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에 5천여 종의 만화가 쏟아져 나오는 프랑스. 책을 펴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많은 책들 속에서 어떻게 자신들의 책을 더 많은 독자들에게 알리고, 돋보이게 하느냐도 출판사들의 중요한 고민 중의 하나이다. 한국과는 다른 프랑스 만화 홍보의 특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또한 이들이 만화 홍보를 위해 하는 노력들은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프랑스에서는 제일 만화를 많이 사보는 것은 누굴까?
필자는 그 부분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카스테르만 출판사의 언론 홍보 담당인 카티 드 그리프 씨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안녕하세요 카티 씨, 먼저 카스테르만 출판사의 언론홍보담당이란 직책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A. 프랑스에서 언론홍보담당 직책은 주로 여성들이 맡고 있습니다. 언론 홍보담당 직책에 대해서 정의를 내려본다면 작가 혹은 작품이 언론에 소개될 수 있도록 동행하는 것이죠. 라디오나 텔레비전, 잡지, 인터넷 등의 매체가 작가 또는 작품을 이야기하게 만드는 겁니다. 그 점이 서점과 주로 일을 하는 판매 담당과 다른 우리 직업의 특징입니다. 우리는 책을 파는 것은 아니고 기자들에게 책을 제공하여 읽게 하고, 기자가 책을 통해 논거가 될 만한 것을 찾게 도와주고, 논거를 찾지 못한다면 그 책을 좋아하거나 평가하게 하는 것이죠. 그렇게 해서 그들이 책에 대해서 그들의 매체를 통해 이야기 하도록 합니다.
Q. 프랑스에서는 어떻게 만화출판사의 언론 홍보담당이 됩니까? 전문 교육과정이 있나요?
A. 홍보담당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일반교양입니다. 그리고 만화출판사에서 일한다면 당연히 만화를 좋아해야겠죠. 많이 읽고 작가도 많이 알아야 합니다. 홍보담당 전문학교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대개는 일반 대학 졸업자들이 이 직종에 종사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고, 프랑스 언론 연구원(l’institut francaise de presse)에서 언론학 학위를 취득한 후. 다시 문학 전공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프랑스 출판사에서의 홍보담당 취업은 주로 인맥을 통해 이뤄집니다. 우선은 출판사에서 인턴을 여러 군데 하면서 사람들을 알고 직업을 이해하면서 취업을 하게 되는 거죠. 공채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은 이런 인맥들을 통해 취업합니다.
△ 카스테르만이 자사의 만화 홍보목적으로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출간물 카스터마그(castermag). 신간의 출간예정일과 작품내용, 작가와의 인터뷰등 상세한 정보가 담겨있다. 카스테르만은 프랑스 전국의 150여 곳에 이와 같은 홍보물을 발송한다.
Q. 카스테르만은 일년에 몇권의 만화를 출간합니까? 그 중에 신간의 비율은 얼마나 되죠?
A. 대개 1년에 150종에서 180종의 만화가 카스테르만을 통해 출간되는데요. 그 중에는 재출간이나 통합본, 정장본 등이 있습니다. 신간만 따져본다면 약 80권정도 될 것 같습니다.
Q. 카티씨는 그 중에서 몇 권의 홍보를 맡고 계시나요?
A. 저는 그 중에서 3분의 2 정도의 홍보를 맡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 내에는 두 사람의 언론 홍보 담당이 있습니다.
Q. 프랑스에서는 몇 개의 만화전문 매체가 있습니까? 만화전문 매체가 아니더라도 규칙적으로 만화소식을 전하는 매체는 또 얼마나 되죠?
A. 만화전문 매체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입니다. Casemate, dbd, zoo 같은 인쇄 매체 잡지가 있고요. Actuabd, bodoi, auracan 같은 인터넷 매체가 있습니다. 일본 만화 전문 매체는 animland나 coyote 등이 있습니다. 장르를 따지지 않고 만화 전문 매체를 따지자면 10개에서 12개 정도 되겠네요. 리베라시옹이나 르몽드, 르 피가로 같은 경우는 보통 일간지이지만 가끔씩 만화소식을 싣곤 합니다. 텔레라마(Telerama :르몽드 신문이 발행하는 텔레비전, 라디오, 영화전문 비평, 정보 주간지)같은 경우는 매주 한 개의 만화관련 기사가 정기적으로 실립니다. 만화 이야기를 하는 매체가 많은 편이기는 하지만 출간되는 만화 수에 관련해서는 많은 편은 아닙니다.
Q. 홍보를 위해 기자들에게 보내는 정보는 무엇이 있습니까?
A. 우선은 메일을 통해 정기적으로 뉴스레터를 보냅니다. 요즘은 종이는 보내지 않습니다. 뉴스레터에는 이후 2, 3개월 안에 나올 모든 책에 대한 목록과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 출판사에는 일년에 네 차례 홍보와 판매에 대한 회의를 하는데 이때에 그 분기에 홍보할 책들이 결정됩니다. 우리는 만화가 인쇄되기 전에 미리 카피본을 종이나 pdf로 만들어 기자들에게 보내는 방법도 자주 사용합니다.
왜냐하면 책이 나올 때 까지 기다렸다가 보내면 기자가 원고를 받고, 우편물을 열고, 책을 펼쳐볼 결심을 할 때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면 우리는 관련기사를 한 달뒤에나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모든 기자들에게 그렇게 할 수는 없지만, 몇몇 기자들에게 이 방법을 씁니다. 카피본이 보내진 다음에는 자주 전화를 해서 그것을 읽어보았는지 아니면 읽을 시간이라도 있는지 묻습니다. 그것을 읽거나 적어도 쳐다보도록 약간의 강요를 하는거죠. 그러고 나면 책이 나올 즈음에는 기자들이 이미 책의내용을 알고 있어서 바로 기사를 쓸 준비가 됩니다.
대개의 기자들은 출판사에서 받은 책들을 한 구석에 던져놓고 무더기를 만들어 놓습니다. (어떤 기자들은 출판사에서 받은 책들을 바로 중고서점에 팔아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운이 좋은 경우에는 중고서점에서 갓 출간된 책을 거의 반값에 살 수도 있다. 필자 주) 표지 좀 보고, 그림 잠깐 둘러본 다음에 관심없으면 옆으로 던져 놓는 거죠. 우리 언론 홍보 담당의 역할은 기자가 그 무더기에서 만화책을 다시 꺼내보도록 하는 겁니다. 그리고 나서 책이 출간되면 홍보 자료와 함께 책을 보냅니다. 만화책의 예고편이나 홍보용 비디오를 만들어 보내기도 하죠. 우리는 기자들과 항상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홍보를 자주해서 우리를 잊지 않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죠. 프랑스에서는 한 해에 5천여 종의 만화가 나옵니다. 항상 그들에게 우리의 책이, 무더기에 있는 다른 책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말하고 상기시켜야 합니다.
Q. 홍보물을 보낼 기자들에 대한 선정은 어떻게 합니까?
A. 우리는 만화에 관심을 가질만한 모든 기자들의 리스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만화책의 주제에 따라서 이 리스트를 줄이거나 들리기도 합니다. 예를 들자면 기자들은 망가를 잘 읽지 않습니다. 하지만 작가가 아시아 사람이라면 망가 관련 언론에 정보를 보냅니다. 망가 전문 매체의 사람들은 아시아 출신 작가들이 어떤 작업을 하는 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기 때문이죠. 그것이 꼭 망가 스타일이 아니라고 해도 말입니다. 작가가 여성인 경우나 여성의 문제를 다룬 경우라면 여성잡지에도 정보를 보냅니다. 대개는 150여 곳에 출간 관련 정보를 보냅니다. 파리뿐만이 아닌 전국을 합친 숫자입니다.
Q. 한때는 프랑스에도 검열이 존재했습니다. 한때는 프랑스 선생님들이 만화라는 매체를 업신여기기도 했다는데요. 지금은 만화를 보는 시각이 어떻습니까?
A. 지금은 만화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없습니다. 최근에 군사박물관 앙발리드에서 알제리에 대한 전시회가 있는데요. 저희 카스테르만의 작가인 쟈크 페렁데즈(Jacques Ferrandez)가 이 전시에 참여했습니다. 관련 학과의 교수들이 수업의 연장선상에서 쟈크 페렁데즈의 만화을 학생들에게 읽게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지만 이런 일은 꽤 오래 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호기심 많은 교수들에게 한정되어 있긴 하지만요.
Q. 오늘날 프랑스 언론이 만화를 대하는 태도는 어떻습니까?
A. 만화 작가들의 노력으로 만화의 질이 많이 좋아졌고 주제 또한 흥미로워졌기 때문에 언론이 만화에 갖던 적대적인 태도는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작년에 나왔던 크리스토프 블랑(Christophe Blain)의 께 독세(Quai dorsay)같은 경우 거의 모든 기자들이 기사로 다루었습니다.
그림과 내용이 모두 좋았기 때문이죠. 기욤 롱(Guillaume long)이라는 작가가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펴낸 요리관련 만화랄지. 에티엔 다보두(Etinne Davodeau)가 포도주 제조업자와의 만남을 그려낸 만화에 대해서도 언론은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언론은 만화에 열려 있습니다. 기자들이 항상 만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제가 흥미롭다면 그것이 만화라고 해도 멀리하지는 않습니다.
△ 언론의 폭발적인 관심을 얻은 크리스토프 블랑(Christophe Blain)의 만화 께 독세(Quai dorsay). 께 독세는 프랑스 외무부를 이르는 별칭으로 작가인 크리스토프 블랑은 전직 외무부 직원인 아벨 아르쟉에게 외부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공동 집필을 결심했다. 만화속에서는 연설문 작성과 국제적인 협상과 같은 외무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코믹하게 담아냈다.
Q. 프랑스에서는 누가 제일 만화를 많이 삽니까?
A. 아직도 남성 독자가 더 많습니다. 최근에는 여성 독자가 좀 더 많아지고 있고 특히 젊은 여성독자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것도 작가들의 역할이 큰데 최근에 젊은 여성층의 취향에 맞는 만화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만화를 많이 사는 층은 여전히 30대에서 50대의 사람들로 생각됩니다. 왜냐 하면 그들 나이쯤이 되야 만화를 사 볼 경제력이 생기기 때문이죠.
Q. 조금 놀랍습니다. 한국에서는 만화를 사는 사람이 주로 아동, 초등학생이나 청소년 20대의 성인이라고 알고 있거든요.
A. 어찌됐건 프랑스에서 20대는 만화를 많이 사는 사람들은 아닙니다. 그들은 아직 경제력이 없어요. 만화책 한권이 20~25유로정도 되기 때문에 아직 직장이 없는 20대라면 많이 구매하기가 힘들죠. 망가의 경우는 좀 더 어린 독자들이 사기도 합니다만 일반적으로 구매자는 경제력이 있는 성인입니다. 좀 넓게 잡으면 25세부터 50세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Q. 프랑스는 독자의 연령층이 다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독자의 연령에 따른 홍보전략은 무엇이 있을까요?
A. 각 만화책마다 타겟이 될 독자의 연령대를 감안해서 그들이 읽을 만한 매체에 홍보를 합니다. 아동이 읽을 만한 책은 그쪽 매체에 성인측은 그 쪽 매체에 홍보합니다. 가끔씩은 그것보다 조금 넓게 홍보 매체를 잡아서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도록 하기도 하죠.
Q. 프랑스 이외에도 불어를 사용하는 국가들이 있습니다. 벨기에나 스위스, 캐나다 같은 나라들 말입니다. 프랑스 이외의 불어권 국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홍보를 합니까?
A. 우리는 주로 불어권나라에서 사업을 합니다. 그러나 그 홍보 활동 중 80퍼센트는 프랑스 안에서의 활동입니다. 기획 단계부터 프랑스뿐만 아니라 벨기에나 스위스 캐나다에 대한 홍보도 염두에 둡니다. 벨기에에도 카스테르만의 사업부가 있고 그쪽에 따로 언론 홍보 담당이 있습니다. 스위스에도 판매 담당이 있고, 언론 홍보는 제가 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에는 카스테르만의 모기업인 플라마리옹 출판사의 판매. 홍보담당을 통해 사업을 합니다. (벨기에, 스위스, 캐나다의 불어권 인구는 1270만명 정도 된다.) 프랑스, 벨기에.스위스, 캐나다등 4개국에서는 우리 출판사의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개의 수익은 프랑스가 전체의 8할, 벨기에가 2할 정도 됩니다. 자세한 수치는 판매부에 문의하는 게 낫겠네요.
Q. 프랑스의 인구는 6,500만 입니다. 이들이 잠재적인 독자가 될 수 있다고 하겠는데요. 시장이 큰 편 아닙니까?
A. 잠재적인 독자이긴 하지만 만화를 하나도 읽지 않는 사람들도 많죠. 우리는 각 만화가 나오기 전에 이 책의 독자층은 얼마나 될지 얼마나 팔리게 될지 예상을 합니다. 그 예상치보다 더 팔리게 하는 것이 우리들의 일이구요. 시장이 크기 때문에 책도 점점 더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책 사는 돈이 더 많아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수요는 일정한데 공급은 많고, 게다가 게임이라던지 디비디라던지 사람들이 여가를 보낼 것들이 20여년전보다 훨씬 다양해 졌습니다. 게임 두 개사고, 디비디 두 개사고, 만화사고 하면 그 비용이 꽤 커집니다. 그래서 요즘은 사람들이 좀 더 싸고 다양하게 이것들을 즐길 방법을 찾습니다. 스트리밍으로 영화를 보던가 하는 방법으로요. 요즘에는 서점을 찾는 사람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만, 좀 더 저렴하고 편하게 책을 구입할 수 있는 아마존 같은 인터넷 서점의 수익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소비의 방법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Q. 언론사 홍보뿐만이 아니라, 페스티발에서도 카티씨를 자주 뵈었는데요. 거기에 대해서 좀 묻겠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많은 만화페스티발이 있고, 작가의 사인회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행사들을 진행하고, 사인회에 보낼 작가들은 어떻게 선정합니까?
A. 우리에게 초청작가를 부탁하는 페스티발도 있고, 그렇지 않은 페스티발도 있습니다. 우리는 최근에 작품을 낸 작가들을 선정해 페스티발에 보내려고 합니다. 한사람의 작가보다 같은 컬렉션에 속한 여러 작가들을 모아 보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페스티발에 주제가 있다면 그 주제에 부합한 작가를 선정하고요. 우리는 페스티발들과 자주 협력하려 합니다. 사인회뿐만이 아니라 작가와의 만남, 전시회 등을 같이 기획합니다.
Q. 사인회가 홍보나 판매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까?
A. 저는 사인회는 책이나 작가를 소개하는 여러 홍보 행위 중의 한 부분으로만 남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와의 만남, 독자와의 만남도 중요하죠. 페스티발 초청이 다만 사인회 목적 뿐이라면 작가들에게는 좀 불쾌한 일일 겁니다. (프랑스에서는 판매를 목적으로 전문적으로 페스티발을 찾아다니며 작가들의 사인과 그림을 얻으러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에게 신인작가는 미래의 유명세를 감안한 선투자인 셈이고, 유명작가는 유명세를 이용한 투자이다. 그들은 주로 암시장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사인이 된 책을 판매하는데 프랑스에서는 그들은 "사인 사냥꾼 (chasseur de dedicace)"이라고 부른다. 필자 주) 사인회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다만 사인회에 머물러서는 안되죠. 저는 몇 권의 책에 사인을 해야 한다며 계약 비슷한 조건을 내거는 페스티발을 증오합니다. 작가는 그들의 작업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지 사인 기계가 아닙니다.
Q. 약간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긴 합니다만, 만화 작가 조합은 사인회 초청작가에게 보수가 지급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서점이나 페스티발이 초청작가에게 보수를 지불해야 한다면 그들은 책이 팔릴 만한 작가만 초청할 것이기 때문이죠. 젊은 데뷔 작가는 어느 곳에도 초청되지 못할 겁니다. 모든 곳에서 항상 같은 작가만 보게 되겠죠. 작가의 서열이 형성되는 문제도 생깁니다. 작가는ㅡ만화를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ㅡ 금전적인 고려에서 자유로운 상태로 독자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