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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웹 만화는 어떤 길을 걸을 것인가? - ?『망가 박스』와 『코미코』를 통해서 보는 두 가지 실험?

두 가지 만화 서비스를 주목해본다. 하나는 『김전일 소년의 사건수첩』과『신의 물방울』 스토리 작가로 유명한 키바야시 신을 편집장으로 내세운 만화 서비스 『망가 박스』이며, 하나는 한국식의 세로 스크롤 웹툰 시스템을 일본에 접목한 『코미코』다.

2014-06-26 이현석

『진격의 거인』의 대 히트나 『아인?人』과 같은 수준 높은 만화들이 계속 쏟아지는 일본 만화 시장. 여전히 밖에서 보기에는 그 아성이 계속 유지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만화계 내부에서는 지속적인 매출의 하락에 따른 자성과 불안의 목소리가 높다. 이유는 간단하다. 원래 일본의 만화는 저렴하고 간편하게 여가를 보낼 수 있는 문화 콘텐츠 였는데, 2000년대 들어서 등장한 휴대폰과 인터넷이 만화보다 더 편리하고 저렴하게 여가를 보낼 수 있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어린이들이 커뮤니케이션을 주고 받는 데 필요한 매개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게 만화였다. 물론 아직도 그렇기는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커뮤니케이션 툴로서 라인과 같은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며, 기존의 지면 종이 만화를 읽는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청소년 계층도 늘어가는 중이다. 이런 현상은 종이잡지를 소비하는 독자들의 평균 연령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과 잡지 판매고의 저하를 통해서 바로 입증되는 중이다. 일본 만화시장에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일본의 만화계도 다양한 대안을 내놓고 있다. 이중에서도 지난 10년간 가장 치열하게 시험받고 있는 대안이 바로 디지털 만화에 대한 것이다. 실재로 이런 대안적인 시도들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기도 하여, 일본의 디지털 만화 시장은 현재 기존 출판시장의 약 10% 규모인 5000억 원 규모라고 말해진다. 하지만, 주로 휴대폰을 통해서 서비스되는 이 시장은 소프트 에로와 BL, TL등의 기존 시장이 메우지 못하는 틈새 시장을 메우는 성격을 가지게 되어 버려서, 본격적인 대안으로는 말해지기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요즘 들어 디지털 만화를 활용하여 기존 출판만화의 대안을 마련하려는 의욕적인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일본도 스마트 폰의 보급률이 높아지고, 젊은이들이 거의 누구나 스마트 폰을 커뮤니케이션 툴로서 활용을 하니 이를 통해서 만화 콘텐츠를 유통시켜보려는 시도다.

필자는, 요즘 등장한 두 가지 만화 서비스를 주목해본다.

하나는 『김전일 소년의 사건수첩』과『신의 물방울』 스토리 작가로 유명한 키바야시 신을 편집장으로 내세운 만화 서비스 『망가 박스』이며, 하나는 한국식의 세로 스크롤 웹툰 시스템을 일본에 접목한 『코미코』가 그것이다.


△ 망가박스

먼저 『망가박스』는 상당히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전통적인 만화 잡지 시스템을 스마트 폰 서비스에 접목시킨 것이다. 일본의 전통적인 시스템은 만화 작품의 정기적인 연재를 통하여 독자에게 노출/인식 시키고 이후에 단행본으로 연재 당시 투입된 자금을 회수하고 이윤을 남기는 것이다. 망가박스도 이와 같다. 고단샤와 손을 잡고, 인터넷 지면에서 우철 방식으로 만들어진 페이지 만화를 연재하고 나면, 그 만화를 단행본으로 찍어내고 유통시켜서 이윤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강점으로 내세우는 점은 기존의 종이 잡지는 소화할 수 있는 작가의 숫자가 결국20명 안팎인데, 디지털의 경우는 지면이 무한해서 기존 체제의 작가가 커버하지 못하는 무명작가에게도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 체제는 스퀘어 에닉스의『간간 온라인』등이 이미 시도하여 성공한 방법이며, 가장 안정적으로 기존 잡지 체제가 디지털로 이행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보인다.

코미코는, 한국의 네이버 체제가 일본에 이식되었다고 보면 된다. 도전 만화가와 같은 코너가 존재하고, 여기서 일정수준의 조회수를 기록하면 원고료를 받으면서 정규연재 작가가 될 수 있다. 원고료의 지급방식도, 망가 박스가 페이지당 5000엔에서 10000엔 이런 식으로 기존 잡지 체제와 같은 방식의 원고료를 지급하지만, 코미코는 1회당 5만엔이라는 고정급을 작가에게 지급하고 조회수가 높아지면 이에 따라서 원고료에 인센티브를 적용하여 지급하는 방식이다. 네이버의 체제와 거의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작가 수급이나 인력풀의 관리에서는 일본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사이트인 픽시브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 코미코

이 두 서비스는 아직 시작한지 약 1년 정도가 지난 시점이다. 따라서 성패를 따지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다만, 최근에 등장한 망가박스의 단행본들은 김전일 소년의 사건수첩의 작가 등을 영입하여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도 불구하고,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 각사의 분석은, 망가 박스의 만화들은 결국 편집장인 키바야시와 관련된 코단샤의 인력풀에서 등장한 작가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고, 결국 이렇게 되면 기존의 잡지에서 보던 작가들과 작품들에서 크게 차이가 없어지게 되는 것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코미코는 작품들의 비주얼 퀄리티나 완성도 면에서 우려와 목소리가 지극히 높았지만 출범 1년 정도를 맞는 지금 높은 조회수와 많은 숫자의 코멘트가 달리면서 순항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과단성 있게, 기존의 작가 인력풀에서 작가를 기용하는 것을 지양하고 기존 시스템에서는 등단의 기회를 얻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새로운 만화 제작 형태를 제시하여 지금의 세대가 바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좀 더 보시 쉬운 웹툰 형태로 담아내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말하자면, 만화 대국 일본 안에서 향후 대세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이는 디지털 만화시장에서 전형적 일본식 체제와 한국식 체제가 맞붙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작가에게 지극히 높은 자유도를 부여하고 일정한 포맷만 제공하는 한국식 체제와 편집자와 2인3각으로 치밀한 만화를 만들어 내는 이미 완성된 체계인 일본식 잡지 체제의 대결 양상이 어떤 국면으로 전개될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두 체제 모두 지금 디지털 체제 안에서는 보완해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필진이미지

이현석

레드세븐 대표
前 엘세븐 대표
前 스퀘어에닉스 만화 기획·편집자
만화스토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