭, '팔렌큐'로 치킨을 만들었다.>
<어느 마법사의 식당>에서는 우리가 아는 가축과 동물의 이름이 다르게 불린다. 소는 ‘우카’, 닭은 ‘팔렌큐’, 늑대는 ‘벨르렌’, 그리고 돼지는 ‘우바’이다. 재밌는 건 현실에선 흔하게 접하는 닭고기인 ‘팔렌큐’가 이곳에서는 잡기 어렵다는 이유로 비싼 식재료로 취급받는다는 것이다. 반면에 돼지고기인 ‘우바’는 굉장히 저렴한 고기로 분류되고, 심지어 인기도 없다. 우리가 흔하게 접할 수 없는 늑대 고기인 ‘벨르렌’이야말로 대중적으로 먹는 육류로 취급받는다. 이러한 차이는 주인공이 인기 없는 돼지고기를 익숙한 생삼겹살 구이로 만들어 냈을 때 빛난다. 기대치가 낮던 이들에게 뜻하지 않게 맛있는 맛을 선보이며 세계관 내에 존재하지 않던 돼지고기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기 때문이다. 더불어 잡기 힘들어 귀한 식재료인 닭, ‘팔렌큐’를 잡아서 ‘치킨’을 만들기도 하는데, 현대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을 이세계인들이 맛있어하는 모습을 통해 묘한 공감을 일으킨다. 또한, 주인공이 몬스터로 분류되는 ‘팔렌큐’를 잡기 어려워하는 장면을 통해 신선한 재미를 주기도 한다.
결과만 놓고 보자면 단순히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요리한 거에 불과하지만, 이세계와의 문화적 차이가 만들어 낸 양상은 음식에 대한 색다른 반응을 기대하게 만든다.
▲ <평범한 음식이어도, 어떤 마음가짐으로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그 강렬함은 다르다>
<사표 내고 이계에서 힐링합니다>에서는 문화보다는 정서적인 부분에서 이세계 음식을 대하는 반응이 달라진다. 주인공은 우연히 이세계를 넘나드는 문을 발견하여 이세계로 넘어간다. 그곳에서 먹은 첫 음식은 호밀빵과 옥수수 수프. 사실 그렇게 놀라운 음식은 아니지만, 주인공은 본연의 맛에 충실하고 자극적이지 않다며 너무나도 맛있어한다. 또, 이세계에서 마시는 맥주 한 잔은 에일 맥주와 맛이 비슷하고, 미지근하다고 한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더 맛있게 맛을 음미한다.
주인공은 부모님을 잃고, 몇 년 동안 폐인 생활을 지내다 겨우 다시 취직한 상태로, 삶 자체에 의욕이 없는 채 이세계에 발을 들인다. 그런 주인공에게 이세계 음식은 단순히 음식에서 그치지 않았다. 쳇바퀴처럼 살아가던 현대 생활이 아닌 아무도 자신을 모르고, 여유롭게 삶을 즐길 수 있는, 작품의 제목에 드러나 있는 ‘힐링’ 그 자체를 느낄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음식은 본연의 그 맛도 중요하지만, 먹는 이의 기분과 상황도 매우 중요하다. 적당한 맛의 음식도 기분에 따라선 그 어떤 음식에 비할 수 없는 맛을 내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 작품 속 이세계 음식은 현대인이 고달픈 삶 속에서 잠깐 쉬어가고자 하는 욕망이 드러났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능력을 올려주는 ‘버프 음식’
판타지 만화는 대체로 몬스터가 등장하고, 그 몬스터와 대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만큼 아무리 음식이 소재라고 해도 몬스터와의 전투 요소 빠지긴 어렵다. 그리고 그 결합 방법이 음식으로 전투에 도움을 준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그리고 이건 잘 생각해보면 사실 사기적인 능력이기도 하다. 먹은 사람에게 능력을 올려준다니 말이다.
▲ <음식이 마치 게임 아이템처럼 효과가 있다>
<기사식당>은 마치 게임 아이템같이 음식이 사용된다. 주인공은 이미 99번째 대마신 공략에 실패한 채로 다시 처음으로 회귀한 상태다. 100번째 삶. 그런 주인공의 이번 목표는 다시 대마신 공략에 도전하는 게 아니라, 차라리 그냥 늙어 죽는 것. 그래도 돈은 벌겠다고 몬스터 가득한 던전에서 헌터를 고객으로 푸드 트럭을 운영해 나간다. 그런데 파는 음식이 특이하다. 몬스터를 재료로 만드는 건 둘째치고, 먹으면 능력치가 향상된다. 만두는 힘을 200% 올려주고, 해물탕은 체력을 회복시켜준다. 그리고 파스타는 마력을 300이나 올려준다.
주인공은 이 장사를 던전을 오가며 한다. 던전을 공략하려는 파티가 조금 더 수월하게 던전을 돌파할 수 있도록 약간의 도움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 다소 아니, 아주 비싸다는 것이다. 음식 당 백만 원 단위를 손쉽게 뛰어넘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파티는 음식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미노타우르스 고기로 만든 육전은 힘 250%과 체력 300%의 효과가 있고, 지옥지네로 만든 꼬치는 독을 해독하고 체력을 50% 회복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이처럼 뛰어난 효과를 지닌 음식을 다양하게 파는데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파티 입장에서 아무리 비싸더라도 음식을 구매하는 건 당연했다. 그야말로 판타지 만화에 어울리는 음식의 효과라고 할 수 있다.
▲ <레드 드래곤으로 만든 스테이크는 능력을 올려준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재료로 만든 죽은 치유의 효과가 있다.>
<괴식식당>에서도 음식은 비슷한 효과를 보인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대가로 더럽게 맛이 없다는 것. 이세계에 있다가 마왕을 무찌르고 현대로 돌아온 귀환자인 주인공은 이세계 음식을 현대 사람들에게 전파해주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세계 주민들은 음식의 맛보다는 효능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 대신에 그곳 음식은 정말 형편없을 정도로 맛이 없었다. 그리고 이를 겪은 주인공은 그 고통을 자신만 느낄 수 없다며, 남들도 느껴봐야 한다는 이상한 욕망을 가지게 된다.
레드 드래곤으로 만든 스테이크는 먹으면 능력치 향상과 특수한 능력까지 얻을 수 있지만, 일단 드래곤이 재료인 탓에 잘 잘리지 않는다. 게다가 어떻게 자르더라도 먹으면 입안에서 불이 나고, 더럽게 맛이 없으며, 억지로 삼켜서 먹으면 기절한 정도로 그 충격적인 맛이다. 또 주인공이 만든 ‘죽’은 먹으면 장기가 복구될 정도로 엄청난 효과의 치유 능력을 보이지만, 비주얼이 마치 납 녹은 모양새여서 도저히 음식의 모습이 아니다. 물론, 당연히 맛은 더럽게 없다.
여기서 재미난 점은 주인공이 일반적인 요리는 맛있게 잘한다는 것이다. 다만, 맛있는 요리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일반 음식이 아닌 이세계 음식이어야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효과를 얻고자 하는 이는 더럽게 맛없는 음식이라도 눈물을 참아가며 삼켜야 한다.
▲ <주인공은 스킬을 통해 음식에 감정 변화를 일으키는 효과를 부여한다. 덕분에 몬스터에 대항할 용기를 가지게 된다.>
요리사가 자체적으로 음식에 효과를 불어 넣는 경우가 있다. <멸망한 세계의 취사병>이 바로 그렇다. 이 작품 속 주인공은 음식에 효과를 부여할 수 있는 스킬을 지녔다. 효과 중에는 신체적인 향상도 있지만, 이 작품 속 음식의 특징은 감정에도 효과를 미친다는 점이다.
몬스터가 갑자기 나타난 현실 세계. 사람들은 살기 위해서 그런 몬스터를 상대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중에는 몬스터가 두려워 맞서기 어려운 사람도 있다. 주인공은 바로 그런 사람을 위해 음식을 만든다. 음식은 특별할 게 없는 일반적인 볶음밥. 하지만 주인공이 음식을 조리하면서 부여한 효과는 음식을 특별하게 만든다. ‘용기’라는 감정을 불어넣은 음식은 먹은 이로 하여금 용기를 갖게 한다. 그리고 그 효과는 발휘되어 몬스터를 두려워하지 않고 맞설 수 있게 한다.
이후에는 몬스터를 이용해 다양한 음식을 만들기도 하지만, 이 세계에서의 음식은 주인공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조리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효과를 발휘된다는 점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