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에는 젊은 일러스트레이터, 만화가들이 주도가 되어 만들고 있는 어린이 신문, 비스코토)>를 소개한다.
2013년 1월부터 시작한 월간지인 비스코토는 12세 이하의 어린이들 대상의 16페이지짜리 신문이다. 가격은 비교적 저렴한 4유로. 매 달 정해진 테마에 맞는 재미있는 이야기, 과학 상식, 만화, 포스터, 만들기 등등이 나오며 테마에 구애받지 않고 진행되는 연재만화도 있다. 다른 어린이 출판물에서 보기 쉽지 않은 다양한 스타일의 그림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신문의 특징. 비스코토는 올해 2017년 1월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발에서 얼터너티브 만화 상을 받기도 하였다. 아래부터는 이 신문의 편집자 Julie Staebler(쥴리 스태블러)와의 인터뷰다.
신문 구성. 이 호는 ≪ (식물이) 자란다 ≫라는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Q. 박윤선(필자 / 이하 P) : 비스코토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A. Julie Staebler(쥴리 스태블러(비스코토 편집자 / 이하 J) : 시작은 제가 아직 스트라스부르그(Strasbourg)라는 도시의 미대를 다니며 일러스트를 공부하던 때인2016년 초에 Suzanne Arhex(수잔 아헤)라는 친구와 함께 기획 했습니다. 수잔도 당시에 브뤼쉘(Bruxelles)에서 공부중인 학생이었는데요, 둘이 힘을 합해 출판물을 만들자는데에 생각이 맞았습니다. 여럿이서 각자 자신의 개성을 살린 작업을 발표할 수 있는 공동 출판물을 만들자, 허나 책의 형식이 아닌 다른 방식의 정기 간행물을 만들어 보자는 것으로 그 방향을 잡았고요. 그러다 보니 당시 신문 형태의 어린이 만화지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죠. 그래서 이 신문이라는 형식을 택했는데요, 거기에는 또 판매가격을 낮추기 위함도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책이나 잡지보다는 신문이 제작비가 덜 드니까요.
그렇게 준비를 하다가 졸업을 한 2012년 6월 이후부터는 정말 이 신문 발행 준비에 매달렸습니다. 그렇게 2013년 1월에 1호가 나왔고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월간지임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초창기 멤버였던 수잔은 현재 비스코토를 떠났고요, 대신 제 친자매인 Catherine Staebler(카트린 스태블러)가 2년 전부터 합류해 저화 함께 비스코토를 꾸려 나가고 있습니다.
Q. P : 어떻게 독자를 찾았습니까?
A. J : 아주 이른 시기부터 1년 정기구독자가 모였습니다. 2013년 1월 창간호를 위해서 우선 그 이전인 2012년 11월에 빠리의 한 인디 서점인 르 몽떵레어(Le Monte-en l’air)에서 잡지 발표식을 했고요, 이후 같은 11월 Clomar(콜마르)라는 도시에서 열리는 도서전에 참가해 비스코토 홍보를 계속 했습니다. 이후 12월에는 Montreuil(몽트레이)에서 열리는 어린이 도서전에도 참가했고요. 그렇게 창간호가 정식 배포되기 이전에 가능한 많은 홍보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창간호를 이미 2012년 10월 말 경에 인쇄를 해서, 약 3달동안 이것을 가지고 홍보를 한 것이죠. 덕분에 많은 언론에서 저희 이야기를 써주었고요, 그래서 창간호 시작부터 이미 1년 정기구독자 약 100명으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자금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정기구독자를 많이 만들어야했습니다. 정기구독 이외에 서점에 배포, 판매도 처음부터 시작했습니다. 빠른 시기에 유통업체에서 연락이 왔거든요. 이 유통업체는 예술서적을 주로 다루는 소규모 유통업체 이었는데, 현재는 대부분의 인디 만화 출판사들이 거래하고 있는 중소규모의 유통업체와 거래중입니다.
Q. P : 갓 미대를 졸업해서 이렇게 체계적으로 일을 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누군가가 조언을 해주었나요?
A. J : 비스코토를 시작하기 훨씬 이전에, 저와 함께 비스코토를 시작한 수잔이 앞에서도 잠시 언급한 몽트레이 어린이 도서전에서 출판사 Actes Sud(악트 수드, 대형 출판사)의 만화 편집자인 Thomas Gabison(토마 가비종)씨를 만났었습니다. 그 도서전 내에는 신인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아트디렉터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있지 않습니까 ? 그걸 통해서 알게 된 것이었는데요, 그때 만난 인연으로 가끔 연락을 했고, 비스코토를 준비중일 때 그분께 우리가 이런 신문을 만들려 한다고 말했더니, 여러 조언을 해주고 언론에도 우리 이야기를 알리며 도와줬습니다. 또 Magnani(마냐니)출판사의 편집자인 Julien Magnani(쥴리앙 마냐니)씨도 저희를 많이 도와줬습니다.
잠시 보충 설명을 하자면, 파리 인근 도시인 몽트레이에서 열리는 이 어린이 도서전(Salon du livre et de la presse jeunesse. http://slpj.fr/)은 매우 큰 규모의 어린이 도서전으로, 도서전 중에 신인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여러 출판사의 아트 디렉터, 편집자들과 직접 만나 자신의 포트폴리오나 프로젝트를 보여주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상당히 많은 신인 일러스트, 신인 만화가, 학생들이 여기에 참여 하는데, 비스코토의 창립멤버인 수잔이 갔다는 곳이 바로 이 자리다. 그러나 솔직히 이런 자리를 통해 실제로 책을 계약하게 된다거나 하는 일은 흔치 않은데, 허나 실무자들에게 한마디 조언이라도 듣고 싶은 신인들에게는 나름 귀한 기회. 이렇게 페스티발 기간 내에 신인들이 편집자를 만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발에서도 마찬가지다. 페스티발 내의 이라는 부스에 가면 몇몇 대형 만화 출판사의 편집자와의 만남의 시간이 있는데, 가면 정말 많은 신인 만화가, 학생들이 편집자들과 단 몇 분의 만남을 위해 몇 시간이고 기다리고 서있는 걸 볼 수 있다. 이 역시 이런 만남이 바로 출판계약서 사인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줄을 선 것이라면 말리고 싶고,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며 편집자와 직접 대화를 하고, 조언을 구하고 싶은 이들에겐 추천한다.
Q. P : 듣다보니 (일이 너무 잘 풀려서) 저로서는 무슨 꿈 이야기 같습니다.
A. J : 네, 4년 반 동안 이 잡지가 돌아간다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그런데 이 일이 가능한 것은 우리 중에 아무도 이 일을 통해 돈을 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에요. 편집자인 저도, 참여 작가들도 모두가 다 1호부터 지금까지 전혀 보수 없이, 무료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단, 최근에 단행본이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단행본 작가에게는 당연히 인세가 갑니다.
Q. P : 매달 일하는데 아무도 돈을 벌지 않는다고요?
A. J : 네, 아무도요. 아주 특이한 모델이죠… 프랑스의 거의 대부분의 잡지들이 수익을 내는 것은 사실 다 광고비 덕분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광고를 싣지 않거든요. 싣고 싶지도 않고요.
Q. P : 앞에서도 말했지만, 요즘에 비스코토에서 단행본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 Biscoto 에서 나온 단행본
A. J : 2015년 10월에 첫 단행본으로 작)>이 나왔습니다. 이 만화는 비스코토에 연재되었던 작품이고요. 이 책을 낸 뒤로 약 1년간 다른 단행본을 내지 않았습니다. 앞으로의 단행본 출간이 어느 정도 정기적으로 되기 위해선 준비 기간이 필요했거든요. 그래서 2번째 단행본인 작)>은 2017년 1월에 나왔고요, 이제부터는 1년에 4권 가량 꾸준히 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나올 단행본들은 다 비스코토에 연재되었던 만화는 아니고요, 내부 작가들이 우리한테 자신들의 다른 프로젝트를 제안할 때도 있고, 저희가 외부 작가를 찾아다니기도 합니다.
Q. P : 비스코토의 다른 편집자와는 어떻게 작업을 하시나요? 그분은 어디에 삽니까? 아예 일이 두개로 정확히 분업화 되어있나요?
A. J : 아뇨, 저는 중서부에, 카트린(다른 편집자)는 여기에서 테제베기차로 약 3시간 거리의 한 남부 도시에 삽니다. 둘의 영역이 딱 둘로 나뉘어 있지는 않고, 같이 일합니다. 전화와 인터넷으로 아주 많이 대화하고요. 그런데 제가 비스코토 편집을 더 하는 편이고, 카트린이 단행본 편집을 더 하는 편이긴 합니다.
Q. P : 올해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발에서 비스코토가 얼터너티브 만화 상을 받았습니다. 그 후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A. J : 아직 우리의 존재를 몰랐던 관련 직종 사람들에게 우리를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많은 도서관 사서들이 이 만화상 덕분에 비스코토를 알게 되었고, 덕분에 도서관으로 가는 정기구독이 많아졌어요. 또 상을 받았다고 기사도 많이 나왔으니, 알게 모르게 판매로 연결이 되었을 겁니다.
Q. P : 참, 정기구독자들에게는 어떻게 신문을 보내십니까? 그리고 지금 두 분 편집자 이외에 또 일하는 사람이 있나요? 독자 담당이라거나, 홍보담당자라던가…
A. J : 따로 직원이 있거나 하지 않고, 저희 둘이서 홍보건, 뭐건 전부 다 합니다. 정기구독자들에게 신문을 보내는 일은 초기엔 제가 다 했습니다. 일일이 봉투에 주소 쓰고, 신문 넣고, 우표 붙이고… 붕투 붙이는 일에만 하루가 다 갔죠. 그렇게 250부까지는 제가 직접 다 했는데, 250부가 넘어가니까 더이상 못하겠더라고요. 지금은 인쇄소에서 바로 구독자에게 배송이 됩니다. 지금 구독자 수는 약 600명? 지금 계속 늘고 있어서 그보다 더 될 거예요. 우리랑 같이 일하는 인쇄소가 보통 신문들도 인쇄하는 곳인데, 대부분 신문을 구독하면 인쇄소가 바로 구독자들에게 보냅니다. 저희 신문도 그렇게 배송되고 있습니다.
Q. P : 지원을 받는 곳이 있나요?
A. J : DRAC(지방 문화부), Magelis(마젤리스. 지역지원금), 그리고 CNL(국립 도서 센터)에서 지원받습니다.
Q. P : 비스코토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A. J : 처음에 이 신문을 시작할 때는 작가(작업이 마음에 드는데, 돈을 못 벌어도 참여하겠다고 하는 작가)를 찾는 게 가장 어려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참여하고 싶다는 작가는 생각보다 많더군요. 계속 이 신문을 내면서 알게 된 어려움은, 일단 돈이 안 되는데도 이 일을 지속하는 것이 어렵고요, 또 서류 쓰기가 어려웠습니다. 저는 미대에서 일러스트를 공부했을 따름이라 일단 서류 일이 낯선데, 이 일에 필요한 서류가 생각보다 정말 많더군요. 사실 아트 디렉터로서의 일보다는 서류 일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지금은 공부를 따로 해서 좀 알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서류가 어렵습니다.
인터뷰를 한 비스코토 편집자J는 일러스트를 전공했으나, 신문 만드느라, 또 최근부터 동네 미대에서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그림을 그릴 시간이 전혀 없다고 한다. 잠시 ‘비스코토에서 돈 버는 사람이 없다’ 라는 부분에 대해 말을 덧붙이자면, 사실 프랑스 대안만화판에서도 ‘자기 작업’ 이라 부를 수 있는 것으로 생계비를 버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에 속한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돈이 되는 일을 따로 하면서, (돈이 되지 않는) 자기 작업도 하며 산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상황이 좋다, 나쁘다, 어떻다 말하고 싶지는 않고, 다만 비스코토의 경우 최근 본격적으로 시작한 단행본 출간이 어느 정도 출판사에게나, 작가에게나 도움이 되기를 바래본다.
이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비스코토가시작되던 시기에 타 출판사 편집자들이나 언론에서 이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는 점이다. 이들이 운이 좋아서 좋은 사람들을 만났을 수도 있다만, 이런 식으로 갓 첫발을 내딛는 후배, 동료들을 도와주는 분위기가 매우 좋아보였다. 여하간 아직은 매우 젊은 출판사인 비스코토가 앞으로도 좋은 성과를 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