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만 레벨업> 상상을 초월한 인기
웹툰 단행본 시장도 성장 중
이현석 PD
게임 체인저 작품 <나 혼자만 레벨업>의 기록적 히트
이러한 업계의 인식을 크게 뒤집으며, 일본 내에서의 웹툰 판도를 뒤엎는 데 기여한 작품이 바로 <나 혼자만 레벨업>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을 유통 중인 픽코마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이 작품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2020년 4월 시점에서 페이지 뷰가 1억 뷰를 넘었다. 하루 최대 열람자 수(DAU)는 82만을 넘는다. 작품의 ‘좋아요’는 2020년 11월 현재 6200만을 넘어서고 있다. 작품의 매출도 엄청나다. 픽코마 내에서의 유료 결제액 만 2020년 4월 공식 통계에서 월1억 엔(원화로 약 10억원) 수준에 근접한다. 이 작품의 성공으로 한국 웹툰은 소년만화적 액션연출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반증하였다. 나 혼자만 레벨업을 통해 남성 독자층이 웹툰을 접하게 되고, 이후 픽코마 지면에서 크게 인기를 얻은 <갓 오브 블랙필드>, <4000년 만에 귀환한 대마도사> <템빨> <귀환자의 마법은 특별해야 합니다>등의 남성 작품들도 큰 히트를 기록하며 거대한 흥행몰이를 할 수 있었다. 부수적으로 이 작품 이후로, 중국발 무협 웹툰들도 상당한 인기를 끌 게 되어서 장르 확장도 일어났다.
한국 웹툰은 단순히 앞에서 열거한 특정 플랫폼에서만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니다. 웹툰을 일본식의 페이지 방식으로 재편집하여 단행본 만화책으로 출간하는 형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나혼자만 레벨 업>나 <황제의 외동딸>는 만화 단행본이 수십만부의 누적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이런 부수들은 표면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컬러 인쇄로 인해서 가격이 거의 2배에 육박한다는 점도 참조해야 한다. 일본의 흑백 단행본의 경우는 가격대가 400엔 안팎으로 잡히는 데 반하여 한국 웹툰의 단행본 들은 980엔 정도로 가격이 잡힌다. 즉 인쇄 부수의 두 배를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호성적에 힘입어 카도카와 그룹 등의 출판사가 한국 웹툰의 단행본 발매를 강화하고 라인업 강화를 서두른다는 뉴스도 종종 들려온다.
<레진 코믹스>의 한국 성인 웹툰도 일본 코믹 시모아 등을 통해서 소개되고 있는 한국 성인 웹툰(주로 에로장르)도 많은 인기를 끌며 속속 소개되는 중이다.
한국 성인물도 일본에서 인기다. 일본의 대형 만화 어플리케이션은 메챠코믹에서 <몸에 좋은 남자>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본 거대 만화 출판사 카도카와가 실시한 한국 웹툰 단행본 광고로 일본 시부야 도심 한가운데서 거대한 벽화를 이용했다.
한국 웹툰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일본의 회사들은 한국식 웹툰을 심도 있게 연구하는 중이다. 그들의 공통적인 첫 질문은 이것이다.
"왜 웹툰 형식의 만화가 인기를 얻는가?’"
무엇보다 큰 강점은 역시 이것이다. 일본의 만화는 오랫동안 펼쳐진 두 페이지 見開き를 전제로 한 연출에 최적화되어 발전해왔다. 주간만화잡지가 1959년 등장하고 정착한 이례로 원고용지 사이즈가 정해지고 폰트의 크기도 이를 바탕으로 삼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렇게 메인 규격이 정확히 정해져 있으니 단행본의 사이즈도 크게 변하지 않고 공통규격이 마련되었다. 규격은 중요해서 서점의 책장에 어느 정도 단행본을 전시하고 꽂을 수 있는지도 정해지게 된다. 이 사이즈 안에서 일본의 만화 연출 방식은 극한까지 발전한다. 오른쪽에서 시작해서 왼쪽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우측 하단으로 이동하는 시점이동을 기반으로 하여, 여백을 살리는 법, 먹칠하는 법 등의 하부 스킬이 다시 발전하는 것이다. 이 연출 방식들은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고 정교하다.
그러나 이런 일본만화의 연출방식과 규격은 스마트 폰의 세로로 긴 화면에서는 약점으로 존재한다. 우측에서 좌측으로 간다는 시선이동을 기반으로 한 일본식 만화연출은 휴대폰의 세로 화면에서는 성립되지 않는다. 일본의 만화업계는 거대한 만화시장에 대량의 작품을 공급하기 위해서 최적화되고 공룡화되어 있어 빠르게 스마트폰의 등장에 대응한 작품을 내기가 어려웠다. 편집부도 만화가도 여기에 대한 개념은 마련되어 있지가 않았다. 막연히 이전 방식대로 만든 만화를 이전 방식대로 만들어 파는 노력만 기울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지털 미디어에 최적화된 한국 웹툰이 등장했다. 일본의 젊은 세대 - 특히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 폰을 쥐고 자라난 세대는 아무런 편견과 불편 없이 한국 웹툰을 정수할 수 있었다.
일본 출판만화가 만들어지는 방식은 상상하시는 것 이상으로 많은 손과 공정을 거친다. 제판소와 인쇄소를 거쳐야 하며 이를 위한 갖가지 준비과정은 매우 많고 정교하다. 일본 만화 편집자의 업무를 자세히 보면 이는 바로 이해가 된다. 말 칸 안에 들어가는 문자 지정 작업 자체도 숙련이 필요하며 많은 사람의 손이 들어가 현재 웹툰과 같은 디지털 유통을 전제로 했을 때 버거워진다. 한국의 웹툰은 과격하다 싶을 정도로 빠르고 대량으로 소비되는 독자들의 소비 특성에 최적화되면서 진화되어 왔다. 일본의 만화 제작 방식은 아직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일본 만화의 디지털 유통방식은 역시 권 단위로 이루어져 왔다. 앱을 통해서 만화를 볼 때도 1권에 얼마 하는 식으로 돈을 치르고 열람을 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매체를 보면, 특히 분량이 짧은 에로 만화 등에서 보이는 현상인데 1권 단위로 발행을 하고 이를 판매한다. 즉 話売り화당 판매의 개념이 없었던 것이다. 잡지의 역할과 단행본의 역할이 완전히 분리되었던 것도 이런 현상의 기원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니 작품 하나를 보려면 1권 전체를 결재해서 사고 이것을 열람해야 했는데, 한국식의 웹툰은 판매방식이 이렇지 않다. 코인을 결제하고 1화 단위로 결제를 하고 읽어야 한다. 즉 1화분의 가격은 저렴하고 읽다가 읽고 싶지 않은 때에 내리면 된다. 이건 일본에서는 상당히 새로운 독서 경험이다.
또 한 가지는 웹툰 세일즈 방식에서 각 회사가 내거는 ‘기다리면 무료’와 ‘미리 읽기 유료’가 일본의 청소년 독자에게 크게 어필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새로울 것이 없지만 주머니 사정이 궁한 청소년이나 젊은 독자 입장에서는 기다리면 무료로 1화 씩을 읽을 수 있는 이 한국식 웹툰 체제는 대단히 매력적이다. 현재 일본에서 웹툰을 운용 중인 플랫폼 들이 주력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기다리면 무료를 이용해서 작품을 열람하는 많은 숫자의 독자들을 어떻게 유료독자로 전환하는가, 즉 전환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