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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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의 사업 구조 이해를 위한 개요

창작자 개인의 시선을 넘어, 플랫폼과 제작사, 실무진이 얽혀 형성하는 유기체적 생태계로서의 웹툰 산업 구조를 재조명하다

2025-08-15 공동운

서문 : 구조가 모든 것을 선택한다

웹툰을 포함한 콘텐츠 산업은 2020~2022년 팬데믹(Pandemic)을 겪으며 디지털 콘텐츠 수요 급등과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엔데믹(Endemic) 선언 이후, 급작스레 팽창한 콘텐츠 산업은 비용 상승, BM의 한계, 수요 하락 측면에서 균열을 드러내며 하락세라는 성장통을 겪는 중이다. 다만, 각종 언론과 공공기관에서 발표하는 기사 및 보고서 등 그간의 웹툰 산업 논평은 창작자의 시선으로 구축됐다. 실제로 정부는 이러한 자료를 기반으로 2025년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웹툰·웹소설 업계의 불공정 계약 조항을 시정하고,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휴재권 보장 및 정산의 투명성 확보 등 표준계약서를 개정하였으며, 창작자 중심의 여러 콘텐츠 사업을 지원하는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창작자 권익 보호에 집중한 정부의 조치는 웹툰 산업의 문제점을 플랫폼과 제작사에 두려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제는 이러한 접근 방식이 오늘날의 산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것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웹툰 산업에서 작품의 성공은 단언컨대 창작자만을 위한 단어가 되었다. 하지만 산업의 성공은 결코 작가의 개인 역량으로만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웹툰 한 편이 독자에게 도달하기까지 독자 경험 데이터를 분석하여 친숙한 알고리즘을 구성하고, 구성된 루트를 따라 독자에게 필요한 작품을 기획·제작하여 제공하며, 독자에게 작품의 재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가이드 임무를 수행하는 등, 작가의 활동 이면에는 수많은 실무진이 긴밀하게 얽혀 있다. 그리고 이들의 판단과 결정, 피드백 및 운영 전략은 모두 그들이 속한 기업들이 얽힌 구조에서 비롯된다.

이 칼럼은 단순히 창작자위주의 시선에서 벗어나, 산업 속 실무진이 구성하는 구조그 자체에 주목한다. 웹툰 산업의 위기를 작가, 플랫폼, 제작사 등 개별 요소의 메커니즘 분석에 그치지 않고, 이들을 하나의 유기체적인 생태계 구조로 새롭게 해석하고자 한다. 플랫폼 내 작품의 장르 편향, 스토리 부재, 잇따른 기업 청산 등 산업의 고질적 문제는 구조적 원인에서 기인한 것이며, 이는 창작자나 기업의 역량만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각기 다른 성향을 지닌 산업 요소의 구조 및 이해관계를 파악한다면 현재의 위기 원인을 더욱 뚜렷하게 관찰할 수 있고, 콘텐츠 산업 개선 방안을 더 효율적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시리즈는 총 8화로 구성되었으며, 먼저 플랫폼과 제작사의 사업 구조 및 직무별 역할에 대하여 명확하게 파악하고, 그들의 시스템적 구조에서 비롯되는 유기체적 판단 방식을 이해한다. 또한, 작가, 플랫폼, 제작사의 삼각 구조에서 발생하는 이상과 실제 현장 간의 괴리, 산업의 구조적 피로도에 대한 근본 원인을 고찰함과 동시에 마지막으로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산업 미래에 대하여 통찰한다. 웹툰 산업에 대한 수많은 질문에 대하여 실제 현장 속 실무진의 언어로 답해보고자 한다.


1. 웹툰 플랫폼의 산업 구조적 역할과 목적

흔히 독자 대다수는 웹툰 플랫폼을 단순히 웹툰을 읽는 유통 채널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기업은 근본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집단이며, 플랫폼 또한 철저한 수익 창출 시스템이다. 작품의 정성적 예술 가치를 일정 부분 수치화하여 플랫폼 구조 중심에 배치하고, 기업의 목적에 맞게 데이터 기반으로 설계된 길을 통하여 독자에게 자연스레 작품을 노출하며 충실히 유료 전환을 유도한다. 이렇게 플랫폼의 규모가 커지면서 수년간 쌓아온 독자 행위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다시 운영 서비스를 개선하며 플랫폼은 꾸준히 진화한다.

플랫폼의 목적은 사업 방향에서 아주 단순명료하다. 바로 수익의 창출(실무적으로 모호하게 수익으로 표현하지 않으며, 거래액, 총매출, 순 매출, 영업이익 등 법무·회계적으로 구분하여 활용한다)트래픽의 증대(Traffic, 사전적인 의미에서 컴퓨터 통신의 정보의 이동량을 뜻하며, 통상 플랫폼에서는 MAU(Monthly Active User, 월간 활성 이용자), PAU(Monthly Paying User, 월간 유료 결제 이용자) 등과 같이 필요한 데이터를 추출하여 별도 지표로 변환 후 활용한다)이다. ‘수익은 말 그대로 독자에게 받는 유료 결제, 2IP 판권 판매로 이루어지는 직접 수익으로 구성되며, 플랫폼은 이러한 수익 창출의 목적을 위해 BM(Business Model)에 맞춰 구조 설계, 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작품과 전략을 선택한다. ‘트래픽은 간단히 말해 플랫폼 내 유동 인구로서, 이 수치는 광고 수익으로 전환되는 간접 수익의 근거이자 유료 전환 고객에 대한 잠재성을 보여준다. , 작품은 독자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는 동시에, 플랫폼이라는 영리적 기업의 수익과 트래픽을 창출하는 핵심 수단이 되는 것이다.

두 개의 지표는 플랫폼이 매년 설정하는 전사 경영계획의 근본 수치이자, 임직원 개인과 부서의 핵심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 이하 KPI)’이다. 후술하겠지만 이 지표는 플랫폼 내부에서 발생하는 모든 의사 결정에 대하여 최우선 기준점이자, 플랫폼의 모든 구조적 설계의 근본이다. 매출과 트래픽이라는 기업의 순수한 자본주의적 동기가 웹툰 시장에서의 독자 소비 패턴을 유도하고 산업의 흐름을 기획하는 것이다.


2. ‘BM(Business Model)’의 역사

웹툰 플랫폼의 콘텐츠 BM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선 2가지를 전제해야 한다. 먼저 특정 대상이 아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디지털 세계에서 발생한 스토리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로서의 대중문화이기에 박리다매라는 점,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기업의 영리 추구 수단이라는 점. 여기서 웹툰 산업의 ‘BM’은 시작된다.

웹툰 플랫폼은 스토리 콘텐츠에 ‘BM’을 도입하여 수익과 트래픽을 증대하며 경영계획을 달성한다. 이때 ‘BM’이란 기업이 수익 창출에 대한 전략을 함축한 시스템이다. 2IP 판권료를 제외하고 웹툰 플랫폼 BM은 약 20년간 몇 차례 변화를 겪었고, 국내 기준으로 현재 BM을 크게 4가지 범주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직접 수익 측면에서 무료 회차를 기본으로 일정 시간 동안만 유료 회차로 제공하는 미리보기’, 일정 시간이 지나면 대여권이 충전되는 기다리면 무료’, 마지막으로 성인 웹툰이 주로 사용하는 작품 전체 유료화가 있고, 간접 수익으로는 트래픽을 활용한 광고(1세대 노출형/5세대 참여형)’가 있다.

2000년대 등장한 산업 초창기에는 웹툰이 네이버, 다음, 파란 등 소속 법인에 해당하는 포털 사이트의 부속 서비스로써 무료 제공되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포털 사이트에도 필수 불가결 요소인 트래픽을 늘리기 위한 하나의 사업 전략 일환이었고, 당시 웹툰은 포털 사이트의 주력 서비스가 아니었던 만큼 수익성보다는 IT 기업으로서의 실험적 성격이 강했다. 이때 증가한 트래픽을 토대로 포털 사이트는 모든 플랫폼이 기본적으로 시도하는 DA(Display Ad), 즉 노출형 광고를 웹툰에 적용하였는데 이것이 곧 웹툰 산업의 1세대 BM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부속 서비스에 불과한 웹툰이 발생시키는 트래픽은 타 커뮤니티나 서비스에 비해 현저히 저조하였기에, 당시 광고 수익만으로 웹툰이 포털을 벗어나 독립 산업으로 자생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이윽고 레진코믹스라는 1세대 성인 웹툰 전문 플랫폼이 생겼는데, 해당 플랫폼은 전체 유료화라는 2세대 BM을 도입하였다. 흔히 포르노라 불리는 성인 콘텐츠는 인간의 욕구를 자극하다 보니 유료 전환율이 굉장히 높다. 그럼에도 당시 저작권 개념조차 희미했던 웹툰 시장에서 레진코믹스의 웹툰 유료화 서비스는 과거 대중의 인식을 타파하듯 웹툰=유료라는 인식이 스며들도록 만들었다. 레진코믹스를 시작으로 탑툰, 투믹스 등 성인 웹툰 전문 플랫폼이 등장했고, 일부 전자책 플랫폼들도 웹툰 사업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세대 BM은 단순히 웹툰 자체의 수익성에만 집중하였기에 트래픽 증대를 위한 전략 비용은 순수 마케팅 비용으로 치환되었고, 노출 영역에 대한 치킨 게임이 되었다.

()에서 시작한 웹툰 전문 플랫폼들의 마케팅 비용 출혈 현상과는 달리, 포털형 플랫폼은 일정 수준 트래픽의 하방이 보장되었으나, 당시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포털형 플랫폼은 성인 웹툰 연재가 어려운 보수적 분위기였다. 이에 플랫폼은 수익뿐 아니라 트래픽을 유지하고 상승시키기 위하여 3, 4세대 BM으로 발전시켰고, 비로소 독립 산업군의 구색을 갖추기 시작한다. 네이버웹툰은 일정 기간은 미리보기(3세대 BM)’ 서비스를 제공하여 독자의 초기 유료 전환율을 끌어올렸고, 카카오페이지는 기다리면 무료(4세대 BM)’, 소위 기다무’ BM을 적용하여 독자의 재방문율과 앱 이용 습관화를 유도하였다. 통상 웹툰 콘텐츠의 경우 대여 200~300, 소장 400~600원 가격대를 형성하며, 계약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총매출(결제 수수료 제외 금액, 추후 계약과 정산시리즈에서 상세 서술) 기준 30~40%를 플랫폼이 수수료로 취한다. 하지만 웹툰 가격에 대한 독자층의 패러다임이 견고하기에, 2~4세대 BM은 가격이 고정적이다. 이에 따라 한 지역의 웹툰 수요층이 유입 한계치에 다다르면 판매 효율이 하락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때는 다른 지역의 수요층을 확보해 수익과 트래픽 규모를 증대시키는 전략이 필요하기에, 현재 대부분의 웹툰 플랫폼은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중이다. 다만 이 또한 웹툰 번역, 해외 마케팅, 운영 서비스 인건비 증가 등 수많은 자원이 드는 실정이다.

현재에 이르러 각 독립 법인 플랫폼은 해외 시장으로 폭넓게 확대된 트래픽을 기반으로 조금씩 발전된 BM을 선보이는 중이다. 1세대와 같은 단순 노출형 광고가 아닌, ‘광고 시청또는 미션 수행5세대 BM은 독자의 참여에 따른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 관계 관리) 관계성을 강화하면서 재구매율을 높인다. 또한, Youtube OTT와 같이 월간 정액제 등을 도입하여 구독, 후원, 복합형 등 기존 BM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광고 및 구독형 모델은 제작사나 작가가 그 금액과 수치를 명확하게 알기 어렵다.

[표1] 웹툰 플랫폼의 'BM' 세대별 구분


사실 웹툰 플랫폼이 도입한 BM이 새로 창안된 것은 아니다. 콘텐츠 산업 중 BM이 가장 발전한 게임 산업에서 성공한 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이며, ‘차세대 BM’ 또한 이 같은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 기사에서 ‘2IP OSMU로의 확장’, ‘AI 기술을 활용한 독자 개인별 맞춤 노출등을 차세대 BM으로 혼용하고 있으나, 엄밀히 말해 BM 자체가 발전한 것은 아니다. 독자 취향에 맞는 작품에 효과적으로 접근하게 해 유료 전환율을 높이고, 2IP 사업을 통해 원작 콘텐츠로의 신규 유입·재유입을 기대하는 방향으로 기존 BM의 효율을 극대화할 뿐이다.

BM은 국외 지역의 문화에 따라 수익 측면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투믹스의 경우 전자공시시스템(DART) 2024년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액 약 164, 영업손실 약 37억을 기록했는데, 투믹스글로벌(투믹스 자회사)은 매출액 약 514, 영업이익 약 156억을 기록하였다. 그 이유는 국내의 전체 유료화 정책과 달리 해외에서는 구독형 정액제라는 다른 BM 전략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구독 및 후원 BM을 도입했던 포스타입은 전자공시시스템 2024년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액 약 50, 영업손실 약 12억을 기록했으며, 자본주의적 구조의 한계를 이기지 못한 채 성인 장르로의 편향, 기존 수수료 상승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BM의 종류에 따라 간략히 구분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플랫폼 독자층과 국내외 독자의 문화 소비 성향에 따라 그 효율이 유의미하게 달라진다. 이에 플랫폼의 운영 전략 또한 그에 맞춰 변화하기 마련인데, 플랫폼 시스템에 속한 실무진의 구성과 역할이 어떠한지 알아보자.


3. 플랫폼 내부 직군 구조 및 역할

웹툰 플랫폼 내에는 다양한 직군이 존재한다. 산업 초창기에는 별도 구분 없이 웹툰 운영 관련 종사자를 모두 PD로 호칭하였으나, 산업이 비대해지면서 상세 직무에 따라 명칭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인사팀, 개발, 디자인과 같은 기업의 일반적인 직군을 제외하고, 현재 웹툰 플랫폼에서 직·간접 수익에 가장 많이 관여하는 PD, MD, 마케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웹툰 플랫폼 PD(Producer)’

플랫폼 PD는 웹툰 산업에서 작가와 접촉하는 최전선 직무다. 이들의 역할은 단순히 작가 및 작품 관리자가 아닌, 작품의 예술적 잠재 가치를 끌어올리는 정성적 역할을 수행한다. 다시 말해 작품을 발굴해 플랫폼의 사업 방향과 독자 성향에 맞게 가이드 역할을 하며 프로듀싱하고, 작가가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연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을 관리한다. 플랫폼 작품은 크게 독점과 비독점 서비스로 나뉘는데, 보통 웹툰 PD는 독점 계약한 작가 및 작품을 담당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웹툰 PD 역량의 핵심은 바로 프로듀싱이다. 웹툰을 포함한 콘텐츠 산업은 흥행 성공실패사이에서 갈리는 극단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이는 수량/단가 등 정량적 지표 중심으로 평가하는 일반 기업이나 투자자의 관점에서는 높은 위험성을 내포한다. 이 때문에 콘텐츠의 시장성 측면에서 리스크를 낮추고 흥행 가능성을 높이는 과정이 바로 PD의 프로듀싱이다. (‘프로듀싱에 대해서는 2화 제작사 편에서 구체적으로 논할 예정)

다만, ‘프로듀싱에 집중하는 제작사 PD와 달리 플랫폼 PD관리측면에 더 무게를 둔다. 일반적으로 제작사 PD보다 플랫폼 PD는 담당 작품이 약 10~20배가량 많기에, 현실의 한정된 인력 자원과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작품 수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다. 물론 독점 작품의 경우 기획 단계에서 작가와 소통하며 직접 기획·제작할 수 있으나, 연재 중에는 현실적으로 모든 작품을 세밀하게 프로듀싱하기 어렵다. 이에 간혹 PDMD 역할까지 겸하는 일부 플랫폼에서는, PD의 업무 자원을 작품 초기 발굴~기획, 연재 서비스 안정화에 집중하고, 작품의 안정적인 QC(Quality Control)를 위해 프로듀싱은 웹툰 전문 제작사에 맡기는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 간 상호 거래) 외주 방식을 채택하기도 한다.

 

웹툰 ‘MD(Merchandiser)’

웹툰 플랫폼에서 MD는 작품과 독자를 연결하는 역할이다. PD가 작가와 직접 소통하며 독점 작품의 발굴 및 프로듀싱을 담당한다면, MD는 이러한 작품의 가치를 실제로 독자에게 도달시켜 구체적인 수익으로 전환하는 모든 과정을 관리하고, 플랫폼의 성과 지표를 직접 끌어올리는 정량적 업무를 수행한다. 구체적으로 MD는 플랫폼에 매달 안정적으로 작품을 공급하기 위해 제작사와 제휴하고, 플랫폼 독자 성향과 장르에 따라 작품을 수급하여 배치한다. 이후 노출 전략을 기획·실행하고 PV, 유료 전환율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그 결과를 향후 이벤트와 프로모션에 반영하여 실행한다.

MD는 작품의 단순 큐레이션을 넘어 작품 하나하나의 위치와 노출 방식을 설계함으로써 플랫폼 내 독자 경험을 디자인하는 직군이자 플랫폼의 또 다른 편집자(PD)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방향에서 경쟁력 있는 신규 작품 발굴 및 선점을 위하여 프로듀싱 경험이나 역량이 있는 특정 장르·카테고리별 전문 MD를 채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으며, 독자 데이터를 매개로 기획개발팀, 마케팅팀, 디자인팀 등 유관 부서와 협업해 플랫폼의 UI/UX 설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최근에는 데이터 분석 능력이 MD의 핵심 역량으로 주목받는다. 플랫폼별로 축적된 방대한 독자 데이터를 분석해 특정 작품 혹은 장르의 성장 가능성을 가늠하거나, 유료 전환율이 높은 독자군을 선별하여 개인 맞춤형 노출 전략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는 플랫폼 전체 독자 추천 서비스가 아닌 AI 기술을 활용한 개인화 맞춤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유료 전환율과 ARPPU(Average Revenue Per Paying User, 유료 사용자 1인당 평균 매출)과 같은 정밀 지표를 효과적으로 상승시키고, 인적 자원의 업무 과부하는 줄이려 노력 중이다.

 

마케터(Marketer)

플랫폼의 마케터는 PDMD가 발굴한 작품을 신규 독자 혹은 이탈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트래픽 유입을 책임지는 역할이다. PDMD의 활동이 주로 플랫폼 내부에서 이뤄진다면, 마케터는 그 성과를 외부에 존재하는 독자에게 가시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웹툰 플랫폼 마케터의 주요 업무는 크게 2가지다. 먼저 독자 유입 및 전환을 설계하는 업무로 신규 작품 오픈, 이벤트 진행 시 독자 유입과 전환을 유도하는 광고 캠페인을 기획하고 도달률, 클릭률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효율을 관리한다. 또한, 단순히 작품 노출에 머물지 않고, 나이·성별·취향·이용 패턴 등에 따라 웹툰 플랫폼 독자층을 세분화하고 관계성을 정립하여 각 독자군에 맞는 메시지와 광고 캠페인을 기획한다. MD와 업무상 중복되는 부분이 많기에 상호 교류하며 플랫폼 내외부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AI 추천 기술 발전과 함께 누구에게, 언제, 어떻게접근할지를 더욱 정밀하게 기획하는 중이다.

마케터의 업무는 단기 성과 측면에서는 강력하지만, 동시에 단기 수익 창출 목적에 사로잡혀 과도한 할인 경쟁, 광고 남발 등의 부작용을 낳을 위험도 크다. 또한, 마케팅 비용은 점점 상승하는데 웹툰 가격은 오르지 않아 타 상품에 비해 ROAS(Return On Ad Spend, 광고 비용 대비 수익률)가 굉장히 낮고, 이 또한 마케팅이 아닌 콘텐츠의 힘으로 보는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이처럼 마케팅만으로는 경영진이 요구하는 성과 지표를 달성하기 어렵기에, 일부 웹툰 플랫폼에서는 좀 더 거시적인 측면에서 브랜드 전략, PR(Public Relations) 전문가를 채용하기도 한다.


4. ‘좋은 작품선정과 노출 전략

그렇다면 플랫폼이 발굴하고 노출하려는 좋은 작품은 무엇인가? 플랫폼 실무진이 개인적으로 좋은 작품을 선정하여 서비스하는 시기는 지났다. 웹툰 산업에서 좋은 작품은 더 이상 미학적인 가치를 뜻하는 것이 아닌, 얼마나 효과적으로 독자를 몰입시켜서 수익으로 전환되는지, 2IP 확장 가능성이 높은지 등 기업의 목적성과 부합하는지로 평가된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러한 의사 결정이 단순히 기업의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플랫폼 임직원 개인의 한 해 인사 고과에는 수익 창출’ KPI 지표를 기준으로 조직 및 직무에 따라 부여되는 별도 지표가 반영된다. 다시 말해, 플랫폼 이면에서는 개인의 생존을 위해, 혹은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경영진이 설정한 성과 지표를 달성하려는 실무진들의 사투가 벌어지는 중이다. 실무진의 급여는 소속된 플랫폼의 법인으로부터 받는 만큼, 경영진이 설정한 경영 계획상의 숫자는 일상과 직결된 인간적 선택이기도 하다.

이러한 플랫폼의 선택 구조는 작가의 창작에도 영향을 미친다. 작가에게 플랫폼의 관점이 당연히 창작에 대한 제약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웹툰 산업적 관점에서 보자면, 이는 웹툰 콘텐츠가 시장 속에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연적 조건이다. 앞서 서술했듯이 웹툰 산업은 대중문화로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구조를 구축해 왔다. 특히 플랫폼 내에서는 작품의 선정부터 제작, 노출, 판매까지 하나의 사업적 연속성을 띤다. 작가 또한 이러한 플랫폼의 구조와 실무진의 판단 근거, 설계에 따라 유입된 독자라는 산업 요소를 이해하는 것이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 된 것이다. 산업의 구조와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작품을 작품으로만 대하는 주관적인 관점에 사로잡힌다면 시장에서의 생존 가능성은 급격하게 낮아질 것이다.

이어지는 2제작사편에서는 제작사의 사업 구조 및 작품의 변천사, 프로듀싱 과정, 스튜디오 분업 시스템 등의 개념을 이해하며 플랫폼과 작가 사이에 배치한 기업의 구조적 의사 결정 근거를 살펴보고자 한다.

필진이미지

공동운

글쓴이 공동운은 웹툰 플랫폼 MD와 제작사 PD를 거쳐 다수의 작품을 프로듀싱한 웹툰 콘텐츠 전문가로서, 현장 실무 경험을 기반으로 한 기획·제작 전문성과 저술 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