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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탄생 50주년을 맞이한 『꼬마 니꼴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화이자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꼬마 니꼴라』가 탄생 50 주년을 맞았다. 50년 동안 30개 언어로 번역되고, 1천 8백만부가 팔려나간 9살짜리 소년과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위해서 파리 시청에서는 5월 7일 까지 특별 전시회가 열린다.

2009-04-10 박경은

       탄생 50주년을 맞이한 『꼬마 니꼴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화이자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꼬마 니꼴라』가 탄생 50 주년을 맞았다. 50년 동안 30개 언어로 번역되고, 1천 8백만부가 팔려나간 9살짜리 소년과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위해서 파리 시청에서는 5월 7일 까지 특별 전시회가 열린다.

꼬마 니꼴라 전시장 입구

파리시청에 마련된 『꼬마 니꼴라』 전시장 입구.


『꼬마 니꼴라』는 원래 만화였다!

꼬마 니꼴라의 원작자들. 왼쪽이 르네 고시니 오른쪽이 장 자크 상페

꼬마 니꼴라의 원작자들. 왼쪽이 르네 고시니 오른쪽이 장 자크 상페


『꼬마 니꼴라』는 아스테릭스와 루키루크등의 시나리오를 쓴 프랑스 최고의 만화 시나리오 작가중 하나인 르네 고시니 (Rene Goscinny)가 글을 쓰고 장 쟈크 상페(Jean-jacaues Sempe)가 삽화를 그린 동화이다. 하지만 원래 『꼬마 니꼴라』는 두사람이 벨기에의 신문 르 무스틱( Le Moustique)에 1956년부터 1958년까지 1주일에 한번씩 연재하던 만화였다. 상페는 자신을 만화가보다 카투니스트나 일러스트레이터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에게 만화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연재를 멈췄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그는 유머러스한 카툰에는 오래전부터 관심이 있어왔지만, 만화는 좋아한 적이 없었고 읽지도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만화형식으로 소개되었던 초기의 꼬마 니꼴라

만화형식으로 소개되었던 초기의 『꼬마 니꼴라』.
이때 르네 고시니는 아고스티니(Agostini)라는 필명을 사용했었다.


무스틱 연재가 끝난지 1년후인 1959년, 앙리 아모루(Henri Amouroux)는 두 사람에게 쉬드 웨스트 디멍쉬(Sud-Ouest Dimanche)신문의 부활절 특집판을 위해 『꼬마 니꼴라』를 실어주길 부탁했다. 고시니는 뤼피스나 알세스트 같은 유행지난 이름을 가진 특징 있는 친구들을 등장시켰고, 상페의 작업성향에 맞추어 짧은 꽁트에 일러스트가 곁들여지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지금과 같은 형태의 『꼬마 니꼴라』가 탄생했다. 쉬드 웨스트 디멍쉬(Sud Ouest Dimanche)의 연재와 동시에, 같은해 르네 고시니가 몇몇 동료들과 함께 만든 어린이들을 위한 잡지 필로트(Pilote)에도 연재가 계속되면서 『꼬마 니꼴라』는 큰 성공을 거둔다. 1960년 부터 드 노엘(DENOEL)출판사는 연재되던 단편들을 모아 다섯권의 『꼬마 니꼴라』를 출간했고. 재출간과 번역출간이 계속되면서 이 책은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동화중 하나가 된다.


니꼴라는 포도주 가게 이름…?

니꼴라는 원래 상페가 그리던 만화에 등장하던 이름 없는 소년이였다. 어느날 편집자는 상페에게 이 인물이 이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고민하던 상페는 버스 옆면에 붙어있던 포도주 가게 광고를 보고 그 가게 이름을 따서 이 소년을 니꼴라라고 이름 붙였다. 이 유명한 소년의 이름이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조금 우습게도 느껴지지만, 포도주의 고장 보르도에서 태어났고 청소년기에 포도주 중계상 밑에서 일을 한 적이 있었던 상페의 배경을 생각하면 그 이름은 오히려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르네 고시니가 사용하던 타자기

르네 고시니가 사용하던 타자기. 고시니는 이 타자기를 가지고 『꼬마 니꼴라』는 물론 『아스테릭스』와 『루키루크』시리즈 등을 집필했다.


비극은 뺀 이상적인 작가들의 자서전

50년대 초반, 21살의 젊은 카투니스트 상페는 뉴욕에서 돌아온 27살의 고시니를 처음 만난다. 두 사람은 아주 잘 통했고 금새 절친한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에 다니던 학교이야기나 축구, 여름방학캠프에 관한 이야기들을 했다. 고시니는 이때 나눈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1인칭 시점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르네 고시니의 성적표

르네 고시니의 성적표. 쟝 쟈크 상페가 어린시절 굉장히 장난꾸러기였던 반면에
르네 고시니는 성적이 아주 우수한 모범생 이였다고 한다.

어린시절의 르네 고시니

어린시절의 르네 고시니

어린시절의 쟝 쟈크 상페

어린시절의 쟝 쟈크 상페


『꼬마 니꼴라』는 두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들이 많이 담긴 자서전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 이야기에서 슬픈 일들은 없애고 경쾌함과 유머를 주로 살려 나갔다. 동화 속에서 학교는 매력적이고 즐거운 공간으로 묘사된다. 현실속의 학교는 동화속보다 훨씬 ‘거친’면이 있기 때문에 , 대부분의 독자들은 『꼬마 니꼴라』에서 묘사된 것과 같은 정겨운 학교를 볼수 있는 것을 반가워한다. 『꼬마 니꼴라』속의 세상은 두 작가가 꿈꾸던, 혹은 그렇게 살아 봤으면 하는 이상적인 어린 시절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 세상 속에는 불안이나 공포, 전쟁이 없다. 누군가가 주먹을 날려도 그것이 흉터를 남기지 않고, 니꼴라의 부모님들이 말다툼을 한다 해도 결코 이혼하지는 않는다.


시대를 뛰어넘어 사랑받는 이야기

2006년에 출간된 『꼬마 니꼴라』의 최신판은 프랑스에서만 100만부 이상이 팔려나갔다. 그렇다면 니꼴라가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날의 어린이들에게도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전시책임자인 아이마 뒤 샤뜨네는 그 이유를 유행을 타지 않는 소재와 보편성에서 찾는다.
이야기는 분명히 그것이 창작된 시점인 50년대와 두 작가가 어린 시절을 보낸 30년대를 모델로 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나라 어느 시절의 되었든 니꼴라의 교실에서처럼, 한반에는 아냥과 같은 일등과 클로떼르같은 꼴찌가 있게 마련이고, 조프로와 같은 부잣집 아들도 있고, 다른 아이들보다 좀더 퉁퉁하고 군것질을 쉬지 않는 알세스트 같은 아이도 있다. 이러한 등장 인물 들을 통해 이 시대의 아이들도 이 동화 속에서 쉽게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또한 『꼬마 니꼴라』의 이야기는 도시적인 환경에서 펼쳐지긴 하지만 독자는 그곳이 파리인지 파리 근교인지 아니면 다른 어느 도시인지 알 수 없다. 고시니는 작품 속에서의 시간과 공간을 확실히 정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한다.
작품 속에서 넘쳐나는 웃음과 유머 역시 이 책이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장난꾸러기 니꼴라가 묘사하는 세상과 친구들은 독자에게 저절로 웃음을 자아내게 하고, 상페가 그려낸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은 너무나 앙증맞다.

당시의 기술과 비용문제 때문에 흑백으로 작업되었지만, 상페의 섬세한 일러스트레이션은 고시니의 이야기에 실린 섬세함을 더 잘 살려냈다. 이번 전시에는 최근 출간된 『풍선 그리고 소개되지 않은 이야기들』을 위해 상페가 최초로 수채컬러로 그린 꼬마 니꼴라의 일러스트들을 포함한 150여점의 일러스트레이션 원본이 전시된다.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사랑받는 니꼴라를 위해 여러 가지 기획들이 준비 중이다. 우선, 고시니 생전에 공개되지 않았던 10여개의 에피소드를 모은 『풍선 그리고 소개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2009년에 출간되었고,9월 개봉을 앞둔 니콜라의 실사영화도 진행 중이다. 또한 방송국 M6에서도 52회분의 『꼬마 니꼴라』 TV 시리즈를 제작중인데 상페의 필치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3D 에니메이션이라 아쉬움을 낳고 있다.

필진이미지

박경은

만화가, 번역가
『평범한 왕』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