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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네이버 웹툰 《칼부림》 속 복식 이야기 - 2편

웹툰으로 보는 우리나라 복식 이야기 - <칼부림>으로 본 조선 초 복식

2020-12-28 권병훈

[전문가칼럼] 네이버 웹툰 《칼부림》 속 복식 이야기 - 2편

웹툰으로 보는 우리나라 복식 이야기


권병훈(복식사 전공 <오례> 대표/영화 '남한산성' 복식 자문)





△ 출처 : 《조선시대 우리 옷의 멋과 유행 27P 中》


17세기 초반의 유물로는 광해군의 왕비인 중전 유씨와 그녀를 모시던 상궁이 입던 장저고리 유물들이 남아있다. 그림 2는 16세기 말의 인물인 청주 한씨의 장저고리 일습과 17세기 초 광해군비 유씨의 홍색 토주 겹장저고리 일습 재현품을 제시한 것이다. 시대 차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서로 형태가 비슷하게 느껴지는데, 여기에서 일습 一襲이란 가구나 옷, 도구 등의 한 세트를 이르는 말이다. 입은 형태를 보면 알 수 있듯 풍성하고 손을 가리고도 남을 정도로 매우 큰 형태의 옷임을 알 수 있다. 그림 3의 경우 홍색 토주로 만든 장저고리와는 달리 매우 연꽃(연화), 모란, 봉황문이 보이는 화려한 옷감으로 만든 광해군비의 장저고리 유물이다. 옷의 크기가 다소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모두 당시 여성들의 신체에 비해 매우 큰 옷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민가의 경우에도 이런 풍성한 저고리를 입을 수 있었을까?




△ [그림 7] 한준민(1570~1636)의 부인 여흥민씨와 며느리 평양 조씨의 복식 일습 재현품



사진 6)은 영릉의 참봉직(종 9품)을 지냈던 한준민의 부인인 여흥 민씨와 그의 며느리인 평양 조씨 묘에서 출토된 복식을 재현한 것이다. 영릉 참봉은 흔히 우스갯소리로 말하던 가장 말단직인 능참봉을 말하는 것으로 해당 출토복식들은 당시 하급 관리였던 한준민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유물이다. 특히 한준민의 부인인 여흥 민씨는 17세기 전반기에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동시대 인물인 광해군비 유씨의 저고리와는 달리 팔 길이와 저고리의 길이가 다소 짧은 것이 확인된다. 상류층에서는 길고 넓은 옷을 입었으나 점점 아래의 계급으로 내려갈수록 실용적인 의복 차림을 선택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 출처 : 《조선시대 우리 옷의 멋과 유행 30~31P 中》


시대가 흘러서 17세기 후반이 되면 저고리의 길이와 당의의 길이가 점차 줄어든다. 복식학계에서는 앞선 시대에서 보이던 장저고리가 변화하여 당의唐衣가 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아직 우리가 사극에서 흔히 보던 당의의 실루엣과는 달리 옆선이 넓고 풍부한 형태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앞시대에 비해 점점 과도하게 노출의 시대로 달려가는 18세기의 복식으로 가는 과도기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칼부림》 속 조선 여인의 복식 차림새





웹툰 《칼부림》 속에서 조선의 여인들은 극 중 시대인 17세기 초반에 맞춰서 그 시대의 복식 실루엣 형태를 잘 재현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팔 길이가 다소 짧고 소매통이 좁게 연출되긴 했으나 그 이외 옷의 풍성한 자태는 충분히 묘사된 모습이다. 겉에 입은 장옷 역시 입기도 하고 어깨에 걸치는 모습으로 연출하기도 했는데, 장옷의 경우 본디 남성들이 입던 옷이었으나 훗날엔 여성들이 따라 입기 시작하다가 쓰개로까지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마도 극 중 이 두 여인들은 모두 겉에 입은 예복용 저고리 안에 무늬 없는 저고리와 적삼 등의 옷을 겹겹이 입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극의 특성상 대체로 남성들이 많이 등장하고 여성들의 경우 다양한 신분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복식이 거의 유사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17세기 조선 여성의 복식을 공부하고 또 참고한다면 좋을 듯하다.


마치며

이로써 17세기 혼란스러웠던 조선 시대의 여성들이 입었던 복식을 알아보았다. 작품의 특성상 여러 복식이 연출되진 않았으나, 그래도 기본적인 형태만큼은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된다. 이외에도 웹툰 《칼부림》은 조선의 복식뿐만 아니라 명, 청 교체기의 복식까지도 연구하고 재현하고자 애쓴 흔적들이 보이는 사극 웹툰 중 하나다. 흑백이라고만 여기면서 고루하다고 여기기보다는 한 번쯤은 담백하지만 구수한 누룽지 같은 사극 웹툰 한편 어떨까? 현재 휴재중이긴 하지만 4부까지 연재됐으니 킬링 타임으로서는 충분한 작품이다. 칼부림은 매주 수요일 네이버 웹툰을 통해 볼 수 있다. 여러분의 많은 관람 바라며 글을 마친다.

필진이미지

권병훈

전통복식전문가, 전통복식재현단체 "오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