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화> 6년 : 한국 만화 비평의 다음 페이지로
2018년 12월, 1호 발간을 시작으로 <지금, 만화>는 한국 만화 비평 문화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열망 속에서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전문 만화비평지를 표방하며 시작하여 2024년 12월 현재까지 24호를 발간하며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6년이라는 시간의 과정에서, 비평의 깊이를 더하고 독자와의 상호작용을 강화하며 더 많은 이들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숙제 또한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지금, 만화>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며, 지난 6년간의 성과와 한계를 돌아보고 개선 방안을 제안해 보고자 합니다.
<지금, 만화> : 비평 문화의 씨앗을 심다
<지금, 만화>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한국 만화와 웹툰 비평이라는 중요한 영역에서 꾸준히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겨온 출간물입니다. 특히, 이 분야는 지속적인 지원 없이는 이어가기 어려운 특성이 있어, 기관의 적극적인 주도와 관심이 필수적입니다. 다행히도 <지금, 만화>는 이러한 중요성을 인식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지금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며 성장해 올 수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깊은 감사와 함께 앞으로도 이 뜻깊은 사업이 지속되기를 기대하며 글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만화>는 작품의 내러티브와 미학적 특징을 분석하고 이를 동시대 사회적 이슈와 연결하며, 만화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중요한 사회적 담론을 이끄는 매체임을 증명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특히 젠더와 페미니즘, 재난 서사, 플랫폼 경제, 인공지능 등 다양한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며, 만화가 가진 가능성과 영향력을 탐구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지금, 만화>는 다양한 만화 전문가들로 구성이 된 발간 위원들의 회의를 통해 다뤄야 할 사회적 이슈와 만화적 서사를 균형 있게 논의하며, 독자들에게 더욱 풍부한 담론을 제공할 방안을 모색해 왔습니다. 이러한 작업은 단순한 비평을 넘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기 위해 심도 있는 집필 회의와 집필진 구성 과정을 거친 결과로, 잡지가 다루는 콘텐츠의 깊이와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금, 만화>는 비평, 인터뷰, 에세이 등 다각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독자들과의 접점을 확대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이럴 땐 이런 만화"와 같은 코너는 독자들이 특정 상황에서 읽을 만화를 추천하며, 일상과 만화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려는 시도였습니다. 이러한 구성은 비평의 문턱을 낮추고,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집필진들의 세심한 고민이 담긴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평의 새 지평 : 다양한 목소리가 만드는 풍성한 비평지로 거듭나길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만화>는 여전히 몇 가지 개선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지금, 만화>는 마감 일정이 촉박한 상황에서 겹치는 주제와 비평의 깊이 부족이라는 과제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젠더와 페미니즘, 플랫폼과 산업적 관점 같은 주제는 여러 호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때로는 새로운 통찰 없이 비슷한 흐름으로 논의가 이어지곤 했습니다. 이러한 주제들은 중요하지만, 새로운 관점을 통해 심화된 논의를 이끌어 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한 제언을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간단한 주제 관리 및 조율
○ 이전 호 요약 자료 제공 : 이전 호에서 다룬 주요 주제와 논의 방향을 간략히 정리한 요약 자료를 집필진에게 제공해 중복을 최소화합니다.
○ 주제별 가이드라인 마련 : 각 호의 주제에 대해 꼭 다뤄야 할 핵심 논점과 방향성을 간단히 제시해 집필진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합니다.
2. 집필진과의 소통 효율화
○ 간단한 피드백 과정 도입 : 원고 제출 후 편집진이 주요 중복 문제나 부족한 부분에 대해 간단한 피드백을 제공해 수정할 시간을 최소화합니다.
○ 집필진 내부 소통 강화 : 온라인 협업 툴을 활용해 집필진 간에 주요 주제를 공유하고 논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합니다.
3. 새로운 관점 추가
○ 외부 코멘트 도입: 시간과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독자나 발간위원의 짧은 코멘트를 주석 등으로 추가해 새로운 시각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간단한 데이터 활용: 독자 설문조사나 플랫폼 데이터를 활용해 각 주제에 현실적 근거를 더합니다.
또한, 독자 참여와 상호작용의 부족 역시 지적할 수 있습니다. 비평은 기본적으로 독자의 참여와 피드백을 바탕으로 더욱 풍성해지는 분야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지금, 만화>는 독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코너가 제한적이며, 독자와의 소통이 부족한 일방적 비평 형태로 머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독자가 잡지와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기를 원하는 현대적 요구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베스트 댓글 : 독자의 마음, 작가의 동력
매 호마다 다룬 작품에 대한 독자의 댓글을 분석해 베스트 댓글을 선정하고 잡지에 게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는 독자들이 잡지 제작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수 있으며 또한, 힐링 댓글 섹션을 통해 작가가 감동받거나 위로받은 독자 댓글을 선정하고, 작가가 이에 대해 간단한 답글을 남길 수 있게 하면 창작자와 독자 간의 정서적 연결이 형성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코너는 단순한 비평을 넘어 독자의 목소리를 잡지에 담아내는 새로운 형태의 참여형 콘텐츠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작가들에게 독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며 창작 동기를 북돋아 줄 수 있는 작가님 힐링 코너가 될 것이며, 재미있고 긍정적인 댓글이 소개되면서 독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좋은 댓글 문화를 장려하며 좋은 댓글 문화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또한 독자들은 자신의 댓글이 잡지에 실릴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웹툰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지 않을까요?
운영 방식
1. 댓글 선정 과정:
○ 네이버웹툰, 카카오웹툰 외에도 다양한 플랫폼 및 포스타입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연재 중인 작품의 댓글을 편집진이 선별. (데이터 취합에는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사료)
○ 작가님들이 추천한 댓글이나 독자 반응이 폭발적인 댓글도 포함 가능.
2. 댓글 소개 형식:
○ "베스트 댓글" 코너에 댓글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며 웹툰의 맥락과 함께 소개.
○ 작가님의 짧은 코멘트(선택 사항)를 추가해 댓글에 대한 작가의 반응을 보여줌.
이런 코너를 운영하게 되면 다음과 같은 장점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독자와 작가 간의 정서적 연결을 강화하면서 잡지가 독자 참여의 장으로 기능을 하며 댓글이라는 가벼운 형식을 통해 잡지의 접근성을 높이고, 독자와 웹툰 사이의 소통을 잡지라는 매체로 확장할 수 있는 것. 뭔가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대학 비평 문화 활성화
대학은 신진 비평가와 창작자를 발굴하고 비평 문화를 확산할 수 있는 중요한 장입니다. 하지만 <지금, 만화>에서 대학과의 연계는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대학생 독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신진 비평가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는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이를 위해 각 관련 대학과 협력하여 대학생 대상 비평 과제와 소감문 공모를 정기적으로 진행할 것을 제안합니다. 매 호의 주제와 연계한 비평 과제를 제시하고, 학과 차원이나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관점을 담은 비평문을 작성하도록 유도합니다. 이 중 우수작을 선정해 잡지에 게재하고, 이를 통해 비평 문화가 학문적 환경에서부터 대중적 환경으로 확산 되도록 돕습니다. 참여가 너무 많아 잡지에 게재되지 않은 아쉬운 작품들이 생긴다면 만화규장각을 통해 코너를 만들어 추가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신진 창작자들이 자신의 작품과 작업 과정을 소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여 대학생 창작자와 독자 간의 연결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지금, 만화>는 새로운 비평가와 창작자에게 중요한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집필진 확장과 간소화된 협업
현재의 집필진 구성은 안정적이지만, 다양성을 확보하고 신진 필진을 발굴할 필요는 늘 있습니다. 그러나 마감 일정과 자원의 제약을 고려할 때, 효율적이고 간소화된 협업 방안이 요구될 수 있을 것 같아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안해 봅니다.
1. 신진 필진 발굴
○ 신진 비평가나 창작자들이 작성한 블로그 글, SNS 포스팅 등을 기반으로 간단한 큐레이션을 통해 필진을 초청.
○ 새로운 필진이 기존 작품을 재해석하거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짧은 글을 제공.
2. 다양한 배경의 필진 구성
○ 기존 비평가 외에 만화 플랫폼 관계자, 산업 전문가 등 다양한 배경의 필진을 초청.
○ 간단한 Q&A 형식 인터뷰나 칼럼을 통해 다각적 시각 확보.
3. 효율적 집필 프로세스
○ 필진에게 주제와 방향성을 간략히 제시한 가이드라인 제공.
○ 초고 제출 후 간단한 피드백 과정을 통해 수정 및 보완.
위와 같이 운영이 가능하다면 신진 비평가와 창작자의 참여를 통해 잡지 콘텐츠의 다양성은 확대 될 것이고 필진 간 협업을 통해 새로운 시각과 통찰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간소화된 집필 및 협업 구조로 시간과 자원을 절약하며 효율성 있게 운영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대학 비평 문화 활성화와 집필진 확장은 <지금, 만화>가 새로운 비평가와 창작자에게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는 핵심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간소화된 공모 및 협업 방식을 도입하면 제한된 자원 속에서도 콘텐츠의 품질과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지금, 만화>는 독자와 창작자, 학문적 환경과 대중적 관심을 모두 아우르는 지속 가능한 전문 비평지로 성장할 것입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비전
<지금, 만화>는 만화 비평이라는 다소 낯선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지금, 만화>는 앞으로도 만화 비평의 전문성을 유지하면서도, 더 많은 독자들과의 소통과 참여를 통해 대중성을 강화해야 하는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지금, 만화>는 단순한 비평지가 아니라, 만화와 독자, 그리고 창작자가 서로 연결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부족함 이라고 생각되어지는 부분은 <지금, 만화>가 발전해가는 과정의 일부입니다. 이 부족함을 채워나가는 노력은 잡지의 성장뿐 아니라, 한국 만화 비평 문화 전반의 확장을 이끄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지금, 만화>의 비평이 더욱 깊고 넓어지길 바랍니다.
<지금, 만화>를 통해 다양하고 깊이 있는 만화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던 것은 큰 기쁨이자 행운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많은 전문가들이 애정 어린 시선으로 만화를 분석하고 조명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 사람의 독자로서뿐만 아니라 한국 만화의 한 구성원으로서 깊은 자부심을 느끼게 합니다. <지금, 만화>는 단순히 비평지를 넘어, 만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지적 영감과 감정적 연결을 선사하는 특별한 공간이었습니다. 이곳에서 나눈 이야기들은 만화를 매개로 한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했고, 저 역시 그 안에서 외롭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든든함과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 글에는 제 개인적인 감정과 소망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어쩌면 얼토당토않을 만큼 많은 바람을 담은 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 제 의견을 적어 보았습니다. 앞으로도 <지금, 만화>가 만화 비평 문화의 중심에서 빛을 발하며, 더 많은 독자와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는 매체로 자리 잡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