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만화시장에서 만화의 출간부수가 늘어나고 대량생산 만화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그것이 그 출간물들이 모두 질적으로 우수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출판계의 통계에 의하면 전체출간물의 20퍼센트 정도만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만화시장을 유지하게 만든다고 한다. 하드커버의 컬러만화의 경우 권당 대략 3천부에서 1만부 정도가 팔려나가는데 이것은 최근작 소설들의 판매부수보다 약간 높은 것이다. 대량생산 만화들이 늘어가고 있는 반면에 항상 소규모로 출간되는 만화들도 있어 왔는데, 그것은 대개 신인작가가 스스로 출간한 것이거나, 동인지 ,만화에 대한 연구서적 혹은 재능은 있지만 잘 팔리지 않는 작가들의 전유물처럼 인식되어져 왔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소규모의 출판물시장에서 심심찮게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현상은 한편으로는 정보화와 따라서 새 책을 기획하고 인쇄하는 비용이 이전보다 훨씬 줄어들었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신간은 넘쳐나지만 서가는 부족한 서점 측에서 시장성이 없는 작가들의 책보다는 유명작가의 작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독자들보다는 BD 매니아나 수집가들을 타겟으로 하는 이 만화들은 대개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돌리는 것조차 익숙치 않은 군소출판사들에 의해서 250부에서 3000부 정도만 출간되는데, 거의 입소문만으로 홍보가 되는 이런 만화들이 성공할 때는 1주일 만에 서점에서 매진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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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los-nine.jpg carlos nine의 『L’hommage a l’arriere cour』의 표지 |
앙굴렘 페스티발 수상작가인 Carlos Nine의 경우 그의 크로키와 에스키스를 모은 일러스트레이션집이 2003년 아르헨티나의 El Yeite출판사에 의해 출간되었었고, Rackham출판사는 이를 『L’hommage a l’arriere cour』라는 이름으로 번역해 프랑스에 출간했다.
레꽁레트르벙디에 에디뛔으(Les contrebandiers editeurs)출판사는 땡땡 시리즈중 『신기한 별똥별 』과 『 일곱개의 수정구슬 』에 영감을주었던 남아프리카 탐험대의 이야기를 자서전적으로 엮어낸 『칼리스의 탐험』과 『센더스 하드무스의 탐험』이라는 두권의 책을 펴내면서 중간중간에 관련된 땡땡시리즈의 이미지를 넣었다. 이 책들은 2천부만 한정판매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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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o pratt의 『전쟁의 잉크』의 표지 |
휴고 프라트의 현대전쟁을 주제로한 일러스트레이션집도 『전쟁의 잉크(L’encre de guerre) 』라는 이름으로 Rackham 출판사에 의해 출간되었는데, 500부만 인쇄된 이 책의 일러스트레이션들은 휴고 프라트가 이탈리아 일간지에 소설 삽화를 위해 제작했던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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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ebius 의 『inside moebius』 |
50만부씩이나 팔려나가는 XIII시리즈나 블루베리 시리즈를 그려대는 모에비우스(moebius)도 그 작업들을 잠깐 멈출 때는 3000부 정도만 발행되는 그의 만화일기 『Inside Moebius』를 그려나간다. 20여년전부터 자신의 만화시리즈의 준비 작업들을 모아 한정초판본의 부록형식으로 출간해오던 그는 어떤 면에서는 유명작가의 소규모 인쇄출판물 유행의 선구자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언론매체를 통해서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만화가 겸 일러스트레이터 로렌조 마토티(Lorenzo mattoti)역시 자신의 인도여행을 담은 크로키와 일러스트레이션 모음집을 조용히 출간했다. 1권에서 500권 까지 모두 번호가 매겨진 이 책은 고급스러운 인쇄로 그의 훌륭한 색채를 유감없이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런 류의 소규모 인쇄물들은 만화출간물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만화독자들에게는 조금 먼 이야기가 되겠지만, 현명한 수집가들이나 수작만화 애호가들에게는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