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인 여러분, 뭐 하고 계세요?
(1) 사업가 편
만화를 사랑하는 우리는 어릴 때 보던 만화를 동경하여, 그런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꿈을 품고 만화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는 만화 관련 학과에 이미 다니고 있는 대학생도 있을 것이고, 만화학과에 가기 위해 만화 입시를 하는 고등학생도 있을 것이다. 만화학과가 아닌 학과에 진학하거나, 아예 대학을 진학하지 않고 따로 직업 훈련을 받아 만화가가 되기를 꿈꾸는 학생이 있을 수도 있다. 학생 독자들은 모두 만화를 누구보다 사랑해 만화인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을 테지만, 마음 한편에는‘만화학과를 졸업해 제대로 먹고 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을 것이다.
이런 고민은 진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모든 학생이 하는 고민일 테지만, 예술을 하기로 결심한 학생들에게는 특히 더 현실적으로 와닿는 고민이다. 예술 전공자는 졸업 후에 배를 곯는다는 게 흔히 퍼진 인식이니 말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현재 많은 만화인이 만화학과를 졸업한 후에 만화와 관련된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또한 현재 한국은 청년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취직이 힘들다는 것은 예술 업계에만 한정할 수도 없는 일이다. 만화학과를 졸업하여 대성공한 만화가가 될 확률이 바늘구멍처럼 좁아 보이기는 하지만, 여러분이 정말로 만화를 사랑한다면 만화가가 되는 것 외에도 만화를 사랑할 수 있는 길은 많다.
‘만화인 여러분, 뭐 하고 계세요?’에서는 만화학과를 졸업하고 다양한 직업으로 활동하며 살아가는 만화인, 그리고 만화와 관련된 기타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다양한 직업인들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만화학과 진학을 고민하는 학생들, 그리고 만화학과 외의 학과에 진학하였지만, 만화를 사랑하여 만화인이 되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진로 선택의 폭을 넓혀 주고자 한다. 먼저 첫 화에서는 스스로 기획하고 마케팅하여 상품을 판매하는, 사업가 만화인들을 두 명 소개한다.
“만화인을 위한 만화인의 사업” - 클립 스튜디오 소재 사업가
클립 스튜디오는 만화인에게 있어서 아주 편리한 프로그램이다. 말풍선 배치, 컷 나누기, 출판 형태 뷰어, 웹툰 영역 표시 기능 등 다양한 만화 전용 기능은 만화 작업에 걸리는 시간을 대폭 단축해 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클립 스튜디오를 만화가의 필수품으로 만든 것은 바로 방대한 ‘소재’들이다. 소재들은 클립 스튜디오에서 자체 제공하여 배포하는 것이 아니라, 클립 스튜디오의 사용자들이 직접 제작해서 다른 사용자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다양한 질감의 펜, 후보정을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오토 액션, 인체 그리기를 쉽게 만들어주는 3D 인체 포즈 모델 등 클립 스튜디오에는 많은 종류의 소재가 있지만, 그중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바로 ‘브러쉬’다.
‘브러쉬’는 구매자가 그림에 바로 붙여 넣어 꾸밀 수 있도록 해 주는, 이미 완성된 부품 그림을 의미한다. 브러쉬에는 음식, 보석, 레이스, 풀숲 등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이 소재를 다운받은 후에 선택하고 캔버스를 클릭하면 바로 완성된 그림을 캔버스에 그릴 수 있다. 작은 구슬 소재를 다운받아 펜으로 이어 그려서 목걸이나 팔찌 같은 장신구를 연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소재를 사용하면 직접 그림을 그리지 않더라도 빠르게 높은 퀄리티의 개체를 만들어낼 수 있어, 촉박한 마감에 쫓기는 웹툰 작가들이 많이 이용한다. 특히 화려한 장신구와 의상, 인테리어가 많이 등장해 단기간에 화려한 이미지들을 구상해야 하는 로맨스 판타지 장르에서 브러쉬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다.
브러쉬 외에 3D 프로그램으로 개체를 만들어 판매하는 3D 소재들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만화인 여러분, 뭐 하고 계세요?-사업가 편’에서 처음으로 소개할 만화인은 바로 이러한 브러쉬·3D 소재를 제작하는 회사를 운영하는 사업가다.
사업가 권 대표는 ‘UNIZ(유니즈)’라는 소재 제작 회사를 운영한다. UNIZ라는 사명은 ‘You Needs’에서 유래한 것으로, ‘너에게 필요한 소재를 만들어 줄게!’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UNIZ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먼저 후원을 받은 뒤, 제작이 확정되면 만화용 소재 판매 사이트 ‘에이콘’에서 작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간다.
UNIZ의 권 대표는 현재 성공적으로 소재 제작 사업을 이어 나가고 있지만, 원래부터 소재 사업을 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만화가를 꿈꾸며 만화학과에 입학해 열심히 만화를 그리던 학생이었다. 그러나 많은 만화가가 앓는 고질병인 손목 질환을 얻게 되었고, 더 이상 펜을 오래 잡고 있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게 몇 년간 만화가의 꿈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결국 만화를 그리지 않기로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만화를 너무나 사랑했던 권 대표는 만화계를 떠날 수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만화 제작의 백스테이지에서 활약하는 웹툰 PD로 일하다가, 평소 관심이 있던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다고 한다.
만화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던 권 대표는 처음에는 웹툰 에이전시나 웹툰 제작 스튜디오를 차리려고 했다. 그러나 당시 만화학과에서 강의하던 그는 학생들과 함께 사업을 시작하려는 계획이 있었고, 당장 학생들과 시작해야 하다 보니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웹툰 제작보다는 브러쉬 사업이 훨씬 효율적이었다. 이는 권 대표와 함께 사업을 시작한 학생들의 바람이기도 했다. 권 대표와 함께 사업을 시작한 학생들은 늘 ‘쓸 소재가 없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마치 옷으로 가득 찬 옷장을 보면서 ‘입을 옷이 없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학생들은 ‘소재 자체는 많지만, 이 소재는 이미 써서 다시 못 쓰고, 저 소재는 다른 사람이 이미 써서 못 쓰고, 저는 저만의 브러쉬를 쓰고 싶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권 대표는 학생들이 당장 필요로 하는 브러쉬를 만들어 브러쉬를 제작하는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판매도 가능하도록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렸다고 한다.
따라서 소재 제작 회사 UNIZ는 대중들에게 많이 팔리는 브러쉬보다는 비주류 브러쉬들을 주로 만든다. 사업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당장 필요하지만, 기성 소재로는 구할 수 없는 브러쉬를 우선 제작하기 때문이다. 이는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지만, 자연스럽게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이 되어서 사업적으로도 좋은 효과를 가져온다. 그래서 UNIZ가 만드는 소재는 시장에서 처음 만들어지는 브러쉬인 경우가 많다. UNIZ의 대표적인 브러쉬 중 하나인 플랜테리어 브러쉬는 몬스테라 등 화초를 그려 실내를 장식할 수 있게 해주는 브러쉬다. 꽃 브러쉬는 이전에도 있었으나, 꽃 없이 초록색 잎만을 가진 화초를 그려주는 브러쉬는 없었다.

주로 무협 웹툰에서 사용되는 UNIZ의 동양풍 음식 브러쉬는 음식의 완제품을 그려주는 브러쉬가 아닌, 재료 하나하나를 그려주는 브러쉬다. 새우, 고기, 채소처럼 부품을 나누어 다양한 재료로 브러쉬 구매자가 원하는 음식을 조립하듯이 만들 수 있다. 그전까지 스케치업으로 만든 소재나, 음식 완제품 브러쉬를 써서 원하는 음식을 직접 만들 수 없었던 것과는 차별적이다. UNIZ에서 처음으로 제작해 판매한 테크웨어 장신구 브러쉬 역시 업계 최초로 제작된 것이다. 이 테크웨어 장신구 브러쉬는 무려 예상 금액의 3000%를 웃도는 수익을 내어 첫 아이템부터 대성공을 거두었고, 권 대표는 이를 계기로 사업을 계속해도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UNIZ는 현재도 좋은 사업 성과를 내고 있는 회사다. 웹사이트 에이콘을 통해 중국과 일본의 만화가들도 UNIZ의 소재를 많이 구매하고 있으며, 웹툰 ‘권왕환생’에서는 중국 음식 브러쉬가, ‘탑 아이돌의 막내 멤버가 되었습니다’에서는 테크웨어 브러쉬가 사용되는 등 다양한 웹툰에서 UNIZ의 소재가 실무에 활용되고 있다.
이렇게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어 가고 있는 권 대표는 대학교 겸임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권 대표는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가장 슬플 때는 바로 학생들이 “만화학과에 괜히 왔다, 이제 그림을 더 못 그리겠다”라며 절망하는 것을 볼 때라고 한다. 사실 권 대표도 많은 만화학과 학생들이 그렇듯이 만화가의 꿈을 안고 진학했다가 건강상의 문제로 진로를 바꾼 것이기 때문에, 그런 학생들을 볼 때 특히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하지만 권 대표는 만화학과에 온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만화적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수없이 많은 길이 있는데, 만화학과에 왔다고 해서 반드시 만화만 그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자신이 없을 때도 충분히 자신의 만화적 재능을 활용해 만화 업계에서 일할 수 있고, 만화 그리는 것은 좋아하지만 그림 실력이 따라주지 않을 때도 UNIZ에서 판매하는 ‘소재’들을 구매해서 그림을 그리면 된다. 실제로 UNIZ의 직원들 대다수가 처음에는 만화가 좋아서 만화학과에 입학했지만, 결국 만화를 직접 그리는 것에 지쳐버린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모두 여전히 만화를 사랑하는 만화인들이다. UNIZ는 소재 제작 사업을 통해 그림 실력에 자신이 없는 만화인이나 촉박한 마감에 쫓기는 만화인 등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작가가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의 일이다. 스케치업 프로그램으로 배경을 추출하여 클립 스튜디오에 불러오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수업을 하고 있었는데, 한 학생은 배경만 불러오고 그림은 전혀 그리지 않은 채 앉아 있었다. 학생에게 왜 그림을 그리지 않느냐고 묻자, 학생은 자신은 그림을 못 그린다고 대답했다. 다른 학생들은 입시 미술학원도 다니고 있었고, 원래 만화를 좋아하던 학생들이라 능숙하게 그림을 그려냈는데, 이 학생은 혼자 그림을 잘 못 그린다고 생각해 아예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그래서 학생에게 그림을 직접 그리지 않고도 만화를 그리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소재를 불러오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인체 모형이나 다양한 꾸밈 효과를 불러오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더니, 잠시 후 학생은 스케치업으로 불러온 집 그림 주변에 집중선 소재를 붙이고, 고함 말풍선 소재를 넣은 뒤 그 안에 ‘집 가고 싶다!’라고 썼다. 직접 그은 선은 하나도 없지만, 학생은 소재를 활용하여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는 만화 한 컷을 완성한 것이다.
이렇듯, 직접 만화를 그리는 것 외에도 만화를 사랑하는 방법은 많다. 소재를 사용하는 이와 소재를 제작하는 이 모두가 만화 작업의 전 과정을 혼자 해낸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모두 만화인이라고 할 수 있다. UNIZ의 권 대표는 이렇게 직접 만화를 그리지 않더라도 여전히 만화를 사랑하는 만화인들을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클립 스튜디오 소재 제작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말하지 않고도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 - 카카오톡 이모티콘 작가
채팅창에서 ‘감사합니다’, ‘미안해요’, ‘알겠어’ 등의 짧은 메시지와 함께 토끼나 고양이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귀엽게 움직인다. 스마트폰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아마 최소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카카오톡 이모티콘이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직접 구매한 적이 없어도 기본으로 제공되는 카카오프렌즈 이모티콘은 사용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카카오톡 채팅에서는 하고 싶은 말을 타이핑해 소통해야 하므로 감정을 빠르게 표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이럴 때 하고 싶은 말이 담긴 이모티콘을 보내면 빠르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 그냥 ‘감사합니다’라고 글만 보내는 것보다, ‘감사합니다’라고 보낸 뒤 꾸벅 인사하는 이모티콘을 함께 보내는 쪽이 훨씬 감사의 감정을 전달하기가 쉽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이렇게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개성을 표현해 주기도 한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2011년 출시 이후 현재 누적 개별 이모티콘 수가 70만 개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큰 시장이 되었다. 수많은 이모티콘 가운데 카카오톡 사용자는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해 준다고 생각하는 이모티콘을 선택적으로 구매해서 사용한다. 그래서 이모티콘의 세계에서는 같은 ‘감사합니다’라도 모두 같은 ‘감사합니다’가 아니다. 어떤 사용자는 귀여운 곰 캐릭터가 애니메이션으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이모티콘을 사용할 수도 있고, 어떤 사용자는 러닝셔츠를 입은 아저씨 캐릭터가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이모티콘을 사용할 수도 있다. 이 두 사용자는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며, 그들은 실제로도 뚜렷이 구분되는 개성의 사람들일 것이다.
최근 한국은 캐릭터 산업이 크게 발전하여 인기 캐릭터로 제품 콜라보레이션과 광고를 하고, 팝업 스토어도 열리는 등 캐릭터의 IP 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동시에 캐릭터 산업과 맞닿은 카카오톡 이모티콘 작가의 전망도 밝아지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도 카카오톡 이모티콘 작가를 고려하고 있는 학생이 있을 것 같다. 그런 독자들은 이번 글을 꼼꼼히 읽어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화에서 두 번째로 소개할 만화인은 바로 카카오톡 이모티콘 작가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작가 ‘아아’는 2019년부터 6년간 활동해 왔으며, 주로 일상에서 떠오르는 소소한 메시지에서 영감을 얻어 이모티콘을 제작한다. 아아 작가가 작품 활동을 시작한 2019년에는 단순한 흑백 그림 캐릭터가 트렌드의 중심에 있었다. 아아 작가는 단순한 유령 형태의 캐릭터로 다양하고 일상 감정을 표현하는 ‘아모티콘’으로 카카오톡 이모티콘 출시의 첫발을 내디뎠다. 현재는 6년간 변화한 트렌드에 맞게 1020 여성을 타겟으로 한 아기자기한 색감의 토끼, 강아지, 곰 형태 이모티콘을 주로 제작하고 있다.

이모티콘 제작 과정은 기획, 제작, 제안, 승인의 순서로 진행된다. 기획 단계에서는 먼저 컨셉을 떠올린다. 아아 작가는 컨셉을 떠올린 뒤 그에 어울리는 제목을 가장 먼저 정한다고 한다. 제목을 정한 다음에는 인기 있는 기성 캐릭터들을 보며 트렌드를 파악하고 캐릭터 성격을 어떤 식으로 부여할지 생각하는 과정을 거친다. 다음으로 본격적인 제작 단계에서는 색감의 통일성이나 글자 크기 등을 한눈에 보기 쉽도록 이모티콘 제안 창에 이미지들을 넣어가며 이모티콘을 제작한다. 모든 이모티콘이 완성되면 카카오 이모티콘 스튜디오에 작품 제안을 넣고, 메일로 승인 여부를 받게 된다. 이때 작품이 미승인되면 제작 과정에서 캐릭터에게 정이 들었을 작가로서는 마음이 아프겠지만, 작품을 수정해 재제출하면 승인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모티콘 제안에는 특별한 자격 요건이 필요하지 않다. 이모티콘을 출시하고 싶다면 누구나 자신만의 이모티콘을 그려 카카오 이모티콘 스튜디오에 제안할 수 있어 접근성이 좋다. 그리고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사용량에 따라 매달 수익이 정산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꾸준히 이모티콘을 출시한다면 지금까지 출시한 이모티콘의 수익이 누적되어 매달 정산되기 때문에 미리 만들어준 작품들로도 돈을 벌 수 있다.
아아 작가도 만화학과에 입학할 때부터 이모티콘 작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아아 작가는 웹툰 작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만화학과에 입학했지만, 학교에 다니며 웹툰 작업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수업 시간에 집중이 안 될 때마다 종이에 그 순간의 감정을 낙서처럼 끄적이곤 했다고 한다. 평소에 자신의 그림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하던 아아 작가는 이 낙서를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발전시켜 보자고 생각하여 본격적으로 카카오톡 이모티콘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사실 카카오톡 이모티콘도 일종의 만화라고 볼 수 있다. 하나의 캐릭터가 짧은 글과 함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그림들이 한 컷 한 컷 모여 32컷(애니메이션을 넣을 경우에는 24컷)의 통일된 시리즈를 완성한다는 점에서 카툰과 유사하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작가에게 더 중요한 자질은 드로잉 실력보다 표현력인데, 아아 작가는 만화학과에서 배운 애니메이션과 웹툰 제작 등이 표현력을 기르는 것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또한 아아 작가는 만화학과 동기들과 함께 만화를 그리면서, 동기들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만화적 강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때 발견한 일상의 감정을 포착하는 능력과 귀여운 것을 잘 그리는 능력이 이모티콘 작가로 활동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이모티콘의 인기는 캐릭터 IP의 인기에 크게 좌우되며, 캐릭터가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초반에 작가가 직접 SNS에 만화를 연재하거나 쇼츠 애니메이션 등 캐릭터 활용 콘텐츠를 제작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SNS에서 만화를 연재하고 작품을 애니메이션화해 캐릭터 IP를 키워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성공한 ‘난’ 작가의 ‘틴틴팅클’이 대표적인 예시다. 이렇듯 카카오톡 이모티콘과 만화, 애니메이션은 서로 뗄 수 없는 사이라고 할 수 있다.
아아 작가는 낙서로 시작한 그림을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자 이모티콘 제작을 시작했던 것처럼, 자신이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는 그림은 결국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그 가치가 커지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림은 직접 말하지 않아도 나를 표현해주는 수단이다. 하지만 단순히 자기표현, 자기만족의 단계에서 만족해버리면 자신의 그림에 애정은 커지게 되는 반면 자신감은 점점 없어지게 되어 자신의 그림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평가받길 꺼리게 된다. 그는 현재 캐릭터 IP를 키워 더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캐릭터와 작품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만화 연재를 준비 중이며, 추후 쇼츠 애니메이션까지 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래서 아아 작가는 만화학과 진학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도 꼭 만화학과에 진학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나의 그림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