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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납입액 수정과 만화가들의 불만

프랑스 만화시장 상태는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안 좋아 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만화가들의 연금납임금액이 소리 소문 없이 인상이 되는 일이 벌어져, 요즘 프랑스 만화판에서는 그동안의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2014-06-26 박윤선

프랑스 만화시장 상태는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안 좋아 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만화가들의 연금납임금액이 소리 소문 없이 인상이 되는 일이 벌어져, 요즘 프랑스 만화판에서는 그동안의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연금 납입액 : 연간218유로에서 수입의 8퍼센트로
프랑스에서 1년 총 수입이 8천유로를 넘는 만화가는 예술가, 사진가, 작가들의 연금을 담당하는 Raap라는 기관에 의무적으로 가입을 해야 한다. 이전에는 연금납입액을 당사자가 고를 수 있었고, 대부분의 만화가들은 최소 납입 금액이었던 연간 218유로를 내왔다고 한다. 그런데 Raap는 최근 5월, 일방적으로 “2016년부터는 연급 납입액을 연 수입의 8퍼센트”로 바꾸겠다고 통보를 해왔다. 이는 대략 6배가량 인상된 것인데, 가입자들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갑자기 올린 것 치고는 참 많이도 올렸다. 출판사들은 나날이 선인세를 줄이는 요즘 현재의 생활도 어려워진 작가들은 이젠 1년 중 1달치의 수입을 고스란히 연금을 위해 내게 생겼다. 소득이 적은 작가들에게 더 큰 타격이 될 것이 예상된다.

<난 더이상 만화를 하지 않겠다> - 만화가들의 움직임
최근 이 연금납입액 문제가 나오자, 출판사 Delcourt(델꾸흐)에서 라는 시리즈를 진행 중인 만화가 Bruno Maiorana(브휘노 마이오하나)는 공개적으로 만화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는 최근에 그 3권이 출간된 뱀파이어 만화로 1, 2권이 약 4만 5천부 가량 판매되었다.



△ 브휘노 마이오하나의 『D』

앙굴렘에 거주중인 작가는 이 도시에서 만화로 “가장 잘 버는”작가로 소문이 나 있으나, 그의 월수입은 1천유를 간당간당 했다 한다. 한 지역신문에 실린 그의 인터뷰를 인용한다.

“이 상황은 아주 모욕적입니다. 근데 더 끔찍한 건, 작가들이 한패라는 겁니다. 우리가 열정이 있네, 우리가 좋아서 하는 일이네 하면서 말도 안 되는 일에 눈감아주고 있어요. 우린 잘하면 책 판매액의 8프로 내지는 10프로를 받습니다. 시나리오 작가, 컬러리스트와 함께 일하는 사람은 그걸 3으로 나눠야 하지요. 편집자들도 우리 직업군을 열악하게 만드는데 한 몫 했습니다. 그 사람들은 시리즈 1개를 30만부 나가게 하려고 노력하는 대신에 3천부 나가는 시리즈를 100개 만드는 걸 선호합니다. 그리고 요즘은 만화하겠다는 사람이 워낙 넘쳐나다 보니, 편집자들과 현상을 할 수가 없어요. (중략) 편집자들은 블로그를 통해서 인지도를 이미 가진 작가들 책을 출판하기를 선호하고, 정말 지켜줘야 하는 작가들과 그 작업물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작가 마이오하나는 하루에 15시간씩, 1주일 내내 만화 작업을 해도 부인한테 밥 한번 제대로 사줄 수 없었고, 눈에 문제가 생겨 3달간 그림을 그만그릴 수밖에 없었을 때는 원화를 팔아 병원비를 댈 수밖에 없었다 한다. 그는 이제 이 만화로는 생활을 할 수 없으니 이를 그만두고, 일러스트나 광고 그림을 하겠다고 한다.

Snac(작가, 작곡가 조합)에서는 Raap에게 이 연금납입금 퍼센트를 낮출 것을 요구하려고 하고 있으나, 겨우 1500명밖에 안 되는 해당 만화가들의 목소리를 과연 들어주겠느냐고 회의적이다. 앙굴렘 만화페스티발에서 사인회 거부를 하자는 이들도 있으나 페스티발은 1월 말. 너무 멀다.

이 연금문제에 이어 만화를 그만두겠다는 작가의 선언이 잇따르자, 748명의 만화가들이 문화부장관에게 공개편지를 썼다. 이 작가 리스트에는 Gotlib(고트리브), Tardi(따흐디), Enki Bilal(엥키 빌랄), Baru(바루), Goossens(고상스), Jeans-Claude Denis(졍 끌로드 드니) 등 앙굴렘 페스티발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다수의 작가들도 포함되어있다. 이 편지에는 8퍼센트로 변경에 반대, 작가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시스템에 대한 불만, 그리고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자는 요구가 담겨져 있다.

문화부장관님께
이제 작별인사를 할 시간이 된 건가요 ?
몇 년 동안 우리는 아무런 소리 없이 반항도 없이, 우리가 가진 열정에 따라 우리의 직업을, 이야기를, 독자를 따라왔습니다. 허나 오늘날 우리의 끝이 다가오는 게 보이네요. 허나 거기에 굴복하지 않으렵니다.
저번 3월, 파리 도서전에서 이미 작가 상임의회에서는 우리의 직업군에 빠르게 다가온 위기에 경고를 보냈습니다. 이 위기는 점점 늘어드는 작가들의 경제적 어려움, 줄어드는 선인세, 누구에게도 지불을 하지 않거나, 그저 유통업자만 돈을 버는 각종 디지털 매체의 등장 등으로 가세됩니다.
더이상 더 어려워지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이 상황에서 Raap가 일방적으로 2016년 1월부터 연금납입액을 연수입의 8퍼센트로 바꾼다는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현재까지 작가들은 1년에 200유로를 내왔습니다. … 지적근로자는 평범한 사람이 가지는 사회보장 혜택(실업, 유급휴가 등)을 누리지도 못합니다. 우리 작가들은 이 갑작스런 인상에 반대합니다.
(중략) 이 금액(8퍼센트)은 거의 1년 중 1달의 수입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작가들은 세금을 내지도 않을 정도로 적게 벌고, 매달 말에 경제난으로 허덕입니다. 장관님, 절반 정도의 만화 작가들은 최저 임금보다도 적게 법니다. 이 현실을 알고서 수정을 하던가 해야지요. 
이 수정안이 알려진 뒤로, 몇몇 작가들이 이 직업을 그만두고 있습니다. 이 책 시장은 그들로 부터 시작이 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적은 몫을 배당받는 작가들은, 이곳에서 더이상 나은 내일은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예를 따르는 작가들은 점점 많아질 겁니다.
(중략) 경제적면으로 보았을 때, 프랑스의 문화시장은 4번째로 수익성이 많은 시장이라고, 최근 문화부에서는 자랑을 했지요. 외국에서 모델처럼 바라보는 것을 따지지 않더라도, 책 시장은 8만 명의 일자리와 5백 6십억€ 를 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작가는 그 부의 시작점입니다. (후략)

작가들은 또한 독자들에게 자신들을 지원하는 편지를 문화부장관에게 쓸 것을 요청했다. 다음은 한 시나리오 작가가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이다. 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책 시장에서 돈들이 어찌 굴러가고 있는가 대략적으로 통계 내본 것인데, 정확하지는 않지만 설득력 있는 분석이다.

현기증 나는 숫자. (2013년 ACBD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매 년 3892개의 만화 신간 타이틀이 쏟아진다. 그 중 45퍼센트가 불어권 작가의 책이라고 하면, 1750 타이틀이다. 1678명의 불어권 작가가 매년 1권정도의 책을 낸다고 볼 수 있다. 600만권의 책이 작년에 팔렸다. 역시 45퍼센트가 불어권 작가라 치면 1620만권이다. 4억 1천 7백만€ 가 작년 BD의 총 매상고다. 역시 45퍼센트로 생각하면, 불어권 작가가 만들어낸 총매상고는 187,650,000 €다.

이 금액은 대략적으로 아래와 같이 나뉘어졌을 것이다.

서점에게 : 65.000.000 €
출판사에 : 39.000.000 €
유통업자 : 40.000.000 €
인쇄소에 : 16.000.000 €
정부에 : 10.000.000 €
작가에게 : 17.000.000 €

여기에 관련된 작가가 대략 2천명이니, 각자 8.500 유로를 벌었을 것이다. 우리는 프리랜서이지만, 수공업 장인들과는 다르게 우리의 가격을 정하지 않고, 우리 손님을 우리가 정할수도 없다. 편집자가 우리에게 일을 맡기면, 우리는 마치 고용된 것처럼 일을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독립적이다. 그것이 생활을 할 수 없게 한다.

그동안 작가들은 단체를 만들어 큰 목소리를 내 본 적이 없다. 이제 연금 납입액 사건을 시작으로 작가들은 서서히 뭉쳐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그저 이 수정된 8퍼센트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들이 만들어 주는 부로 먹고 사는 이들이 작가들의 어려움을 같이 안아야 한다는 주장으로까지 그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다. 작가가 만드는 책으로 굴러가는 이 책 시장에서, 책이 나오면 출판사 직원은 월급을 받고, 유통업체 직원들도 월급을 받고, 서점에서는 작가보다 더 많은 퍼센트를 가져가고, 문화 관련 공무원과 단체 직원들도 월급을 받고, 만화 페스티발이 벌어지면 그 동네 식당들마저 돈을 버는데… 절반 이상의 작가들은 최저임금도 못 번다. 책 한권이 팔릴 때 작가에게 돌아가는 몫도 가장 적다. 작가는 책값의 보통 8퍼센트, 아무리 많아봐야 10퍼센트를 가져간다. 인쇄 등에 드는 순수 제작비는 책값의 약 20퍼센트. 유통업체가 가져가는 금액은 책값의 약 30퍼센트. 서점은 약 35퍼센트(작은 서점은 약 30퍼센트, 큰 서점은 약 40퍼센트를 가져간다). 생산자가 가장 덜 대접받고, 심지어는 착취당한다고까지 볼 수 있는 이 시스템은 뭔가 잘못되었다. 또 노동자들의 연금 납입액은 사장이 내는데, 작가는 작가 자신이 연금납입액도 내고 있으니, 책시장의 다른 관계자(예를 들어 서점)들이 작가의 사회보장 납입액을 안는 식으로 이 시스템을 바꾸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과연 이 다른 관계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 아직까지는 뚜렷한 반응이 없다.

어려운 프랑스 만화 시장
그건 그렇고 어쩌다가 프랑스 만화시장이 어려워지게 된 것일까 ? 만화 전문 사이트 Du9 에서 한 2011년 만화시장 분석에 따르면, 과다 생산이 시장을 악화한 큰 요인으로 꼽혔다. 2011년도 프랑스에서 출간된 만화 출간 타이틀 수는 2010년보다 5퍼센트 많아졌고, 2000년과 비교했을 때는 3배나 많아졌다. 출판사 수도 점점 늘어나, 10년 동안 거의 2배가 늘어났다. 과대생산이 문제로 지적되는 상황에서도 대형출판사들은 자신들의 입지를 지키기 위해 계속해서 생산량을 늘렸다. 언젠가는 모두에게 큰 재앙이 되겠으나, 다들 내가 아니라 ‘남’들이 생산을 많이 해서 문제라고 남 탓만을 하며 열심히 찍어대고 있는 상황이다. 덕분에 새로운 작가가 첫 번째 책을 출간하는 것은 비교적 쉬워졌다만, 작가는 일을 지속할수록 상황이 좋아지는 게 아니라 안 좋아지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전체 책 판매량은 줄고 있다. 2007년 총 3천4만부 판매라는 정점에 오른 뒤에 계속 이 판매량은 줄고 있는데, 사실 책 가격은 올라서 계산기로 그저 총 수입에 맞춰 두드리면 이 변화를 잘 볼 수가 없다 한다.

서점에서 만화를 제대로 모른다는 것도 문제로 밝혀졌다. 만화전문 서점이 아닌 대부분의 일반서점에서는 요즘 무슨 만화가 나오고 있고, 독자들은 어떠한지 전혀 사전에 조사를 안한 상태에서 만화코너를 만들어 놓고 그저 잘 팔린다는 베스트셀러만을 갖다 놓는 식이라 만화시장의 건강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

마지막으로 과거와 현재의 차이를 잘 보여주는 인터뷰 하나를 인용한다. 아래는 예전의 < Le Journal de Spirou(스피후 신문)>이나 에 연재 활동하기도 했던 원로작가 Derib가 올해 5월 말 Aubenas만화 페스티발동안 한 인터뷰이다.

작가 Derib는 60년대에 <스머프>로 유명한 작가 Peyo의 스튜디오에서 어시스턴트로 만화를 그렸으며, 이후 자기 이름을 걸고 라는 시리즈를 시작했으며, 대표적인 만화로는 시리즈가 있다.

△ Derib의 만화 『아띨라의 모험 』

△ Derib의 만화 『야카히 』시리즈

Q. Attila의 제작부수는 얼마정도였나?
A. 2만5천부였다. Dupuis(뒤피. 출판사)는 2만 5천부가 팔리지 않는다면, 단행본을 찍지를 않았다. 그게 최저 제작부수였다. 놀라운 것은 당시엔 (서점에서)책이 안 팔리고 다시 되돌아 오는 일이 없었다. 요즈음 보통 제작부수는 3천, 4천부이고, 그 중 약 30퍼센트는 서점에서 되돌아온다. 5백부 겨우 팔리는 책들도 많다. 당시에는 이 직업으로 먹고 사는 게 가능했다. 나는 한 번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다.

Q. 그러니까 22, 23세의 나이에 당신은 만화로 생계를 꾸려가신 건데…
A. 당시에는 그게 가능했다.

Q. 무슨 꿈만 같다.
A. 오늘날에서 보면 그렇지만, 당시에는 그게 당연했고, 옆에 다른 (돈벌이용) 직업을 하나 더 가지고 살아야 하거나 그럴 필요가 없었다.
예전에는 (내) 수입의 90프로는 책 판매에서 나왔다. 오늘날에는 내 경우엔 수입의 60퍼센트가 2차 제품(장난감 등등)에서 온다. 시리즈물들의 서점 판매량이 약 30~50퍼센트 가량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