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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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만화 대담 (Rencontres nationales de la bande dessinee) : 교육과 만화

9월 말 성공리에 첫 회를 치렀던 <만화 대담>이 올해 그 두 번째 문을 열었다. <만화 대담>은 만화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인 작가, 전문가, 연구가를 한 데 모아 만화와 미디어를 둘러싼 사회 현상 등에 대해 고찰하고 의견을 나눌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2017-10-17 윤보경

작년 9월 말 성공리에 첫 회를 치렀던 <만화 대담>이 올해 그 두 번째 문을 열었다. 첫 번째 대담에서는 ‘만화의 현재 상황에 대한 분석과 제안 (만화의 과잉 생산으로 빚어진 작가의 빈곤화)’에 집중했었는데, 이번에는 ‘교육과 만화’라는 구체적인 테마를 갖고 10월 5일과 6일 이틀에 걸쳐 앙굴렘의 국제만화이미지센터(La cite internationale de la bande dessinee et de l’image)에서 개최되었다. <만화 대담>은 만화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인 작가, 전문가, 연구가를 한 데 모아 만화와 미디어를 둘러싼 사회 현상 등에 대해 고찰하고 의견을 나눌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  두 번째 <만화 대담>을 위한 포스터


주빈으로 현 문화부 장관의 프랑수아즈 니센 (Francoise Nyssen)과 현 교육부 장관의 장 미셀 블랑케 (Jean-Michel Blanquer)가 초대되었다. 만화 대담에 참석한 후에는 앙굴렘 유럽 고등 이미지 학교(Ecole Europenne Superieure de l’image)에도 방문하여 출판 아뜰리에에 참여하는 학생들과 교수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교육부 장관 장 미셀 블랑케는 “초등학생 시절, 학교에서 만화를 그렸다고 선생님께 혼이 난 기억이 있다. 그 당시에 만화는 비주류 미디어로 여겨졌다.”고 고백 했다. 문화부 장관 프랑수아즈 니센은 “이토록 예술적,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미디어, 만화가 과거의 터부에 가로막혀 학교에서 활발히 다뤄지지 못한다는 것은 큰 손실이다”라며, “지금 자리에 참여하고 있는 교육부 장관과 만화이미지센터장과 함께 앞으로 만화가 교육의 장에서 보다 폭넓게 다뤄질 수 있도록 논의하고 힘써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과 같은 고등 교육기관 뿐 아니라, 의무 교육기관인 중학교, 고등학교 등에서도 학생들에게 고전 소설 읽기를 권유하듯 만화 작품 읽기와 감상이 이뤄질 수 있길 바란다.”고 방문 소감을 밝혔다.

△ <만화 대담>에서 경청하고 있는교육부 장관 장 미셀 블랑케(Jean-Michel Blanquer)와 문화부 장관 프랑수아즈 니센 (Francoise Nyssen).

△ 앙굴렘 유럽 고등 이미지 학교(EESI)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는 두 장관들.
5일 아침 토론의 문을 연 첫 주제는 ‘과거와 오늘의 학교에서의 만화’로, 사회 연구가 실방 아카티아스 (Sylvain Aquatias)가 ‘교육 내부에서의 만화에 대한 인식 변화’로 발제를 했다. 이후 발제 내용을 갖고 여러 전문가가 현재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과 자료를 갖고 토론을 이어나갔다.
점심시간 이후, 문학 작가 마리 데플레샹 (Marie Desplechin)이 자유 주제로 30분간 짧은 강연을 했는데 그녀의 확고한 철학에 대해 다들 공감하였다. 그녀는 “문화적 요소가 더욱 많도록 교육하자는 말에는 무언가 어패가 있다. 인간이 가르치는 것 가운데 문화적이지 않은 것이 어디 있는가? 다만 고정된 교육의 틀에서 벗어날 필요성이 있다는 것에는 공감 한다”고 하면서 “학교에서 수학과 과학을 다루고는 있으나 수학, 과학의 역사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배우지 않는다. 수학과 과학 같은 과목은 응용과 실천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미술의 경우, 예체능 지망 학생이 아니라면 그 역사적 흐름에 대해서만 배우면 된다고 미리 교육의 한계를 지어놓고 있다. 미술의 응용과 실천이 우선되거나, 수학과 과학의 역사에 대해 배우는 등의 새로운 교육 방식과 프로그램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교육자들에게는 어떤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가?’라는 보다 구체적인 주제로 대담이 재개되었다. 언어, 문학 컨퍼런스 전문가로 실제 학교의 선생님들의 교육 프로그램 연수를 진행하고 있는 니콜라 루비에르(Nicolas Rouviere)가 발제했다. 그는 ‘문과계의 만화 교육 프로그램’이라는 주제를 갖고, 실제로 선생님들의 연수가 어떤 내용으로 이뤄지는지 설명했다. 그날 저녁에는 ‘만화와 인간 과학’이라는 주제로 ‘만화의 집(Maison de la bande dessinee)’의 교육 아뜰리에(워크샵) 대비책들에 대해 소개하였다.

△ 만화 대담의 전경.

이튿날인 6일 아침을 연 대담 주제는 ‘교육적 만화?’였다. 이 주제에 대해 몽펠리에 대학의 교수 엘렌 로 (Helene Raux)가 ‘고전 문학을 만화로 변환한 콜렉션과 교육적 만화 증가 현상에 대한 분석’으로 발제했다. 자유 토론에서는 여러 작가들과 에디터들이 현 현상에 대한 각자의 생각과 분석을 공유했다.
오후 토론은 ‘문화적, 예술적 교육에서의 만화 위치’와 ‘해외의 경우에서의 만화 교육’으로 대담을 마무리했다. 뿌아띠에 아카데미 학장을 맡고 있는 안 비쟈니 포르 (Anne Bisagni-Faure)가 ‘창조적 장소에서 연구 오브제로의 만화 응용과 실천 : 일반적 교육에 미치는 영향’으로 발제했으며, 이후 자유 토론이 이어졌다.
이번 대담에 현 장관이 두 명이나 참석할 만큼 <만화 대담>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높았다. 또한 만화를 교육에까지 연계하여 그 영역을 넓혔다는 부분에서는 아주 성공적으로 치러진 대담이었다.
그러나 몇몇 작가들이 비판하고 꼬집었듯이, ‘<만화 대담>에서 교육을 말하는 것인지, <교육 대담>에서 만화를 다루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루고자 하는 부분에 대해 명확하지 않았다’는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실제로 초대된 발제자들이 교육 쪽에 관련된 인사들이 많았으며, 만화 관계자들은 자유 토론 등에만 참여하였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년에도 <만화 대담>이 계속 될 것이라는 점이다. 아직 그 주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관계자들 간의 토론과 회의를 통해 이미 주제가 정해졌다고 한다. 매해 겨울, 국제만화페스티벌을 통해 주목을 끌던 도시 앙굴렘이 매해 가을에도 <만화 대담>을 통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