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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카카오페이지 《마침내 푸른 불꽃이》 속 면복 이야기 (상)

웹툰으로 보는 우리나라 복식 이야기 왕의 권력과 신성함을 표현한 면복, 어떻게 표현됐을까?

2020-12-15 권병훈



카카오페이지 《마침내 푸른 불꽃이》 속 면복 이야기 (상)

- 웹툰으로 보는 우리나라 복식 이야기


  • 권병훈(복식사 전공 <오례> 대표 / 영화 '남한산성' 복식 자문)


지난 시간에는 왕의 집무복인 곤룡포에 관해 이야기 했다면, 이번에는 카카오 페이지에서 연재 중인 허수아, 배로빈 작가의 《마침내 푸른 불꽃이》 속 면복(冕服) 이야기를 살펴볼까 한다. 면복은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모두 왕의 권력과 신성함을 상징하는 것뿐만 아니라 왕이 통치자로서 가져야 할 덕목 들을 옷에 자수 또는 그림으로 표현하는 옷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깊다. 따라서 이번에는 조선 시대 왕의 면복을 살펴보면서 신분에 따른 구성품의 차이와 문양의 의미 등에 대해서 다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다.

 

《마침내 푸른 불꽃이》의 경우엔 작가가 복식에 대한 고증을 무척 신경 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림 담당인 배로빈 작가의 트위터 계정을 살펴보면 기존에 업로드 했던 작품 속에서도 복식 고증의 오류가 있으면 직접 수정하는 사례도 보이며, 극 중 시대가 광해군~인조 시기인 17세기 초반 조선을 다루고 있는데 그때의 복식 실루엣을 연출하고자 애쓰는 모습이 보인다. 그림의 한계상 완벽하다고 할 순 없겠으나 이렇게 열심히 준비하는 작가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면복은 어떤 옷인가?

면복은 면류관(冕)을 쓰는 옷으로 해석될 수 있으나, 그렇게 단순하게 해석하기엔 그 속에 속한 옷의 구성품이 무척 다양하다. 구성품을 열거해도 중단, 상, 현의, 폐슬, 후수, 대대, 패옥, 규, 면류관, 방심곡령, 말, 혁대, 석 등으로 이를 일일이 입히는 시간만 해도 2~30분이라는 시간도 부족할 정도로 여러 겹의 옷과 장신구를 입는다.

 

이 옷은 조선 시대의 경우 국왕, 왕세자, 왕세손이 입었는데 우리가 가장 흔히 볼 수 있었던 사례는 바로 세자 책봉식이나 왕의 즉위식 때 모습이다. 흔히 사극에서 보던 치렁치렁한 구슬(旒)이 달린 용왕님 모자를 쓰고 조심스럽게 한발씩 내딛는 배우들의 모습이 연상 될 텐데 실제 조선 시대의 경우엔 이외에도 종묘·사직의 제향, 그리고 국왕이나 왕세자의 가례, 조회 등 조선 시대 왕실의 의례 중 가장 큰 격식의 의례에 면복을 갖춰 입었다.

 

앞서 언급했듯 조선 시대의 면복은 왕실이나 중심인물인 국왕, 그리고 그 후계자인 세자나 세손만이 입을 수 있었던 의복이었다. 알다시피 조선 시대는 철저한 계급사회였기 때문에 국왕부터 세자와 세손, 그리고 1품 정승부터 9품 말단 관리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입을 수 있는 복식은 조금씩 차등이 있었다. 면복의 경우 황제는 열두 개 문양을 옷에 표현한 십이장복, 그리고 국왕과 황태자는 아홉 개 문양을 옷에 표현한 구장복, 세자는 일곱 개 문양을 옷에 표현한 칠장복, 끝으로 세손은 다섯 개 문양을 옷에 표현한 오장복을 사용했다. 문양의 경우 황제에 이르기까지 총 12개가 사용되었는데 거기에 사용되는 문양에 대해서는 뒷부분에서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면복은 어떻게 구성될까?

면복의 구성품은 앞서 언급했듯 머리에 쓰는 면류관부터 신발로 신는 적석까지 많은 장신구를 겹겹이 착용한다. 이번에는 조선 시대 국왕의 면복 일습 구성품을 영조 임금 이후의 시대를 기준으로 해서 착장 순서대로 한번 알아보도록 하자.


면복의 착장순서는 표 1에서 제시한 바와 같다.


▷ 저고리, 바지, 행전과 같은 기본 의복을 착장한 후 예복에 착용하는 붉은색 버선인 적말을 신는다. ▷그리고 그 위에는 소창의나 중치막 또는 대창의와 같은 받침옷을 착용하는데, 위와 같은 차림은 조선 후기 예복을 갖춰 입기 전에 기본적으로 입어야 했던 차림이었다. ▷그리고 그 위에 비로소 면복의 받침옷인 중단을 입게 된다. 중단의 경우 청색과 백색 중단이 있었는데, 청색의 경우 19세기 이후에 등장하며, 현재까지 남은 기록으로 봤을 땐 가례와 같은 경사가 있을 땐 청색 중단을 입고, 제례와 같은 엄숙한 의례에서는 백색 중단을 입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중단 위에는 치마인 상을 입는데, 상의 앞쪽에는 4개의 장문을 수놓는다. ▷상을 입은 후에 면복의 겉옷인 현의를 입는다. 현의의 양어깨에는 용을 그리고, 소매에는 타오르는 불의 형상과 아름다운 색채의 꿩, 그리고 호랑이와 원숭이가 새겨진 술잔을 소매 좌우에 각각 3개씩 그려 한쪽마다 9개니 소매 양쪽엔 총 18개의 문양을 그렸으며, 그리고 등 뒤에는 우뚝 솟은 산의 형상을 그렸다. ▷현의를 입은 후에는 뒤에 늘어뜨리는 오색 줄로 선을 그은듯한 오채단의 후수와 대대가 달린 청색 끈을 앞으로 묶어서 착용한다. 본디 후수와 대대는 별개였으나 훗날엔 대대에 후수를 서로 붙인 형태로 정착하게 된다. ▷이후엔 무릎 가리개인 폐슬을 대대끈 사이에 끼워서 늘어뜨리며, 그다음엔 옥으로 띠돈을 장식한 옥대를 둘러맨다. ▷그리고 양쪽 겨드랑이 아래에 패옥을 늘어뜨리는데, 패옥 받침은 후수의 것과 동일하게 오채단을 사용했다. 패옥은 옥으로 만든 것으로서 조심스레 한 발짝씩 걸을 때마다 서로 부딪히는 옥의 청아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후엔 목에 방심곡령을 착용하는데, 방심곡령은 오로지 제례가 있을 때에만 착용하며, 가례나 즉위식 같은 의식에는 착용하지 않는다. ▷이제야 면복의 면冕이라는 글자가 어울리는 면류관을 착용하는데, 면류관의 구슬이 달린 면판의 경우 ‘하늘은 둥글고 땅은 평평하다’라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사상을 담아 모자의 앞은 둥글게 마무리하고, 뒤는 평평하게 마무리했으며 뒤가 조금 더 높아서 사선으로 내려오는 것이 특징이다. 국왕의 면류관은 주-백-창-황-흑 오색의 구슬로 꾸며서 총 9개씩 9줄로 하여 앞뒤로 했을 땐 18줄, 즉 구슬로는 162개를 모자에 달아서 늘어뜨린다. ▷이후 붉은색 신인 적석을 신고 손에는 옥으로 만든 홀인 규를 쥐는데, 위와 같은 착장 결과를 거쳐야 비로소 면복의 일습을 완전히 갖췄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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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훈

전통복식전문가, 전통복식재현단체 "오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