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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카카오페이지 《마침내 푸른 불꽃이》 속 면복 이야기 (하)

웹툰으로 보는 우리나라 복식 이야기 왕의 권력과 신성함을 표현한 면복, 어떻게 표현됐을까?

2020-12-16 권병훈



카카오페이지 《마침내 푸른 불꽃이》 속 면복 이야기 (하)
웹툰으로 보는 우리나라 복식 이야기

권병훈(복식사 전공 <오례> 대표/영화 '남한산성' 복식 자문)




면복의 문양과 의미   

국왕의 면복은 앞서 언급했듯 구장복九章服, 즉 아홉 가지의 문양을 옷에 표현한 옷이다. 여기에 사용된 문양은 어떤 것들이 있으며, 또 어떤 의미가 있는지 표 2를 통해 한번 알아보자


구장복의 경우 용, 화, 화충, 종이, 산, 조, 분미, 보, 불의 문양이 사용됐다. 그중에서 용, 화, 화충, 종이, 산의 5장문은 겉옷인 현의에 그림으로 그려서 새겼고, 조, 분미, 보, 불의 4장문은 아랫도리를 가리는 상裳과 폐슬蔽膝에 수놓았다. 윗옷인 현의에는 그림을 그렸고, 아랫도리인 상과 폐슬엔 자수를 놓는 점이 독특한데, 여기에는 음양陰陽 사상이 반영되어있다. 현의는 윗옷이기 때문에 양陽을 상징하므로 남자가 하는 일인 그림으로서 옷에 표현하고, 치마인 상과 폐슬은 모두 아래에 착용하니 음陰을 상징하므로 여자가 하는 일인 자수로서 옷에 표현했다. 이는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나, 고대에서는 남과 여, 즉 음과 양을 통해 엄연히 하는 일을 구분했으므로 왕의 옷인 면복에는 위와 같은 차이점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면복의 상이나 폐슬을 만드는 재료에 있어서 자수에 사용되는 재료가 아니라 그림에 사용되는 재료가 언급된 기록도 있으므로 상황에 따라서는 상과 폐슬엔 그림을 그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그러면 이 문양의 의미는 어떻게 될까? 단순히 화려함과 엄숙함을 표현하는 정도가 아니라 의미를 확장해서 바라볼 땐 한 나라를 통치하는 국왕이 갖춰야할 덕목을 옷에 표현한 것이 바로 면복이다. 먼저 용龍을 보자. 화려한 용이 여의주를 갖고 노는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용은 왕의 면복 양쪽 어깨에 자리한다. 동양에서 용은 예부터 지도자를 상징하는 신수神獸로서 착용한 사람의 신성함을 드러낸다. 그리고 산山은 현의의 뒤편, 그러니까 면복을 착용한 국왕의 등에 자리하고 있다. 산은 곧 인간이 하늘에 오를수 있는 길목으로 여겨왔으며 곧 천자만이 산에 올라 하늘을 향해 제사를 지낼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런 까닭에 백성들이 우러러보고 지도자 역시 백성들을 굽어살핀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다음으로는 화火문이 눈에 띈다. 화문은 면복의 소매 중 가장 위에 자리하고 있다. 불은 곧 인간에게 따뜻함과 동시에 음식을 조리해서 건강하게 먹을 수 있게 해주며 또 어둠을 물리치는 밝음을 상징한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화충華蟲이라는 화려한 색깔로 칠한 꿩이 보인다. 화충은 곧 화려함을 상징한다. 이제 소매의 마지막에는 종이宗彝라는 술잔이 보인다. 재미있는 점은 종이의 경우 좌,우측에 자리한 술잔의 문양이 각각 달랐는데, 착용자 기준으로 오른쪽 소매에 자리한 술잔에는 호랑이를, 그리고 왼쪽 소매에 자리한 술잔에는 원숭이를 그렸다. 이는 동물 중 가장 지혜로운 호랑이와 원숭이를 통해 인간의 지혜로움을 표현한다.

 

이제 아랫도리인 상과 폐슬에 자리한 4장문을 알아보자. 맨 위에는 조라고 하는 풀의 문양이 수놓아져 있는데, 여기에서 조는 화려한 문채를 말한다. 그리고 그 밑에는 분미라고 하는 쌀알 무늬가 있는데, 이는 국왕이 백성들을 잘 먹여야 한다는 양민의 뜻이 담겨있다. 그리고 아래에는 도끼 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보문이라고 한다. 국왕의 경우 백성을 덕으로 다스려야 하지만, 외적이 침입하거나 혹은 법으로써 엄하게 다스릴 때에는 주저함 없이 올바른 판단으로 결단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도끼의 문양은 국왕의 용기와 결단력을 의미한다. 끝으로 불문이 맨 아래에 자리하고 있는데, 이 불문은 아亞자형의 글자가 서로 대립하듯 등을 돌린 듯한 느낌을 주는데, 국왕이 사악한 것을 보지 않는다는 뜻이 담겨있다.

   


이외에도 황제가 입는 십이장복의 경우 일, 월, 성신의 3가지 문양이 추가됨과 동시에 옷에서 장문의 위치가 서로 바뀌게 된다. 양쪽 어깨에 있던 용은 화문이 자리하고 있던 소매 맨 위로 이동하고, 그 자리엔 해와 달을 상징하는 일,월이 자리한다. 그리고 소매에 있던 화문은 상과 폐슬로 이동하며, 끝으로 성신은 밤하늘의 별을 상징하는데 등에 있는 산문 위에 자리하게 된다. 구한 말 순종 황제가 면복 차림으로 촬영된 사진을 보면 면복 양쪽 어깨에 일문과 월문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 안에는 형체를 알 수 없으나 어떠한 문양이 그려져 있는 것이 확인된다. 짐작건대 일문에는 태양을 상징하는 삼족오와 월문에는 달에 살고 있는 토끼의 모습일 것이다.

 

위와 같은 12장문은 모두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 그리고 고대 인류에게 반드시 필요했던, 그리고 지금의 인류에게도 필요한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지도자는 사치하거나 군림하며 즐기는 것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다스리는 만백성의 어버이로서 백성들을 부드럽게 굽어살피고, 또 굳건함을 보여야 할 때 굳건함을 선보이는 위대한 성군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옷에 담았다고 할 수 있다.

 


《마침내 푸른 불꽃이》에서 묘사된 면복의 모습



《마침내 푸른 불꽃이》에서는 광해군이 즉위하는 장면을 통해 면복의 모습을 일부 연출했다. 그러나 상반신에서 잠깐 드러날 뿐 하반신이나 전체모습으로 그려진 장면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면복의 장문을 어떻게 재현했는지, 형태를 어떻게 구현했는지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으나, 보이는 면에서만 보면 다음과 같은 부분이 눈에 띈다. 먼저 면류관의 경우 구슬 배열은 현재까지 연구된 바와 같이 잘 재현한 사례로 보인다. 이외에도 청옥규를 사용한 것도 그 시대의 것과 서로 일치한다. 그러나 면류관의 경우 뒷면이 조금 더 높고 아래가 좀 더 낮은 형태로 제작되어야 하며, 면류관의 비녀가 너무 위쪽에 배치된 점, 그리고 면류관 앞, 뒤에 자리한 금속 장식 또한 보이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양쪽 어깨에 자리한 용문의 경우 곤룡포에서 사용하는 용문을 배치한 것이 눈에 띈다. 또한 옷감의 경우 운문이 새겨진 직물을 사용한 것으로 묘사했는데, 운문이 아니라 무늬 없는 얇은 깁으로 만든 것이 타당할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은 작가가 제대로 고증하고 재현하기보다는 잠시 스쳐 가는 한 장면이므로 연재 시간의 제한 상 간단하게 작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으므로, 이 부분은 훗날 약간의 수정이 있다면 더욱 완벽하게 재현한 사례로 남을 듯하다.

 





마치며

이로써 조선 후기 국왕의 면복 차림새와 또 면복의 장문의 종류, 그리고 그에 담긴 의미를 간략하게 알아보았다. 단순히 우리가 사극에서 보던 의복이 즉위식 때에만 보던 단순한 옷이 아니라 이 옷을 입은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국정에 임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거울과도 같았다. 지금은 박물관이나 패션쇼에 박제된 옷에 불과하지만, 독자들이라도 이 옷에 대한 의미를 알고 널리 알림으로써 면복이 우리에게 어떤 옷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하면 다행이라 여기며 글을 마친다.

필진이미지

권병훈

전통복식전문가, 전통복식재현단체 "오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