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전문가칼럼] 봄툰 웹툰 《내시실격》 속 내관 복식 이야기 (상)

웹툰으로 보는 우리나라 복식 이야기 - <내시실격>으로 본 조선 시대 내관 복식

2020-12-30 권병훈



봄툰 웹툰 《내시실격》 속 내관 복식 이야기 (상)

웹툰으로 보는 우리나라 복식 이야기   


권병훈(복식사 전공 <오례> 대표/영화 '남한산성' 복식 자문)





지난 시간에는 남자들의 진한 땀 냄새가 풍겨오는 사극 웹툰 고일권 작가의 《칼부림》 속 17세기 조선 여인들의 복식에 대해서 간단하게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럼 이번에는 고수위 BL웹툰 중 하나인 《내시 실격》이라는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내관들의 복식과 실제 조선 시대의 내관 복식들은 어떤 차이점이 있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내시실격》은 본디 고환을 제거당한 내시의 양물이 되살아나면서 이를 적발한 망나니 세자와 펼쳐지는 로맨스물이다. 혹시나 BL 웹툰이라고 해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면 지난번에도 언급했듯 성적인 내용은 생략할 예정이니 거부감 없이 봐주셨으면 한다.

 


그것은 없어도 엄연한 조선의 관료, 내시

일단 내시라고 하면 우리는 각종 개그 프로그램에서 종종걸음을 걷고 얇고 높은 톤의 목소리로 행동하는 것을 일반적인 내시의 모습으로 연상하곤 한다. 아무래도 어렸을 적에 거세 去勢를 당했기 때문에 남성 호르몬이 없이 여성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는 까닭에 목소리가 그렇게 변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높고 청아한 톤으로 말하는 것이 내시의 모습이라는 인식이 자리하자 되려 반전이라도 주듯 수년 전에는 굵고 저음의 목소리로 말하는 내시 캐릭터도 개그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반전 이미지로서 한때 안방극장에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 [그림 1] 개그콘서트 《내시천하》 中 내시들의 모습


그렇다면 실제 조선 시대 내시들은 하잘 것 없는 왕의 노예에 불과했을까? 실제 조선시대 내시의 업무를 알 수 있는 것은 조선 시대의 법전인 《경국대전》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당시 내시의 업무는 소제 掃除, 감선 監膳, 수문 守門, 전명 傳命 등 다양한 일을 도맡아 했는데 소제는 청소를 이르는 말이며, 감선은 왕실 어른들이 드실 수라상의 음식을 점검하고, 수문은 궐문을 지킨다는 뜻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무기를 들고 궐문을 지킨다기보다는 궁성문의 열고 닫으면서 관리하는 일을 말하는 듯하며, 전명은 말 그대로 왕실 어른들의 명령을 대내로 전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내관은 왕실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도맡으면서 왕이 국정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보좌하는 일을 도맡았다.



△ [그림 2]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속 상선 조내관의 모습


품계의 경우도 제일 높은 상선尙膳 내시는 종 2품의 품계를 갖는다. 말 그대로 당상관의 반열인 것이다. 상선 내시는 조선 왕실을 묘사한 사극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인물들로서 왕의 비서인 도승지 都承旨보다도 더 가까이 왕을 지근거리에서 보시면서 보필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극의 분위기에 따라서는 사극 《해를 품은 달》처럼 사랑의 서포터즈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분위기가 무거운 정치 사극에서는 왕을 대신해서 피를 보는 일도 불사하는 냉혈한 충신의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하는 것이 상선 내시다. 상선 내시의 경우 기본적인 업무는 가장 단순해 보이는 왕실 어른들의 밥상인 수라상을 책임지는 역할이다. 하지만 조선왕조에서는 수라에 독을 타거나 혹은 왕이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을 올렸을 때 그에 대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총 책임자로서 처벌받는 이가 상선 내시이기 때문에 조선이라는 국가를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선 내시의 역할이 막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상온 尙醞, 상다 尙茶, 상약 尙藥, 상전 尙傳, 상책 尙冊, 상호 尙弧, 상탕 尙帑, 상세 尙洗, 상촉 尙燭, 상훤 尙烜, 상설 尙設, 상제 尙除, 상문 尙門, 상경 尙更, 상원 尙苑 등으로 매우 다양한 직책이 존재했는데 이들의 업무는 상 尙이라는 글자 뒤에 자리한 것으로 확인했을 때 왕실 및 궁궐의 운영과 유지를 위해 맡는 업무들이 대부분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국정을 책임지는 일인지상 만인지하의 벼슬인 정승에 비할 바는 못 되겠으나, 그들의 지위로는 절대로 문무백관들이 함부로 대할 수는 없는 사람들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필진이미지

권병훈

전통복식전문가, 전통복식재현단체 "오례" 대표