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 피칭(Pitching)이란 무엇일까? 고동동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피칭(Pitching) 이란
'작가들이 편성, 투자 유치, 공동 제작, 선판매 등을 목적으로 제작사, 투자사, 바이어 앞에서 기획 개발 단계의 프로젝트를 공개하고 설명하는 일종의 투자 설명회다.'
웹툰 작가 입장에서 보자면 매일매일 끊임없이 쏟아지는 수많은 웹툰 가운데 하나일 뿐인 나의 작품을 영화나 드라마 제작자들에게 직접 홍보하여 판권 판매를 노릴 수 있는 훌륭한 오프라인 마켓이라고 볼 수 있다. 피칭은 자기 작품의 판권을 팔고 싶은 작가와 늘 새로운 소재에 목말라 하는 (영상) 제작사 양쪽의 니즈를 모두 만족시킨다. 그렇기에 피칭 현장은 언제나 열정이 넘치고 활발한 이야기가 오간다.
이렇듯 자신의 작품을 제작사나 투자사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은 작가들에게 피칭만큼 좋은 기회는 없다. 피칭은 미국, 유럽 등에서는 새로운 소재와 작가를 찾는 매우 보편화된 투자 유치 방식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아직 한국에서, 특히 작가들에게는 상당히 낯선 방식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한국콘텐츠진흥원이나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등에서 주기적으로 피칭 사업 공모를 하고 있고, 또 해가 갈수록 다양한 피칭 사업이 생기고 있으니 관심을 가지고 챙겨보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웹툰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가지고 화면을 통해 독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직접 대면하면서 자신의 작품을 만화가 아닌 말로 표현해야 하는 피칭 행사를 선뜻 하기가 망설여질 수도 있다. 사실 많은 경우, 피칭 행사에 작가 개인이 참여하는 경우보다는 에이전시 측에서 작가를 대신해 작품 피칭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작가 개인으로 참여했던 필자의 경험을 통해 본다면, 제작사 측에서도 작가와 직접 대면하는 것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아무래도 그 작품에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작가 본인일 테니, 제작사 측에서 궁금해하는 다양한 질문들에 정확한 답변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피칭을 결심한 작가들이 명심해야 할 부분은 '내 작품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점이다. 피칭은 작가가 제작사들에 내 작품은 이러이러한 매력이 있기 때문에 구매를 혹은 투자를 고려해 달라고 설득하는 자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나의 애정보다는 내 작품이 현재 콘텐츠 시장에서 어떤 위치에 있고, 마케팅적으로 어떤 셀링 포인트가 있는지, 또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는 무엇인지 등에 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
피칭에 들어갈 내용을 좀 더 자세히 말해보자면, 내 작품을 어필할 수 있는 강력한 한 문장 (로그라인)과 스토리의 완결까지 깔끔하게 요약된 시놉시스 (보통 A4한 장 정도)는 필수이고, 작품 기획의도, 비슷한 장르의 타 작품과의 차별성, 타겟 관객층, 영상화 작업에 있어서의 장점 등을 작가 관점이 아닌 보다 상업적인 관점, 즉 프로듀서 입장에서 쓸 수 있어야 한다.
내 작품을 스스로 멋지게 포장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고 낯간지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과정을 통해 내 작품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런 경험은 뭔가 새로운 측면을 성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작가로서 한 단계 성장한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피칭 행사에서 만난 다양한 제작사와의 미팅은 앞으로 새로운 작품을 할 때 분명히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오늘의 결론.
내 작품을 널리 알리고 다양하게 판매하고 싶은 작가들은 피칭에 도전하기를 주저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