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코믹스&애니메이션 업계와 인력시장 변화

작년까지 회의적이었던 미국 만화, 애니메이션, 그리고 게임시장의 불황이 회복 될 기미를 보이고 있어 관련기업들은 물론 구직자들의 희소식이 되고 있다.

2012-05-21 오필정

작년까지 회의적이었던 미국 만화, 애니메이션, 그리고 게임시장의 불황이 회복 될 기미를 보이고 있어 관련기업들은 물론 구직자들의 희소식이 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전 세계적인 불황은 업계를 가리지 않고 어려움을 느끼게 했다. 여기엔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업계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하여 최근 몇 년 동안 관련업계는 전성기에 비해 출시되는 작품 수나 인력시장 순환이 그리 좋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는 경제상황 탓인지 출시되는 작품수와 관련 산업 유치는 물론, 과거에 비해 구인 횟수가 늘고 있다.



출시, 흥행 및 산업전반 활성화

최근에 가장 눈에 띄는 출시작은 가정의 달을 맞이해 봄시즌 개봉한 각종 애니메이션과 코믹스 원작 영화들이 있다. 클레이 애니메이션 ‘월레스 앤 그로밋’ 제작사로 알려진 ‘아드만 스튜디오’의 ‘허당 해적단(The Pirates! Band of Misfits, 2012)’은 3D 애니메이션이 주류였던 분위기에 신선한 바람을 부르게 했다.

다만 일부 개그연출소재에 특정병명을 사용해 관련 환자협회의 항의를 받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가족애니메이션의 수준을 무난히 방영한 것이라 평가받고 있다.


다음으로는 역시 ‘어벤져스(The Avengers, 2012)’가 가장 이슈화된 만화원작 영화일 것이다. 마블코믹스의 영웅들을 한자리에 모은 어벤져스는 제작당시에도 큰 이슈가 되었고, 영웅코믹스의 원조나라 미국답게 모든 연령대가 개봉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였다. 물론 흥행 예상은 적중했고, 개봉 첫 회 상영부터 매회 좋은 자리선점을 위한 줄서기로 불야성을 이루었다. 일부 영화관은 어벤져스의 상영관을 늘리기 위해 당일 오전까지 상영예정이었던 영화를 어벤져스로 변경해 작지 않은 혼란이 있었지만, 그 만큼 영화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었다.

다만 흥행이 예정되어있던 영화답게 일부 국가에서 선 개봉되었는데, 불법카피유통보다 앞서 개봉한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손꼽아 개봉을 기다리는 팬 입장에서는 다른 나라 개봉소식에 손가락을 빨고 있을 수밖에 없기에 아쉬움이 남았다. 현재 어벤져스는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으며, 개봉 첫 주 미국 내에만 $200,300,000(약 2300억) 매출을 기록했다. 이것은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큰 기록이었던 해리포터를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이기에 지켜보는 관련업계와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오는 5월 31일 미국 올랜도에서 개장을 앞두고 있는 ‘디즈니 아트 오브 애니메이션 리조트’는 애니메이션 관련 여가&리조트 업계의 경제회복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에 새로이 문을 여는 디즈니 아트 애니메이션 리조트는 기존의 캐릭터를 이용한 인테리어뿐만 아닌, 마치 애니메이션 제작 박물관에 온 듯한 기분을 맛볼 수 있는 구성으로 알려져 있다.(예, 제작 스토리보드를 이용한 천장 돔 디자인, 캐릭터 설정과정 벽화 및 설명 등 각종 제작 정보를 담은 인테리어 등이 있다.)


총 호텔규모 2,000호실에 ‘니모를 찾아서’, ‘카’, ‘라이온 킹’, ‘인어공주’ 등의 각기 다른 테마로 이루어진 리조트는 구역 및 건물 당 독자적인 디자인을 뽐내며 이전 디즈니가 미국최초로 올랜도에 처음 유락시설을 지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애니메이션과 함께하는 고급 가족 리조트’ 라는 수식어로 홍보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개장 전 자체 프로모션으로 선 체험 이벤트 및 오픈기념 행사를 진행 중이다.


미국 내 관련업 인력시장
어느 업계나 취업난은 당연히 있다고 인식되는 세상이다. 과거 몇 년 동안 대형제작사들의 규모축소와 제작인력 감축은 관련업계의 기존 재직자는 물론 예비취업자들까지 불안을 느끼게 했을 정도. 하지만 작년 하반기 이후, 조금씩 회복되는 경제상황에 미국 내 구인건수는 조금씩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실제 관련조사 결과로는 지난 3달간 온라인상 애니메이션 관련 구인건수는 4,000건이 넘었으며, 관련 포지션 인력을 필요로 하는 비디오게임, 영화, 텔레비전 업계의 인력수요 또한 늘고 있다. 특이 이중에서 VFX나 특정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테크니션 직종의 구인이 크게 늘었다. 이는 디자이너나 아티스트 직군 구인증가보다 압도적인 숫자로 특히, 외국인 테크니션 직종의 OPT기간 연장정책과 맞물려 구직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늘어난 구인 건은 과거 2011년에 비해 약 25정도 증가한 것인데, 크게는 경제호제가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더하여 점점 다양한 업계에서 관련인력을 필요로 하는 추세와 과거보다 교육기관에서 배출되는 인력 기술의 질이 약 39 정도 향상된 이유도 있다. 이를 반영하듯 전미 2012년도 구직박람회에서도 작년보다 많은 일자리가 나오는 등 인력시장 활성화가 도드라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실제 업계관련자들은 조금 다른 의견을 내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최근 안 좋아진 경기가 점차 회복세를 보이면서 조금씩 사람을 뽑는 추세긴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히 봤을 때 불경기때 보다 나아진 것이지, 애니메이션 업계 인력순환이 좋았을 때 보다는 비교 할 수 없다고 했다. 게다가 “점차 정식직원이라는 개념이 사라지는 업계특성을 봐서는 ‘취직’이라는 개념보다 ‘프로젝트 별 프리랜서 외주’ 라고 보는 것이 맞기에 안정적으로 회사에 소속되어 일하는 개념을 생각하면 다른 방향을 모색해 보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라고 말했다.

이런 업계변화는 좀 더 효과적으로 좋은 퀼리티의 작품제작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미국의 선진 업계에서 일해보고자 하는 외국인 작업자들에게는 안 좋은 소식이다. 왜냐하면 미국은 이민법상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회사에서 비자 혹은 영주권 스폰을 해 주지 않으면 외국인이 체류 할 수 없는데다가, 설령 비자를 받아도 프로젝트가 끝나 계약종료퇴직을 하는 순간 동시에 비자도 종료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회사가 봐도 천재적인 자질과 기술을 소유한 외국인이라면 업계 최고 순위 회사에서도 영입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언어의 장벽과 신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드는 비용을 감수 할 만큼의 소위 ‘천재’는 흔치 않은데다가, 비슷한 조건이라면 내국인을 채용하는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해외 진출 작업자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또 하나 바뀌고 있는 업계풍토가 있는데 바로 다른 업계, 같은 포지션간의 인력호환이 점차 안 되고 있는 부분이다. 실제 한국내 에서도 애니메이션회사 작업자와 게임회사의 작업자는 이직 시 다른 사용 툴과 스타일로의 적응을 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이 적응기간이 긴 시간을 필요로 하거나 절대 불가능 할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이런 이동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그중 한 가지를 꼽자면 한국제작사와 가장 다른 구조 즉, ‘세밀한 업무분담’을 들 수 있다. 이 세밀한 업무분담이 미국의 대표적인 제작방식 중 하나이고 지금의 미국영상산업을 만든 방식이라 평가받곤 하지만, 반대로 이 규칙이 점점 인력연동 자체를 축소하게 만든 것이다.

실제로 미국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는 마야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작품을 제작하지만, 게임업계에서는 마야는 물론 맥스의 사용비중 또한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하여 교육기관에 있을 때부터 같은 애니메이터, 모델러지만 원하는 회사에 따라 굉장히 다른 모습을 관찰 할 수 있었다. (현재 미국게임회사들은 많은 수가 모션캡쳐를 이용하여 제작하므로 몇몇 게임업체 애니메이터들은 직접 키잡는 업무보다 캡처된 모션을 픽스하거나 덧붙이는 ‘모션빌더’를 이용한 일이 주 업무라고 한다.)

하지만 피쳐 애니메이터들이 또 하나 우려하는 것은 같은 업계 회사지만 서로 추구하는 스타일이 분명한 나머지 애니메이팅 스타일이 다르면 아애 처음부터 채용하지 않는 시기가 올지도 모른다는 예측이다. 이런 흐름을 반증하듯 교육기관의 학생이나 이직 및 재취업을 원하는 작업자들은 지원회사의 ‘맞춤 스타일 포트폴리오‘제작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대부분의 기존 관계자들는 인력시장 전망에 대해 낙관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과거 몇 년간과 비교했을 때를 전제로 한다. 앞으로도 빠르게 돌아가는 업계사정과 인력시장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관심을 집중하고, 무엇이 정확한 상황정보인지 주의가 필요한 시기라 보여진다.

* VFX: Visual effects
* OPT: 외국인 유학생이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기위해 부여받는 비자. 무직 혹은 유직으로 이민국에서 정해준 기간 동안 체류 할 수 있음.
* 피쳐애니메이션: 주로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주로 이야기가 있는 애니메이션.
* 모션빌더: 3D를 제작툴로 유명한 오토데스크의 소프트웨어. 사람 몸에 센서를 붙여 그 액션을 컴퓨터로 읽어내는 모션캡쳐 장비와 사용하는 프로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