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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 콘텐츠와 만화 애니메이션

여름에는 으레 볼거리가 충만해지곤 한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한국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할리우드 영화까지 나와 국내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국내외 제작경계 구분이 무의미 할 정도로 활발하게 제작교류가 이루어지는 요즘, 미국 만화 애니메이션과 관련한 리메이크에 대해 소개해보자.

2011-07-25 오필정
리메이크 콘텐츠와 만화 애니메이션
 
여름에는 으레 볼거리가 충만해지곤 한다. 국내 또한 이번 방학시즌을 맞아 다양한 작품들이 대기 중이거나 선보이고 있다. 요즘 영상들의 특징을 보면 과거 만화원작 드라마 등도 그랬지만, 유독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극장영상매체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한국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할리우드 영화까지 나와 국내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국내외 제작경계 구분이 무의미 할 정도로 활발하게 제작교류가 이루어지는 요즘, 미국 만화 애니메이션과 관련한 리메이크에 대해 소개해보자.
 
 
미국 리메이크의 역사
 
미국의 만화·애니메이션 역사는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고개를 끄떡일 것이다. 이쪽 업계에 관심 없는 일반인조차 알고 있는 ‘디즈니’부터 애니메이션 산업과 떨어질래야 떨어 질 수 없는 ‘할리우드’까지. 미국은 1920년대부터 지금껏 전 세계 관련산업의 중심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물론 80년이 넘는 영상산업 역사산실의 미국을 세세히 들여다보자면 밤을 세워도 부족할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꼽아보자면, 미국의 엔터테이먼트 산업은 작품의 상업성만 인정된다면 다양한 업계에서 리메이크의 리메이크로 생산해 왔다는 점을 볼 수 있다.
 


 
 
 
 
 
 
 
 
 
 
 
 
 
 
 
특히, 3세대 이상의 팬 층을 아우르는 스타트렉(Startrack)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1966년 TV시리즈로 시작해 중간중간 극장판 개봉작들과 최근 2009년 작품까지 약 17시리즈의 어마어마한 양을 자랑한다. (두 번째 TV시리즈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다.)
 
물론 이것은 공식적인 TV시리즈와 극장개봉만을 헤아린 것으로, 그 밖에 소소한 코믹스, 완구·서적, 기타 리메이크를 제외한 것이다. 이와 관련한 재미있는 실화가 있는데, 이제 행사장의 새로운 스타트랙 작품을 볼 때면 “No more startrack!(스타트랙은 이제 그만!)” 이라고 소리지르는 미국인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겨워할 만큼 리메이크시리즈가 나오는 이유는 작품의 상업적 장수성이나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가 가능한 것이라 인정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장수 리메이크로 대표적인 것은 영화나 TV시리즈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 팬들이 익히 알고 있는 미국 히어로의 고향, 즉 ‘마블코믹스’나 ‘DC코믹스’가 그 대표적이다. 1930년대부터 시작된 영웅들의 이야기는 약 20여 년간의 전성기, 이후 침체기와 재부흥기를 거치며, 다양한 리메이크를 통해 사람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게다가 TV시리즈로 시작한 스타트렉과 달리 코믹스나 소설이 원작인 히어로물은 최근까지 영화화 되어 전세계의 흥행순위를 갈아치우곤 했다.
 
물론 히어로물에 대한 침체기 시기에는 한 동안 사람들 관심이 멀어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1960년대부터 ‘스탠 리’라는 천재적인 작가를 필두로 좀 더 현대적이고 세련된 작품을 쏟아냈고, 이 사건을 바탕으로 현재 코믹스의 양대 산맥 ‘마블코믹스’과 ‘DC코믹스’가 존재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만화, 애니메이션, 라이센싱 관련을 제외하더라도 영화계의 거대자본시장인 할리우드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어, ‘만화’ 하나로 해당산업이 어디까지 성장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어린이들의 영원한 친구 ‘디즈니’이다. ‘디즈니’ 하면 떠오르는 대표캐릭터 ‘미키마우스’는 월트디즈니의 디자이너가 동물을 의인화해서 만든, 현재 월트디즈니사의 얼굴을 대표하는 캐릭터다. 초창기 이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캐릭터로 독자적인 스토리영화를 구성함은 물론, 이후 세계대전 등의 정세를 활용해 전쟁관련 콘텐츠로도 성공가두를 달리게 된다.
 
하지만 과연 디즈니는 오리지널만 가지고 성공한 회사일까?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듯, 그들은 자체 제작 시스템을 통해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야기를 디즈니 스타일로 소화해 내는 노선을 달려왔다. 그 대표적 예는 극장판 애니메이션들이 디즈니 식 리메이크 노선을 달려왔는데, 1937년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를 시작으로 ‘피노키오’, ‘신데렐라’, ‘알라딘’ 등 세계 각국의 설화, 동화 등을 각색해 재창조시켰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제 디즈니에서 손대었던 원작을 언급하면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디즈니의 애니메이션과 캐릭터들을 기억한다는 것과, 일부 어린이들은 이 동화의 원작자가 디즈니라고 오해를 갖곤 하는 점이다. 우리는 이런 사례를 바탕으로 리메이크에 잠재된 힘을 새삼 느끼며, 앞으로 우리관련산업 방향에 관해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현지 리메이크작의 선전  
 
올해는 국내에 유독 많은 만화애니메이션, 혹은 관련원작 리메이크작이 대거 쏟아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에서 올해 초부터 개봉했던 애니메이션을 죄다 국내 여름방학 시즌에 맞추어 개봉하니, 사람들은 작품의 홍수 속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될지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시즌 성수기 초의 대표 작품을 꼽는다면, 역시 할리우드가 직접 요청해 리메이크한 영화 ‘프리스트’를 들고 싶다. 미국에서는 2011년 봄에 개봉한 작품으로, 2005년 한국만화 <프리스트 (형민우 작)>를 원작으로 영화화가 결정·제작된 작품이다. 이쯤 되면 원작만화를 잘 모르는 분들은 ‘프리스트가 굉장히 인기 있고 대중적인 작품이겠다.’ 라고 생각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원작은 100 좋은 소리만 들은 작품이 절대 아니었다. 특히, 종교관련 논란이 나왔었던 시기에는 원작품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가 난무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국내여론을 뒤로 한 채, 독특한 작품색과 동서양의 조화스러움은 할리우드 제작진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아쉽게도 영화 ‘프리스트’가 한국 팬들의 기대만큼 완전한 현지 대박(大博)영화는 되지 못했지만, 손익분기점을 돌파하고 중박(中博)정도의 지지를 얻는 등 만화의 첫 진출치고 좋은 결과와 미래의 가능성을 보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음은 최근 몇 년간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이 리메이크해 전 세계적인 대박을 터뜨린 DC코믹스의 ‘배트맨’ 시리즈다. 배트맨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와 같이 수 많은 영화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코믹스까지 다양하게 재탄생 된 작품 중 하나다.
 
영화 배트맨은 수많은 감독들이 다양한 색깔로 재탄생 시킨 일명 ‘영화 배트맨 족보’가 있을 정도의 작품 층을 자랑한다. 그 중 가장 최근에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시리즈는 ‘배트맨 비긴즈’를 시작으로 ‘다크나이트’, 그리고 2012년 예정작 ‘다크나이트2’ 까지로 볼 수 있다. 특히 그의 작품은 이전감독들과 차별화된 재해석으로 영화관계자는 물론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물론 이전리메이크 작품들이 놀란 작품에 비해 실패했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여태껏 영화로 재해석된 여느 히어로 작품과는 달리 ‘배트맨에 대한 또 다른 해석과 연출을 성공적으로 제시’ 했다는 극찬을 양측(영화관계자, 대중)에게 받은 것이 드문 일이다. 이러한 면에서 놀란의 배트맨은 만화원작의 가능성, 예술성, 그리고 작품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아가 이것은 특정 작품의 ‘리메이크 족보 형성 현상’을 바탕으로 원작만화, 애니메이션 시장에 대한 개발·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예시로 평가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달 29일 방영을 앞두고 있는 애니메이션 ‘썬더캣’의 리메이크작 2011 TV애니메이션 ‘썬더캣’을 보자. ‘썬더캣’은 1980년대부터 미국 TV애니메이션시장은 물론 국내 일요일 아침 어린이 시청률을 독차지한 작품이었다. 또한 이번 리메이크 이전에도 팬 무비로 영화제작이 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던 작품이다. 게다가 완구시장에서의 인기는 당시 상상을 초월 할 정도였는데, 한국에 방영된 1988년부터 1992년 사이에는 애니메이션 상 전차장난감이 당시 유행했던 볼트론(홈 비디오 제목: 골라이온)의 킹라이온과 쌍벽을 이루기도 했다.
 
이런 추억의 ‘썬더캣’이 요즘 기술로 애니메이션화되어 미국 카툰네트워크채널에서 방영을 시작한다. 또한 이번 7월 22일 샌디에고 코믹콘에서 작품을 한발먼저 접할 수 있다는 것에 팬들은 한껏 기대에 부풀어있다는 소식이다. 예전 애니메이션과 이번 리메이크작의 다른 점을 꼽는다면, 예전작품은 타깃연령층을 고려해 교육적인 내용삽입이 두드러졌었지만, 이번 작품은 예전 팬 세대의 나이대도 고려하여 제작되었다고 하니 성인층의 반응을 기대해 볼만 할 것이다. 또한 리메이크 런칭과 동시에 카툰네트워크디지털의 온라인 콘텐츠와 무료게임 등이 제공될 예정이어서 요즘 트렌드를 반영한 전략이라 보여진다.
 
 
리메이크의 함정과 가능성
 
확실히 리메이크는 복불복인 콘텐츠 사업에 어느 정도 안정감을 주는 ‘보험’의 요소 중 하나 일 것이다. 국내 산업에서도 리메이크로 흥행안전순위를 보장받은 작품이 다수였던 데다가, 특히 만화를 원작으로 제작된 드라마, 영화, 기타산업들은 최근 몇 년간 눈부신 성과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런 보험 격인 리메이크가 과연 흥행 보증수표가 될 수 있을지는 많은 의문점을 가지게 한다. 게다가 특정작품을 리메이크한다 하면 ‘원작색을 그대로 재현하느냐?’와 ‘원작을 새로이 재탄생 시키느냐?’의 방향성에 대해 많은 논란도 더해져 제작자, 투자자, 관객의 트리플 윈윈을 위한 비즈니스적 선택에 여러 가지 요소가 개입되기도 한다.
 

 
 
 
 
 
 
 
 
 
 
 
 
 
 
 
최근 한국만화를 원작으로 한 ‘프리스트’는 리메이크 방향성에 대한 논란이 있던 사례 중 하나다. 독특한 작품색에 할리우드의 영화제작능력이 덧씌워진 리메이크작은 그야말로 ‘할리우드 식 SF프리스트’였다. 원작의 색깔을 기대했던 팬들은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프리스트를 사전에 모르고 영화를 접한 관객들은 볼만하다는 평가, 그리고 흥행 면에서는 ‘그럭저럭’ 이라는 수준에 그쳤다.
다른 국내 예시로는 만화를 원작으로 제작된 <풀하우스(원수연 작)>, <궁(박소희 작)>, <탐나는 도다(정혜나 작)> 등이 있다.
 
세 작품 중 가장 먼저 드라마화된 ‘풀하우스’는 계약결혼과 잘나가는 남자주인공에게 집을 지키고자 하는 여자주인공의 설정을 따왔지만, 배경적인 설정이나 조연인물들, 특히 주인공들의 캐릭터 설정이 원작과 너무 다르게 제작되어 제작초기 팬들의 많은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스타급 탤런트 캐스팅, 드라마에 적용된 설정, 그리고 깜찍한 유행어탄생 등으로 성공의 밑바탕을 만들었다. 또한 드라마 수출과 촬영지의 관광상품화 그리고 풀하우스 후속만화연재 등, 만화가 ‘원수연’에서 시작된 아이디어와 작품은 지금까지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궁’ 또한 드라마화된 성공적인 사례지만, ‘풀하우스’와 다른 점은 드라마식으로 재해석하되 신인급 연기자를 배치시켜 성공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후속작 드라마 ‘궁2(궁S)’은 바뀐 연기자와 드라마 독자적인 스토리전개 등 관객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해 전작에 비해 인기를 얻지 못했다.  
 
그 다음으로는 ‘탐나는 도다’가 있다. 역사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되 만들어진 만화 <탐나는 도다>는 캐스팅, 설정, 내용전개 등 원작을 충실히 따라가면서 드라마 특유의 연출코드와 연기자들의 개성이 잘 섞인 작품이라 높이 평가되었다. 하지만 원작팬과 드라마팬의 지지를 받았음에도 인기드라마의 겹치기편성으로 인해 조기종영이라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로써 국내의 사례만 보아도 최소한 원작을 충실이 따라가느냐, 새로이 각색하느냐는 콘텐츠의 흥행여부와는 전혀 관계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원작에 얼마나 충실하느냐와 아니냐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할리우드시장에서 흔한 이슈이기도 하다. 가장 최근, 그리고 조만간 또 후속작이 개봉 될 예정인 ‘배트맨’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배트맨은 히어로 코믹스를 원작으로 만화가 발표된 이후 애니메이션, 영화 등 수많은 리메이크를 거친 작품이다. 그만큼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다크나이트’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만이 아닌 많은 감독들의 손을 거쳤는데, 한국에도 익히 알려진 ‘팀 버튼’도 그 중 한 명이다. 이 두 ‘배트맨’ 영화는 한 원작 코믹스의 설정으로 전혀 다른 색깔의 작품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의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20년 이상의 제작환경격차를 가만하더라도 오리지널 충실에 기반을 두고 자신의 색으로 각색한 ‘크리스토퍼 놀란’과 오리지널의 설정 일부만 가져다가 자신만의 작품으로 재탄생 시킨 ‘팀 버튼’의 작품들은 서로 극과 극의 평가를 오르내리곤 한다. (코믹스 팬은 크리스토퍼 놀란을, 그밖에는 팀 버튼을 지지하는 양분화가 보이곤 했지만, 영화적 시점이나 예술적으로 둘 다 독특한 개성을 가진 작품이므로 단순 개인의 취향차이라 보여진다.) 하지만 뒷이야기가 어찌되었건 이 두영화는 예술적으로나 상업적으로 원작을 이용한 성공적인 케이스라 할 수 있겠다. 또한 한 작품으로 여러 가지 리메이크작이 성공할 수 있다는 발전 방향성을 보여주는 한 예시일 것이다. 
  
 
정리하며… 
 
지금까지 ‘리메이크’라는 주제로 미국 리메이크 역사, 최근 리메이크 작품의 소개, 그리고 리메이크의 함정과 가능성 등에 대해 한국의 사례를 섞어 이야기해보았다. 결론적으로 세계적인 추세는 리메이크 또한 제2의 창작 영역으로써 예술적, 상업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점이다.  
 
또한 전문적인 리메이크 시장발전의 예로 2010년 미국에서 출범된 ‘리메이크 마켓(The Remakes Market)’ 컨퍼런스를 들 수 있다. 그만큼 미국은 리메이크시장의 개념을 좀 더 넓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원작자와 제2 상품개발자간의 체계적인 연계시스템은 고사하고, 수많은 저작권 관련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국내사정에 비하면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다른 창작 영역으로서 무한한 발전가능성을 가진 리메이크시장...
이제 최초의 창작시장에서도 리메이크를 염두 한 작품전략을 체계적으로 세워, 원작자와 기타 만화애니메이션시장 몫의 밥그릇을 바로 챙길 수 있어야 될 때라고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