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달인]사태에 대해서 정작 일본 안에서는 어떤 의견이 오고 가는가 ? 
지난 한 달 동안, 한 장편 인기 연재 만화에서 다룬 내용이 일본 열도전체를 시끄럽게 했다. 그 만화란 일본 쇼가쿠만에서 발행하는 주간 만화 잡지 [빅 코믹 스피리츠]에 연재 중인 [맛의 달인 美味しんぼ]이다.
[맛의 달인]은 일본 요리만화 장르의 금자탑이며, 1983년부터 30년을 넘게 연재 중인 인기 만화다. 역대 일본 만화 단행본 누적 판매량 부문 5위에 랭크되어 있다. 애니메이션화는 물론이며, 실사 드라마화도 몇 번 만들어질 정도이고, 이후 등장한 상당수의 일본 요리만화들이 이 만화에서 다루어진 요리와 내용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해지고 있다.
만화가 인기를 얻은 이유 중 하나는, 이 만화가 요리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지 않고 그 근원에 자리한 역사적/철학적 배경에 까지 심도깊게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경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주장한다 든지, 쌀 문제에 대한 진보적인 접근이나, 한국을 다루면서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 일본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한다든지... 이는 현실세계와 비교적 유리된 환경에서 음식만을 주제로 다루는 여타 요리만화와는 지극히 판이한 부분이다. 따라서, 이 만화의 스토리 작가인 카리야 테츠씨는 단순한 만화 스토리 작가가 아니라, 한 명의 저널리스트와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 전체적으로 만화를 통해서 보여지는 그의 정치적인 태도는 상당한 진보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만화가 단행본 110권에 해당하는 분량에서 본격적으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일본 후쿠시마 현에 관한 내용을 다루기 시작하였고, 이는 일본 전국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일본 출판사에서는 부라쿠민 문제와 함께 절대로 거론되어서는 안되는 천황제 문제에 대해서까지 거침없는 문제발언으로 유명한 카리야 테츠가 후쿠시마 문제를 다루는 이상, 전혀 문제가 없으며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는 인간의 컨트롤 하에 있다는 정부 발표 이상의 무언가를 말해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동시에 교차하였다. 처음에 이 "후쿠시마 편"이 연재가 시작되었을 때는 약간 실망의 소리도 나왔다. 장시간에 걸친 후쿠시마 현지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거쳐 나온 만화의 내용은 이상이 없다/방사능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후쿠시마 농산물은 안전하다 등의 정부 발표와 그렇게 차이가 없는 내용으로 일관되어 있었다. 주인공인 야마오카 지로는 후쿠시마 산의 물고기를 먹고 후쿠시마의 쌀로 밥을 지어서 자신의 아이들과 나누어 먹는다. 물론 안에서 다루어지는 내용을 자세히 보자면 이런 맛있는 먹거리를 앞으로 영원히 먹을 수 없게될지 모른다는 내용이며, 도쿄전력과 정부의 안일한 대처를 비판하는 것이 주된 골자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뭔가 카리야 테츠씨에 대한 묘한 기대에는 못 미친다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2014년 4월 28일 발매된 5월 12, 19일 합병호가 발매되면서 그 안에서 다루어진 내용이 거대한 사회적인 이슈가 된다. 연재분량에서 주인공 일행은 후쿠시마 원전을 취재하고 온 뒤로 심한 피로감을 느끼다가 코피를 흘리게 되는데, 이에 대해서 [방사능 피폭] 때문이라고 확실히 다루어지기 때문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후쿠시마 현에서 나온 대지진 당시 쓰레기들을 불태운 오오사카의 소각장 부근 주민들도 피로감과 코피를 흘리는 사람들이 많고, 이것은 방사능 피폭 때문이라고 분명히 언급하고 있다. 더구나, 이 후쿠시마 에피소드의 마지막에서는 후쿠시마 현민들은 거기를 떠나서 살아갈 용기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도 언급하였다.
이것은 방사능에 대한 건강피해 문제에 대해서 전혀 문제없음이라는 태도로 일관하던 일본정부의 공식발표 내용이나 이를 믿고 지내던 일본국민들의 신뢰를 뒤흔드는 돌직구가 되었고 거대한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잡지를 발행 중인 쇼가쿠칸은 즉시 편집부 일동과 저명인들의 의견을 모은 성명을 발표하고 대응했으며, 맛의 달인은 당분간 휴재에 들어갔다. (물론, 예정된 휴재였다는 해명이다) 일본 정부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한국의 국무총리)이 성명을 발표해 진화에 나서야 할 정도로 큰 파문과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에서의 여론 행보를 보면, 이 만화는 일본 정부가 철저히 은폐 중인 후쿠시마의 진실을 폭로한 스토리 작가 카리야 테츠 씨의 용기 있는 행동, 미디어를 다루는 사람들이 권력에 대항해 취해야 할 의식있는 행위 쯤으로 다루고 있고, 후쿠시마 편을 다루고 난 다음의 휴재는 정부의 압력에 의한 것 쯤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 나오는 전체적인 여론의 행보는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그것은 결국 카리야 테츠씨도 선정적인 여론의 태도에서 다를게 무엇인가? 라는 비판이다.
일본 내에서도, 이번 맛의 달인에서 다루어진 내용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 중 하나로 받아들여야 하며, 사실상 어떤 영향이 있을지 모르는 이번 사고에 대해서 당연히 제시되어야 할 의견이라고 상찬하는 분위기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비판적인 여론을 쏟아내는 사람들과 맛의 달인의 이번 내용에 대해서 상찬하는 사람들도 모두 이점은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너무나 간단히 바로 이것이다! 라고 단정한 작가의 태도에 대한 부분이다.
물론 카리야 테츠씨가 금기시되다 시피한 이 테마를 다루고,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 용기있게 나서준 것에 대해서는 상찬이 오고간다. 하지만, 마지막의 결론 부분에서 내린 결론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코피"와 "후쿠시마는 곧 떠나야 할 곳"이라는 것에 대한 근거는 매우 부족하다.
주인공 야마오카 지로가 흘린 코피에 대한 묘사는 후쿠시마 취재를 다녀온 카리야 테츠씨가 직접 코피를 흘리고 있는 것에 근거하여 나온 묘사이다. 물론 피폭으로 인한 것일수도 있으나, 1941년에 태어난 고령의 작가가 많은 스트레스를 수반하는 방사능 오염지대의 취재 때문에 그러하다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또한 오사카의 쓰레기 소각으로 인한 건강피해 문제도 통계수치나 이 통계가 나온 출처에 대해서 매우 부정확하다. 더구나 만화 안에서 의견을 내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원전 반대를 주장하는 반대파 사람들이라는 것도 신빙성에 의문을 준다.
후쿠시마 출신의 유명 변호사인 이시모리 씨 등은 기고에서 "후쿠시마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어떻게 장래를 설계할 것인지? 어떤 악영향이 있을 것 인지 무엇을 판단 근거로 삼을 것인지 무척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이 만화에서는 너무나 간단하게 이것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있고, 그 근거도 약하다."라고 말한다.
다른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그것은 범위에 대한 문제이다. 사실상 이 만화에서는 후쿠시마에 대한 문제만 다루고 있으나,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누출된 방사능 물질은 일본의 동쪽에 광범위하게 확산되었으며 도쿄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것을 마치 후쿠시마 만의 문제라고 단정짓는 것은 일본 전국의 사람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여론을 환기시키는데 부족했지는 않았는가 하는 의견이다.
말미에 적지만,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문제는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와 SNS로 인하여 때문에 후쿠시마 발전소 사고로 실은 4000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다는 등등의 유언비어가 마구 횡행한다. 그리고 이런 유언비어에 큰 힘을 실어주는 것이 이번 맛의 달인 같은 만화에서 다루어지는 내용일 것이다. 이는 최종 판단을 하는 사람이 정확한 판단을 내려서 문제를 옳은 방향으로 끌고 나가는데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 부산 근처에 지어진 고리 원자력 발전소 문제를 안고 있으며, 앞으로 치명적인 사고에 직면할 많은 가능성을 안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보듯이, 이런 사고 발생 시에 정부가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도 힘들고. 그런 상황에서는, 이미 타산지석 처럼 외국에서 벌어진 사고를 좀 더 유연하고 객관적으로 받아들여서 소비하고 행동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