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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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웹툰 근절, 사이트 차단만으로는 부족하다

긴급차단제 실시 이후 웹툰계와 정부 그리고 불법 사이트간의 단속과 회피의 전쟁과 그 풍경. 결국 불법 복제를 막는 것은 문화와 교육, 그를 위한 제언.

2026-07-31 최준희

불법 웹툰 이용은 저작권 문제인 동시에 소비문화의 문제 

사이트 하나를 없애는 것은 기술과 행정에 문제이지만, 사람들이 그곳을 더 이상 찾지 않게 만드는 것은 문화와 교육의 문제



긴급차단제 실시 이후 새로운 전략을 시도하는 불법 사이트들. [AI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웹툰 한 편을 만드는 데에는 수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작가는 콘티를 짜고 그림을 그리고 대사를 고치며 정해진 마감에 맞춰 작품을 내놓는다. 그러나 그렇게 완성된 작품이 불법 웹툰 사이트에 복제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몇 십 분에 지나지 않는다.

약 10년 넘게 국내 최대 불법 웹툰 유통 사이트로 이름을 알린 ‘뉴토끼’가 지난 4월 27일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당시 정부의 ‘저작권 침해 불법 사이트 긴급 차단 제도’ 시행을 앞둔 상황이었기에, 이를 염두에 둔 사이트 폐쇄라는 추측이 있었다. 결국 ‘뉴토끼’는 며칠 지나지 않아 보란 듯이 서비스를 재개했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긴급 차단 명령 통지 등 여러 조치가 있었음에도 ‘뉴토끼’를 비롯한 ‘마나토끼’, ‘북토끼’ 등 사이트는 여전히 접속 가능한 상황이다.

정부가 사이트를 차단하면 운영진은 곧바로 주소를 바꿔 재운영한다. 새로운 주소마저 막히면 텔레그램을 통해 우회 경로를 알리고 다시 이용자를 불러 모은다. 정부의 차단 기술이 빨라지는 만큼 불법 사이트 역시 차단을 피하는 방법을 학습해 왔다. 그간 정부와 수사기관은 해외 공조 수사를 통한 운영자 검거, 접속 차단 절차 개선 등 대응 방식을 분명히 발전시켜 왔다. 특히 올해 시행된 긴급차단제는 불법 콘텐츠를 개인의 저작권 피해가 아닌 콘텐츠 산업 전체의 문제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럼에도 이루어진 불법 웹툰 유통 사이트의 복귀는 사이트의 주소를 차단하는 것만으로 불법 웹툰 유통 산업을 뿌리 뽑을 수 있는지 의문을 남긴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저작권 침해 사이트에 대한 긴급차단 및 접속차단 제도 시행 첫날인 11일 서울 마포구 한국저작권보호원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문체부 제공]


긴급차단제 시행 : 빨라진 차단과 운영자 검거


불법 웹툰 사이트와 정부의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속도’였다. 해외 서버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불법 사이트들은 하나의 도메인이 차단되면 새로운 주소를 만들어 서비스를 이어갔다. 불법성이 확인된 뒤 실제 접속 차단에 이르기까지 행정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이미 새로운 주소가 등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 5월 11일부터 저작권 침해 사이트에 대한 긴급차단 및 접속차단 제도가 시행됐다. 저작권 침해가 명백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 문체부가 접속차단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제도 시행 첫날 문체부는 ‘뉴토끼’를 비롯한 34개 인터넷 서비스에 긴급차단 명령을 통지했다.

운영자에 대한 수사 역시 진전을 보였다. 경찰은 일본에 체류하던 ‘마나토끼’ 운영자를 현지에서 검거해 국내로 송환한 뒤 구속 송치했다. 해외에 서버와 운영 기반을 둔 사이트도 국제 공조를 통해 운영자를 추적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규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불법 유통 규모에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웹툰·웹소설 불법 유통에 따른 연간 피해 규모는 7215억 원으로 추산됐다. 뉴토끼의 월 피해 규모만 약 398억 원이다. 인천일보 취재 당시 트래픽 분석업체 ‘시밀러웹’에서 확인된 뉴토끼의 월 방문 횟수는 약 1억2600만회에 달했다. 

불법 웹툰 유통 사이트가 일부 이용자의 저작권 침해 사례를 넘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규모다. 

긴급차단제의 의미도 여기에 있다. 과거에는 불법 복제물이 발견되면 저작권자가 삭제를 요구하고 개별 사이트를 뒤쫓는 방식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대규모 불법 유통 사이트 자체를 산업 생태계를 훼손하는 대상으로 보기 시작했다. 규제의 시간이 이전보다 빨라진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같은 시간 동안 불법 사이트도 빠르게 진화했다. 


네이버에서 자체 불법 복제 차단효과에 대한 성과를 발표. 불법 복제 지연 효과가 컸던 국내 주요 작품 10개를 대상으로 신규 유료 회차가 24시간 이내 불법 복제된 주와 그렇지 않은 주의 유료 결제액을 비교한 결과, 합계 결제액 평균이 23% 증가. [네이버웹툰 제공]


주소 바꾸고 도박 광고로 수익... 진화한 불법 사이트 

뉴토끼가 지난 4월 서비스 종료를 선언한 뒤 다시 문을 여는 과정은 현재 불법 웹툰 사이트의 생존 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이트가 차단되면 주소를 변경하고, 새로운 주소를 텔레그램 등 별도의 채널을 통해 안내한다. 일부 안내 사이트에서는 과거 차단된 주소와 현재 접속 가능한 주소를 일종의 ‘주소 변경 기록’처럼 정리해 제공하기도 한다. DNS 변경이나 우회 프로그램 설치 등 차단을 피하는 방법까지 이용자들에게 안내한다.

불법 웹툰 유통 사이트 운영진들이 차단을 일상적인 운영 변수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기반을 두어 이용자들의 유입이 끊이지 않도록 관리하는 단계에 가까워졌다.

운영 구조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서버 구축과 우회 기술을 담당하는 기술팀, 웹툰을 확보하는 업로드팀, 광고 영업과 정산을 맡는 인력이 별도로 움직였다. 최근에는 서버와 콘텐츠 업로드 시스템 상당 부분을 외주로 구할 수 있어 비교적 소규모 인력으로도 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단속으로 하나의 조직을 무너뜨리더라도 새로운 사이트가 빠르게 등장할 수 있는 이유다. 

또한 이들은 단순히 불법 복제로만 수익을 얻지 않는다. 사이트 곳곳에는 카지노와 스포츠도박, 슬롯게임 등 불법 도박 광고가 배치돼 있다. 이용자가 광고를 통해 도박사이트에 가입하고 돈을 잃을 경우 손실액 일부를 불법 웹툰 사이트 운영자가 가져가는 이른바 ‘쉐어 방식’도 존재한다. 

창작자가 만든 작품이 아무런 대가 없이 복제되는 것을 넘어 또 다른 불법 산업의 고객 모집 수단으로 활용되는 셈이다. 때문에 사이트의 주소만 없애는 정책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불법 웹툰 사이트를 유지하는 핵심 자산은 도메인이 아니라 이용자이기 때문이다. 


긴급차단제 이후에도 불법 웹툰 사이트 운영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경로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의 단속에서 독자의 클릭까지 : 누가 막아야 하나


불법 웹툰 사이트 완전 차단에 대한 정부의 역할은 분명하다. 해외 서버와 운영자를 추적하고 국제 공조 수사를 진행하거나 범죄수익을 환수하는 일은 개인이나 창작자가 대신할 수 없다. 특히 불법 도박 광고와 자금 흐름까지 결합된 현재 구조에서는 저작권 침해 사이트 하나를 차단하는 수준을 넘어 경찰과 문체부 등 관계기관의 공조가 필요하다.

사이트와 더불어 자금 흐름을 막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불법 도박 광고가 주요 수익원이라면 운영자와 광고주 사이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관련 계좌를 차단하는 것이 사이트의 재생산을 막는 데 더 직접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불법 웹툰 문제를 단순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 도박과 범죄수익이 얽힌 사이버 범죄 생태계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주목해야 할 점은 수많은 사람들이 불법 웹툰 유통 사이트에 머무는 이유를 포착하는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이용자는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결제 없이 볼 수 있으니 큰 문제라고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뉴토끼 접속이 막히면 주소가 다른 사이트를 찾아 이용해 왔다고 했다. 

불법 콘텐츠를 소비하는 과정 자체가 과거에 비해 쉬워진 이유도 있다. 과거 불법 다운로드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파일을 직접 내려 받는 과정이 필요했다. 현재는 포털 검색 몇 번만으로 불법 사이트를 찾을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텔레그램에는 변경된 주소가 공유되고, 일부 공공기관과 청소년시설의 홈페이지 게시판에서조차 불법 사이트 최신 주소를 홍보하는 게시물이 발견됐다. 기술적 장벽이 낮아지면서 불법에 대한 심리적 장벽 역시 낮아진 것이다. 

디지털 콘텐츠의 특성도 영향을 준다. 매장에서 물건을 가져가면서 돈을 지불하지 않는 행위는 누구나 절도로 인식한다. 하지만 웹툰을 불법 사이트에서 보는 경우에는 원본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이용자에게 ‘무언가를 빼앗았다’는 감각이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 

웹툰 한 회차에 지불하는 비용은 단순히 화면 속 그림 몇 장을 보기 위한 돈이 아니다. 창작자가 다음 회차와 다음 작품을 계속 만들어갈 수 있도록 산업을 움직이는 대가이기도 하다. 

불법 사이트에서는 이 과정이 보이지 않는다. 독자의 화면에 나타나는 것은 ‘무료 웹툰’뿐이다. 그 뒤에서 작가의 수익이 사라지고 불법 도박 광고비가 오가며 이용자의 트래픽이 다른 범죄시장으로 판매되는 과정은 화면 바깥에 숨어 있다. 

특히 청소년에게는 이러한 구조가 더욱 위험하다. 

웹툰을 보기 위해 방문한 사이트에서 불법 도박 광고를 접하고 도박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청소년 도박 예방교육은 확대되고 있지만 불법 콘텐츠 사이트와 불법 도박의 연결 구조를 함께 설명하는 교육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저작권 교육 역시 작품을 무단 이용하면 안 된다는 원칙을 전달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자신이 클릭한 불법 사이트가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고 어디로 이용자를 데려가는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불법 웹툰 이용은 저작권 문제인 동시에 소비문화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기관 그리고 플랫폼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불법 복제를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문화와 교육이다.


사이트 차단 넘어 저작권 소비문화의 전환으로 


운영자를 검거하고 해외 공조를 강화하며 범죄수익을 환수하는 조치는 지속돼야 한다. 수천억 원의 산업 피해를 이용자의 양심에만 맡기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동시에 기술적 차단만으로 모든 불법 사이트를 없애기 어렵다는 사실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 

하나의 도메인이 사라지면 새로운 주소가 등장하고, 하나의 운영자가 검거되면 그 자리를 다른 사이트가 채울 수 있다. 기술이 정부에 새로운 차단 수단을 제공하는 만큼 불법 사이트에도 새로운 우회 수단을 제공한다. 

앞으로의 정책은 ‘몇 개의 사이트를 차단했는가’를 넘어 불법 사이트가 계속해서 생겨날 수 있는 조건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먼저 수익구조를 끊어야 한다. 불법 도박 광고와 추천 수익이 사업을 유지하는 핵심이라면 도메인뿐만 아니라 광고주와 범죄계좌, 자금 흐름까지 함께 추적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문화와 교육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웹툰이 하나의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하고 수많은 창작자의 생계가 그 안에 놓인 지금까지 ‘웹 콘텐츠는 공짜여도 된다’는 감각이 남아 있다면 그 기억은 오히려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 

초창기 웹툰은 상당 부분 ‘무료로 읽는 인터넷 만화’라는 경험 위에서 성장했다. 무료 연재는 수많은 사람을 새로운 만화 독자로 끌어들였고 웹툰이라는 장르가 빠르게 대중화되는 중요한 동력이 됐다. 하지만 웹툰이 하나의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하고 수많은 창작자의 생계가 그 안에 놓인 지금까지 ‘웹 콘텐츠는 공짜여도 된다’는 감각이 남아 있다면 그 기억은 오히려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 

단순히 “불법 사이트를 이용하면 안 된다”고 경고하는 것이 아니라 웹툰 한 회차 뒤에 어떤 노동이 존재하고, 독자가 지불하는 대가가 어떻게 다시 새로운 창작으로 연결되는지를 이해시키는 것이다. 

긴급차단제 시행은 분명 중요한 변화다. 불법 웹툰을 더 이상 개인 창작자의 피해로 방치하지 않고 국가가 산업 차원의 문제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뉴토끼’가 폐쇄를 선언한 뒤 다시 돌아오고, 차단된 주소를 대신한 새로운 주소를 이용자들이 또다시 찾아가는 현실은 규제만으로 도달할 수 있는 한계도 보여준다. 

사이트 하나를 없애는 것은 기술과 행정에 문제이지만, 사람들이 그곳을 더 이상 찾지 않게 만드는 것은 문화와 교육의 문제다. 

웹툰이 지난 20여 년 동안 산업과 작품의 수준을 함께 끌어올렸다면 이제 그것을 소비하는 문화 역시 그만큼 성장해야 한다. 차단 기술이 아무리 빨라져도 독자가 새로운 주소를 계속 검색한다면 불법 웹툰과의 추격전은 끝나지 않는다. 결국 가장 마지막에 세워져야 할 차단선은 서버도, 도메인도 아닌 독자의 손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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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희

인천일보 경기본사 사회부 기자.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지역 이슈와 사회적 그늘을 깊이 있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발로 뛰며 묻고, 삶에 와닿는 보도를 쓰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