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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화> 만화 비평의 새로운 희망

<지금, 만화>가 본격 비평 전문 잡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만화 미학을 보다 깊이 있게 다루는 방법론으로 ‘메타 비평’이 늘어나길 바라고, <지금, 만화>의 정체성이 ‘만화비평’의 베이스캠프, 전진기지로 자리매김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2025-01-09 백건우

<지금, 만화> 만화 비평의 새로운 희망

  만화비평의 화두로 삼을 만한 그림과 비평이 있다. 스콧 맥클라우드가 <만화의 이해>에서 인용한 내용이기도 한,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와 미셸 푸코가 쓴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비평이 그것인데, 이 한 쌍의 작품이 현재 만화비평이 놓인 상징적 의미와 딜레마를 잘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한 컷의 그림(이미지)을 두고 독자(소비자)가 보고, 이해하고, 해석하는 콘텍스트의 다양성과 만화비평가(생산적 소비자)가 이해하고, 해석하는 콘텍스트의 결과는 구조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고, 달라야 한다.

  움베르토 에코는 [기호학과 언어철학]에서 기호특수기호일반기호로 분류하고, 텍스트를 분해하는 수 많은 방법과 기법들을 적용하고 있다. 기호학에서 말하는 표상’, ‘기표’, ‘기의와 같은 상징적 의미는 우리가 다루는 만화에서 더욱 풍요롭고 다양한 형태로 드러나며, 만화비평은 도상 기호학과 함께 텍스트 기호학도 아우르는 넓은 범위를 포괄한다.

  만화는 문학보다 영화에 가까운 예술이다. 영화의 한 컷이 24프레임인데, 만화는 한 컷으로 훨씬 압축되었으며, 상징성과 알레고리가 풍성하다는 점에서 이미지의 고도성, 핍진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원론에서, ‘만화의 핵심은 그림(이미지)’이다. ‘만화(漫畫)’, 코믹스, 카툰 등으로 불리는 예술 장르는 그림을 핵심 요소로 삼는다. 이때,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처럼, 이미지와 함께 존재하는 텍스트를 부수적 요소로 볼 것인가, 이미지와 동등한 본질적 요소로 해석할 것인가를 두고 비평과 미학적 관점에서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지금, 만화>202412월까지 모두 24호를 발간했다. 만화비평을 하는 사람은 물론, 만화를 배우거나, 만화를 학문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만화비평 전문 잡지로, 한국에서 거의 유일한 매체이기도 하다.

  만화비평은 만화의 발전 양적, 질적 발전 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만화비평이 형식적 체계를 갖춘 것도 2018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만화비평을 공모하기 시작하면서 본격 만화비평의 장르를 개척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때 이미 만화 비평은 문학 비평이나 영화 비평처럼 평가 기준이 될 만한 전범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더더욱 평가가 어렵다. 글의 질적 수준과 공적 논의로서의 실천적 맥락이라는 두 가지 요소에서 그러하다. 과연 만화 비평은 어떤 방식으로 형식 분석과 서사 분석을 결합해 만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고민이 바탕에 깔려 있었고, 이 과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지금, 만화>에는 다양한 형식의 글이 실리는데, ‘만화비평의 관점에서 보면, 아쉬운 점이 있다. 온전한 만화비평전문 잡지와 만화산업을 다루는 별개의 잡지로 나뉘는 게 이상적으로 보는데, 이 과제는 앞으로 만화산업과 만화비평이 양적, 질적으로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분화할 걸로 보인다.

  만화비평가의 경우, ‘만화비평을 독자적, 독립적으로 공부한 사람보다, 다른 예술 영역 영화, 문학, 미술, 철학(미학), 미디어 등 을 공부한 사람이 만화비평으로 유입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이는 만화비평의 학문적 토대와 역사가 일천하기 때문이며, 만화비평의 이론적 토대 역시 기존 예술 장르에서 차용한 사례가 대부분이라는 한계에 원인이 있다.

  우리가 말할 수 있는 만화미학즉 만화비평의 근거로 작동하는 본질적 의미에서의 만화미학은 아직 온전하게 완결되지 않았다. 만화는 21세기 들어와 새롭게 발견되는 예술 장르이며, 대중에 의해 활발하게 소비되는 문화 상품이면서 한편으로 이제 미학적으로 깊게 파고들어 해부하기 시작한 미지의 예술 영역이기도 하다.

  만화가 비주류 문화(Minor Culture 또는 Subculture)의 한 분야인가를 두고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다른 어떤 문화 상품보다 활발하게 소비되는 현실인 건 분명하다. 오랜 역사를 이어온 문학, 영화와 달리 만화는 비평 이론을 문학과 영화에 빚지고 있으며, ‘만화비평만이 갖는 독자적이고 고유한 비평 미학을 충분히 개발하지 못한 상황이다.

  만화비평의 기능에는 독자에게 작품을 해설하는 부분도 있지만, <지금, 만화>에서 다루는 만화비평은 지금보다 본격적으로 다루길 희망한다. ‘만화비평뿐 아니라, 모든 예술 장르에서 비평은 해당 예술의 존재 의미와 예술성을 알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한다. , 훌륭한 비평이 존재하는 예술은 예술성이나 미학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지금, 만화>는 한국 만화비평의 베이스 캠프라고 생각한다. 한국 만화는 웹툰으로 이미 세계 수 많은 나라에서 거대한 문화 상품으로 소비되고 있으며, ‘웹툰으로 대표되는 만화는 원 소스 멀티 유스, 만화 웹툰 원작의 드라마, 영화, 게임 등 2차 창작물로 생산되는 상황이다.

  이때 비평이 만화(웹툰)의 뒤를 따라가며 형식과 서사의 논리를 구축하는 부차적 존재로 기능할 가능성이 없지 않은데, 이건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현상은 만화(웹툰)’ 장르의 특성에서 오는 독특한 반응이기도 하다. ‘만화가 아닌 다른 예술 장르에서는 작품이 비평을 앞서가는 상황은 매우 드물게 발생한다.

  만화는 다른 예술 분야와 다르게 형식과 표현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이 특징이 만화(웹툰)’의 고유한 특징이자 장점이며, 만화가 발전하는 동력으로 작용했지만, 그동안 만화비평이 미학적 토대를 구축하지 못한 요인이기도 하다.

  만화비평의 미학적 토대, 이론적 근거가 문학에서 비롯하며, 문학-영화(영화비평 역시 문학에 빚지고 있다)의 비평이론을 바탕으로 만화비평은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과정에 있다. 이때 만화비평은 기존 미학 이론은 물론, 스콧 맥클라우드가 친절하게 설명하는 기호학과 더블어 최신 과학 이론의 도움을 받아 만화가 갖는 개성을 발견하는 비평을 전개해야 한다.

  시각 예술로써 만화는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문학과 다르며, 움직이는 그림인 영화와도 다르다. 하지만 서사라는 예술적 공통점을 갖는데, 모든 창작물에서 서사는 비평의 기본 골격에 해당한다.

  ‘서사를 깊이 있게 다루는 예술이 문학이고, ‘서사미장센을 함께 다루는 예술이 영화라면, 만화는 서사와 시각적 미장센이 결합한 예술이다. 따라서 만화비평에서 서사는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로 기본으로 다루면서, 시각적 미장센에 관한 기호학 해석과 시각, 인지학, 뇌과학 같은 최신 과학 이론의 성과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활용하는 비평 이론에는 신화학, 철학, 심리학,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 같은 인문학이 재료로 쓰이는데, 만화는 시각 예술이라는 점에서 기존 비평 이론보다 더 다양한 재료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만화비평의 지평을 확장하는 방법으로, 메타 비평을 활성화 하는 방법도 있다. 비평의 중요한 기능 가운데, 창작물을 미학적으로 분석, 평가하는 기능과 함께, 창작물의 질적 수준을 향상할 수 있는 분석과 대안을 제시하는 기능도 있다.

  비평은 창작물에 종속되는 존재가 아니라 경쟁하는 관계이며, 창작물과 비평은 상호 긴장 관계를 유지하며 변증적으로 발전할 때 바람직한 관계가 된다. 창작자는 비평을 통해 미쳐 발견하지 못한 작품의 부족함을 알아챌 수 있으며, 뛰어난 작품이 갖는 구체적 조건을 확인하게 된다.

  메타 비평은 창작물에 대한 하나의 관점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깊이 있는 컨텍스트를 제공하며, 비평이 질적 변화를 일으키는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창작물, 비평, 메타 비평은 상호 변증적으로 변화, 발전하는 관계이며, <지금, 만화>가 본격 비평 전문 잡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만화 미학을 보다 깊이 있게 다루는 방법론으로 메타 비평이 늘어나길 바라고, <지금, 만화>의 정체성이 만화비평의 베이스캠프, 전진기지로 자리매김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필진이미지

백건우

만화평론가
만화규장각 지식총서 「만화, 영화 상상력의 원형」 저자
2019 만화평론 공모전 가작 당선
1997 〈문학사상〉 신인상
1988 제1회 전태일문학상 중편소설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