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마존(Amazon)과 아마존의 만화 플랫폼인 코믹솔로지(ComiXology)가 최근 무제한 서비스와 신작을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불과 2년여 전 아마존은 미국 스마트 코믹스 어플리케이션으로 익히 알려진 코믹솔로지의 인수 소식으로 관련 업계를 뜨겁게 만들었다. 북미 온라인 서점을 독식하다시피 하며 해외에도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아마존이 이번에는 어떤 서비스 전략을 내세웠는지, 그리고 요즘 서점가와 코믹스 업계의 현황에 대해 소개한다.
아마존 프라임 리딩 무제한 서비스, 이젠 코믹스만이 아니다?! 지난 10월 초,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에서 책의 종류, 그리고 콘텐츠 구분과 상관없는 무제한 프리미엄 서비스를 발표했다. 또한, 아마존은 새로운 서비스 정책이 미국 국내에 한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올해 7월 국내보도 매체에서 논평했던 ‘넷플릭스* 방식의 아마존 서비스’의 확장선상에 있어 추이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 넷플릭스 :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영상 콘텐츠를 정액 요금을 결제한 뒤 무제한으로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 업체. 국내에는 ‘왓챠 플레이’와 함께 비슷한 서비스 포맷으로 경쟁 중이다.)
과거 아마존은 2014년 코믹솔로지를 인수하면서 미국 코믹스 유통과 스마트 만화 콘텐츠에 대한 사업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었다. 당시 아마존은 이미 그들만의 이북(e-books) 킨들 시스템과 전용 하드웨어인 아마존 킨들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던 시기였다. 때문에 사람들은 아마존이 본격적인 스마트 코믹스 유통 시장의 판도에 큰 영향을 주지 않겠냐는 의견이 많았다. 예상대로 그들은 코믹솔로지가 가진 코믹스 전용 뷰어방식을 동시에 안고 감은 물론, 킨들에서 구매한 코믹스도 코믹솔로지앱에서 볼 수 있게 계정연동 정책을 시작했다. 이는 양쪽에 있는 기존 구매고객의 편의성과 코믹스 뷰어에 특화된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여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함으로 보였다. 물론, 이 과정에서 iOS용 코믹솔로지 어플리케이션의 결제 기능이 삭제되는 등 전략적 조치가 취해지긴 했지만, 기존 고객의 이탈은커녕 편의성이 좋아졌다는 의견이 우세적이다.
이후 미국 스마트 코믹스 업계에서는 무제한 정액 서비스가 경쟁적으로 출시되었다. 필자가 지난 연재편(2016. 07. 06 만화규장각. 미국 디지털 코믹스와 스마트 시장)에서 언급했듯이 코믹솔로지는 물론 마블(MARVEL) 외 다양한 플랫폼들의 사례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여기에서 차이점은 코믹솔로지의 코믹스 콘텐츠는 마블과 DC(DC Comics) 외 다른 제작사의 작품을 제공받아 판매된다는 점이다.

△ 킨들 무제한 서비스 안내 페이지
하지만 이번 10월 아마존은 거대유통사 사이의 줄다리기에서 ‘무제한 영역의 확대’라는 큰 카드를 뽑아 들었다. 일명 ‘무제한 프라임 리딩(unlimited Prime Reading)’이라고 불리는 서비스는 이전부터 아마존에서 제공했던 프라임 회원 전용상품 안에서도 파격적인 정액 시스템이다. 크게 보자면 무제한 프라임 서비스는 도서는 물론 음악, 사진, 영상매체 등 카테고리를 나누어 구성된다. 각 카테고리별 무제한 서비스는 기존에 있었으나, 이전까지 도서 부분은 워낙 세부구분이 많고 장르가 다양해 ‘무제한 정액’에 애로사항이 있었다. 그러나 아마존의 “enjoy unlimited reading(무제한 독서를 즐기세요)” 서비스는 무제한 도서시장의 구분 장벽을 무너뜨린 새로운 시도여서 미국 도서시장에 큰 파장을 불리고 있다. 무제한 서적 안에는 베스트셀러에 해당하는 각종 소설 장르, 업종별 프리미엄 잡지, 단편 에세이 등 고전 장르, 그리고 기존에 킨들 서비스로 구매가 가능했던 모든 콘텐츠를 포함한다고 밝혔다.
물론 모든 출간 서적이 아마존의 무제한 서비스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이번 서비스는 미국 내 한정으로 제한된 것이라 독자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마존이 과연 자국 내 서비스로만 만족할지는 의문이다. 북미지역 및 전 세계에 가진 유통망과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이들의 다음 수가 무엇일지 기대와 두려움이 동시에 들 정도다.
코믹솔로지도 아마존의 파격적인 행보에 발맞추어 오리지널 작품을 독점 출시한다는 발표를 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코믹솔로지에서 서비스되는 만화는 다른 제작업체에서 코믹스를 가져와 서비스하는 형태이다. 마블과 DC가 드물게 제작과 유통을 동시에 하고 있지만, 다른 코믹스 유통 채널 대부분이 코믹솔로지와 비슷한 형태로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코믹솔로지는 ‘독점 오리지널 서비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이번에 출시되는 새로운 독점서비스 작품은 “Adventure Time Marshall Lee Spectacular (BOOM!)”, “Valiant High (Valiant)”, “Harvey Kurtzman´s Marley´s Ghost (Kitchen, Lind & Associates)”로 다른 코믹스제공 업체와 차별화를 두었다.

이와 관련해 코믹솔로지 초기 공동설립자이자 현 CEO인 데이비드 스타인버그는, “우리의 임무는 코믹솔로지의 다양한 창작물을 지구상의 코믹스 팬 모두에게 기쁘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번 환상적인 작품들은 다른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이야기로, 코믹솔로지와 킨들에서만 제공됩니다.”라고 밝혔다.
코믹솔로지의 독점서비스는 제작과 유통, 그리고 디바이스 운영을 같이 하고 있는 거대 기업과 맞설 하나의 전략으로 예측된다. 결국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른 업계 현황을 타파할 유일한 카드는 새로운 작품을 빠르게 확보하고, 이왕이면 ‘독점’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또한, 지금껏 꾸준히 출시되고 있는 미국의 전형적인 히어로물에 다소 지루함을 느낀 독자층을 노린 틈새절략으로도 보인다.
지금까지 아마존과 아마존의 코믹스 전문 기업 코믹솔로지의 새로운 소식에 대해 소개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북’이라는 소비풍습에 신기함을 가졌었으나, 이제는 몇 단계 나아가 다양한 플랫폼과 서비스 방식이 새롭게 채워지는 것이다. 예전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은 안타깝기도 하지만, 이런 변화는 코믹스 영역의 진화와 생존 과정, 그리고 시대의 흐름이라고 생각된다. 앞으로 미국 코믹스가 어떤 형태로 국내외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지 추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