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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웹툰 플랫폼 살펴보기 (상)

웹툰작가 지망생에게 유용할 플랫폼별 연재 웹툰 스타일 정리

2020-12-14 이재민



웹툰 플랫폼 살펴보기 (상)
웹툰작가 지망생에게 유용할
플랫폼별 연재 웹툰 스타일 정리


이재민(웹툰 기자)



웹툰이 생겨난 지 20년, 2020년의 대한민국에서 ‘웹툰’은 곧 초 경쟁 시장을 의미한다. 여러 가지 분류가 있겠지만, 일반 대중에게 ‘웹툰’이란 (주로 거대) 플랫폼에 연재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초 경쟁 시장은 성공을 보장하지 않지만, 도전해서 성공한 이에게 엄청난 보상을 약속한다. 그 때문에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도전자는 ‘지망생’이라는 이름으로 초 경쟁 시장에서 성공하기를 원하며 도전을 꿈꾼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초 경쟁 시장에서 성공하는 도전자들에겐 일정 부분 공통점이 있다. 그것이 수십 년 간 쌓이면 이름이 붙고, ‘장르’라는 이름으로 굳어지거나 일본의 경우처럼 ‘왕도 만화’라는 별도의 이름이 붙기도 한다. 하지만 그걸 ‘잘 해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때문에 법칙이 있더라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잘 녹여내는 것이야말로 성공의 주요 요인이다.

 

그런데도 ‘성공하는 작품들’을 분석하는 것은 언제나 의미가 있다. 이 초 경쟁 시장에 새로 발을 들여놓는 사람들에게 참고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절대적 지표가 아닌 참고자료인 이유는 앞서 설명했다. ‘성공한 작품들의 공통점’은 원리나 법칙이 아니라 사례를 모아 보니 알게 된 기본 전제와도 같고, 그것을 이용하는 것이 작가의 실력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웹툰의 시대에선 어떤 작품들이 모여 있는지 한번 플랫폼별로 들여다보자. 아래의 내용이 여러분에게 조금의 참고자료가 되길 기대한다.

 


 ①  네이버웹툰

 


네이버웹툰은 개인 창작자의 작품이 가장 많이 연재되는 플랫폼이다. 또한 트래픽 점유율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가장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네이버웹툰의 인기작은 주로 학원물-일진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요일별 순위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점이 눈에 띈다. 11월 20일을 기준으로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상위 10위 작품을 꼽아보면 그 중 ‘일진물’, 또는 ‘학원 액션물’로 분류될 수 있는 작품은 <인생존망>, <한림체육관>, <스터디그룹>, <외모지상주의>, <싸움독학>, <약한영웅>, <랜덤채팅의 그녀>, <프리드로우> 8작품이고, 학원물로 범위를 넓혀도 15작품을 넘지 않는다.




 

물론, 이건 전체 트래픽 중 1~3위 작품이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하지 않았기 때문에 1~10위까지를 놓고 단순 비교한 것이지만, 생각보다 ‘학원물’이나 ‘학원 액션물’의 비중이 적다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네이버웹툰은 가장 많은 트래픽을 모으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다양성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데, d몬 작가의 <에리타>나 북미 작품인 <로어 올림푸스>, 장편 SF <꿈의 기업>등이 연재 중이고, 요즘엔 찾아보기 어려운 생활툰으로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자까의 <독립일기> 등도 눈에 띈다. 이런 점을 두고 보면 네이버웹툰이 지금 당장 인기가 많은 작품과 유사한 작품보단,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작품을 원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는 2019년 만화의 날에 김준구 대표가 말했던 “개인 창작자들은 자신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면 걱정할 필요 없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최근의 흐름을 보면 <하루만 네가 되고싶어>를 비롯해 웹 소설 등에서 자주 사용되었던 클리셰를 역이용하는 작품들이 눈에 띄는데, 이런 흐름을 빠르게 파악해 작품으로 소화할 수 있는 작품을 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해볼 수 있다. 대중성을 갖춘 ‘익숙한’ 작품을 ‘낯설게’ 해석해내는 능력이 중요한 곳이 네이버웹툰이다. 가장 대중적인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②  카카오페이지


 



카카오페이지는 조금 더 특정 장르에 특화된 경우가 많다. 이걸 이해하려면 카카오페이지가 작품을 수급하는 방식을 조금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개인 창작자의 작품을 주로 연재하는 네이버웹툰과 달리 에이전시와 계약하고, 에이전시가 작가와 계약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에이전시는 카카오페이지에 더 안정적으로 작품을 공급하길 원하고, 그 때문에 원작이 있는 웹 소설 원작의 웹툰을 많이 찾기도 한다.

 

동시에 개인 창작자의 작품이라 할지라도 에이전시를 통해 계약하므로 개인 창작자가 직접 카카오페이지에 들어갈 기회는 상당히 적은 편이다. 최근에는 연담 등 카카오페이지가 만든 레이블을 통해 작품을 내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작가는 연담과 계약한다. 카카오페이지가 최초로 수익 모델을 만들었던 것은 웹 소설을 통해서였고, 당시 로맨스와 무협으로 주로 나뉘는 웹 소설의 특성이 지금까지도 이어져 ‘로맨스 판타지’, ‘현실 판타지’ 등의 장르에 맞춘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 때문에 카카오페이지는 작품을 공급하고자 하는 에이전시의 전문성에 따라 작품을 수급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결과적으로 카카오페이지가 강세를 보이는 장르물을 보기 위한 독자들이 모이는 일종의 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다만, 카카오페이지는 ‘카카오페이지 오리지널’과 ‘기다리면 무료’ 등의 격차가 꽤 큰 플랫폼이기도 하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카카오페이지에 진입하고자 하는 작가들은 최근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에이전시나 제작사의 문을 두드려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에이전시나 제작사와 계약하거나, 아니면 아예 제작자로 고용되어 일하면서 업계를 조금 더 가까이서 지켜보는 방법도 있다. 

필진이미지

이재민

만화평론가
한국만화가협회 만화문화연구소장, 팟캐스트 ‘웹투니스타’ 운영자
2017 만화평론공모전 우수상, 2019 만화평론공모전 기성 부문 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