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CCXP2024 행사에 다녀오다.
다양성, 열정, 융합의 문화가 어우러진 브라질 코믹콘& CCXP 마케팅 이벤트
브라질의 한국 만화와 웹툰이 진출하기 위한 필승 전략
2024년 12월 5일부터 8일까지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진행된 CCXP 2024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CCXP는 브라질의 온라인 마케팅 기업인 Omelete Company(오믈렛 컴퍼니)가 주최했는데, 올해로 11주년을 맞는 CCXP의 규모는 지상 최대의 팝컬쳐 이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반신반의 하면서 이번 출장 계획을 잡았었는데, 직접 경험해보고 느낀 다양한 재미와 교훈을 상기하며 이 글을 시작합니다.
남미의 코믹콘 행사에서부터 시작된 CCXP는 이제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넘어 코스프레와 게임, 영화, 드라마 시리즈를 아우르는 각각의 팝 컬쳐 및 마니아 문화, 그리고 매스미디어의 아성을 넘어서기 시작한 OTT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방문객들에게 선보였습니다. 남미 시장을 타겟으로 하는 글로벌 제작사의 유명 배우들도 방문하는 CCXP는 입장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경험과 추억을 선물했습니다. 또한 직접 작가를 만나볼 수 있는 만화 팬들에게도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을거라 믿습니다. 브라질과 코믹콘 행사 방문이 처음인 저에게는 모든 것들이 생소했지만 눈과 귀, 마음을 열고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해 노력했고, 이번 방문 기간 상파울로 시내와 행사장을 10일 이상 돌아다녀본 이후, 다음과 같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브라질 인들은 상당히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사는 국가입니다. 절대적인 인구(2억1천6백만) 자체도 많습니다만, 그들의 존재 자체가 하나하나 인정받습니다. 북미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지나친 PC(정치적 올바름)과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에 대한 논쟁이 무색할 정도로, 브라질의 사람들은 자기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원주민과 이민자들의 융화로 생긴 국가이기도 하거니와, 인구의 9%를 차지하는 성소수자들도 큰 잡음 없이 그들만의 문화가 있었으며, 서로 간섭하며 강요하는 모습도 보기 힘들었습니다.
두 번째, 열정의 문화입니다. 브라질 하면 떠오르는 삼바 축제가 있지만, 그와 별개로 브라질 사람들은 본인들이 좋아하는 것을 감정 그대로 표현하는 능력이 좋습니다. 이런 능력이 그대로 삼바 축제에 드러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한 마니아 문화에도 고스란히 반영이 되어 있습니다. 행사장 내 3,000석 규모의 Thunder Stage(썬더 스테이지)에서 마련된 스페셜 패널 이벤트는 상시 만석을 이루며 각 콘텐츠의 인기를 실감나게 했습니다. 대사와 몸짓 하나에도 열광하는 그들 앞에서 과연 배우들은 얼마나 즐겁고 행복했을까요?
세 번째, 융합의 문화입니다. 사실 CCXP는 코믹콘 행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동행했던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김선미 실장님에 의하면, 전세계 어느 코믹콘을 가더라도 이 정도 규모의 라이브 이벤트나 부스는 보기 힘들다고 하시더군요. 그만큼 CCXP가 남미의 코믹콘을 이미 수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자칫 마니아틱 해질 수 있는 이벤트를 초대형 라이브 이벤트와 연계함으로써 전세계 유일한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쇼로 재탄생시킨 것입니다. 융합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전에 제작된 만화규장각 기사에 관한 내용을 읽어보니 제가 느꼈던 소회와 여러 의미에서 비슷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K-콘텐츠에 대한 열기가 상상 이상임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는데, 상파울로 주재 한국문화원에서 말씀해주시길 상파울로 내에서도 한국 문화 관련 축제들이 군소 규모로 계속해서 개최되고 있고, 브라질의 현 정권 또한 문화 정책에 대한 확장성을 최대한 확보하려고 한답니다. CCXP를 기획한 오믈렛 컴퍼니의 Pierre Mantovani와 면담에서도 여러 차례 느꼈지만, 과장을 조금 보태면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기는 것이라면 뭐든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게 결론이었고 그 중에서도 한국 웹툰은 무주공산이었습니다. 이것이 하나의 서비스로 자리잡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한국의 만화와 웹툰 콘텐츠의 남미 시장, 특히 브라질 시장에 잘 진출하기 위한 성공전략을 고민해봤습니다.
첫 번째, 강력한 현지 파트너사가 필요합니다. 소매품들의 최초 판로 개척이 중요하듯, 웹툰이라는 콘텐츠는 지배력과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로컬 플랫폼과의 연계해서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해보입니다. 여전히 웹툰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것이 브라질의 현실입니다. 그러나 브라질의 스마트폰 보급율은 2022년 이미 80퍼센트를 돌파했고, 숏폼 등 비디오 콘텐츠에 노출이 많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CCXP 행사는 한국의 웹툰을 알릴 수 있는 좋은 오프라인 기회이며, 3-5년 정도의 기간을 갖고 사업화를 해보면 충분히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지 유통과 2차 콘텐츠 제작, 두꺼운 팬층 형성에 이르기까지 좋은 파트너사와 함께 한다면 강력한 힘을 가진 콘텐츠가 시장에 진출해서 여러 비즈니스가 함께 벌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 양질의 콘텐츠입니다. 이번 CCXP24에서는 김금숙 작가님을 뵐 수 있었는데, 한국문화원에서 초청을 받아 브라질에서 일정을 함께 소화했습니다. 김작가님의 작품 번역 및 현지 배급을 맡은 Chiaroscuro Studios 출판사의 부스 앞에서 행사 기간 동안 매일 2시간 넘게 사인회를 진행했는데, 김작가님의 팬들이 책을 들고 사인을 기다리던 모습이 눈에 생생합니다. 김작가님의 주요 작품인 개, 풀, 내 친구 김정은을 보면 왜 김작가님에게 브라질 팬이 많은 지 알 수 있습니다. 다양하게 공감할 수 있는 반려동물, 전쟁에서 아픔을 겪었던 약자(여성)의 상처, 전세계에 몇 남지 않은 분단국가의 지도자 등 보편적으로 감정이입이 가능한 콘텐츠와 치유와 평화를 지향하는 문체가 브라질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않았나 합니다. 물론 첫술에 배부르기 힘들겠지만, 한류가 가진 힘을 믿고 뚝심 있게 덤벼보는 도전 정신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 번째, 영리한 현지화 계획입니다. 어떤 콘텐츠가 대륙을 넘어 세계로 진출하려면 적절한 현지화 전략이 필수입니다. 디자인 및 번역의 현지화, 국가별로 상이한 문화를 공략한 마케팅 전략 또한 좋은 현지화의 예시입니다. 일례로, 브라질은 출판된 책을 사서 소장하는 문화가 지배적입니다. 그리고 개개인이 좋아하는 브랜드나 콘텐츠에 대한 충성심이 상당히 강한 편이라 2차로 제작된 MD 제품들을 구매하는 빈도수도 상당히 높습니다. 오믈렛 컴퍼니에 따르면, CCXP24의 일일 입장료가 500헤알, 약 5만원이었는데 실제로 행사장에 들어와 구매하는 1인당 소비금액이 약 900헤알, 약 9-10만원이었습니다. 실제로 행사장 안에 마련된 MD와 굿즈의 퀄리티도 상당했습니다. 어느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잘 만들어도 잘 안팔리는 물건이 많지요? 그러나 배경과 스토리가 탄탄히 받쳐진 MD들은 소비자들에게 상당한 어필이 됨과 동시에 구매로 이어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30시간이 걸려 브라질에 도착한 순간 여름이었고, 내 나라와 발을 맞대고 서있다는 것에 신기함을 느끼며 한국 만화 및 웹툰 콘텐츠가 어떻게 브라질에 와야 할까 길게 고민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지구 반대편에서도 이런 멋진 행사가 대중들에게 선보여지고 있는데, 문화강국인 대한민국의 콘텐츠가 빠지면 대단히 섭섭하겠다는 마음이 들면서 이번 기사를 준비해봤습니다. 아래 사진들과 함께 부가 설명을 드리며 이번 기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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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CXP 행사장 평면도: 74개의 부스, 5개의 대형 무대, 약 30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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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회사들이 마케팅 활동으로 참가
A. 대형 OTT: 애플TV, 아마존프라임, 워너브로스, 디즈니플러스, HBO 맥스, 파라마운트 플러스,
B. 소비재 회사: BIS, 판타, 멘토스, 하이네켄, 컵누들스,
C. 게임회사: X-BOX, RIOT GAMES(리그오브레전드), 블리자드(디아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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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금숙 작가님의 팬층을 느낄 수 있었던 사인회와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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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감나는 코스프레 플레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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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melete 스테이지의 쇼 진행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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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기 시리즈 슈퍼내츄럴의 조연 배우의 스페셜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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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부스 2층에서 내려다본 행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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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에이터, 유튜버, 틱톡커 등 다양한 분야의 플랫폼 인플루언서를 초청해 그들만의 공간을 만들어주고, 별도의 행사를 기획해서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