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 《야화첩》 속 한량들의 복식 이야기 (상) 웹툰으로 보는 우리나라 복식 이야기
권병훈
지난 시간에는 왕이 대례복으로 갖춰 입었던 면복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에는 청소년이 볼 수 없는 웹툰이지만, 대만 등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 《야화첩》이라는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입은 복식에 대해서 언급해보도록 하겠다.
《야화첩》은 남색(男色)을 즐기는 주인공 윤승호가 춘화를 그리는 백나겸과의 러브 스토리를 그린 내용이다. 동성애라는 코드와 더불어 수위가 높은 축에 속하는 웹툰인만큼 거부감을 느끼는 독자들도 계시리라 여겨 그런 장면들은 게시하지 않을 예정이며, 19세 이상만이 볼 수 있는 성인 만화의 특성상 벗은 장면이 많이 연출되었으나, 그나마 옷을 잘 갖춘 장면들 위주로 추려서 설명하도록 할 예정이니 동성애가 싫은 사람들은 옷만 본다는 개념으로라도 관람해주시길 바란다.
옛 문헌인 《사자소학四字小學》 수신修身편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글귀가 보인다.
이는 유학을 공부하는 선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였는데, 선비의 옷차림은 늘 바르고 단정하게, 또 용모는 늘 단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덕목에 따라서 우리가 지난 날 살펴봤던 유생들의 옷차림이나 조선시대 초상화 속 선비들의 모습을 보면 저마다 나이에 관계 없이 의관이 흐트러지지 않고 깔끔하게 입은데다가 자세 또한 흐트러짐이 보이지 않게끔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이는 옷차림만 잘 입는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고 행필정직, 언즉신실이라는 말에서도 보이듯 행동과 말은 늘 올곧게 하라는 뜻도 담겨있으니, 곧 말과 행동, 그리고 옷차림이 늘 단정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모든 선비들이 이와 같이 청렴하고 담백한 사람들이었다면 좋았겠으나 선비들 중에서는 야심이 가득한 사람도 있었고, 탐욕에 찌든 사람들도 있었으며, 동시에 놀기 좋아하며 방탕하게 사는 사람들도 많았다. 뿐만 아니라 부잣집 도련님인 선비들도 있었고, 한없이 가난한 집안의 도련님으로 태어난 선비들도 있었다. 지독한 현실에 의해서 저마다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조선시대 선비들의 옷차림도 비교적 다양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화려하게 꾸밀 수 있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말 그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착용하는 모든 것들이 사치할 수 있는 조건에 해당한다. 한량에 해당하진 않으나 조선 후기 엄청난 위세를 부리며 화려한 옷차림으로 주목받았던 별감들의 복식을 묘사한 부분을 보면 조선시대엔 어떤 것들이 명품名品에 해당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한자와 더불어 복식용어가 쏟아져 나오는 까닭에 독자들의 이해가 쉽지 않으리라 예상된다. 그러나 단순히 말하자면 단순히 궐에 잡일을 도맡아하는 별감들의 복식이 매우 화려했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인식된다. 그러나 추가적으로 간략하게나마 알아본다면, 먼저 밀화蜜花, 즉 호박으로 만든 동곳이 눈에 띈다. 동곳은 상투에 꽂아서 고정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다. 그리고 평양 망건의 경우 망건을 가장 곱게 떠서 잘 만든 망건이 바로 평양 망건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리고 망건에는 관자를 달았는데, 얼룩덜룩한 무늬가 있는 대모관자를 달았다고 기록했다. 대모관자는 대모거북이의 등껍질을 이용해 만든 관자를 말하는데, 그 당시에도 매우 고가의 사치품이었으며, 현재는 대모거북이 자체가 멸종위기종이기 때문에 포획 자체가 금지되어있다.
이외에도 별감이 쓰는 초립은 풀을 엮어서 짠 갓으로 별감들의 쓰개 중 하나였다. 초립 자체는 양반들이 쓰던 흑립에 비하면 단출한 것이었으나 거기에 들어간 장식이 무척 화려했다는 것만은 짐작할 수 있다. 옷의 경우엔 다홍색 생초로 만든 고운 홍의를 입고 그 속에는 숙초로 만든 창의를 입었다고 하는데, 홍의의 경우 아마 직령포를 말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이 외에도 보라누비 저고리에 외올뜨기 누비바지, 그리고 그 당시엔 쌀쌀한 날씨였는지 그 속에 배자와 손목에는 토수까지 했으며 화려한 주머니와 장도 등으로 치장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완벽하진 않으나 위와 같은 차림새는 신윤복의 작품 《야금모행》 속 별감의 차림새를 보면 어느정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