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메가히트작 <전지적독자시점>과 <나혼자만레벨업>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하)

'노블코믹스'의 대표작 <전지적독자시점>과 <나혼자만레벨업>

2020-12-01 이재민



나 혼자서 전지적 레벨업 시점 (하)

이재민(웹툰전문가)





△ 네이버웹툰의 <전지적 독자시점>과 카카오페이지의 <나 혼자만 레벨 업>



  이 세계는 ‘나’를 위한 준비물: 성좌물 & 헌터물

두 작품의 공통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판타지의 기본인 거대한 세계관은 오로지 주인공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작품 속의 작품이자 원작 싱숑 작가팀의 전작 <멸망 이후의 세계>를 완독한 유일한 독자, 주인공 김독자는 <멸망 이후의 세계>에 등장하는 스토리대로 전개되는 상황을 보면서 ‘미래를 아는’ 유일한 인물이 된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전지전능한 존재의 선택받아 신과 같은 존재의 직, 간접적인 후원을 받는 ‘성좌물’을 완성한 작품으로 꼽힌다.

 

<나 혼자만 레벨업>에서는 별 볼 일 없는 E급 헌터였던 성진우가 죽을 위기에서 ‘시크릿 퀘스트’의 조건을 클리어하게 되고, ‘플레이어’가 될  기회를 부여받는다. 그리고, 성진우는 일일 퀘스트를 클리어하며 레벨업을 할 수 있게 된다. ‘헌터물’로 분류되는 이 작품은, 성진우가 퀘스트를 클리어하거나 ‘레이드’를 통해 보상을 얻고 레벨업을 하며 ‘플레이어’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웹 소설에서 2010년 초, 중반부터 인기를 얻으며 틀을 잡아가던 성좌물과 헌터물은 <전지적 독자 시점>과 <나 혼자만 레벨업>의 성공으로 전성기를 맞는다. 이 두 작품은 이렇게 만들어진 세계관 속의 주인공이 ‘개인’으로 남아 세계관 안에서 성장하는 것 보다, 세계관에 의해 ‘선택받은’ 인물들로 묘사된다는 점이다.

 

2000년대 초반 인기를 얻었던 <룬의 아이들>이나 <드래곤 라자>의 주인공들이 아무리 선택받은 인물이라 하더라도 결국 세계관을 지배하거나, 그 너머의 존재가 될 수 없었거나, 되지 않기로 했던 것과는 다르게 애초에 시작점부터 무언가 전능한 존재의 선택으로 세계관의 지배자, 또는 세계관을 이용하는 절대자 또는 최강자의 위치에 오른다는 점이 지금의 작품들이 보여주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전독시-나혼렙은 어떤 게 다를까?

<전지적 독자 시점>과 <나 혼자만 레벨업>은 이처럼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분명 차이점도 존재한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다양한 장르의 클리셰들을 가져와 작품에 녹여내 ‘장르적 취향의 백화점’과 같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나 혼자만 레벨업>은 헌터물을 규정하는 ‘레이드’라는 시스템을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하고, 계속해서 레이드 시스템을 통한 성진우의 성장과 각성 이후 최강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나 혼자만 레벨업>과 비교하면 여성 독자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 아마도 다양한 장르의 문법을 녹여내다 보니 상대적으로 직선적인 <나 혼자만 레벨업>에 비해 다양한 에피소드가 등장하고, 또 결말을 알고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도 주변부에 머무르던 김독자가 점차 이야기의 중심으로 파고드는 모습이 일품이다. 이뿐만 아니라 또 다른 등장인물인 유중혁과의 브로맨스가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데, 웹툰에서는 어떻게 그려질지 흥미롭다.

 

<나 혼자만 레벨업>의 직선적인 스토리가 상대적으로 로맨스-로맨스 판타지가 강했던 카카오페이지에서 남성향이 강한 작품을 선보이고자 하는 의도였는지, 아니면 원작을 살리기 위한 선택이었는지 명확한 전략을 알기는 힘들다. 하지만 레드아이스 스튜디오의 압도적인 작화력과 표현력, 그리고 연출을 바탕으로 한 흡인력으로 카카오페이지를 대표하는 작품이 되었다. <전지적 독자 시점> 역시 레드아이스 스튜디오에 제작 지원을 했던 L7에서 맡았고, 레드아이스 스튜디오의 제작 지원을 받아 훌륭한 작화력과 표현력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인기 웹 소설을 바탕으로 성좌물과 헌터물이라는 장르의 극한을 보여주고 있는 <전지적 독자 시점>과 <나 혼자만 레벨업>은 비슷한 듯 다른 작품이다. 양대 플랫폼의 독자를 각자의 매력으로 사로잡은 두 작품은, 2020년대를 대표하는 웹툰이 되어 앞으로의 웹툰 시장을 예측하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독자의 입장에선 두 작품이 벌이는 각축전이 즐겁다

필진이미지

이재민

만화평론가
한국만화가협회 만화문화연구소장, 팟캐스트 ‘웹투니스타’ 운영자
2017 만화평론공모전 우수상, 2019 만화평론공모전 기성 부문 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