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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및 만화 계약서상 금전적 책임에 관하여

만화영상진흥원의 만화인 헬프데스크 자문 업무를 하면서, 가장 많은 질문을 받는 부분은 바로 금전적 책임에 관한 것이다.

2024-12-26 김소이

웹툰 및 만화 계약서상 금전적 책임에 관하여

  만화영상진흥원의 만화인 헬프데스크 자문 업무를 하면서, 가장 많은 질문을 받는 부분은 바로 금전적 책임에 관한 것이다.

  회사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발생할 수 있는 손해를 줄이기 위한 계약조항을 마련하려 하고, 작가는 이러한 조항이 부담스럽고 불안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럴 때는 표준계약서에서 관련 조항을 찾아보고 비교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만약 회사가 작가에게만 일방적인 의무와 책임을 부과하는 계약을 강요한다면, 작가는 회사에 표준계약서를 제시하며 협상할 수 있다.

  아래에서는 2024년 만화 분야 표준계약서 별표 3 웹툰 연재계약서에 포함된 조항들을 실제 사례와 비교하여, 계약서 조항이 어떻게 수정될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1. 저작물의 보증

15(저작물의 보증 등)

저작권자는 대상 저작물의 내용으로 인해 제3자의 저작권 등 법적 권리를 침해하여 손해를 끼친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진다. 다만 서비스 제공업자가 제공하거나 관여한 부분으로 인해 제3자의 저작권 등 법적 권리를 침해하게 된 경우에는 서비스 제공업자가 이에 대한 책임을 진.

  저작물의 보증 조항은 작가가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베끼지 않았다는 것을 보증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필자가 검토한 몇몇 회사의 계약서에는 보증 조항에 위 제2항 다만 이하의 단서는 삭제하고 위의 본문만을 기재하는 등, 보증 조항에서 회사의 책임을 배제하고, 작가에게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는 경우가 있었다. 이럴 때, 작가는 각자가 기여한 부분에 대해서 그 책임을 지도록 요구해야 한다.

2. 계약의 해제와 해지

22(계약의 해지 또는 해제)

저작권자또는 서비스 제공업자가 이 계약에서 정한 사항을 위반하였을 경우 그 상대방은 ___일 이상의 기간을 정하여 제대로 이행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1항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그 상대방은 대상 저작물의 연재가 시작되기 이전까지는 이 계약을 해지·해제할 수 있으며, 연재가 시작된 후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계약에서 '해지'는 장래에 대하여 효력이 없음을 의미하지만, '해제'는 계약을 소급하여 처음부터 없었던 일로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MG 반환이 필수가 아닌 해지와는 달리, 계약이 해제되면, 작가가 지금까지 그린 작품에 관하여 회사는 계약상 권리를 행사할 수 없음과 동시에 작가는 그동안 받은 MG를 회사에 모두 반환해야 한다.

  일부 회사에서는 이 두 용어의 차이를 혼동하거나, 해제나 해지가 회사만 할 수 있는 권리로 기재하기도 했는데, 이 경우에도 작가는 회사에 수정을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작가는 계약이 해제되었을 때, 자신이 받았던 MG를 모두 반환해야 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어야, 손해를 피하거나 줄일 수 있다.

  일부 회사에서는 계약서에 "상대방이 본 계약을 위반하거나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기재하고 있다. 그런데 계약을 이행하되 충실히 이행했는지 여부에는 가치 판단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작가는 회사에 계약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경우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한 의미를 문의하고, 계약서에 해당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요청하는 편이 좋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 표준계약서에 기재된 형태의 해제와 해지 규정은 일반적으로 당사자의 계약 위반을 방지하고 계약을 위반한 당사자로부터 상대방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다만, 이 해제, 해지 규정은 다른 조항 즉, ‘이 계약에서 정한 사항의 위반과 함께 그 효력이 있으므로 어떤 경우를 계약 위반으로 보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리고 해제나 해지가 가능한 각 조항이 작가에게 불리하게 적용되지 않도록, 최소한 쌍방에 중립적인 조건으로 작성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23(손해배상)

이 계약을 고의 또는 과실로 위반한 당사자는 상대방에게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계약의 해지 또는 해제 사실은 손해배상의 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계약서에는 일반적으로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와 관련하여 위와 같은 손해배상 조항이 함께 기재된다. 이 손해배상 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의 의미는 계약의 해제나 해지 시에도 손해배상의 책임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만약 계약이 해제된 이유가 작가의 고의나 과실에 의한 것이라면, 작가는 회사로부터 MG 반납 외에도 회사가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작가는 상당한 금전적 부담을 안게 될 수 있으므로, 계약 위반 시 해제나 해지가 가능한 연관 조항들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3. 휴재

  웹툰이나 만화 연재는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계약서의 조항은 작가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작가가 필요한 만큼의 세이브 원고를 준비하지 못한 채 일신상에 문제가 발생하면, 불가피하게 연재를 중단하거나 휴재해야 할 수도 있는데, 이때 발생하는 손해는 결국 작가가 감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아래의 표준계약서 조항과 같이 작가를 보호할 수 있는 휴재 규정을 추가할 수 있다.

8(휴재 등)

서비스 제공업자저작권자가 대상 저작물의 창작활동 중 적절히 휴재할 수 있도록 협조한다.

저작권자는 건강한 창작활동을 위해 연재 주기 기준 50회당 2회씩 휴재할 수 있으며, 이때 서비스 제공업자는 조건 없는 휴재를 보장한다. 만일 저작권자가 위 보장된 휴재 시간만큼 휴재하지 않는 경우, ‘서비스 제공업자그 기간만큼 저작권자에게 휴재를 권고하고 대상 저작물의 연재를 중단할 수 있다.

휴재에 따른 모든 공지와 안내는 서비스 제공업자가 수행하며, ‘서비스 제공업자저작권자에게 휴재 사실을 안내하기 위한 별도 작업을 요구할 수 없다.

기타 불가피한 사유에 의한 휴재는 저작권자서비스 제공업자가 상호 협의하여 정한다.

  필자가 검토한 많은 계약서는 휴재에 대한 조항이 존재하지 않았다. 몇몇 계약서는 불가피한 사유로 인한 휴재는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 경우, 작가와 회사 간의 협의가 원활하지 않으면 결국 부담은 작가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위 표준계약서 조항과 같이 최소한 50회 중 2회의 휴재는 조건 없이 보장받을 수 있다는 조항을 명시하는 것이 좋다. 또한, 작가가 건강상의 문제로 휴재가 필요할 경우, 진단서를 제공하면 추가적인 의무나 책임 없이 휴재를 인정받을 수 있는 조항을 추가하는 것도 방법이다.

  참고로, 일부 작가들은 개인적인 건강문제를 불가항력 조항에 포함되는 '그 밖의 불가항력적 사유'로 해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불가항력 조항은 일반적으로 천재지변, 전쟁, 폭동 등과 같은 대규모 사건을 의미하며, 개인적인 건강문제는 포함되지 않는다

4. 마치며

  사건은 항상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작가는 계약서의 주요 조항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조건이나 모호한 규정이 있으면, 이를 적극적으로 수정하고 협상할 필요가 있다. 작가는 계약서가 단순히 법적 문서에 그치지 않고, 작가의 창작활동과 경제적 안정성을 지킬 수 있는 중요한 도구임을 인식하고, 서명 전 계약서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계약 내용을 협상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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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이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