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는 어떻게 만화 홍보를 하는가? (1) 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Q. 출판사 홍보담당일을 하다보면 당연히 더 홍보를 해야 할 책, 아닌 책들을 선택해야만 할텐데요. 어떤 기준이 있습니까? 어떤 기준이 있습니까?
A.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은 항상 어렵습니다. 물론 모든 책들을 홍보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흥미를 좀더 불러일으키는 책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책도 있죠. 그래서 이미 성공한 책들의 홍보를 하곤 합니다. 좀 더 과감한 책들, 복잡한 책들이라고 해도 흥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도 하구요. 하지만 언론에 홍보할 수 있는 자리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쉽진 않습니다.
△ 프랑스 주요 일간지 중 하나인 "리베라시옹(Liberation)"이 앙굴렘 만화 페스티발 기간동안 발행하는 특별판. 리베라시옹은 매해 페스티발 기간 동안 만화소식과 만화를 곁들인 기사로 가득한 특별판을 만든다. 프랑스의 주요 언론과 만화와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Q. 개인적인 선택기준은 없습니까?
A. 언론홍보라는 직업은 주관적인 의견을 배제해야만 합니다. 출판사의 모든 책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가져야하죠. 사실 기자들이 "이 책은 별로야.", "나는 이책에 관심없어." 이런 말들을 합니다. 그럼 저는 책에 대해서 구체적인 변호를 하죠. "이곳에선 리듬이 이렇다가 이렇게 변한다" 혹은 "여기서 조금 쉬다가 이곳에서 반전이 있지 않냐", 이런 식으로요. 그렇게 저는 기자들이 책의 내용을 잘 이해하지 않았다던가, 그들이 너무 섣불리 책에 대한 평가를 내리지 않았나 다시 생각하게끔 만듭니다. 그러기 위해서 저는 그들과 말도 많이 나누고, 전화도 많이 하고, 많이 만납니다.
Q. 프랑스 독자들이 가장 관심을 많이 갖는 만화의 주제는 무엇이 있을까요?
A. 형사물들은 옛날부터 인기가 있구요. 영웅 환타지 물은 예전보다 인기가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르포물이나 시사에 관련된 만화들도 인기가 많습니다.
Q. 프랑스 언론에서 꺼리는 만화는 없습니까? 일종의 타부라던가...
A. 타부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에로티즘에 관한 만화는 언론에서 많이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은 확실하고요.
Q. 오늘날 만화 비평을 하는 사람은 예전처럼 기자나 평론가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일반인들도 블로그나 sns로 만화 비평을 하곤 하는데요. 그에 따른 홍보전략의 변화는 무엇이 있을까요?
A. 사실 만화비평을 하는 기자들도 그것이 주된일은 아닙니다. 그분들이 다른 일들을 같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르 피가로(Le Figaro)지에 만화비평을 하시는 기자같은 경우도, 원래 그 잡지의 영화 부분 편집장입니다. 일반 독자들은 주로 블로그를 통해 만화 비평을 하죠. 비록 그들이 언론학을 전공한 건 아니지만 글을 잘 쓰고 영향력을 갖기 시작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만화를 이야기 하려고 하기 때문에 홍보담당의 일도 그만큼 많아 지는 셈이죠. 사람들에게 책을 읽게 유도하고, 책을 사고 싶은 생각을 들게 만드는 글을 쓰는 블로거들과는 우리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합니다. 그래서 그들 중 몇몇에게는 뉴스레터나 책을 정기적으로 발송하기도 합니다.
Q. 다른 나라와는 다른 프랑스 만화홍보의 특징은 없습니까?
A. 만화 홍보의 모습은 어느 나라나 비슷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프랑스에는 좀더 많은 언론들이 만화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죠. 그것은 프랑스만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인 특징이고, 만화에 있어서는 큰 특혜라고 생각합니다.
Q. 만화 홍보담당이라는 직업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일까요?
A. 이 직업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수많은 좋은 작가들과 일할 수 있다는 것이죠. 제가 평생이 가도 해내지 못할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과 일하는 것은 정말 멋진 경험입니다. 게다가 프랑스 만화에는 다양함까지 있습니다.
어려움이라고 한다면, 출간되는 책이 많아져서 그 모든 책을 홍보하기 힘들고, 그래서 제 의지와 상관없이 선택을 해야만 하는데, 그렇게 모든 책을 다 제대로 소개하지 못하는게 안타깝습니다.
Q. 카스테르만에서 출간되는 한국만화의 홍보도 하신적이 있나요?
A. 네. 김동화 작가의 만화를 비롯한 많은 만화의 홍보를 했습니다. 주로 한국 만화는 프랑스에서 가장 큰 아시아 만화행사중 하나인 재팬 엑스포를 통해 홍보합니다. 언론들이 아시아 만화에 갖는 관심이 점점 더 커지고 있으므로 재팬 엑스포의 울타리를 벗어난 홍보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작가의 출신 국가가 달라진다고 해도 우리출판사가 갖는 관심의 비중이 줄어들진 않습니다. 한국만화는 독서방향이 유럽과 같으므로 오히려 일본만화보다 우리가 일하기 쉽습니다.
△ 카스테르만의 한국(hanguk) 컬렉션을 통해 소개되었던 강풀의 타이밍과 강도하의 캣츠비
Q. 한국만화가 프랑스에서 일본만화보다 잘 안팔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몇년 전에는 카스테르만의 한국 작가만화 컬렉션인 한국이 사라지기도 했구요. 그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나라별로 묶은 컬렉션은 한국(hanguk) 뿐만이 아닙니다. (몇년전,카스테르만은 아시아 3국의 작가만화 컬렉션을 만들었다. 한국컬렉션 한국 (hanguk), 일본컬렉션 샤카 (sakka), 중국컬렉션 화슈 (hua shu)가 그것이다. 이중 일본컬렉션 샤카만이 계속 책을 펴내고 있다. 필자 주 ) 엄밀히 말하자면 이 컬렉션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그 책들은 다른 컬렉션으로 나오게 될 것입니다. 저는 국적으로 컬렉션을 만든다는 생각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국적에 상관없이 만화의 성격에 따른 컬렉션이 되었어야만 했었습니다.. 어찌됐건 협력은 계속될 것이고, 내년에도 우리 출판사의 에크리튀으(Ecriture) 컬렉션을 통해 김동화 작가의 만화책이 출간될 예정입니다.
내년 앙굴렘 페스티발에서 한국만화 특별전이 열릴 것이라 들었습니다. 저에게는 굉장히 희소식인데요. 이 기회를 통해서 한국의 새로운 만화가들을 발견하고 이전의 작가들을 재발견할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널리 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카스테르만은 1776년 벨기에의 투르네에서 서점,제본점으로 창립자인 도나 카스테르만(Donat Casterman)에 의해 시작되었다. 이후 출판사와 인쇄소로 업종을 변경하고, 18세기 동안 종교서적과 어린이 서적들을 주로 출간하였다.
1856년 후계자 앙리 카스테르만(Henri Casterman)은 파리에 카스테르만의 자회사를 세우고 프랑스로 사업을 확장한다. 1907년 주식회사가 된 후, 카스테르만은 2차례의 세계대전동안 출판사업과 인쇄사업을 겸해 크게 성장한다. (카스테르만 인쇄소의 주요사업 중 하나는 다른 프랑스 출판사의 책을 인쇄하거나, 전화번호부, 기차 시간표책들을 펴내는 것이였다.)
카스테르만은1934년 "땡땡(Tintin)" 시리즈를 출간하던"쁘띠 벵띠엠(Petit vingtieme)" 출판사를 인수하고 땡땡의 새로운 시리즈 출간을 계속함과 동시에 원래 흑백이였던 이전 버젼을 컬러로 바꾸어 다시 출간했다. "땡땡(Tintin)"은 큰 성공을 거두었고,이에 자극받은 카스테르만 운영진은 "알릭스(Alix 1948년)","펫지(petzi 1951년)", "슈발리에 아르덩(Chevalier Ardent 1966년)" 같은 여러 만화 시리즈들을 펴내며 본격적인 만화출판사로서의 모습을 갖춘다.
1970년대에는 성인독자층을 타킷으로 삼아 유고 프라트(Hugo Pratt)의 "코르토 말테스(Corto Maltese 1973년) "시리즈와 잡지인 "아 쉬브르(a suivre 1978년)"를 출간한다. 잡지 "아 쉬브르(a suivre)"는 따르디(Tardi)와 쉬텐(Schuten)같은 작가들의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1999년 출판사 카스테르만은 경제적인 이유로 프랑스 출판그룹 플라마리옹(Flammarion)에 인수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카스테르만 출판사는 벨기에 출판사로 남아있고, 본사 역시 벨기에의 브뤼셀에 위치하고 있다.
카스테르만의 모회사인 플라마리옹 역시 2001년 이탈리아의 RCS mediagroup에 소유권이 이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