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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디바이스 변화와 웹툰의 미래 (하)

웹툰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해 크게 부상 스마트폰의 기능 발전은 웹툰 발전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2021-03-17 강태진(코니스트)



디바이스 변화와 웹툰의 미래 (하)
웹툰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해 크게 부상
스마트폰의 기능 발전은 웹툰 발전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강태진(웹툰가이드 대표)


최근 스마트폰은 엄청난 기능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먼저 속도적인 측면에서 3G에서 4G(LTE)로, 최근에는 5G 시대가 열렸다. 또한 디스플레이의 경우 변화를 넘어서 혁신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매년 소개되고 있다. 2007년 출시된 아이폰의 경우 320x480의화면을 제공했다. 반면 2020년 출시된 삼성의 갤럭시S20의 경우 6인치, 3200 x 1440, 120Hz의 아몰레드 화면을 제공한다. 정량적인 수치만으로도 초기의 스마트폰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정교하고 큰 화면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의 진화는 기존 상식의 벽을 뛰어넘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와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상용화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 Z폴드2를 출시하였으며 7.6인치, 2208x1768 화면을 제공하고 있다. 7.9인치 2048×1536 픽셀을 제공하는 아이패드 미니 4세대 레티나 디스플레이보다 더 높은 화면 픽셀 수를 제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애플은 미국 특허청(USPTO)에 롤러블 아이폰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양쪽의 굽어진 축을 중심으로 두루말이처럼 접을 수 있게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애플은 이 외에도 폴더블폰과 힌지와 관련한 특허도 출원하였다. 이는 향후 출시될 아이폰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삼성과 LG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경쟁에 애플도 가세하는 모양새다. 향후 스마트폰은 롤러블 혹은 폴더블을 통해 기존 스마트폰의 한계를 뛰어넘는 사이즈의 디스플레이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웹툰과 디스플레이 사이즈는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세로 스크롤 연출의 웹툰은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디지털 코믹스라고 말할 수 있다. 한 화면에 한 컷을 보여주는 현재의 웹툰은 한 손에서 스마트폰을 조작하면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측면에서 타 페이지 만화와는 비교할 수 없는 장점을 가진다. 하지만 상기에서 언급한 롤러블 디스플레이나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등장한다면 과연 어떤 양상이 전개될까?

기존 페이지 연출 만화의 경우 비교적 소형인 스마트폰 화면에서는 즐기기 힘들다. 하지만 7인치 이상의 화면에서는 충분히 페이지 만화를 즐길 수 있다. 9.7인치나 12.9인치 아이패드에서 페이지 만화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것처럼 스마트폰에서도 7인치 이상의 화면이 지원된다면 페이지 형식의 만화 소비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을까? 웹툰이 아닌 페이지만화의 전성시대가 다시 도래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하지만 조금 찬찬히 생각해본다면 한국에서 다시 페이지 만화 형식이 대세가 되는 일은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순하게 세로 스크롤의 문제가 아니라 만화를 소비하는 독자들의 특성상 복잡한 만화 문법으로 다시 회귀하려 하지 않을 것이며, 대형 디스플레이가 지원된다 하더라도 어디에서나 빠른 속도로 세로로 넘기는 장점이 있는 기존의 스마트폰 사이즈로 콘텐츠를 즐기는 인구도 많을 것이다. 또한 시장이 이미 6인치 사이즈의 스마트폰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현실에서 7인치는 부족함이 있다. 9인치 이상의 화면이 제공되지 않으면 단행본 사이즈의 크기가 수용되지 않으므로 가독성에 문제가 있을 것이다. 상기의 다양한 이유로 당분간은 스마트폰에서 페이지 형식의 만화를 즐기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페이지 만화 형식이 일반적인 해외 여러 국가들의 상황은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웹툰이 진출하지 않은 여러 국가들의 경우 다양한 SW/HW 인프라가 필요한 세로 연출의 웹툰 형식을 채택하기 보다는 기존 만화책을 스캔하여 디지털로 서비스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페이지 연출이 디지털 코믹스의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고 가독성을 희생하더라도 스마트폰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해외 국가들에서 롤러블이나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등장은 ‘웹툰’이 자리잡을 기회를 앗아갈 수도 있다.

향후 디바이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 2-3년 내에 스마트폰의 롤러블 디스플레이가 상용화되어 우리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게 될지 모른다. 이런 미묘한 시점에 우리 웹툰은 해외 진출을 좀 더 가속화하여 ‘웹툰(webtoon)’이라는 세로 스크롤 디지털코믹스를 좀 더 많은 국가의 더 많은 독자에게 소개하여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필요하다.

웹툰과 스마트폰 디바이스의 초대형화는 시장의 글로벌 확장에 있어서 미묘한 경쟁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 다만 웹툰의 경우 세로 스크롤만이 장점이 아니다. 일본에서 만화전문 편집자로 일하는 한 전문가는 “일본 어린 독자들이 세로 스크롤에 익숙해지면 페이지 만화를 잘 안읽으려고 해요. 그리고 컬러로 채색된 만화에 한 번 익숙해지면 다시는 흑백으로 가려고 하지 않아요”라며 세로 스크롤과 ‘컬러’채색의 강점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컬러’만화는 흑백 콘텐츠로 대부분 구성되어 있는 일본 만화에 비해 경쟁력을 가지는 한국 웹툰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